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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은 홈스테이, 우리는 촌(村)스테이”

베이비트리 2018. 03. 20
조회수 589 추천수 0
[함께하는 교육] 농촌유학 프로그램

흙 한번 밟아보기 힘든 도심 속 아이들
시골학교 연계한 농촌유학 통해 뛰놀아
닭장 짓고, 평상 만들고, 숲 체험하며
사계절 온전히 몸으로 느끼는 경험
역사현장답사, 글짓기 프로그램 참여
‘억지로 공부’ 아닌 ‘내가 즐거운 공부’

대리마을농촌유학센터 학생들이 모내기, 닭장 짓기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농촌유학생들은 정규 학교에서 교과 수업을 마친 뒤 방과후 시간 및 주말을 이용해 생태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대리초등학교 양성호 교사 제공
대리마을농촌유학센터 학생들이 모내기, 닭장 짓기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농촌유학생들은 정규 학교에서 교과 수업을 마친 뒤 방과후 시간 및 주말을 이용해 생태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대리초등학교 양성호 교사 제공

“아동은 휴식과 여가를 즐기고, 자신의 나이에 맞는 놀이와 오락 활동에 자유롭게 참여할 권리가 있다.”

1989년 유엔에서 만장일치로 채택한 아동권리협약 가운데 31조 ‘놀 권리’에 관한 부분이다. 2016년 여성가족부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초중고생 10명 가운데 7명(68.8%)이 학원, 과외 등 사교육을 받고 있다. 특히 초등학생 비율이 가장 높다. 10명 가운데 8명(80.7%)이 사교육에 시달리고 있다. 2013년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아이들 열 명 가운데 세 명은 일주일에 하루도 운동을 하지 못한다. 절반 이상의 아동은 다른 취미생활이나 여가활동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아이들의 놀이 시간은 거의 없다. 흙 한번 밟아보기 힘든 대도심 속에서 ‘노는 방법’을 잘 몰라 스마트폰과 게임 등에 열중하게 된다.

“대다수 도시·외국으로 갈 때 다른 선택 했죠”

모두가 외국 명문 사립 중·고교 유학을 원할 때 농촌유학이라는 ‘과감한 선택’을 하는 학생·학부모들이 있다. 도시에서 농촌으로 유학을 떠난다고 하면 대부분 의아한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농촌유학을 경험해본 학생들은 ‘비행기 타고 나가는 것보다 훨씬 더 값진 경험을 했다’고 자부한다.

농촌유학은 도시에 사는 아이들이 가족 곁을 6개월 이상 떠나 농산어촌에 있는 학교에 다니며 농촌생활을 체험하는 것을 말한다. 2007년 전라북도가 고산산촌유학센터를 열면서 시작했다. 전라북도는 2012년 6월 전국 최초로 농촌유학 지원을 선포하고, 그해 12월 농촌유학 지원조례를 제정했다. 올해 기준으로 정읍, 완주, 임실 등 전북 8개 시·군에 농촌유학 시설 20곳을 운영하고 있다.

농촌유학은 센터형(기숙형), 농가형, 가족형이 있다. 도시 학생들이 농촌마을과 연계 학교에서 생활하며, 자연과 어우러지는 삶을 배우고 자존감도 높이는 ‘산 교육’의 현장이다.

임실 대리센터-교과공부·생태교육 다 잡아요

전북 임실군에 있는 대리마을농촌유학센터(이하 대리센터)에는 12명의 ‘농촌유학생’이 있다. 대리센터는 인근 대리초등학교, 관촌중학교 등과 연계해 방과후 및 주말 프로그램, 돌봄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등 공교육 과정은 도시 학교에서와 마찬가지로 진행한다.

임실군에 있는 대리초등학교는 2009년 입학생 0명에 재학생 16명으로 폐교 위기에 놓여 있었다. 이때 임실로 귀촌한 교사들이 대리초의 혁신교육과 농촌유학을 담당하게 됐다.

대리초 양성호 교사는 10년째 대리센터에서 농촌유학생들과 동고동락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센터에서는 함께 마을살이를 하며 생활하는 것. 정부의 학교 통폐합 정책으로 폐교 위기에 놓였던 대리초는 농촌유학으로 다시금 살아나기 시작했다. 입학식도 치르지 못했던 작은 학교가 현재는 재학생만 60여명에 달한다.

교육열이 높기로 유명한 ‘청담동 출신’도 3년 동안 농촌유학을 경험했다. 서울 현대고등학교 1학년 박도현군에게 초등 4∼6학년 시절은 화양연화가 됐다. 아토피 등 어려움을 겪다 대리초로 유학 가면서 교과 공부와 생태교육을 모두 접할 수 있었다.

박군은 “서울에서 학원을 여러 곳 다니며 오히려 공부에 흥미가 떨어졌었다. 건강을 찾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공부를 놓을 수도 없었기에 대리초로 유학을 갔다”고 설명했다. 박군은 학교에서 일과를 마친 뒤 친구들과 남아 함께 숙제하고 다양한 ‘자연 놀이’를 개발하며 생활했다. 풀피리 불고 곤충 채집하면서 지내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스마트폰 게임도 재미없어졌다. 서울로 돌아온 뒤에도 박군은 방학 때마다 대리센터를 찾는다. “제게도 ‘시골 친척집’이 생긴 느낌입니다. 뛰어놀았던 경험 등을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긴 거예요.”

지난해 10월14일 대리마을농촌유학센터 학생들이 목공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대리초 양성호 교사 제공
지난해 10월14일 대리마을농촌유학센터 학생들이 목공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대리초 양성호 교사 제공

학원이 없는 교육환경이라고 해서 아이들에게 배움의 기회가 적다거나 없는 것이 아니다. 텃밭 가꾸기, 닭장 짓기, 평상 만들기, 모내기, 산행 및 역사현장 답사·좋은책 프로그램, 지역 명물인 치즈를 이용한 제과제빵 교실, 아토피 치료에 특화한 편백나무 체험 프로그램 등을 주중·주말에 걸쳐 다양하게 운영하고 있다. 대리센터 임성훈 사무장(생활교사)은 “도심에서라면 부모나 교사가 ‘위험하니까 하지 마’라는 이야기를 할 법한 활동들이지만 생활교사의 지도 속에서 차근차근 진행한다. 나무토막이 앉을 의자가 되고, 직접 지은 닭장 속에서 달걀이 생산되는 모습을 보는 건 그 자체로 훌륭한 추억이자 교육”이라고 했다.

대리초 양성호 교사는 농촌유학을 통해 ‘자기주도성’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시에서는 아무리 시켜도 하지 않던 공부지만, 아이들에게 기회와 선택권을 주면 절로 동기부여가 된다. 양 교사는 “학교 국어 시간에 말하기, 쓰기를 배우죠. 사회 시간에는 개인과 공동체를 배웁니다. 하교 뒤 센터에 돌아오는 시간부터 아이들이 두런두런 모여 대화하고 놀이 규칙들을 스스로 만들면서 국어와 사회 공부가 자연스레 확장됩니다.”

3년 전 대리초로 유학 온 뒤 올해 임실 관촌중학교 1학년 학생이 된 김동현군은 서울 용산구 출신이다. 외동으로 자란 김군은 대리센터에서 농촌유학 생활을 하며 열손가락에 꼽을 만큼 많은 ‘형, 누나, 동생들’을 만났다. 도심에서 천식으로 고생하던 김군은 3년 전 농촌유학을 결심한 뒤 줄곧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여기서는 사계절을 다 느낄 수 있어요. ‘경칩’이 오면 정말 마법처럼 때맞춰 개구리가 울면서 잠에서 깨고요. 아침 알람도 맞출 필요 없어요. 닭이 우렁차게 매일 깨워주거든요. 농촌유학 하면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다 보니 꿈도 더 많아졌어요. 자신감도 생겼고요.”

완주군 열린센터-진로적성 지도도 꼼꼼하게

대가족을 경험해볼 수 있는 농촌유학 센터도 있다. 전북 완주군에 있는 열린마을농촌유학센터(이하 열린센터)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교장 선생님’으로 삼고 청소년 상담을 전공한 전·현직 교사들이 아이들을 지도한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열린센터로 농촌유학을 와 4년째 생활하고 있는 완주 고산중학교 2학년 유주희양은 이곳에서 지렁이를 처음 봤다. 도심 속 아스팔트와 보도블록을 주로 보며 자란 유양은, 흙 속에 지렁이가 살면서 땅을 비옥하게 만들어준다는 것도 여기서 알게 됐다.

농촌유학은 대안학교와 달리 공교육 과정이라서 선택하는 데 부담이 없었다. 매일 오후 5시까지 방과후 수업을 하고, 하교한 뒤에는 열린센터에서 다 함께 저녁을 먹는다. 학원은 없지만 센터에서 진행하는 독서 및 글짓기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유양은 “도시에서 살 때보다 오히려 책도 많이 읽게 됐다”며 “11살에 완주 동상초등학교로 농촌유학을 온 뒤 자연스레 중학교도 이 지역에서 진학할 마음을 먹게 됐다”고 했다.

임진희 센터장은 “농촌유학을 통해 인성교육은 물론 자연체험을 할 수 있다. 학교 폭력이 없는 것도 큰 장점이다. 어린 시절부터 과도한 사교육과 치열한 경쟁에 익숙했던 아이들이 이곳에서 생활하며 마음이 치유되는 경험도 한다”고 했다.

‘시골부모’로 활동하는 특기적성 교육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악기 지도를 하고, 민속놀이·요리대회, 텐트 야영 등을 진행한다. 상담센터도 함께 운영한다. 농촌유학이라고 해서 진로적성 지도에 소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정기적으로 심리유형검사(MBTI), 다면적 인성검사(MMPI), 진로검사, 에니어그램 등을 실시하면서 아이들의 고민과 꿈에 대한 이야기를 두루 듣는다.

임 센터장은 “동상초 등 혁신학교와 네트워킹이 잘돼 있다. 공교육 현장과 농촌유학센터, 지역주민들이 함께 꾸준히 협력하며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며 “초·중등 시절 농촌유학을 선택한 아이들의 소중한 시간을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지도한다”고 했다. “어려서부터 기계와 함께 자란 아이들에게 사람과 자연을 만나게 해주는 게 농촌유학의 목표입니다. 도심 속 학원에서 서로의 등만 바라보며 생활하던 아이들이, 이곳에서는 눈을 마주보고 관계 맺기를 배우게 되는 거죠.”

김지윤 <함께하는 교육> 기자 kimjy13@hanedui.com

■ 농촌유학이 궁금해요

‘미인가 대안학교’와 달리 공교육 과정 그대로 이어가

농촌유학은 도시에 사는 초·중·고교 학생들이 농산어촌에서 일정 기간 동안 생활하며 학교를 다니고 시골살이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쉽게 말해 도시에서 농산어촌으로 ‘유학’ 가는 것이다. 전국에서는 전라북도가 처음으로 ‘농촌유학 조례’ 등을 만들어 적극 지원하고 있다. 전북 관내에 농촌유학생들이 다닐 수 있는 정규학교가 710여곳이다.(초 414, 중 208, 일반고 92)

전북 외에도 충북에 제천 희망나무숲산촌유학센터, 괴산 만선당 농촌유학센터, 단양 한드미농촌유학센터와 산위의마을유학센터 등이 있고, 전남엔 옴냇골 농촌유학센터가 운영 중이다.

농촌유학은 미인가 대안학교와는 다르다. 농촌유학을 통해 공부한 기간은 공교육 학력으로 인정한다. 도시에서 초등학교 4학년 1학기 과정을 마치고 농촌유학을 신청할 경우, 해당 지역의 공교육 과정에서 4학년 2학기 수업을 이어 들을 수 있다.

농촌유학은 크게 센터형(기숙형), 농가형, 가족형으로 나뉜다. 학부모와 학생이 가장 선호하는 유형은 ‘센터형 농촌유학’이다. 학생들은 지역 농촌유학센터나 현지 농가 등에서 생활하며 정규학교에 다니고, ‘시골부모’, ‘생활교사’ 등으로 불리는 농산어촌유학 활동가의 지도를 받으며 지방자치단체나 마을에서 제공한 ‘농촌유학시설’에서 생활한다.

농촌유학은 보통 1학기~1년 단위로 이루어진다. 문의를 통해 학기 중에 입학할 수도 있다. 농촌에서의 사계절을 경험해보자는 뜻에서 생활교사 등 전문가들은 1년을 추천한다. 입주금은 학기당 50만~100만원이며 운영주체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다.

부모와 떨어져 있어야 하고, 도시 생활과는 다른 어려움도 있어서 선택권은 아이에게 주는 게 좋다. 결정하기 어렵다면 센터별로 3~7일 동안 진행하는 ‘농촌유학 맛보기 캠프’에 참여해보는 것도 좋다. 대리마을농촌유학센터 임성훈 사무장은 “맛보기 캠프를 통해 농촌 교육 환경을 살펴보고 장기 농촌유학에 참여할 수 있는지를 판단해보라”고 했다.

전북 농촌유학의 경우 센터별로 모집 홍보를 하므로, 누리집(www.jbfarmschool.com)과 전화(1577-3742)를 통해 자세한 정보를 얻는 게 좋다.

김지윤 <함께하는 교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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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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