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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살 성차별 버릇 여든 살까지 간다

양선아 2018. 03. 13
조회수 2865 추천수 0
성평등 육아 제대로 하려면
‘미투’ 대상자 처벌도 필수지만
성인식과 성평등 뿌리 내려야

“남자가 씩씩해야지, 그만 울음 뚝
여자애가 다소곳하지 못하고 자꾸…”

색깔, 진로, 놀이 등 곳곳에 배어있고
가정에서도 남편-아내 역할 고정

성차별1.jpg » 한 초등학교에서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진행한 ‘양성평등학교’에서 성차별과 관련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제공.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미투’(#MeToo, 나도 고발한다)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자신이 겪었던 성범죄의 심각성을 알리는 ‘미투’ 운동이 확산되면서 한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권력과 권위를 갖고 있던 이들이 벌인 행태에 국민 대다수는 분노하고 충격에 사로잡혀 있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초·중·고는 물론이고 대학, 직장 등 사회 곳곳에서 드러난 각종 성폭력 실태에 놀라며 걱정과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미투’ 운동으로 각종 의혹이 제기된 사람에 대한 철저한 수사 및 처벌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성인지적 감수성을 높이고 일상생활에서 성평등 사회가 구현돼야 성폭력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라면, 아이가 어릴 때부터 잘못된 성별 고정관념을 갖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남자다움’, ‘여자다움’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가진 채 폭력이 수반되면 성범죄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미투’ 운동을 계기로 ‘성평등 육아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어, 육아 과정에서 양육자가 드러내기 쉬운 성차별적 인식과 성역할 고정관념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봤다. 

자신도 모르게 무심결에 툭툭

“남자가 씩씩해야지 그까짓 일로 왜 울어? 그만 뚝!” “여자애가 다소곳하지 못하고 자꾸 말대답이야. 그냥 아빠가 하라고 하면 해!” 아이와 대화하다가 양육자는 자신도 모르게 성차별 의식과 성별 고정관념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다. 성역할 고정관념은 남성과 여성을 나눠 성별에 따라 구분되는 사회적 역할을 기대하는, 특정 사회나 문화가 갖고 있는 사고방식이나 신념을 의미한다. 성차별이란 남녀의 생물학적 성을 기초로 특정한 성에 대하여 사회적으로 부과된 편견이나 차별을 의미한다. 이현혜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는 “성별 고정관념은 사람의 사고나 행동을 제한한다”며 “10년 전, 20년 전에 들었던 성차별적 언행을 여전히 그것이 문제인지도 모르고 하는 어른들이 많다”고 말했다.
성차별2.jpg » 가정과 학교에서 아이들이 성별 고정관념을 가지지 않도록 교육하고 어른이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리나 가사는 여성만의 일이 아니라 가족 내 모든 이들의 일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사진은 한 초등학교에서 진행된 ‘양성평등학교’ 프로그램 장면.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제공
성별 고정관념이 여전한 영역으로는 색깔, 진로 및 직업, 놀이, 장난감, 헤어스타일, 외모, 방과후 활동 내용 등 다양하다. “민수는 남자니까 파란색 티셔츠 입을까?”라고 말한다거나 검정 등 어두운 색의 옷을 고른 여아에게 분홍색 옷을 억지로 권유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여자아이라고 무조건 머리를 길러야 예쁘다고 말하거나, 머리를 길러보고 싶은 남자아이에게 “남자니까 머리를 짧게 깎아야지”라고 말하기도 한다. 

드라마 등에서도 비뚤어진 남녀상
나쁜 남자가 멋지게 그려지기도

남자다움, 여자다움 고정관념에
폭력 보태지면 성범죄로

학교나 직장, 모임 등 곳곳 지뢰밭
생애 전 단계마다 성평등 교육 해야

장난감을 사줄 때도 여자에게는 인형이나 주방도구 등을 고르게 하고, 남자아이들에게 자동차나 공, 로봇 등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놀이도 마찬가지다. 모든 여아가 인형 놀이나 소꿉놀이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고, 남자아이라도 소꿉놀이나 인형 놀이를 좋아할 수 있는데 이런 부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 아이가 성별 고정관념을 갖지 않게 하려면, 자신의 기질과 성향에 따라 장난감과 놀이 방법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남자니까”, “여자니까”라는 말은 되도록이면 피해야 한다.
 
칭찬으로라도 외모 평가는 금물

실제로 이 교수가 지난해 초등학교 4~6학년 학생들에게 집과 학교에서 경험한 성차별 사례를 적어보라고 했더니, 아이들은 다음과 같은 말들을 성차별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남학생의 경우 “남자니까 울면 안 돼”, “무거운 것은 남자가 들어줘야지”, “남자애가 왜 이렇게 운동을 못하냐”, “머리 좀 짧게 깎아라” 등을 꼽았고, 여학생의 경우 “여자애가 무슨 축구를 하니? 그냥 피구나 해”, “여자애인데 왜 만날 바지만 입고 다니니?”, “여자애가 무슨 밥을 그렇게 많이 먹냐?”, “여자애가 태권도를 다녀?”라는 말을 꼽았다.

성별 고정관념은 특히 여아의 외모나 행동을 통제하고 제한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서한솔 초등성평등연구회 교사는 “훈육의 언어가 성별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여전히 남자아이에게 좀더 허용적인 분위기가 많다”고 지적했다. 남녀가 싸워도 남아에게는 “여자를 지켜줘야지 때리면 안 된다”고 말하는 반면에, 여아에게는 “기가 세다”, “여자애가 얌전해야지 소리 지르면 안 된다”라는 말을 하며 훈육한다. 남아가 몸장난을 심하게 해서 훈육이 필요한데도 “남자애라 산만해요”, “장난이 심해요”라고 넘어가기도 한다.

여성의 외모를 품평하는 문화도 성차별적 인식을 강화시킨다. 이런 문화로 여아들은 “여자는 얼굴이 예뻐야 한다”거나 “날씬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게 된다. 그런데 막상 여아가 외모에 신경을 쓰면 부모나 선생님으로부터 ‘문제아’ 취급을 받는 모순적인 상황도 맞닥뜨린다. 서 교사는 “우리 사회에서는 여아가 자연 미인으로 태어나지 않는 한 어떻게든 이런저런 품평을 외부로부터 들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가정이나 학교에서 칭찬을 포함한 외모 평가를 하지 않는 게 가장 좋다”고 말했다. 또 안경 쓴 컬링 국가대표, 흰머리 외교부 장관이나 화장 안 하는 선생님 등 다양한 여성 역할 모델을 여아에게 자주 제시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저건 멋 아닌 성폭력이야” 분명히

성별 고정관념이나 성차별적 관점은 각종 대중 매체 속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예를 들어 여성과 남성이 사귀는 과정에서 남자가 여성의 손목을 휘어잡고 벽에 몰아세우면서 강제로 키스하는 장면이 나온다면, 양육자는 “저것은 멋진 남자가 아니라 성폭력이야”라고 말해줄 수 있어야 한다. 이 교수는 “나쁜 남자가 나쁜 남자로 안 보이고 심지어 멋지게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며 “아이가 대중매체 속에 그려진 왜곡된 여성상과 남성상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성차별3.jpg » 가정 내에서 고정된 성역할 깨뜨리기에 힘쓰고 있는 한 가족의 모습이다. 집안일은 가족 모두 나눠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겨레21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가족 내에서 남녀가 고정된 성역할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말로는 성평등을 주장하면서 생활 속에서 실천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맞벌이·외벌이 여부를 떠나 여성 양육자가 육아 및 가사노동을 다 감당한다면, 아이가 그것을 그대로 지켜보며 성역할 고정관념을 갖게 된다. 또 아빠가 “너네 엄마는 집에서 하는 게 뭐냐”와 같은 말을 쉽게 내뱉는다면, 이런 말 자체가 아이들에게 여성 혐오적 시각을 갖게 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양육자 외에도 아이를 만나는 모든 어른들이 성평등 의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가정 내에서 성차별을 받지 않고 자랐더라도 아이가 학교나 사회에 나가 성차별을 경험하면 좌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생애 전 단계에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성평등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늘려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아동 성폭력 예방 교육을 보더라도 성폭력 가해자는 아이에게 친근하게 다가간 뒤 폭력을 행사하는데 어른에게 대항할 수 없는 아이에게 “싫어요” “안 돼요”라고 가르치거나 “따라가지 말라”고 알려준다. 이 교수는 “선진국은 이미 아이를 만날 수 있는 어른 대상으로 예방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며 “아동 성폭력 예방 교육의 방향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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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현재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쓰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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