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새해가 시작된 지도 벌써 석달 째네요.

새해 소망이나 포부에 대해 이야기하긴 조금 늦은 시기같지만,

더 늦으면 이 주제로는 정말 못 쓸 듯 해서

3월이 시작되는 오늘, 올려봅니다.

새 봄, 새로운 시작을 하는 모든 아이들을 응원합니다!



크기변환_DSCN8348.JPG


베이비트리에 처음 아날로그 육아기를 쓰기 시작했을 때,
딸아이는 초등3학년이었습니다.
6년이 훌쩍 지난 올해 봄, 딸은 중3이 됨과 동시에
험난한 고교 입시를 앞둔 수험생이란 타이틀도 짊어지게 되었지요.

딸아이가 다니는 중학교는 해마다
자신의 새해 포부를 담은 사자성어를 붓글씨로 쓰는 것이
겨울방학 과제입니다.
올해는 도저히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다며,
그냥 포기할까?
하며, 밤늦게까지 늦장을 부리는 걸 보다가
"어차피 네 숙제인 걸!"

한마디 툭 던지고 저는 자러 갔습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 부엌으로 가보니
냉장고 앞에 커다란 붓글씨가 붙여져 있었어요.

"일일일생"

좀 심하다 싶을 만큼,
심플한 사자성어를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나더군요.
흠흠,
'획수가 적어서 쓰기엔 쉬웠겠구나.'
생각하며
아침밥을 준비하는데,

가만 생각헤보니,
새해 다짐으로 꽤 어울리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하루가 생의 전부인 것처럼
산다는 것.

과거에 대한 미련과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오늘 하루,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한다는 것.
수험생에게 이것만큼 잘 어울리는 말이 있을까,
싶을 만큼
붓글씨를 볼수록
마음에 드는 글이었답니다.

군더더기없이 깔끔하고 단순하게
정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것.
완벽하게 실천할 수 없다 해도
그렇게
마음에 새기는 것 만으로도
뭔가 든든하고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깁니다.

이 아이를 키우며 지내온
지난 15,6년을 돌아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매일매일 그러진 못했지만,
아이의 그 순간, 그 상황, 그 마음에
할 수 있는 한 집중하려 노력했다는.

지금 이 순간밖에 없는 것처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작은 것에 기뻐하고 행복해하며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왔습니다.

그런 하루하루가 겹겹이 쌓여
아이의 내면을 이루었다고 생각해요.
이제, 그 내면의 재료로
아이는 자신의 인생과 미래를 가꾸고 살아가야 합니다.

일일일생.

마흔을 훌쩍 지나 이제 쉰을 바라보게 된
이 엄마의 새해에도 필요한
건강하고 고운 말이네요.
아이를 통해
늘 삶의 힌트를 얻는 것,
육아가 가진 가장 큰 미덕 아닐까요?

새로 선물받은 365일.
아이도 부모도
소중하게 쓸 수 있는
2018년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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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
윤영희
배낭여행 중에 일본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 현재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도쿄 근교의 작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서둘러 완성하는 삶보다 천천히, 제대로 즐기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육아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무료로 밥을 먹는 ‘어린이식당 운동’활동가로 일하며, 계간 <창비어린이>에 일본통신원으로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육아>가 있다.
이메일 : lindgren70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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