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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보다 생활습관 먼저, 아빠도 역할분담 반드시

양선아 2018. 02. 27
조회수 2219 추천수 0
선배가 권하는 초등1학년 부모생활
입학2.jpg » 지난해 3월2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린이들이 입학식이 끝난 뒤 1년 동안 생활할 교실을 둘러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아이의 본격적인 사회생활 시작
친구 사귀기·한글 쓰기 등 걱정 앞서 

교과과정 바뀌어 기초부터 가르치고
알림장도 복사해 노트에 붙여줘

집에 오자마자 알림장 같이 확인하고
아이 스스로 숙제나 준비물 챙기게 

3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를 둔 부모라면, 새로운 학교생활에 대해 아이만큼이나 설레면서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학교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과는 달리 아이에게는 본격적인 사회생활이기 때문이다. ‘소심한 내 아이가 친구는 제대로 사귈 수 있을까?’ ‘수업 시간에 제자리에 앉아 있을 수 있을까?’ ‘점심시간에 밥은 제대로 먹으려나?’ 등 걱정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불안한 마음을 달래려면, 그 길을 먼저 걸어본 사람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는 것이 좋다. <한겨레> 육아 웹진 ‘베이비트리’는 초등학교 1학년 시기를 무사히 잘 통과한 선배 부모들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경험담과 그들이 예비 초등생 학부모들에게 해주고 싶어하는 조언을 모아봤다. 

한글교육 2배 늘고 받아쓰기 안해

“교우 관계와 한글 쓰기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어요. 막상 학교를 가보니 교과 과정이 바뀌어서 숙제나 받아쓰기 부담이 없더라고요. 1년 지나보니 지나치게 걱정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비 초등생 부모들에게는 걱정보다는 규칙적인 생활과 올바른 생활 습관 만들기만 잘 도와줘도, 아이는 충분히 잘해낼 거라고 말하고 싶어요.”

초등 1학년 학부모 생활을 마친 김인화(44·경기도 의왕시)씨의 조언이다. 일반적으로 학교 입학을 앞둔 부모들의 걱정 중 하나가 한글 쓰기였다. 그러나 교육부가 교과 과정을 개정해 지난해부터 적용하면서 초등학교 1~2학년군 국어 교과서의 한글 교육이 기존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또 연필 바르게 잡는 방법, 한글 획순 외우기 등 가장 기초적인 부분부터 학교에서 가르치고, 1학년 1학기에는 한글 받아쓰기도 하지 않는다. 알림장도 1학기에는 프린트물 형태로 복사해서 노트에 붙여준다. 김씨의 아들도 한글 읽기만 가능했고 쓰지 못했다. 그런데 학교에 가서 1학기 때 국어 수업을 듣고 2학기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받아쓰기 시험을 보아도 어려움 없이 해냈다.

오히려 김씨는 자기 물건 제대로 챙기기, 화장실 스스로 다녀오기, 인사하기, 친구 배려하기 등 일상생활 습관이 중요함을 실감했다. “아들도 그렇고 주변을 둘러보면 필통을 학교에 두고 오거나, 알림장을 놔두고 오는 경우가 있었어요. 아이가 집에 오자마자 부모가 가방을 열어 알림장을 확인하는 게 중요해요.”

알림장을 통해 선생님, 학생, 학부모는 소통을 한다. 숙제는 물론이고 준비물과 공지 사항까지 알림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아이가 돌아오자마자 부모가 아이와 함께 알림장을 확인한 뒤, 아이 스스로 준비물이나 숙제를 챙기는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직장맘이라면 전화로 확인해볼 수 있다.

3월엔 특히 예민해 많이 품어주고
아빠도 학교행사 등에 적극 참여

서툴고 적응 힘들어 문제 생기면
부부 함께 더 격려하고 교사와 소통

또 다른 학부모 강순영(46·경기도 성남시)씨는 “3월엔 아이가 예민할 수밖에 없으니 아이를 가능한 한 많이 품어 주어라”라고 귀띔했다. 직장맘인 그는 아이가 학교 수업을 끝내면 방과후 수업을 듣게 했다. 그 뒤로는 아파트 내 돌봄센터에 보냈다. 그런데 지난해 3월엔 돌봄센터 내에서 유난히 아이들끼리 다투는 일이 많았다. 당시 담당 선생님은 “3월엔 모든 아이들이 예민하다. 아이들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신경이 곤두서 있다. 그럴 땐 부모가 좀 더 아이를 받아주라”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3월이 지나니 아이들끼리의 다툼도 줄어들고 나아졌다.

녹색어머니회 대신 녹색부모회로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예비소집, 입학식, 학부모 총회, 참관 수업, 상담 등 부모로서 학교에 가야 할 일이 많다. 학교 적응부터 각종 학교 행사 참여까지 대부분 엄마가 참여한다. 그런데 초등학교 시기일수록 아빠 스스로 아이를 키우는 주체라고 인식하고, 역할 분담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초등1.jpg » 제주 한 초등학교 체육대회에 엄마 외에도 아빠들도 참석해 체육대회를 즐기고 있다. 홍창욱씨는 학교 행사에 아빠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아이를 좀더 폭넓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홍창욱씨 제공
딸 해솔이가 지난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빠 홍창욱(40·제주도)씨는 입학 전 아이를 학교에 데리고 가 학교 운동장과 놀이터 등을 미리 구경시켜주었다. 홍씨는 “아무리 바쁜 아빠라도 입학 전에 아이에게 학교 구경 시켜주는 일은 휴일을 이용해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며 “작은 일이라도 아빠가 아이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씨는 이뿐만 아니라 학교 공개 수업과 상담까지 아내와 함께 참여했다. 홍씨 역시 처음부터 ‘알아서’ 학교 행사에 참여한 것은 아니다. 여느 아빠처럼 그도 일하면서 시간 빼기를 힘들어했고, 업무에 열중하다 보면 학교 관련 일정을 깜빡 잊기도 했다. 그때마다 아내는 “당신 일이 아니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일정을 깜빡하거나 일정을 조정하지 않은 것 아니냐?”라고 질책했다. 처음에는 아내의 경고 때문에 어린이집·학교 행사에 참여했는데, 막상 참여해보니 오히려 그가 아이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져 만족스러웠다.
초등2.jpg » 초등학교 등교 시간에 교통 지도 봉사활동을 한 홍창욱씨가 아이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홍씨는 시대착오적인 ‘녹색어머니회’라는 이름을 ‘녹색부모회’로 바꾸고 아버지들의 참여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창욱씨 제공
“아내가 아이에 대해 어떤 걱정을 하면 피상적으로 듣는 데만 그치지 않고 함께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됐어요. 상담 시간에 선생님도 봤고, 공개 수업이나 녹색어머니회 활동을 통해 아이 친구들도 봤으니 아이가 어떤 환경에 놓여 있는지 알잖아요. 아이에 대한 고민이 아내 혼자의 고민이 아니라 가족 전체의 고민이 됐고, 그러면서 가족 간의 유대도 높아졌지요.”

그는 아이들 등교 시간에 교통 지도를 하는 ‘녹색어머니회’라는 이름도 시대착오적이라며 ‘녹색부모회’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어머니뿐만 아니라 아버지들도 이런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도록 이름부터 바꾸자는 것이다.

모든 아이가 학교생활을 원만하게 하는 것만은 아니다. 조금은 서툴고 초기 적응에 힘들어하는 아이도 있다. 부모가 몰랐던 문제를 입학해서 발견할 수도 있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부부가 함께 힘을 합쳐 아이에게 어떻게 반응하고 어떻게 대화하느냐이다.

난독증 알기 전엔 괜히 다그치기만

박진현씨는 지난해 아들 윤슬이가 입학한 뒤 읽기 장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1학년 1학기 과정이 다 끝나가는데도 한글을 제대로 읽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난독증’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기 전까지, 아내와 윤슬이는 많이 충돌했다. 아내는 “왜 이것을 못 읽느냐”고 다그쳤고, 엄마가 그럴수록 아이는 한글 공부를 꺼렸다. 부부는 아이가 한글을 늦게 깨치는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러다 부부는 소아청소년정신과 진료와 함께 복지관에서의 한글 읽기 검사, 인지 검사, 심리 검사를 한 뒤 아이에게 읽기 장애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부부는 힘을 합쳐 난독증 관련 책을 찾아 읽고 아이를 어떻게 키울지 대화를 많이 했다. 또 아이의 자존감 저하를 막기 위해 심리 치료도 병행하기로 결정했다. 아이의 특성에 맞게 소리로 한글을 가르치기로 했고, 교사와도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아이가 친구보다 배우는 속도가 늦더라도 조금이라도 발전하면 칭찬하며 격려해주었다. 그 결과 아이의 자존감도 향상됐고 학교도 즐겁게 다니고 있다.

“윤슬이 일을 겪으면서 아빠가 육아의 주체라고 인식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더라고요. 난독증 관련 책도 많이 읽고 아내와 어떻게 협력할지 정말 많이 토론했어요. 아이 문제 관련해 아내가 맞을 때도 있고, 조급할 때도 있고, 틀릴 때도 있어요. 그런데 아내에게 육아의 전권을 맡겨두면, 아내 혼자 모든 걸 선택해야 하고 때로는 잘못된 길로도 갈 수 있는 것이지요. 아빠들도 엄마만큼 육아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노력을 같이 해야 하지 않을까요?”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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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현재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쓰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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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 http://plug.hani.co.kr/anma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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