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딸들4.jpg


"엄마, 자위가 뭐예요?"

두 딸과 함께 있을 때 큰 딸이 물었다.

올 해 열두살이 된 큰 딸이다. 

"자위? 난 첨 들어 봐요. 그게 뭔데요?"

아홉살 막내도 눈이 동그래진다.


큰 딸에게 생리에 대해서 가르쳐 준 것이 아홉살이었다.

남자와 여자의 성기가 어떻게 다른지, 여자의 성기에서는 사춘기가 되면

어떤 변화가 오는지, 생리는 어떻게 일어나는 일인지 우린 묻고 대답하고

함께 공부하면서 알아보았다.

그 후에 딸은 오빠처럼 집에 있는 성교육 만화책을 보면서 조금씩 '성'에 대해서

알아가는 눈치였다. '위안부', '성노예'라는 개념을 통해서 전쟁중에 폭력적으로

이용되고 착취되는 성에 대해 배웠고 '미투 캠페인'을 대하면서

'성폭력', '성추행', '강간', '피임'그리고 최근에는 '생리컵'에 대해서도

우린 얘기를 계속 나누어 왔다.  이젠 '자위'가 궁금하구나.


나는 잠깐 숨을 고른 후 이야기를 시작했다.


"자위는 사람들이 자기 성기를 이용해서 즐거움을 얻는 모든 행위들이라고 할까?

말하자면 사람들은 다 성기가 있잖아. 그걸 만지작거리면서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 지는 그런 행동들을 자위라고 하지"

"어떻게 하는 건데요?"

막내가 점점 더 궁금하다는 듯이 묻는다.


"예를 들면 남자들은 고추가 있잖아. 아니, 진짜 이름은 '자지'라고 하지.

남자들이 자위를 하는 방법은 대부분 비슷한데,  자지를 손으로 잡고

위, 아래로 흔들다보면 기분이 완전 좋아진대.

여자들은 성기가 남자랑 많이 다르잖아. 훨씬 복잡하고 오밀조밀하게 생겼잖아.

우리, 지난번에 목욕탕에 가서 마주 보고 앉아서 때 밀다가 서로의 성기를

자세하게 들여다본적이 있지? 그때 어떤게 클리토리스인지 서로 배웠지.

여자들은 클리토리스도 있고, 소음순도 있고 대음순도 있고, 아기가 나오는

'질'도 있는데 그런 곳들을 다양하게 활용해서 자위를 할 수 있어.

여자들마다 자위하는 방법이 다 다를수도 있고..

상상력을 발휘하거나 창의력을 발휘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기분이

좋아지게 할 수 있어."


"나는 자위 안 하는데.."

"이룸이는 아직 어리잖아. 그런데 사춘기가 되고 몸이 커지고 생식기도

발달하게 되면 자기 성기를 만지는 것이 더 좋아지기도 하고

새로운 느낌을 얻을 수도 있어.

자위는 나쁜것도 아니고 이상한것도 아니거든.

그냥 자라면서 경험하는 자연스런 일이야. 자위를 하다보면

내 몸이 나에게 어떤 느낌을 줄 수 있는지 알게 되고 자기 몸에

대해서 더 많은 것들을 알게 되기도 해.

그렇지만 자위를 할때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이 있지"

"그게 뭔데요?"

"자위는 자기 혼자 즐기는 일이기 때문에 반드시 혼자 있을때 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이 함께 있는 곳에서는 하면 안되지.

예를 들어 오빠가 자기 방에 혼자 들어가 자위를 하는 것은 괜찮지만

어떤 남자자 공공장소에서 자기 성기를 손에 쥐고 흔들어댄다고

생각해봐. "

"그건 완전 변태예요."

"그래, 혼자 해야 하는 일을 여러사람 보는 앞에서 할때 변태가 죄고 범죄도 되지.

그러니까 꼭 혼자 있을때 즐길것, 그리고 청결하고 안전하게 즐기고 처리할 것.

이 두가지만 지키면 자위는 언제라도 헤도 돼"

"아하.."

큰 딸은 뭔가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자위든 뭐든 몸으로 하는 일이나, 몸에 대해서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물어봐. 그나저나 오빠는 아홉살때 '딸딸이'가 뭐예요, 물어보길래

'딸딸이'는 남자들의 자위를 부르는 말인데,

그때 남자들의 자위에 대해서 설명해주면서 이다음에 사춘기가 와서

처음 자위하게 되면 기분이 어떤지 얘기해주기로 약속했는데

아직까지 아무말 없네."

"우아, 딸딸이래. 이름 완전 웃기다. 털털이도 아니고.."

이룸이가 큭큭 웃었다.

"그러게, 성기를 흔들때 그런 소리가 나는  것도 아닐텐데..

만약 자위할때 딸딸거리는 소리가 난다면 진짜 웃기겠다.

남자들 자위는 '딸딸이'라는 별칭이 있는데 여자들 자위엔

그런게 없어. 우리가 이쁜 별칭을 지어줄까?"


아홉살, 열두살, 마흔 아홉살 세 여자의 이날 수다는

여자들의 자위에 대한 별칭에 대한 아이디어를 쏟아내면서

마무리 되었다.


그날 저녁,  싱크대를 정리하고 있는 내 옆에서 설저기를 도와주는

큰딸에게 물었다.


"그런데 윤정아, 엄마는 자위를 할까, 안 할까?"

"......... 안 해요"

윤정이는 깜짝 놀라는 표정으로 잠깐 나를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하하. 왜 안 한다고 생각해?"

"음... 한번도 본 적이 없잖아요. 엄마는 늘 우리랑 같이 있어서

할 시간도 없고요"

"크크, 그렇게 생각했구나.

사실은 엄마도 자위를 해"

"진짜요??" 윤정이는 완전히 눈이 동그래졌다.


"그럼. 그렇지만 너희들이 없을때 엄마 혼자 있을때 하지. 그러니까

너희들은 당연히 본 일이 없겠지. 자위는 혼자 하는 일이니까.

엄마는 자위를 하고, 자위를 좋아해.

물론 엄마는 결혼을 한 사람이고 아빠랑 부부생할도 하고, 같이 잠도 자는데

엄마는 아빠랑 몸으로 사랑을 나누는 일도 완전 좋아하거든.

그런데 남편이 있고  같이 사랑을 나누기 때문에 자위를 안 하는건 아니야.

자위는 결혼이나, 몸을 나누는 파트너가 있꺼나 없거나와 상관없이

그냥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엄마는 아빠랑 자는 것도 좋고, 자위도 좋아.

자위를 하면서 엄마 몸에 대해서 아주 민감해지고,  내 몸이 주는 감각에

대해서 아주 잘 알게 되었다고 할까?

엄마가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윤정이가 자위에 대해서 어떤 편견이나 선입견을

갖지 않길 바라기 때문이야.

해도 되고, 안 해도 되지만 나쁜것도 부끄러운 것도 아니고..

그냥 자연스런 일인데 엄마가 윤정이만 했을때 이런 얘기를 해 주는

어른이 없었어. 그래서 자라는 내내 자위를 하면서도 마음이 불편했거든

그래서 이다음에 어른이 되고 엄마가 되면 내 딸들에게는 자위든 어떤 것이든

잘 알려줘야지... 생각했지.

윤정이가 벌써 이만큼 커서 엄마에게 '자위'에 대해서 물어봐줘서 정말 행복해.

고마워"

"저도요"

윤정이는 뿌듯한 표정으로 야무지게 설거지를 마치고 나갔다.


부엌 정리를 마치고 거실로 나갔더니 엎드려서 책을 보고 있던 이룸이가

다짜고짜 내게 묻는다.

"엄마, 성행위가 뭐예요?"

으응? 하고 쳐다보았더니 오빠와 언니가 보았던 성교육 만화책 '보이툰'을

읽고 있는 중에 그런 단어를 만난 모양이다.

"아빠가 설명해 줬잖아. 남자랑 여자가 몸으로 사랑을 나누는 거라고,

영어로는 그걸  섹스라고 한다고.."

곁에 있던 남편이 거들었다.

"그래 맞아. 서로 좋아하는 사람끼리 몸으로 사랑을 나누는 걸 성행위하고 해.

껴안고 쓰다듬고 만져주고 하면서..."

"알몸으로요? 브래지어도 벗구요?"

이룸이는 옷을 벗고 한다는 것이 제일 궁금한 모양이다.

"하하. 브래지어는 안 벗어도 상관없지만 팬티는 벗어야 할 걸?"

나는 큭큭 웃었다


"엄마, 엄마, 귓속말 할 거 있어요"

그 순간, 이룸이가 벌떡 일어나 내게로 달려와 귀에 제 입을 가져다 댄다.

"그런데요... 그거 할때 기분이 어때요?"

아홉살 막내의 발칙한 질문에 나는 진심으로 빵 터졌다.

"크하하. 이룸아, 이런 질문은 귓속말로 안해도 돼. 그냥 물어봐.

성행위할때 기분이 어떠냐고? 그야 당연히 좋지. 큭큭.

엄마는 아빠를 좋아하잖아. 그래서 아빠 뱃살도 엉덩이도 완전 좋아하지.

그러니까 맨날 아빠 뱃살 주무르고 그러잖아. 아빠랑 옷 벗고 껴안고

만져주고 안아주면 기분이 얼마나 좋다고..

성행위를 했으니까 아빠 몸에 있는 아기 씨앗이 엄마 몸  속으로 들어와서

너희들이 생긴거잖아. 성행위를 안 했으면 너희들이 어떻게 생겼겠어"

"아하... 그러니까 딱 세번 했겠네요?"

막내의 천진한 말에 또 한번 크게 웃었다.

"하하. 세번은 더 했을걸"

성행위가 아이를 만드는 일이 아니고도 얼마든지 즐기는 일 이라는 이야기는

다음에 설명해주자. 진짜 자세한 교합의 원리도..


"그런데 생각해봐. 엄마랑 아빠는 서로 좋아하고 원하니까 즐겁게 성행위를

하느데 만약 어떤 남자가 이룸이가 원하지도 않는데 이룸이한테 성행위를

하려고 하면 기분이 어떻겠어"

"그건 절대 안되죠. 변태, 미친놈이예요"

이룸이는 씪씩거렸다.

"엄마, 그걸 성폭력, 강간, 성추행이라고 하는거죠?"

윤정이가 말했다.


"그래. 그건 절대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지. 성행위는 서로 원하는 두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지, 한사람이 일방적으로 원해서 억지로 하게 되면

끔찍한 범죄가 되는거야. 절대 그런 일이 있으면 안되지"

우리의 이야기는 또다시 '미투 캠페인'으로 열띄게 이어졌다.


아이들이 어릴때는 몸이 고달프고 힘들었지만 크면서는 묻고 대답해주는

일에 때로 만만치않은 내공이 필요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가끔은 도전도 되지만 사실은 항상 기대해왔던 일이라 반갑고 좋다.

딸들과 엄마의 관계에서 같은 여자, 같은 인간으로서의 다양한 경험들을

나눌 수 있게 되기를 늘 바래왔기 대문이다.


부모를 믿고 어떤 질문이든 꺼내놓을 수 있다는 것은 참 기쁜 일이다.

완벽한 대답은 없겠지만 함께 솔직하게 얘기하다보면 어떤 주제든

나눌 수 있다.


보송 보송 어리던 딸들이 이만큼 자랐다.

철없던 엄마였던 나도 이만큼이나 커왔다.

다음엔 또 어떤 질문이 내게 올까.


커가는 아이들에게 오는 질문들이 나를 더 많이 공부하게 하고 생각하게 한다.

생각할 수록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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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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