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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영어수업 금지’ 여부 1년 뒤 결정… 교육정책 피로감

베이비트리 2018. 01. 17
조회수 1081 추천수 0
2월 중 ‘영어 유치원’ 정부 합동 단속
교육부 “유아 사교육 먼저 규제할 것”
유치원 영어수업 금지할지는 답변 보류
“진전 없이 ‘판도라 상자’ 열었다 닫기만…”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풍경. 한겨레 자료 사진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풍경. 한겨레 자료 사진

초등학교 3학년 영어 수업보다 이전에 제공되는 유치원·어린이집 영어 수업을 정부가 규제할지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교육부가 “유아 영어학원(영어 유치원) 등 유아 사교육을 먼저 강력히 규제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유치원·어린이집의 영어 수업 자체를 금지할지에 대해서는 “1년 뒤 기준을 마련하겠다”고만 밝혀 학부모들의 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교육부는 “고액의 ‘유아 영어학원’(영어유치원) 단속을 즉시 시행하겠다”며 “당장 올 2월 유아 영어학원의 ‘영어 유치원’ 명칭 불법 사용과 시설 안전 등에 대해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소방청 등과 함께 점검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교육부의 ‘방과후과정 운영 지침’을 어기는 유치원 영어 수업에 대해 ‘상시 점검단’을 설치해 철저히 감독하겠다고 밝혔다. 과도한 교습비 징수, 장시간 수업, 영어학원과 연계한 편법 운영 등 교육부 지침을 위반한 유치원은 시정 명령 등 행정 제재도 강화할 방침이다. 현재 ‘유아 영어학원’의 교습시간이나 교습비, 교습내용은 마땅히 규제할 법령이 부족한데, 이에 대한 운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교육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관련 법령 개정도 추진할 예정이다. 김상곤 교육부장관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시작되는 영어 적기교육이 가능하려면, 과도한 영어 사교육 관행부터 우선 개선해야 한다”며 “공교육 영어 내실화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올해 말까지 지역별, 소득별로 영어 교육 격차가 벌어지지 않도록 할 공교육 영어 수업의 역량 강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뜨거운 쟁점이었던 유치원 영어 수업 금지 여부에 대해서 여전히 ‘오리무중’인 상태다. 교육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영어수업 자체를 규제할지에 대해 “내년 초까지 운영 기준을 마련하겠다”고만 밝히며 답변을 보류했다. 신익현 교육부 국장은 “(영어 적기교육이라는) 원칙과 기조는 분명히 지켜나갈 것이지만, 한 가지 안을 갖고 추진하기보다 다양한 방법들을 열어 두고 고민하겠다”고만 답했다. 유치원 영어수업의 금지 방법과 시기를 올 1월 확정해 발표하겠다는 당초 입장을 교육부가 사실상 번복한 것이다.

교육부가 또다시 결정을 1년 유예한 만큼, 비판 여론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정책에 대해 교육부가 ‘유예’ 방침을 내놓은 것은 지난해 8월 말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을 1년 유예한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갈등이 첨예한 쟁점 사안에 대해 교육부가 혼란을 키우는 방식으로 의제 관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영어 조기교육이 얼마나 뜨거운 쟁점 사안인지 안 봐도 불 보듯 뻔한데, 이를 공론화 과정 없이 교육부가 선제적으로 금지하려 했던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가 뚜렷한 교육철학을 제시하기 보다 여론에 따라 갈팡질팡하며 시행하려던 기존 정책을 매번 유예하는 상황이 국민들의 정책 피로도를 높인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대표는 “‘영어 조기교육’이란 뜨거운 쟁점 사안에 대해 정부가 판도라의 상자를 한번 열었다 닫아버리는 수준으로 머문다면 갈등만 심화시키고 교육 정책이 발전하지 못한다”며 “유예를 하더라도 이번 정책 방향은 옳은 만큼, 1년 뒤에는 더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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