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유치원·어린이집 영어수업 금지 ‘원점 재검토’?…딜레마 빠진 정부

베이비트리 2018. 01. 16
조회수 1184 추천수 0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유아교육을 놀이 중심으로 개편하고 유치원·어린이집의 영어 특별활동 프로그램을 금지하려던 정부가 반대 여론이 커지자 “시간을 두고 의견수렴을 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교육정책에 대한 정부의 일관성 없는 태도가 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달 27일 교육부가 ‘유아교육 혁신방안’을 발표하며 촉발됐다. 교육부는 누리과정(3~5살 유치원·어린이집 공통교육과정)을 놀이 중심으로 개편하기로 하고 유치원에서 제공하는 학습 위주의 영어 특별 프로그램을 규제하기로 했다. 아울러 초등학교 1·2학년의 방과후 영어수업이 공교육정상화법(선행학습금지법)으로 인해 올해 3월부터 금지될 예정이다 보니, 교육부는 유치원 영어수업도 함께 규제할 방침을 세웠다. 교육부는 보건복지부와도 협의해 영어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어린이집도 함께 규제하기로 협의했다. 아동의 발달과정상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영어를 배우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원칙을 세우고, 공교육에서는 초등학교 3학년 이전에 영어 수업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게 애초 정부 방침이었다.

하지만 영어수업에 대한 정부의 이런 정책 기조는 유아기 자녀를 둔 부모와 초등학교 1·2학년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학부모들은 공교육에서 제공하는 저렴한 방과후 수업과 유치원·어린이집 특별활동 프로그램만 규제하면, 오히려 학원 등 고액의 사교육기관을 찾을 수 있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의 교육 불평등만 촉발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33개 교육 시민단체들은 교육부의 유치원 등 영어 특별활동 규제 정책과 관련해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연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33개 교육 시민단체들은 교육부의 유치원 등 영어 특별활동 규제 정책과 관련해 지난 10일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연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학교, 유치원, 어린이집과 달리 사교육기관은 정부가 규제할 근거가 없다는 점이 문제였다. 최은순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회장은 “정부의 정책 방향은 맞는데 지금의 반쪽짜리 법으로는 저렴한 공교육만 금지할 수 있고 사교육은 금지하지 못한다. 비싼 돈 주고 사교육기관에 보내야 하니 가계부담만 늘어나 학부모들이 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여론이 좋지 않다 보니 교육부는 기존 태도에서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15일 “이미 유치원에서 영어 프로그램을 금지한 교육청도 있기 때문에 정책 기조가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다. 다만, 좀더 유연하게 가기 위한 여러 방법을 폭넓게 고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교육에서 초등학교 3학년 이전에는 영어 수업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정책 방향에는 변화가 없지만, 규제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시작할지는 아무런 방침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교육부가 규제 방침을 미루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는 것이 학부모들의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공동대표는 “교육정책에 대한 사회적 혼란이 클 때 새 정부가 교육철학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며 학부모들을 설득하면 불안하지 않을 텐데 방관하며 여론의 눈치를 보다 보니 갈등이 커진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베이비트리
안녕하세요, 베이비트리 운영자입니다. 꾸벅~ 놀이·교육학자 + 소아과 전문의 + 한방소아과 한의사 + 한겨레 기자 + 유쾌발랄 블로거들이 똘똥 뭉친 베이비트리,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혼자서 꼭꼭 싸놓지 마세요. 괜찮은 육아정보도 좋고, 남편과의 갈등도 좋아요. 베이비트리 가족들에게 풀어놓으세요. ^^
이메일 : hanispecial@hani.co.kr       트위터 : ibabytree       페이스북 : babytree      
홈페이지 : http://babytree.hani.co.kr

최신글




  • 사립유치원 에듀파인 시연…“모든 수입·지출 이력 남아”사립유치원 에듀파인 시연…“모든 수입·지출 이력 남아”

    양선아 | 2019. 02. 18

    교육부, 다음달부터 사립유치원 적용보조금·지원금·학부모분담금 등 재원별로 지출 명확히 관리 등록 거래업체만 지출할 수 있어 부정 지출도 사전 예방 가능 교육부가 다음달 1일부터 원아 200명 이상인 대형 유치원에 도입되는 에듀파인을...

  • ‘에듀파인 도입’ 거부한 채 교사 인건비 달라는 한유총‘에듀파인 도입’ 거부한 채 교사 인건비 달라는 한유총

    양선아 | 2019. 02. 14

    행보 엇갈린 사립유치원 단체회계 투명화 약속한 한사협 출범“교육부 장관 만나 현안 논의할 것” 설립취소 위기 한유총 교육청 항의방문서울시교육청이 ‘에듀파인’이나 ‘처음학교로’를 사용하지 않는 사립유치원에 교사 인건비를 지급하지 않...

  • 9살 이하 20.7%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점점 늘어9살 이하 20.7%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점점 늘어

    베이비트리 | 2019. 02. 13

    과기정통부·정보화진흥원, 실태조사유아·아동 위험군 20.7%…1.6%p↑조사 대상 연령층 가운데 증가폭 최대 “양육 때 스마트폰 활용 증가 탓” 분석위험군 삶 만족도 일반 사용자보다 떨어져<한겨레> 자료사진스마트폰을 활용한 양육 탓에 3...

  • 출산율 하락 예상보다 빨라…인구감소 시점 앞당겨질 듯출산율 하락 예상보다 빨라…인구감소 시점 앞당겨질 듯

    베이비트리 | 2019. 02. 11

    2018년 합계출산율 1명 미만 추정다음달 장래인구 특별추계 발표<한겨레> 자료사진다음달 말 발표될 장래인구 특별추계에서 우리나라 총인구 감소 시점이 앞당겨질 전망이다. 합계출산율(출산 가능한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출생아 수...

  • 에듀파인 10곳 중 2곳만 적용하는데… 사립유치원 정보공시 강화 ‘더딘 걸음’에듀파인 10곳 중 2곳만 적용하는데… 사립유치원 정보공시 강화 ‘더딘 걸음’

    양선아 | 2019. 02. 11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부실·허위 정보 공시 제재안 빠져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10월2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치원 공공성 강화 당정협의’를 마친 뒤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강창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