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30일 제주로 내려왔다. 서울이 죽도록 싫어서 혹은 제주가 죽도록 좋아서가 아니라 조금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었던것 같다. 2009년엔 멀리 이민을 가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아마도 나는 그 심정으로 바다를 건넜을 것이다. 당시만 해도 제주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는데 방송에 제주살이는 그때도 핫한 아이템이었다. 다만 실행에 옮기는 사람이 적었다. 나는 자본도 경험도 적었기에 안전한 직장이주를 택하였고 2년간 직장생활을 하며 제주사회를 익혔다. 처음엔 제주 사람 3명과 사겨 보는게 목표일 정도로 제주에서 나고 자란 사람과 연계가 없었는데 제주 마을공동체 일을 하며 이는 자연스럽게 해소되었고 학연, 지연, 혈연, 군연까지 인연의 실타리는 끝이 없어서 사람사귀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최근엔 관심사, 학습, 독서 등 다양한 모임에 참여하여 서로의 성장에 도움을 주고 받고 있다.
 
홍창욱 - 복사본.jpg » 제주에 이주한 첫해 아내와 함께 한라수목원에 올라 찍은 사진
 
제주에 처음 왔을때 아는 사람 한명도 없었다는 점이 내게 큰 이점이 되기도 했다. 좀 더 나와 가족중심으로 생활을 할 수 있었고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내가 누군지를 아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기에 대학에 처음 들어간 신입생의 마음가짐으로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쪽팔림이 없었다. 방송이며, 노래자랑 참가며, 신문사 칼럼이며, 책이며, 팟캐스트 제작이며 거침없이 진행했다. 물론 그 중에 헛발질도 많았고 어떤 것은 내 인생에 큰 가르침을 주었다. 아직도 난 꾸준히 정기적으로 한푼 두푼 모으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고 그러한 JOB들은 나와 가정경제에 큰 보탬이 되었다. 이 자리를 빌어 그러한 일들을 내게 소개해준 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 제주에 살며 나는 세상과 혹은 사람들과 단절될 줄 알았다. 블로그에 마치 이민가는 사람들 처럼 처음엔 썼었는데.. 이게 왠걸. 제주는 세상의 중심에 있었고 나는 서울에서 보다 많은 사람을 제주에서 만났다. 그 중엔 핫한 사람도 많았다.
문재인1.jpg »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다. 문재인 대통령 방문하여 동료들과 함께 사진을 남겼다
 

난 참 운이 좋은 사람이고 복이 많은 사람이다. 2009년 다른 삶을 살고 싶어 선택한 제주는 최근 10년 동안 가장 살고 싶은 지역이 되었고 2011년 월급 80만원으로 일하기 시작한 무릉외갓집은 6년만에 대통령이 다녀가셨다. 2014년 나는 선배의 권유로 따뜻한 남쪽 나라이자 사람들이 덜 붐비는 서귀포로 이주하게 되었고 2016년 나는 평생의 비전을 농업으로 잡았다. 부모님이 떠나라고 했던 농업농촌으로 30년만에 다시 돌아오게 된 것이다.  그간에 제주를 떠난 사람도 많았다. 모두 다들 각자의 사정이 있을 것이다. 떠나는 사람이 다음 주거지에선 조금 더 따뜻하고 행복하면 좋겠다. 삶은 과정의 연속이고 행복은 노력이 필요한 것이니까.
 
뽀뇨2.jpg » 뽀뇨돌잔치. 아는 분들과 조촐한 포트락파티를 했다. 처음으로 대금연주를 했는데 소리가 안나서 너무 힘들었다
 
그간의 10년의 내 삶은 주거지며 육아며 농업농촌이며 글쓰기며 만나는  사람이며 모든 것이 새로운 것 투성이였다. 다시 태어났다는 것이 바른 표현일 것이다. 그 정도로 모든 것이 새롭게 세팅되었지만 육지에서 가져온 씨앗은 있었다. 바로 아내와 내 아이, 뽀뇨. 아이는 내게 새로운 삶을 선사해 주었고 그것은 말할 수 없는 기쁨이자 에너지였다. 2011년 아이를 돌보는 일만 할때는 "내 인생이 이제 끝났구나" 싶었는데 나는 블로그에 육아일기를 쓰며 새로운 도전의 의미를 되새겼다. 그리고 아이볼 수 있는 직장을 찾다보니 무릉외갓집까지 연이 되었고 무릉외갓집에서 일하다보니 지금까지 왔다.
 
뽀뇨2.jpg » 뽀뇨와 함께 무릉외갓집 농장에서. 돌지난 뽀뇨와 나는 몇년을 함께 출근했다.
 
"살아가며 어려운 일은 없었나?"라고 묻는데 어려운 일이 왜 없었겠는가. 아내와 월급 200만원 이상 받는 회사면 오케이라고 해서 취직했는데 입사하자마자 30만원이 삭감되기도 했고 집을 구했는데 세면대가 없어서 만삭의 아내가 힘들어했다. 어찌나 추운지 첫해 겨울은 침을 맞아야 했고 제주에 워크숍차 내려와 술이 떡이된 윤수형에게 회사생활이 힘들어 두 번이나 하소연을 했다. 돌 지난 아이를 데리고 마을에서 80만원을 받으며  일할때는 아이 밥도 제대로 챙겨 먹이지도 못해 눈물 흘릴때가 있었다. 그렇게 저렇게 보냈는데 슬픈 일보다 기쁜 일, 좋은 일, 행복한 일이 더 많았다.
앞으로 다가올 10년은 내가 보낸 30대와 제주생활을 기반으로 설계할 것이다. 모든 것이 불안하고 어슬펐던 지난 10년이지만 작은 촛불의 소중함을 알고 그걸 꺼트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10년이다. 활활 타오르는 횃불이 되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촛불같은 사람이 된다면 좋은 일이 아닐까. 10년 동안 제주의 집값과 땅값이 참 많이 올랐다. 주춤하던 제주이주도 다시 시작되고 있는데 젊은 층들, 살아보기 위주의 기간거주가 늘어난것같다. 새로운 시도, 새로운 열망은 좋지만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 함께 나아갈 수 있는 일이면 더 박수를 받을 것같다. 다가올 10년은 함께 하는 10년! 함께 행복한 10년이 되었으면 좋겠다!
 
가족사진.jpg » 성산일출봉에 함께 올랐다. 올한해는 함께하는 10년의 기초를 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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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이메일 : pporco25@naver.com       트위터 : pponyopapa      
블로그 : http://plug.hani.co.kr/pponyop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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