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개의 기사를 보고 마음아파했던 적이 있습니다.


첫번째는 '휴거'에 대한 얘기였어요. 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만드는 아파트 브랜드 이름인 '휴먼시아'와 '거지'를 합성한 말이었습니다. 주변 아파트 시세에 비해 저렴한, 즉 상대적으로 가난한 사람들도 입주할 수 있는 아파트를 두고,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을 '거지'라고 표현한 것이죠. 이 '휴거'는 아이들 사이에도 왕따를 당한다고 합니다. "쟤랑 놀지 마", 라는 어른들의 교육이 있었겠죠. 그리고 내 아이가 그 아이와 놀지 말아야 할 이유는, 단지 그 집이 돈이 없어보인다는 이유 뿐인 것 같습니다.


두번째는 'LH'라는 아파트 브랜드를 지워달라는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LH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휴거' 취급을 받으니, 그 브랜드를 지우는 것으로 이 상황을 돌파하려고 한 것이겠지요. 하지만 'LH'라는 이름을 지운다고 해서, '휴거'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 아파트 거지'라거나 '저 아파트 거지'라는 이름으로 또 다시 불리겠지요. 그리고 이 기사에 단 댓글 역시 마음아프기 짝이 없었습니다. "누가 거기 살래냐"라는, 날이 잔뜩 서린 말이었지요.


아이가 곧 태어납니다. 그 아이는 살면서 수많은 차별 앞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수입은 상대적인 것이고 '휴거'가 동네에 없다고 해도 주변 아파트보다 저렴한 아파트는 분명히 있을겁니다. 새로 태어날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저렴한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을 차별할 수도 있고, 자신이 차별을 받을 수도 있을겁니다.


자본주의는 낙오자를 생산해냅니다. 그리고 매우 고통스러운 형벌을 가하지요. 낙오자는 아직 낙오자가 되지 못한 노동자들의 공포를 만들어냅니다. 낙오자가 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며 매일 같이 야근에, 특근에, 자신과 가족들의 삶을 갈아넣게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그 낙오자가 사라지면, 사회는 다른 낙오자를 만들어낼 겁니다. 그것이 내가 될 수도 있고, 내 아이가 될 수도 있겠지요.


제가 아이에게 키워주고 싶은 가치는, 이 의미없는 싸움을 멈추라는 것입니다. 아주 작게는, 돈으로 인간을 분류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하고 싶다는 것, 조금 크게는 인간은 자신이 벌린 일을 넘어선 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것, 아주 크게는 경쟁이 아닌 협동이 인간을 보다 인간답게 만들고 더 큰 행복을 맞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99명이 경쟁하고 있는데, 한 명이 하지 않는다고 무슨 의미가 있는가, 가끔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100명 중 1명만 그렇게 생각해도, 천만명 중에는 십만명이 되고, 오천만 중에는 오십만명이나 됩니다. 아니 이기적으로 생각해도, 평생 경쟁하며 전전긍긍하며 살아야 할 아이를 위해서도, 그게 더 낫지 않을까요?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
3291 [자유글] 9세 남아 개똥이의 디지털 세상 준비하기 updateimagefile [2] 강모씨 2018-01-21 78
3290 [책읽는부모] <집으로> 수상한 그림책 imagefile 강모씨 2018-01-21 63
3289 [책읽는부모] <이상한 정상가족> 당신도 맞고 자랐나? imagefile 강모씨 2018-01-21 75
3288 [자유글] 미세먼지 예보에 우울하네요 updateimagefile [1] 아침 2018-01-20 84
3287 [요리] 식빵을 구웠습니다 ^^ updateimagefile [3] 아침 2018-01-18 151
3286 [자유글] 민들레에서 준비한 부모특강 (성 교육, 코딩 교육) 소식 전해드려요. ^^ imagefile 민들레출판사 2018-01-16 161
3285 [자유글] 네가 이거 갖고 놀 나이니? 그 나이는 누가 정하나요~ imagefile [6] 아침 2018-01-16 195
3284 [자유글] [새해 이벤트 응모] - 2018년은.. imagefile [4] puumm 2018-01-12 371
3283 [선배맘에게물어봐] 7살에 수영 배우기 괜찮을까요? [4] 아침 2018-01-11 264
3282 [건강] 너무 건조해요! 가려움에 잠 못 드는 아이들 ㅠㅠ [5] 아침 2018-01-09 277
3281 [자유글] 요즘 육아는 장비빨? AI스피커 사려고 해요 ㅋㅋ hyochi88 2018-01-08 197
» [자유글] [새해 이벤트 응모] 내 아이에게 키워주고 싶은 가치 spagent 2018-01-03 449
3279 [건강]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image [8] 푸르메 2018-01-01 638
3278 [자유글] 올 한해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imagefile [3] 양선아 2018-01-01 353
3277 [자유글] 베이비트리 오시는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1] 서이슬 2017-12-31 527
3276 [책읽는부모] <아이의 미래는 부모의 말에서 결정된다> 남편에게 강추!!! imagefile [4] 강모씨 2017-12-30 339
3275 [자유글]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 imagefile [5] 아침 2017-12-28 752
3274 [자유글] 독감에 걸렸어요 ㅠㅠ imagefile [2] 아침 2017-12-24 351
3273 [건강] 2018년 새몸 새마음 새희망만들기!! 수수팥떡생활건강(단식)교실시작합니다! imagefile kkebi33 2017-12-22 287
3272 [자유글] 길고긴 겨울방학 시작했어요..^^; imagefile 아침 2017-12-21 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