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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 강화와 놀이 중심, 길은 맞지만 어떻게 가나

양선아 2018. 01. 03
조회수 3199 추천수 0
유치원.jpg » 예비 유치원생 학부모 중 한 어머니가 단설 유치원 원아 추첨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이다. 단설 유치원은 부모들에게 인기가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지난해 말 교육부는 ‘유아교육 혁신방안’을, 보건복지부는 ‘제3차 중장기 보육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문재인 정부가 향후 4년여 동안 펼칠 유아교육 및 보육 정책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어 관심을 모았다. 이번 발표 내용에 대해 전문가, 부모 및 교사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들어봤다. 이번 발표에서 아쉽거나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도 짚어봤다.

국공립 유치원·어린이집 40%로 확대
저소득층 유아 국공립 우선 입학
장애-비장애 유아 통합 유치원 설립

수준 넘는 교과 중심 내용 개편
교사 맞춤교육 위한 자율성 늘려
2020년 개정 교육과정 전면 시행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중장기적 정책 방향으로 ‘공공성 강화’를 핵심으로 내세웠다. 한 아이가 태어나 영유아기에 한 경험은 이후 삶에서 인지적·감성적·사회적 발달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도 영유아 시기의 교육 및 보육에 대해 국가가 충분히 책임지고 있지 않은 국내 현실에서, 문재인 정부가 공공성 강화를 내걸고 세부 목표를 제시한 것은 긍정적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교육부는 국공립 유치원 이용률을 2017년 기준 25%에서 2022년까지 4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지역 여건이나 수요를 고려해 단설·병설 등 다양한 공립 유치원을 확충하고, 학교용지법 개정으로 유치원 부지 확보에 대한 재정 부담 완화를 추진한다. 복지부 역시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률을 2017년 13%에서 2022년까지 40%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신축되는 500가구 이상 공동주택과 공공임대 주택 단지 안에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원칙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기존 민간 어린이집의 국공립 장기임차 방식도 새로 도입한다.   

“박근혜 정부 갑작스러운 정책으로 혼란”

3살 아이를 키우는 오아무개(41·경기도 수원시)씨는 국공립 어린이집·유치원 확대에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오씨는 박근혜 정부가 무상 보육을 전면 실시했지만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 교육청으로 떠넘기고 갑작스럽게 맞춤형 보육 정책을 실시하면서 부모들에게 많은 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했다. 오씨는 “부모들은 내 집 가까운 곳에서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원하고, 사립보다는 국공립 기관을 더 선호한다”며 “이번 정부는 제발 흔들리지 말고 공공성 강화 정책을 끝까지 추진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공립 기관 이용률 높이기 외에도 공공성 강화를 위해 교육부는 유아 단계부터 소득에 따른 교육 격차가 일어나지 않도록 저소득층 유아에 대한 교육 기회를 확대하기로 했다. 올해부터 저소득층 유아(중위소득 50% 이하)에게 국공립 유치원에 우선 입학하도록 하고, 사립 유치원에서 교육을 받을 경우에는 어린이집 평균 부담금 수준만 내도록 교육비를 지원한다. 이외에도 다문화 유아 지원을 확대하고, 장애 영유아가 비장애 유아와 통합할 수 있는 교육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17개 시·도당 1개 이상의 통합유치원을 설립한다.  

교육부가 발표한 ‘유아교육 혁신 방안’에서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놀이 중심의 교육과정 혁신이다. 현재 만 3~5살 교육과정에 해당하는 누리과정은 그동안 성격이나 구조, 내용 측면에서 많은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놀이가 중심이 되어야 하는 유아 시기에 지나치게 교과 중심적 내용이 많고, 초등학교 1학년이 배우는 내용보다도 웃도는 내용을 담고 있어 계열적으로도 맞지 않다는 평가가 있었다. 

"교사는 그저 기계처럼 작동할 뿐"

정선아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교수는 “누리과정의 자연탐구 영역을 보면 계절을 다루면서 ‘황사는 어떻게 오나’와 같은 주제를 다루고, 예술 경험에서도 색이나 형태 같은 초중등 교과에서 배우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유아 시기에 지나치게 구조화된 지식을 배우면 자발적 탐구심이나 호기심, 자율성이 침해된다”며 “놀이 위주 교과과정 개편 방향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질 높이는 '교사 대 아동 비율' 축소
정책 우선순위에 있지 않아
보조교사보다 정교사 확대가 필요

놀 수 있는 교육환경 고민도 부족
좋은 교육 공간 만들 수 있도록
'기타 운영비 15%' 제한도 조정을

이외에도 누리과정의 교사용 지침서가 현장에서 거의 교과서처럼 사용되는데 지나치게 세부적이라 교사가 다양한 교육 방식을 시도할 수 없다는 불만도 많았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주최하고 육아정책연구소가 주관해 지난해 12월21일 열린 ‘누리과정 운영의 자율성 강화를 위한 개선방안 토론회’에서도 이런 문제점은 언급됐다. 임부연 부산대학교 유아교육학과 교수는 “누리과정은 한 연령당 600여개에 달하는 방대한 활동계획안을 갖고 있는데, 교사들은 주제에 따라 교사용 지도서에 나타난 활동을 재현하고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지금 구조에서는 교사는 그저 기계처럼 작동할 뿐”이라며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은 최소한의 학습과 발달 표준을 제시하고, 교사는 그것을 기본으로 아이·부모·지역사회의 요구, 기관의 철학을 반영해 교사 스스로 자기만의 교육과정을 만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앞으로 유아의 다양한 특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올해 교육과정 개편 연구를 진행해 2020년부터 개정된 교육과정을 전면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토론회.jpg » 지난해 12월21일 서울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누리과정 운영의 자율성 강화를 위한 개선 방안 토론회’의 모습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누리 과정의 성격, 구조, 교과 과정의 문제점에 대해 짚었다. 육아정책연구소 제공.

유아교육 및 보육의 질에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 대 아동 비율’이다. 특히 정부가 하고자 하는 놀이 중심의 교과과정이 내실있게 운영되려면, 교사 대 아동 비율은 지금보다 낮아야 가능하다. 놀이 중심 교육과정에서는 교사가 아이들을 충분히 관찰하고 상호작용하며 아이에 대해 기록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부와 복지부가 발표한 내용을 보면 ‘교사 대 아동 비율 축소’는 정책 우선순위에 있지 않다.

현재 유치원의 경우 시·도 교육청마다 연령별 학급당 아동 수에 대한 기준이 다르고, 일부 지역에서는 만 4~5살의 경우 30명까지 허가하는 등 격차가 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과밀 학급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시·도 교육청별 학급당 유아 수를 어린이집 수준(만 3살 15명, 만 4~5살 20명)으로만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또 보조교사 및 대체교사를 현장 수요를 고려해 확대하고, 교사 대 아동 비율 개편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호연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고충상담센터장은 “보조교사를 확대하더라도 현장에서는 보조교사에게 다양한 막일이 부과되고 실질적으로 담임교사 보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교사 대 아동 비율 축소, 즉 정교사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급당 아동 수 기준 들쭉날쭉

아이들의 자유 놀이 시간 확대, 놀이 중심의 교육과정 개편을 위해서는 교육 환경이 바뀌어야 하는데 그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윤일순 남양주개구리어린이집 원장은 “놀이 중심 교과과정 속에서 아이들이 매일 바깥 놀이를 하고 자유 선택 놀이를 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한다”며 “어린이집의 교육 공간 기준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며, 좋은 교육 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기타 운영비 15%’라는 규정도 재점검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어린이집의 임대료나 융자료, 건물 수선 등에 쓰이는 돈은 기타 운영비에 해당되며, 이 비용은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총 보육료 수입의 15% 내에서 지출하도록 규정돼 있다. 윤 원장은 또 “보조교사들의 경우 근속 기간이 짧고 책임이나 권한이 없어 현장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이루기 힘들다”며 “보조교사보다는 정교사, 대체교사 확대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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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현재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쓰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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