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크리스마스날, 저는 초등학교 1학년 아들과 여섯 살 딸이 재밌어 할 만한 영화 한편을 오전에 예매했습니다. 남편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당직을 했기에 피곤할 것 같아서, 제가 두 아이를 데려가고, 남편은 오전에 집에서 좀 쉬기로 했지요.

오전부터 영화관에 가려니 시간이 빠듯해서 택시를 탔고, 택시는 총알같이 달려서 10분 남짓만에 저희를 영화관에 데려다 주었습니다.

그런데, 아침에 늦잠자려던 딸이 힘들게 일어나서 택시 안에서 눈을 붙이고 있나 보다 생각했었는데, 얘가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길바닥에 조금 토하는 거예요.

가끔 멀미를 하던 아이였기에 멀미 때문에 좀 토한 거겠지 하고 일단 영화관이 있는 건물 쪽으로 데리고 들어갔는데, 계속 아이가 구역질이 나는 모습을 보이기에 화장실에 데리고 들어갔더니 본격적으로 많이 토하더라구요.

영화 시작 시간이 다가왔기에, 일단 토하고 났으니 괜찮아졌으려나 하고 영화관엘 데리고 들어갔는데 역시나 너무 기운이 없고 구역질을 하려는 듯 입을 막기에, 도저히 안 되겠다 생각하고 아들까지 모두 데리고 나와서 화장실에서 토하는 딸 곁에서 안타까워하고 있었는데, 아들이 자기는 혼자 들어가서라도 영화를 보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사실 그 영화는 딸보다 아들이 보고 싶어하고 기대하던 영화거든요.

사실 제가 평소에 보기에, 다른 사람의 아픔이나 고통에 대해 딸보다 아들은 좀 공감을 못하는 편이긴 해요. 뉴스에서 그런, 다른 사람이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소식이 나오면 아들은 '내가 저걸 겪지 않아서 좀 다행이다' 이런 말을 하는 편이고, 딸은 '저 사람들 어떻게 해...걱정된다'라고 하는 편이지요.

아들이 영화를 혼자 보러 들어가겠다고 했을 때 저는 한편으로는 '아니, 동생이 저렇게 토하고 힘들어하는데 자기는 영화를 보겠다고? 이런 공감능력 떨어지는 이기적인 녀석 같으니라구' 라는 생각이 들었고, 또 한편으로는 '그래, 오랫동안 기대해 왔는데 동생 때문에 자기가 못 본다고 하면 얼마나 서운하겠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후자를 택해서, 아들이 혼자 영화를 보게 했습니다.

그리고 딸이 너무 힘들어하는데 아들은 혼자 영화를 보러 들어갔고, 나 혼자 두 아이 감당이 안 되니 와 달라고 남편에게 전화를 했지요.

남편이 도착한 게 영화 끝나는 시간과 기적적으로 딱 맞춰져서, 남편이 아들과 영화관 앞에서 만나자마자 그랬다고 하더라구요."너는 임마, 동생이 아픈데 같이 집으로 오든지 어쨌든 같이 있어야지, 혼자 영화를 보고 있어?"라구요.

휴...뭐가 옳았을까요? 다행히 딸은 아빠 올 때까지 좀 누워서 쉬어 그런지 금세 괜찮아졌는데, 아들의 행동에 대한 저의 선택이 옳았던 건지 자꾸 마음이 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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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nymous

2017.12.26 14:38:13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사실 딸이 토하고 아픈 것도 사실이지만, 아들이 무척 보고싶어했던 영화라면 아들의 욕구도 인정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또 딸이 토한다고 급하게 택시를 타고 간다면 다시 택시 안에서 토할 수도 있었을 테고요... 딸은 잠시 엄마와 안정을 취해야 하고, 아들은 혼자 영화를 봤으니 두 아이의 욕구를 모두 소중히 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아픈 동생을 내버려두고 아들이 엄마랑 같이 보고싶다고 떼를 썼다면 혼내거나 훈육해야했을 것 같지만요... 딸이 만약 큰 부상을 당했거나 당장 병원을 가야하는 상황이었다면 아들이 영화를 보겠다고 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제 생각에는 그 상황에서 나름대로 현명하게 대처하신 것 같아요.... 동생도 좀 쉬고 나서 괜찮아졌다고 하니 다행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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