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라쟁이 놀이를 하라

지난 10월부터 아빠학교 카페에서 따라쟁이 놀이가 들불처럼 빠르게 번지기 시작했다. 한 아빠가 아이들과 함께 귤을 가지고 만든 몇 개의 창작 놀이 사진을 올렸다. 그러자 많은 아빠는 그 사진이 멋지다며 수십 개의 댓글을 달았다. 그리고 일주일 후에 2명의 아빠가 새로운 귤 놀이 사진을 올렸다. 역시, 수많은 댓글이 달리면서 감탄이 이어졌다. 그다음 주에는 3명의 아빠가 새로운 귤 놀이를 올렸으며, 그 다다음 주에도 서너명의 아빠가 귤 놀이 사진을 올렸다. 10월부터 지금까지 10여명의 아빠가 귤 놀이 사진을 올렸다. 이제 많은 아빠가 마치 귤 놀이 바이러스에 전염된 듯하다. 그 이면에는 아빠학교 오프라인의 역사가 10년이 되어가니 아빠들 사이에 교감과 소통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귤은 10월부터 1월까지 수확하는 제주도의 특산물이며, 가정에서 가을과 겨울에 집에서 쉽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간식이다. 그런데 귤이 있으면 다양한 놀이를 할 수 있다. 우선 기본적인 놀이는 가위바위보 놀이다. 각각 5개의 귤을 가진 다음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상대방의 귤 1개를 가져오는 놀이다. 귤을 높이 쌓는 놀이도 멋지다. 그 결과보다 1개를 쌓을 때마다 귤이 흔들거리는 모습에 아이의 애간장이 녹는다.
그리고 사인펜으로 귤에 아이가 원하는 다양한 얼굴이나 그림을 그릴 수 있으며, 귤을 연결하여 하트나 삼각형, 사각형 등의 도량형 놀이도 가능하다. 또는 페트병을 거꾸로 세운 후, 1m 앞에 놓은 다음 귤을 굴려서 볼링을 할 수 있으며, 귤을 깡통에 던져서 3점 슛을 할 수 있다. 아이가 3~5세라면 기본적으로 숫자놀이를 할 수 있고, 귤 한 조각을 잡은 후에 비행기 귤 먹기 놀이를 할 수 있으며, ‘받아라’를 외치면서 주고받기를 해도 좋아한다.
유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이는 ‘인사하기’ 놀이다. 두 사람이 서로 마주 보며 앉는다. 그리고 귤 1개를 머리에 얹은 다음 '안녕하세요‘라는 인사와 동시에 머리를 숙인다. 그러면 귤은 상대방의 무릎에 떨어진다. 그러면 상대방은 ’반갑습니다‘라고 한다. 서로 번갈아서 하면 되는데 의외로 아이의 웃음이 빵빵 터진다.
‘아이들은 따라쟁이다’. 이 말은 양육에서 흔히 쓰인다. 또한 속담에 ‘아이들은 부모의 그림자를 밟고 자란다’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 아이의 행동이나 언어표현을 보면 그 부모의 생활태도를 금방 알 수가 있다. 폭력적인 아이의 경우, 부부싸움을 자주 하거나 혹은 부모가 아이를 체벌한다. 보지 않고도 알 수 있다. 떼를 쓰는 아이라면 부모가 아이에게 공감해주는 시간이 현저하게 적다. 사소한 일에도 우는 울보 어린이라면 부모가 아이의 말을 경청하지 않아서 소통되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는 따라쟁이다’라는 말의 순기능을 살리려면 부모의 태도가 중요하다. 내 아이를 잘 키우는 최고의 방법이 있다. 바로 부부가 행복하면 내 아이의 양육과 훈육은 저절로 이루어진다. 또한 내 아이가 책을 사랑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먼저 부모가 집에서 책을 읽는 시간이 많아야 한다. 아이들이란 엄마가 책을 읽고 있으면 저절로 동화책을 가지고 와서 그 옆에서 책을 본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엄마가 TV를 보면서 아이에게 ‘책 읽어’라고 하면 아이는 읽는 시늉만 할 뿐이다. 아이들은 늘 부모의 거울이란 사실을 가슴속에 새겨야 한다.
요즘도 많은 아빠가 아이와의 놀이를 어려워하거나 혹은 두려워한다. 그런데 그 이유는 놀이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때론 장난감을 사주는 것이 놀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런데 놀이를 쉽고, 가볍게 할 수 있는 방법은 따라쟁이 방식이 가볍고, 유익하다. 그리고 그런 놀이류는 대부분 생활 놀이 속에 있어서 접근성이 좋다. 이미 오프라인과 유튜브 등에서 다양한 생활놀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런 것을 보고 즉시 아이와 함께 해보면 금방 놀이가 된다. 놀이가 성립되려면 쉽고, 재미가 있으면 된다. 또한 놀이에서 실수와 실패는 늘 벌어지는 일상사에 불과하다. 오히려 그런 과정 자체에서 아이들은 더욱 즐거워한다.
특히, 놀이 중에서 만들기 놀이가 주는 이득은 매우 크다. 우선 아이가 손을 사용함으로써 소근육이 발달한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위대한 위인의 특징은 모두 손가락 놀이를 많이 하면서 성장했다. 이 말은 곧 창의성 향상 놀이라는 뜻이다. 아이가 손가락으로 무엇을 만지면서 노는 순간, 아이의 뇌에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해법을 부지런히 찾고 있다. 그래서 손가락은 창의성의 입구이며, 만들기 놀이를 많이 하는 아이들이 공통적으로 창의성이 높다. 그래서 몇 만원의 규격화된 장난감보다 이런 생활놀이가 창의적이며, 감성발달에 도움이 된다.
아직도 동네 마트에 귤이 풍성하다. 귤을 산 후에 귤을 먹으면서 샘플 사진과 같이 하나씩 만들어보자. 아이와 함께 따라쟁이 놀이를 해보자. 마지막으로 주의할 점이 있다. 놀이의 주도권은 반드시 아이에게 있어야 한다. 아이가 원하는 형태로 만들기를 해야 한다. 그저 아빠는 도우미의 역할이어도 충분하다. 그러면 아이의 만족도는 높아지고, 아빠 역시 행복감에 취할 기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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