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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고정관념’ 키우는 장난감, 성탄 선물로 괜찮을까요?

베이비트리 2017. 12. 20
조회수 1105 추천수 0
[대형 완구점 장난감 53종 분석해보니]
여아 모델 꾸밈·돌봄 대부분
남아 모델 조립·과학 두드러져
아이 때부터 성별 고정관념 강화
“완구기업 사회적 책임 인식해야”
지난 16일 서울 잠실에 자리한 한 대형 완구점에서 가족 단위 손님들이 들러 장난감을 고르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 잠실에 자리한 한 대형 완구점에서 가족 단위 손님들이 들러 장난감을 고르고 있다.

여아 모델들은 대부분 ‘꾸미거나’ ‘보살폈다’. 한 손에 분홍색 핸드백을 들고 나들이를 가는가 하면, 화장대에 앉아 붉은 립스틱을 입술에 바르기도 했다. 작은 싱크대 위에서 스파게티를 만들거나 제 몸보다 더 작은 아기인형을 씻기는 일도 모두 여아 모델의 몫이었다. 남아 모델들은 대부분 ‘만들거나’ ‘부쉈다’. 공구로 책상을 뚝딱뚝딱 조립하는가 하면, 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측하기도 했다. 의사 옷을 입고 환자를 진찰했다가 서로를 향해 총을 쏘는 군인이 되기도 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시중에서 유통되는 장난감 포장에 드러난 여아·남아 모델의 모습을 요약한 내용이다. 지난 16일 <한겨레>가 서울 잠실의 ㅌ완구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장난감 53종을 분석한 결과, 아동 모델의 성별에 따라 장난감의 유형도 극명하게 나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아 모델이 광고하는 장난감은 인형놀이나 주방·청소놀이 등 주로 양육이나 보살핌과 관련된 반면, 남아 모델이 광고하는 장난감은 조립 등 과학적 사고를 이용하는 장난감이 대부분이었다. 모델 성별에 따른 장난감 유형을 크게 ①인형놀이 ②보살핌·양육 ③꾸미기 ④탈것·건축 ⑤격투놀이 ⑥스템(STEM, 과학·기술·공학·수학 관련)으로 나눠 집계해 보니, 여아가 광고하고 있는 장난감 33개 가운데 ①+②+③에 해당하는 장난감은 30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④+⑤+⑥에 해당하는 장난감은 ‘컴퓨터’, ‘청진기’, ‘자동차’ 장난감 등 3개에 불과했다. 반면 남아가 광고하는 장난감 20개는 모두 ④+⑤+⑥ 유형에 속했다. 인형이나 보살핌과 관련된 장난감을 광고하는 남아 모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①~⑥으로 나눈 분류는 장난감의 성 중립성을 판단하는 보고서 등에서 주로 사용된다.

특정 유형의 장난감을 여아·남아 모델이 구분해 광고하는 것은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영국공학기술학회(IET)에서 온라인 장난감 쇼핑몰에 올라온 ‘스템’ 장난감의 광고 문구를 분석한 결과, 문구에 ‘남아용’이라고 쓰인 스템 장난감은 31%인 반면 ‘여아용’이라고 쓰인 장난감은 1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기술학회는 “스템 장난감의 광고에서 드러나는 성차별은 다음 세대, 특히 여자아이들의 미래와 직업 선택에 제한을 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2월 영국의 완구 업체인 얼리러닝센터가 공개한 장난감 광고. ‘렛 토이스 비 토이스’는 이 광고를 두고 “여자아이들이 수동적인 공주 역할을 하고 있을 때 ‘똑똑하고’ ‘현명하고’ ‘활동적인’ 남자아이들은 나라를 구하고 있다. 너무 실망스러운 광고다”라고 비판했다.
지난 2월 영국의 완구 업체인 얼리러닝센터가 공개한 장난감 광고. ‘렛 토이스 비 토이스’는 이 광고를 두고 “여자아이들이 수동적인 공주 역할을 하고 있을 때 ‘똑똑하고’ ‘현명하고’ ‘활동적인’ 남자아이들은 나라를 구하고 있다. 너무 실망스러운 광고다”라고 비판했다.

외국에서는 장난감이 은연중에 강화하는 이런 성별 고정관념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영국의 시민단체 ‘렛 토이스 비 토이스’(let toys be toys)는 해마다 장난감 카탈로그에 등장하는 여아·남아 모델 유형을 비교한 보고서를 발간하고, 장난감 광고에 성별과 관련한 암시를 없애도록 장난감 제조업체에 권고하는 활동을 한다. 실제로 영국 내 주요 완구 유통업체들은 이 단체의 권고를 받아들여 완구점 매대에서 ‘여아용’, ‘남아용’이라는 표시를 제거하기도 했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의 정슬아 사무국장은 “아이들이 성별에 따라 역할이 나뉜 장난감을 갖고 놀 경우 자연스럽게 자신의 행동이나 관심사에 대해서도 성별에 따른 한계를 만들게 된다”며 “완구기업은 장난감이 아이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회적 책임을 깨닫고 아이들이 더 다양한 모습으로 자신의 삶을 구성할 수 있도록 장난감을 기획·광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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