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니 종현, 생전 인터뷰 눈길 "난 염세적인 사람, 어릴 적부터 우울해"


유명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멤버 '종현'이 자살을 했다.
엄마에게도 무척 충격적이고 가슴 아픈 소식이었다.
언제부턴가 우리나라 가요들은 '아이돌 그룹'들이 다 점령해 버린것 같아.
자고 나면 새로 생겨난 수많은 아이돌 그룹 이름도 그렇고,

멤버들 이름은 더더욱 아는 거나 외우는 일은 오래전에 단념했다.

노래도, 생김새도, 춤도 너희들은 다 다르다고 얘기하지만

솔직히 엄마에겐 모두 비슷비슷하게 느껴지거든.
그 중 '샤이니'는 아이돌을 잘 모르는 엄마가 드믈게 이름도 알고 좋아했던 그룹이었다.
그래서 이번 일이 더 안타까웠지.

너희들도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지.

덕분에 엄마도 '트와이스'나 '레드벨벳', '걸스데이'를 알게 되었고 그들 노래에도 익숙해졌다.

틈만 나면 이들의 노래를 흥얼거리고, 춤을 흉내내는 너희들이 신기하기도 하고,

그 많은 서로 다른 아이돌 그룹과 멤버들의 이름과 신상을 줄줄이
읊어대는 모습엔 신기함을 넘어 한숨이 나오기도 했다.
이제 아이돌은 너희같은 초등학생들에게까지 보편적인 문화가 되어버렸다.
많은 너희 친구들도
아이돌이 되고 싶어 하지.
가끔 생각해. 너희들이 보고 있는 아이돌은 어떤 사람들일까.

늘 이쁜 옷을 입고 멋지게 꾸미고 나와서 춤을 추고, 노래를 하고, 공연을 하고,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사람들.. 인기를 얻고, 유명해지고, 광고나 영화에도 나와서 돈도 많이 벌고, 근사하게 사는 사람들..늘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해외에서도 수많은 펜들이 응원해주는 그런 사람들..
그게 너희가 알고 있는 아이돌이다.
정말 그럴까.
그런데 그렇게 이름도, 얼굴도, 재능도 반짝반짝 빛나던 아직 너무나 젊은 '샤이니'의 '종현'은
왜 자살을 했을까.

우울이 자신을 집어 삼키는 것을 느끼면서도 아무것도 더는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종현의 고백을
읽으며 이 젊은 영혼안에 얼마나 큰 공허가 있었는지가 느껴졌다. 더 이상 삶에서 의미를 찾아내지
못하는 상태란 누구라도 견디기 어렵겠지. 재능많던 한 젊은이의 내면은 왜 이렇게 황폐해졌을까.
스스로 삶을 놓아버릴 정도로 이렇게 텅 비어 있었을까.

어린 나이에 기획사에 들어가서 하루 종일 이어지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며 사생활을 다 포기해야 하는 생활을 나는 상상할 수 없다. 운 좋게 데뷔하고 인기를 얻게 되면 모든 행동과 말들이
대중의 심판대에 올려져서 사소한 실수도 용납되지 않고 작은 구설수에도 큰 타격을 받으며 언제나
명랑하고, 재치있고, 예의바르고, 멋진 모습만 보여줘야 하는 삶이란 그 자체로 이미 형벌과 같지 않을까. 그렇게 지내는 동안 제대로 배우지도 못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성찰할 수 있는 기회도 변변히 누리지 못하고, 그 나이의 젊은이들이 아무렇지 않게 누리는 모든 일상의 경험과 감정들에서
격리되어 살아야 한다는 것은 거품같이 밀려들었다 빠져나가는 인기와 돈이 결코 채워줄 수 없는
삶의 공허를 심어주었을 것이라 짐작한다.

케이팝이 전세게적인 인기를 끌수록 아이돌을 희망하는 아이들은 점점 더 늘어가겠지.
기획사에 발탁이 되어도 수년간 고강도의 훈련을 소화해야 하고, 그래도 데뷔하는 아이돌은
극소수에, 그 마저도 데뷔와 동시에 인기를 얻지 못하면 쉽게 대중에게 잊혀진다.
인기를 얻는 동안에도 매일 새로 탄생하는 신생 아이들과 신곡들에 경쟁해야 하고 밀리는 순간
위기가 찾아오는 삶에서 온전한 정신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지 않을까.
대중은 아이돌의 일거수일투족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며 참견하고, 훈수를 하고, 야단을 치는 일에
열중하면서도 그들이 어떤 돌봄을 받고 있는지, 그 나이에 맞는 적절한 배움과 보살핌이 주어지는지, 아프거나 힘들때 제대로 도움을 받는지, 그들의 노력과 성공에 정당한 댓가가 주어지는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종현은 많이 힘들고 외로웠을 거라 느껴졌다.
어떤 상황에서든 스스로의 삶에서 의미를 찾아낼 수 있으려면 많은 시간동안 인생의 그 시기에
꼭 필요한 배움과, 경험, 관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으로 살 수 있는
시간이 반드시 있어야 하지. 대통령이나 인기 스타라 할지라도 대중에게 보여지는 자아가 아닌,
자기 자신으로 있을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이다. 종현의 마음속에 그토록 큰 공허와 고통이
자리잡고 커가는 동안 종현을 보호하고 관리하고 있는 기획사는 손 쓰지 못했다. 자기 자신이 상품이 되어버린 한 영혼은 세상에 빛날수록 커져가는 마음속의 그늘을 끝내 어쩌지 못했다. 종현뿐일까, 지금 무대에서 환하게 빛나는 수많은 아이돌 스타들은 괜찮은걸까.

인기가 사라져도, 대중들에게 잊혀져도 스스로 또 다른 삶을 힘 있게 살아갈 수 있는데 필요한 교육과 돌봄은 아이돌들에게도 주어져야 한다. 펜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타의 사생활이나 공연에 관심을 쏟는 만큼 그들의 받고 있는 대우가 정당한가에 대해서도, 그들의 인권이 존중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기획된 상품처럼 개발되고, 소용이 다 하면 버려지고, 그 후의 삶은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는 케이팝 시장의 많은 모순들이 개선되지 않으면 이토록 안타까운 죽음은 언제든지 이어질 것이다. 자살까지 가지 않더라도, 우울과 공황장애, 극심한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이 망가지고 있는 수많은 아이돌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나 많을까. 멋진 모습만 원하는 우리 대중들에게도 종현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조금씩 다 있을꺼야.

잘 보여지지 않는 것들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많은 것들을 바꾼단다.
더 많은 수익을 원하는 상업적인 계산에 더 이상 희생되는 아이돌이 없기를 바라고 싶다.
세상을 떠난 종현의 영혼이 편안한 안식을 누리기를 바래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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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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