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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남는 초등교실 보육시설로” 청와대 청원 올렸다

베이비트리 2017. 12. 12
조회수 591 추천수 1
문재인 대통령 보육정책에 힘 실어주기 위한 뜻으로 풀이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노무현 재단 제공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노무현 재단 제공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12일 청와대 누리집 국민청원 코너에 직접 청원 글을 올려 남는 초등학교 교실을 활용해 공공보육시설 확충할 것을 제안했다.


유 전 장관은 ‘초등교실을 활용한 공공보육시설 확충’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청와대에 직접 청원할 수 있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저는 직업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며, 이름은 유시민”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청원을 시작했다. 그는 “자녀 보육 때문에 고민하는 젊은 부모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며 “초등학교 여유 공간을 활용해 국공립 보육시설을 확충하는 정책 시행을 청원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의 저출산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보육시설 부족’을 꼽았다. 유 전 장관은 “저출산은 다양한 사회적 개별적 원인이 복합 작용해 생긴 현상이어서 한두 가지 대책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은 상식”이라며 “젊은 부모들이 마음 놓고 필요한 시간만큼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 전 장관은 이러한 보육시설의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비어가는 초등학교 교실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건의했다. 그는 “출생아 수 감소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초등학생 수도 그에 따라 계속 감소할 것이며 초등학교의 여유 공간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초등학교는 다른 어떤 시설보다 환경이 쾌적고, 출입구와 동선을 잘 조정하면 초등학생들 교육에 특별한 지장이 생기지 않는다. 국가의 시설투자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겨레티브이 대담프로그램 ‘한겨레담’에 출연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한겨레티브이 대담프로그램 ‘한겨레담’에 출연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그는 “이것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다. 정부 안팎에 예전부터 제법 알려져 있는 정책 아이디어”라며 “교육은 교육부가, 보육은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가 관할한 탓에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치원은 교육부가 관리하고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은 보건복지부가 관리하는 등 이원화된 관리체계 때문에 이미 널리 알려진 정책 아이디어가 실행되지 못한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유 전 장관은 청와대 공개청원을 택한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개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이 정책 아이디어를 청와대나 총리실에 건넬 수도 있다. 자랑은 아니지만, 저는 대통령도 알고 국무총리도 안다”면서도 “이 일이 이루어지게 하려면 청와대와 총리실이 강력한 조정 통합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 관련 부처끼리 협의하라고 하면, 안 되는 이유를 수도 없이 찾아낼 것이다. 여러 부처가 합의하고 협력해야 하는 일은 한 부처 혼자 할 수 있는 일에 비해 진척이 더디기 마련이어서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전 장관은 청원 글 말미에 “문재인 정부가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절실하게 느끼는 소망을 실현해 주는 일에 우선적인 관심을 가지고 열정을 쏟고 있다고 느낀다”며 “앞으로 더 힘을 내서 그런 일을 해주기를 바라며 마음의 응원을 보낸다”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의 이러한 청원은 ‘사면초가’에 몰린 문재인 대통령의 보육정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국공립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동 비율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공약했지만 입법 부진과 계획 미비 등으로 좌초 위기를 맞고 있었다. (▶관련 기사: ‘국공립 어린이집 이용률 40%로 확대’ 공약 첫발부터 삐걱)


초등학교 빈 교실에 국공립 어린이집을 짓도록 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한 채 보류됐다. 이 법안은 지난달 24일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 의결을 거쳤지만, 법사위는 “교육계와 충분한 협의가 없어 이해관계 충돌이 빚어질 수 있다”며 심의를 늦췄다. 영유아보육법 처리가 어려워진 데에는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등의 반대가 영향을 미쳤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지난해 말 기준 전국 2859곳이 운영 중인데, 이용 아동 비율 12.1%로 민간 어린이집의 51.4%에 견줘 턱없이 부족하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임기 내 40%까지 끌어올리려면 앞으로 3000곳 정도의 국공립 어린이집을 더 지어야 한다. 해마다 최소 500곳 이상을 새로 확보해야 가능한 수치다.

아래는 유 전 장관 청원 글 전문.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청와대에 직접 청원할 수 있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저는 직업으로 글을 쓰는 사람이며, 이름은 유시민입니다. 최근에는 부업 삼아 방송 일도 조금 합니다. 저는 초등학교의 여유 공간을 활용해 국공립 보육시설을 확충하는 정책 시행을 청원하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자녀 양육을 거의 다 마쳤습니다. 막내가 새해 고3이 되니까요. 그렇지만 저희 부부가 큰아이를 백일 무렵부터 앞집 아주머니에게 맡기고 일하러 다녔던 때를, 둘째를 역시 백일 때부터 아파트 단지 안의 가정보육시설에 맡겼던 때를 잊지는 않았습니다. 그때는 보육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거의 전무했던 시절입니다. 자녀 보육 때문에 고민하는 젊은 부모들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역대 정부는 다양한 저출산 대책을 시행해 왔습니다. 저출산은 다양한 사회적 개별적 원인이 복합 작용해 생긴 현상이어서 한두 가지 대책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은 상식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가 젊은 부모들이 마음 놓고 필요한 시간만큼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을 찾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모두를 이 사실을 알기 때문에 출산을 더욱 망설이게 되는 것이지요.


언론보도를 보니 2017년 출생아 수가 40만 명 아래로 떨어질 게 확실합니다. 합계출산율이 세계최저(1.08)를 기록하면서 출생아 수가 처음으로 50만 명에 미달했던 2002년 이후 15년 동안 또 10만 명이 감소한 겁니다. 금년 출생아 수는 36만여 명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출생아 수 감소는 초등학생 수 감소로 이어지고, 학생 수 감소는 곧 초등학교에 여유 공간이 생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출산 쇼크가 처음 덮쳤던 2002년도 초등학생 수는 약 414만 명이었는데, 2017년은 267만 명을 조금 넘습니다. 15년 동안 150만 명 가깝게 줄어든 것이지요. 초등교원 수는 같은 기간 약 147,500명에서 187,400명으로 늘었습니다. 그 결과 학급당 학생 수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빈 교실은 특별활동 공간이 되었습니다. 합계출산율이 다소 높아진다고 해도 출산할 수 있는 여성의 수가 계속 줄어들기 때문에 출생아 수 감소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초등학생 수도 그에 따라 계속 감소할 것이며 초등학교의 여유 공간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취학 전 영유아를 가진 젊은 부모들은 공공보육시설 확충을 간절하게 바랍니다. 그런데 늘어난 국가부채와 낮아진 경제성장률로 인해 재정 여력이 소진된 탓에 정부는 짧은 시간에 공공보육시설을 많이 짓기가 어렵습니다. 부지를 마련하고 건물을 지으려면 많은 돈과 시간이 듭니다. 저는 학생 수 감소에 따라 생기는 초등학교의 여유 공간 일부를, 다시 말해서 지금 특활공간으로만 사용하고 있는 교실의 일부를 공공보육시설로 활용할 것을 청원합니다.


초등학교는 다른 어떤 시설보다 환경이 쾌적합니다. 젊은 부모들이 사는 모든 동네에 다 있습니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곳입니다. 출입구와 동선을 잘 조정하기만 하면 초등학생들 교육에 특별한 지장이 생기지 않습니다. 국가의 시설투자비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공공보육시설이 늘어나면 보육 종사자의 처우를 개선하고 여성들의 경제활동을 북돋우는 효과가 납니다. 초등학교 교실을 이용해서 만든 보육시설이 더러 있습니다. 종사자와 부모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들었습니다. 한 번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닙니다. 정부 안팎에 예전부터 제법 알려져 있는 정책 아이디어입니다. 만약 교육과 보육을 모두 하나의 정부부처가 관장했다면 이미 실현되어 있을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교육은 교육부가, 보육은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가 관할한 탓에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한 부처가 하든 여러 부처가 하든 원하는 보육서비스를 받을 수만 있으면 됩니다. 이 일이 이루어지게 하려면 청와대와 총리실이 강력한 조정 통합 기능을 발휘해야 합니다. 관련 부처끼리 협의하라고 하면, 안 되는 이유를 수도 없이 찾아낼 겁니다. 그래서 청와대에 청원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개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이 정책 아이디어를 청와대나 총리실에 건넬 수도 있습니다. 자랑은 아닙니다만, 저는 대통령도 알고 국무총리도 압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참모들도 많이 압니다. 그러나 잠깐 동안이었지만 중앙정부의 행정을 해본 경험에 비추어 생각해 보니, 그보다는 공개 청원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 부처가 합의하고 협력해야 하는 일은 한 부처 혼자 할 수 있는 일에 비해 진척이 더디기 마련이어서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합니다. 초등학교 교실을 활용해 공공보육시설을 확충하는 정책이 바로 그런 경우인 것이지요.


저는 문재인 정부가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절실하게 느끼는 소망을 실현해 주는 일에 우선적인 관심을 가지고 열정을 쏟고 있다고 느낍니다. 앞으로 더 힘을 내서 그런 일을 해주기를 바라며 마음의 응원을 보냅니다. 실현해 주든 그렇지 못하든, 대통령과 참모들이 국민들의 소망과 요구를 들으려고 노력하는 점에 대해서도 크게 감사드립니다.


2017년 12월 12일

청원인 유시민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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