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너도 잘하는 게 있어

양선아 2017. 12. 08
조회수 812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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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잘하는 게 없어 
이승민 글, 박정섭 그림/풀빛·1만1800원

<나만 잘하는 게 없어>는 숭민이라는 아이의 일기 형식으로 쓰였다. 남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는 짜릿함을 안겨주고, 이승민 작가의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유머 때문에 단숨에 끝까지 책을 읽게 된다.

숭민이의 일기에는 숭민이의 고민, 숭민이가 관찰한 부모, 숭민이의 교우 관계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숭민이는 게임을 좋아해서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이 꿈이다. 그러나 학교에서 ‘나의 미래’에 대해 써오라는 숙제에는 꿈을 의사라고 쓴다. “솔직하게 썼다가 엄마에게 혼날 수 있기 때문”이다. 숭민이는 또 국어 시험 점수를 15점에서 60점까지 올려 신이 나 엄마에게 시험지를 보여준다. 그런데 엄마는 심각한 표정이다. “예전에는 국어를 잘했다”라고 우기는 엄마는, 태권도 학원을 끊고 국어 학원에 가자고 말한다.

숭민이의 부모가 보여주는 태도는 갈수록 가관이다. 엄마는 동네 반상회를 가도 ‘독서왕’이나 국어 시험에서 백점 맞는 아이들의 엄마 이야기만 듣고 온다. 그래서 난데없이 저녁 먹고 온 식구가 책을 읽자고 한다. 안 읽던 책을 보니 엄마는 하품을 하다 빨래를 돌리고, 아빠는 화장실을 왔다 갔다 한다. 친구 동규가 영재 프로그램에 나오고 난 뒤에는 아빠가 느닷없이 캠핑을 같이 가겠다고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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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등장하는 부모는 아이가 진짜 원하는 것에 관심이 없다. ‘엄친아’와 끊임없이 비교하고 남들 흉내만 내려 한다. 그런 부모 밑에서도 아이는 꿋꿋하게 자란다. ‘동규는 수학을 잘하고, 지영이는 글쓰기를 잘하고, 성윤은 암기를 잘하는데 왜 나만 잘하는 게 없을까’라고 고민하던 숭민이는 자신의 관심사가 별자리라는 것을 알게 된다. 거짓으로 의사가 될 것이라고 썼던 일기장에 “나는 천문학자가 될 거다”라고 고쳐 쓴 일기장을 보면 왠지 뿌듯함까지 느껴진다.

모든 아이는 자기 스스로 내재된 힘을 갖고 있다. 오히려 어른들이 방해만 하지 않으면 자발적으로 그 힘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8살 이상.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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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현재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쓰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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