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창의미술교육 수업을 듣는 주말동안 아이들을 맡았다. 마침 영어교육도시에서 플리마켓이 있어서 부스참여 신청을 했고 나는 아이들이랑 놀아줄 겸 휴일인데도 무릉외갓집 농산물을 바리바리 싸서 갔다.

아이들 장난감과 책, 옷가지 등을 팔려고 몇 년전부터 장터를 재미삼아 나갔는데 몇 년전 도채비장터때는 아이들이 어려서 그런지 파는 것에 관심이 없었고 올해 옆 아파트에서 열린 장터에서는 우리 장난감이 하나도 팔리지 않았다. 잠시 장터에 들러서 살펴보니 우리 중고 장난감이 ‘별로’였던 이유도 있지만 아내도 아이들도 팔아야 할 ‘의지’가 없어보였다. 그러니 물건을 못 팔 수밖에.

이번에는 완판까지는 아니어도 아이들에게 장터에서 물건을 파는 경험을 갖게 해주는 생각으로 영어교육도시 플리마켓으로 향했다. 장터에 가보니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마침 옆 부스가 참가를 취소하여 매대까지 두 개를 얻은 상황이라 나는 자연스레 아이들에게 부스 하나를 넘겼다.

 

셀러들.jpg » 두 명의 셀러들. 이들은 과연 모든 물건들을 다 팔고 집에갈수 있을까

집에서 출발 할 때 “아빠 내가 무얼 가져가서 팔 건지 한번 골라볼게” 하더니 뽀뇨는 완전 큰 곰돌이 인형 ‘푸우’와 크롱인형, 디즈니 공주 독서대 등등을 챙겼다. “유현아, 크롱인형 이거 팔아도 돼?”, “응”. 생각해보니 둘째가 인형을 끊고 로봇을 좋아하게 된지도 꽤 되었다.

판매를 개시하고 나는 매대에 앉아있는 아이들 인증사진을 남겼다. 둘 다 무얼해야 되는지 몰라 가만히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앉아만 있었다. “그러지 말고 우리 혹시 살게 있는지 한번 둘러보자”라고 플리마켓을 돌아보는데 유현이 눈과 내 눈에 카봇 완성체들이 들어오는게 아닌가. 플리마켓에 장난감들이 고작해야 몇 천원단위인데 무려 2만 5천원이라 적혀있는게 아닌가. 본체만체하고 되돌아 섰지만 유현이는 내심 마음에 둔 장난감이 있었나 보다. ‘플리마켓에서 아이 장난감 하나 사줘야지 하고 마음먹고 왔는데 2만 5천원이 뭐람’. 내 맘음 복잡해지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농산물을 늘 그렇듯 열심히 팔았다. 손 안에 지폐가 두둑해질 즈음, 뽀뇨가 내게 말을 걸었다. “아빠, 그 돈 내게 줘. 나 하나도 장난감 못 팔았어”. “뽀뇨, 가만히 있는다고 물건이 팔리는게 아냐. 아빠처럼 지나가는 사람에게 사라고 해야지”. “나, 부끄러워서 못하겠어. 아빠가 귤 파는 것처럼 내 인형도 팔아줘”. “안돼, 아빠 물건 파느라 정신없다구”.

그리고 몇 분이 흘렀을까 옆 부스를 보니 큰 곰돌이 푸우가 없어졌다. 함께 팔러 나온 팀장님이 어떤 외국인 할머니가 푸우를 크리스마스 장식용으로 5천원에 사갔다고 했다. 뽀뇨 손을 보니 5천원 지폐와 5백원 동전 두 개, 백원 동전 두 개가 꼭 쥐어져 있었다. 아이가 불쌍해서 사줬나 싶었는데 나머지 물건들은 좀처럼 나가질 않았다. 그리고 몇 분이 흘렀을까. 한 외국인 가족이 뽀뇨 부스로 다가왔고 세 명의 외국인 여자아이 중 한 명이 디즈니 독서대에 관심을 보였다. 정확히 말하면 독서대가 아니라 디즈니 공주들에. “뽀뇨야, 아이들이 관심이 많나봐. 어서 팔아봐. 이거 얼마에 팔거야?”, “2천원” 좀 비싸보였다. 그 엄마가 이거 뭐냐고 물어보길래 독서대라고 얘기했고 그 아이는 사겠다고 했다. 눈이 파란 예쁜 여자아이였다.

이제 팔릴만한 것은 크롱이 남았다. 근데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살 사람들은 점점 줄어들고 옆 장난감 부스의 로봇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해졌다. 그게 궁금하면 안되었는데 그래도 유현이를 데리고 갔다. “유현아, 나중에 아빠가 사줄거니까 어떤 걸 갖고 싶어?” 물어보니 커다란 카봇 합체로봇이 아니라 왠지 모르게 무거운 토이스토리 버즈로봇을 가르키는게 아닌가. 2만 3천원이라 쓰여있는 그 로봇을 가르키며 “아주머니, 이거 ‘0’이 하나 빠져야 되는거 아니에요?”라고 물었더니 “이 로봇들 다 팔아서 아이 장난감 하나 사줘야 되요”라고 한다. 왠지 ‘다음에 사줄게’ 라고 이야기하면 유현이가 울 것이고 그러면 나도, 셀러 아주머니도 서로 난감하지 않을까 싶어 셀러로 나온 남자애에게 이거 어떻게 조립하는 거냐고 물었다. “이거요. 조립하기 진짜 어려워요. 이렇게 저렇게 해서요.. 어떻게 하는지 까먹었어요”. “그지? 이거 삼촌이 봐도 힘들겠다. 2만 3천원인데 3천원만 깍아주라.” 아이가 엄마 얼굴을 쳐다보길래 “주인은 너잖아. 니가 결정하면 엄마도 오케이 할거야”라며 3천원을 깍았더니 엄마가 “이거 한정판이라 비싼 거에요”라면서도 2만원에 오케이했다.

 

판돈.jpg » 아내가 많이 팔았다고 칭찬했지만 나는 만족할 수 없었다

 

다시 부스로 돌아와 크롱을 어떻게 팔까 고민했는데 3살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 여자아이가 우리 부스 앞으로 걸어와서는 크롱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너 이거 갖고 싶구나. 엄마한테 사달라고 해요”, “뽀뇨 이거 얼마에 팔거야?” 물어보니 또 “2천원”이라고 한다. 엄마가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라 크롱을 어린 아이품에 안겨주었더니 꼭 안는다. “이야, 크롱이 진짜 갖고 싶은 모양이네” 그 엄마는 2천원을 지갑에서 꺼내었고 뽀뇨는 마감 때에 9,200원을 쥘 수 있었다. 생각보다 많이 팔긴 했지만 우린 2만원 지출에 고작 9,200원 수입이라 마이너스였다.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유현이가 산 이 장난감, 왜 이렇게 무거워요?”라고 물었다. “이거 무슨 한정판이라고 하네요. 2만원이나 주고 샀어요. 영어교육도시 엄마들은 장난감을 너무 비싸게 파는 것 같아”라고 하며 혹시 판매가가 얼마인지 인터넷으로 검색해보았다.

“보자. 이게 ‘토이스토리 버즈 합체품’이고 한정판이라고 했지” 헉.. “수미, 이거 반다이 합금 제품이고 판매가가 무려 1백 7만원이에요” 그날 밤, 우린 유현이를 대견스럽게 생각하고 반다이 뭐시기 무거운 버즈를 합체하여 얌전히 머리맡에 모셔두고 잠자리에 들었다. 왠지 모르게 뿌듯한 하루였다.

 

버즈 한정판 합체모습.jpg » 토이스토리 버즈 합체모습. 오늘따라 유현이가 참 대견스러웠고 우린 흡족해하며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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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욱
세 가지 꿈 중 하나를 이루기 위해 아내를 설득, 제주에 이주한 뽀뇨아빠. 경상도 남자와 전라도 여자가 만든 작품인 뽀뇨, 하나와 알콩달콩 살면서 언젠가 가족끼리 세계여행을 하는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현재 제주의 농촌 마을에서 '무릉외갓집'을 운영하며 저서로 '제주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것', '제주, 살아보니 어때?'를 출간했다.
이메일 : pporco25@naver.com       트위터 : pponyopa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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