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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모험 사업가 시대, 정답보다 문제 찾도록

양선아 2017. 11. 21
조회수 2014 추천수 1
[전문가 문석현 소장이 말하는 미래] 
인공지능 시대 아이 어떻게 키울까
 512.jpg » 문석현 소장. 사진 양선아 기자.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을 아우르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세계 최고의 미래학자인 토머스 프레이는 “4차 산업혁명으로 2030년까지 20억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며 “차세대 일자리는 미래 산업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막연하고 두렵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회 변화 속도가 빨라지는데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고 교육해도 괜찮을까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대기업 사원, 의사, 변호사, 선생…
10년 뒤에도 안전한 직업일까
 
4차 산업혁명으로 2030년까지 
20억개 일자리 사라진다는 예측도
 
기술 발달하고 다양한 혁신으로
일당백, 승자 독식 사회 가속화

‘베이비트리’는 이런 부모의 고민을 덜고 미래 시대를 대비한 양육 방향에 대한 조언을 듣기 위해 인공지능 박사이자 데이터 분석가인 문석현 데이터경영연구소 소장을 만났다. 문 소장은 카이스트에서 인공지능 분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쿠팡이나 넥슨 등 인터넷·게임 서비스를 하는 기업에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성과를 낸 전문가다. 그는 다른 분야보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소프트웨어 업계에 발을 담그고 있는데다 두살배기 딸을 키우는 아빠이기도 하다. 최근 그는 ‘인공지능 박사 아빠가 말하는 미래의 일과 행복’이라는 부제를 단 육아서 <미래가 원하는 아이>라는 책도 냈다. 변화의 최전선을 경험해본 그라면 좀 더 실질적인 조언을 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인터뷰는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 본사에서 진행했다.
 
“기회 잡으려면 정공법만이 답”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은 모두 하는 것 같아요. 다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대한 생각이 다른 것 같아요. 어떤 분들은 미래가 불확실하니까 자녀가 더 안전한 직업을 갖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다가올 미래는 ‘안트러프러너’의 세상이 될 것입니다. 그런 세상에서 기회를 잡으려면 정공법만이 답이에요.”

문 소장은 눈을 크게 뜨고 또박또박 말했다. ‘안트러프러너’(Entrepreneur)는 기존 업무 위주로 사업을 펼치는 ‘비즈니스맨’과는 어감이 다르다. ‘안트러프러너’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창업하는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모험적인 사업가라는 뜻을 담고 있다. 현실의 문제점을 찾아 상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해결할 줄 아는 기업가, 혁신과 창조의 주체로서의 기업가가 미래에 성공하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많은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가 대기업 사원, 선생님, 의사, 변호사, 변리사 등과 같이 안전해 보이는 직업을 갖기를 바랍니다. 저희 부모님도 최근까지 행정고시 등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셨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직업들이 미래에도 안전할까요? 절대 그렇지 않아요.”

문 소장은 미래 사회를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로 ‘일당백 시대’와 ‘승자 독식 사회’를 꼽았다. 개인의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이 발달하고 다양한 혁신이 계속 진행중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미래에는 능력 있는 한 사람이 평범한 사람 10명, 20명이 하는 일을 해낼 수 있다. 현재에도 그런 현상은 나타나고 있다. 과거에는 대기업 임원의 일정 관리는 비서가 했다. 이제는 기술 발달로 임원 스스로 일정 관리를 한다. 이런 식으로 사라지고 있는 직업군이 늘고 있고, 부모는 그러한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문 소장은 또 미래에는 1등만 살아남고 나머지 사람들과의 격차가 더 벌어지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본다. 그가 경험한 소프트웨어 업계가 그렇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개인용 컴퓨터(PC) 운영체제와 사무용 소프트웨어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구글이 나타나 컴퓨터 운영체제가 아닌 검색 서비스에서 길을 찾아 성공했다. 뒤늦게 마이크로소프트가 검색 서비스를 만들었지만 구글을 따라잡지 못했다. 부모들이 선호하는 의사라는 직업도 그렇다. 10년 전만 해도 의사가 되면 10억원 정도는 어렵지 않게 벌 수 있었다. 이제는 개인 병원 차렸다가 망하는 경우도 늘었고, 보건소 의사 자리를 놓고도 의사들이 경쟁한다. 미래에는 인공지능 기반 의료 영상 판독과 같은 기술을 적용해 혁신을 할 줄 아는 의사와 그렇지 않은 의사의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따라서 그는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안트러프러너’ 정신을 가져야만 미래 시대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본다.

대변초등학교 교명 바꾼 아이들

그렇다면 아이가 ‘안트러프러너’ 정신을 가지려면 어떻게 양육해야 할까? 문 소장은 우선 “정답을 맞히는 교육 말고 아이에게 문제를 발견하도록 하라”고 말한다. 학교나 가정에서는 여전히 문제를 던져주고 답을 찾도록 한다. 그래서 아이들의 질문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문 소장은 “이런 방식은 인공지능 시대에 맞지 않다”며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생각하는 연습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 재미없고 귀찮은 일이 있다면 그것을 없앨 방법은 무엇인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그 기술로 무엇이 가능할지 아이와 함께 적극적으로 대화해볼 것을 권했다.

예를 들면, 올해 초 부산의 대변초등학교에 다니는 한 학생이 학교 교명 때문에 놀림을 받자 교명 변경 운동을 벌였다. 아이는 졸업 동문생들과 동네 어른, 선배들에게 편지를 써서 교명 변경 운동에 참여해줄 것을 호소했다. 결국 이 학교는 내년부터 개교 55년 만에 교명을 바꾼다. 문 소장은 “이런 경험을 해본 아이와 안 해본 아이의 문제 해결 능력은 엄청나게 차이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아이에게 부모와 교사가 “너는 왜 그렇게 생각하니?”라는 질문을 자주 해야 한다고 말했다.
 
512 (1).jpg » 지난 7월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에서 열린 ‘구글과 함께하는 반짝박물관' 전시에서 카드보드 가상현실 기기를 착용한 어린이들이 360도 영상을 체험하는 모습이다. 이 체험 공간에서는 인공지능(AI) 기술, 가상현실(VR) 360도 영상 등을 활용해 다양한 작품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체험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교육이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도전적인 과제를 제시하는 것도 ‘안트러프러너십’(기업가 정신)을 키울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면, 초·중·고에 다니는 학생이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공모전이나 대회에 참여하도록 격려해보자. 일정 기간 데드라인을 정해놓고 어떤 과제에 도전해보고 결과에 대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자. 이런 과정들을 통해 아이는 도전 정신을 가질 수 있고, 자신의 재능과 적성도 파악할 수 있다.

재미없고 귀찮은 일이 있다면 
그것을 없앨 방법은 무엇인지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그 기술로 무엇이 가능할지 
 
질문하고 해결하는 능력 키우고
일부러 시간 벌어 다양한 경험 하게

마지막으로 그는 아이에게 돈보다는 시간의 중요성, 시간을 대하는 태도를 가르칠 것을 권했다. 문 소장은 “미래 시대에 각광받는 산업은 크게 다른 사람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서비스이거나 남는 시간에 그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서비스 두 종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간을 대하는 태도와 도전 정신이 문제 해결 능력과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해, 4차 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인 장병규씨와 관련한 일화를 소개했다.
 
엉뚱한 궁리 한 대학 선배의 기억

“장병규 위원장은 카이스트 다닐 때 같은 동아리를 했던 선배였어요. 당시 수강 신청을 하려고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불편했지요. 그런데 장 선배는 ‘너무 불편하니 내가 더 나은 시스템을 직접 만들어보겠다’고 궁리하고 그러더라고요. 그때 저는 장 선배를 보며 ‘왜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했지요. 결국 장 선배는 카이스트의 전자수강신청시스템을 처음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때 그런 모습을 보였던 장 선배의 현재와 당시 그저 학점에만 신경쓰면서 학교를 다니던 선배들의 현재 모습은 어떻게 다를까요? 천지 차이입니다.”
 
그는 평소 부모가 돈을 주고서라도 시간을 벌고, 그 절약된 시간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의 중요함을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간이라는 자원은 누구에게나 공평합니다. 미래 시대의 비즈니스는 누가 시간을 지배할 것인가의 싸움이에요. 4차 산업혁명이라고 무조건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기회가 열려 있습니다. 과거에는 학교에서 필답 고사 잘 치르는 아이가 성공하는 시대였다면, 이제는 학교 교육은 수많은 재능 중 하나일 뿐인 세상이 온 것이지요. 부모나 교사들이 보다 마음을 활짝 열고 ‘기회’라는 관점에서 미래를 보았으면 좋겠어요.”

문 박사는 카이스트를 졸업한 뒤 대기업 개발자와 같은 안정적인 직업 경로를 가지 않았다. 사업 기획자에서 데이터 분석가로, 스타트업 기업의 시이오로 변모해왔다. 다양한 경험을 쌓고 계속 모험 정신을 발휘해온 그다운 발언이다. 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그가 보여온 행보와 그의 발언을 참고해 양육해보면 어떨까.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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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현재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쓰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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