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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황금빛 노을처럼 빛나는 그림책도서관

양선아 2017. 11. 02
조회수 1579 추천수 0
신발 벗고 들어서면 펼쳐지는 그림책 세상…
그림책 원화 전시·합창 등 다양한 행사 펼쳐져
주변엔 순천만 습지·국가정원, 낙안읍성 등 명소도

순천시립 그림책도서관 내부. 양선아 기자
순천시립 그림책도서관 내부. 양선아 기자


낡고 허름한 건물들을 보면 의문이 든다. ‘어쩐지 그림책도서관과는 어울리지 않아’라고 생각할 즈음,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커다란 한글 큐브가 나타난다. 그 위에는 가방을 멘 한 소녀가 먼 곳을 응시하고 있다. ‘순천시립 그림책도서관’의 상징인 한국의 대표적인 설치작가 강익중 작가의 작품이다. 강씨는 고 백남준 작가와 교감하며 작품을 만든 바 있고, 이달 19일까지는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 제1, 2전시실에서 ‘아르코미술관 대표작가전’에 초대돼 작품을 전시 중이다. 아이와 함께 거대한 한글 큐브에 그려진 한글도 읽어보고, 하늘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강 작가의 작품 구석구석을 살피다 보면, ‘그림책도서관에 왔구나’라는 감각을 비로소 느낄 수 있다. 

2014년 개관한 전남 순천시립 그림책도서관은 그림책과 미술관을 결합한 특화 공공도서관이다. 건물 들머리에 들어서면 다른 도서관과 달리 신발을 벗어야 한다. 1층에는 그림책 자료실과 그림책 인형극장이 있다. 그림책 자료실에는 6천여권의 국내외 그림책이 있다. 부모와 아이들은 뒹굴며 그림책을 마음껏 볼 수 있다. 건물 곳곳에는 환경미술가이자 정원 디자이너인 황지해 작가가 디자인 기부를 한 스토리 벽화가 그려져 있다. 빨간 여우와 소녀가 물고기를 구워 먹고 있는 벽화 앞에 앉으면 누구라도 그림책 속 주인공이 될 수 있어 사진 찍기의 명소로 꼽힌다. ‘빨간 여우가 총 몇 마리일까?’ ‘내가 빨간 여우라면 어떤 생각을 할까?’ 등 빨간 여우를 주제로 아이와 대화를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아이는 빨간 여우를 찾아 건물 이곳저곳을 탐험하면서, 도서관인 듯 미술관인 듯 공연장인 듯한 이곳과 금세 친해진다. 

그림책도서관이지만 웬만한 소극장 부럽지 않은 큰 무대와 객석을 갖춘 인형극장도 있다. 이곳에서는 주중 오전 11시, 주말과 휴일에는 오후 1시와 오후 3시에 인형극이 상연된다. 현재는 <아빠, 우리 고래 잡을까?>라는 인형극이 상연 중이다. 순천을 여행하는 여행자라면, 이 시간에 맞춰 그림책도서관에 잠시 들러 여행의 피로를 덜어내면 어떨까.

순천시립 그림책도서관. 양선아 기자
순천시립 그림책도서관. 양선아 기자

2층에는 국내외 유명 그림책 작가를 초청해 작품 전시 및 체험을 즐길 수 있는 특별 전시실이 있다. 널찍널찍한 공간에 그림책의 원화를 전시한다. 원화 전시는 1년에 3회, 각 15주 동안 한다. 국내 유명 작가뿐만 아니라 해외 작가, 신인 작가를 골고루 초대한다. 오는 14일부터 내년 2월18일까지는 김미정, 이준선, 정회윤, 지경애, 황현선과 같은 신진 작가 5명의 협동 전시가 있다.

순천시립 그림책도서관 내부. 양선아 기자
순천시립 그림책도서관 내부. 양선아 기자

이외에도 순천시립 그림책도서관에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많다. 매달 넷째 주 토요일 오후 2시에는 그림책 작가를 만날 수 있는 그림책학교가 열린다. 오는 15일에는 순천 시민 30여명이 영국의 보컬리스트 필 민턴과 함께 ‘야생합창단 워크숍’을 연 뒤 발표회를 한다. 나옥현 순천시립 그림책도서관 관장은 “참가자들은 자신의 신체를 악기 삼아 음향으로서 목소리의 세계를 탐구한 뒤 공연을 할 것”이라며 “도서관에는 소리를 주제로 한 그림책을 한쪽에 전시해서 그림책과 음악을 연결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권오준 생태작가와 체험 프로그램을 한 뒤 마술과 랩으로 표현하는 프로그램도 계획 중이다.


순천시립 그림책도서관을 충분히 즐겼다면, 주변 관광지로 눈을 돌려보자. 황금빛 갈대 물결과 수많은 철새, 광활한 갯벌을 만날 수 있는 순천만 습지에서 도시 생활에서의 답답함을 털어버릴 수 있다. 세계의 다양한 정원을 둘러볼 수 있는 순천만국가정원에서는 눈이 즐겁다. 초가집과 전통적 생활 방식을 엿볼 수 있는 민속마을 낙안읍성과 고찰 송광사와 선암사에서는 가을의 고즈넉함을 만끽할 수 있다.

순천/글·사진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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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현재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쓰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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