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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말마다 여기저기서 지역 축제들이 한창이다.

하늘도 푸르고 날도 화창한 가을날, 볼거리 많은 이런 축제 현장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지난 토요일에는 우리 동네에서도 큰 축제가 열렸다.

'대야미 함께걸음 마을축제'다.

마을협동조합, 둔대초등학교 학부모회, 지역 축구 동아리를 비롯 여러 단체들과

마을 주점에서 만들어내는 막걸리며, 근처 농장에서 수확한 농산물들이며

마을 빵집의 빵들과 카페의 커피, 반찬가게, 천연 화장품 등 우리 마을에서

만들어지는 수많은 좋은 물건들이 판매되고, 동네작가 특별전도 열려

내 책도 전시, 판매 되었다.


그러나 이런 마을 행사의 꽃은 역시 벼룩시장!

아이와 부모들이 집에서 챙겨온 물건들을 펼치는 난장이 제일 흥성거리고 볼만하다.

올해는 나도 참여했다.

작아지고 안 입는 옷들을 왕창 가져와 전을 펼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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헹거에 옷걸이까지 챙겨와 늘어 놓으니 제법 번듯한 가게처럼 폼이 났다.

나는 행사 준비 위원이라 챙길 일들이 많아 가게를 지킬 수 없으므로 친정 엄마를

모셔왔다. 팔리는 만큼 엄마 용돈으로 가져가시라는 내 말에 엄마는 신이 나서

달려오셨다.

이룸이는 포스트잇에 가격표를 정성껏 적어 옷마다 붙여 놓았다.

정말 아까운 옷들은 3천원도 붙였지만 대개는 2천원이나 천원, 오백원짜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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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질 좋은 옷들을 들고 참여하는 이웃의 가게는 사람들이 쉼없이 드나든다.

나도 이곳에서 이룸이 잠바와 조카들 옷을 1,2천원씩 주고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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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는 것 보다 자기들끼리 노는데 정신이 팔린 사내아이들은 어디나 있다.

모처럼 가득 늘어놓은 카드들을 가지고 신나게 놀고 있으면 카드 좋아하는

아이들이 하나 둘 몰려들어 큰 판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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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코너에서는 맛있는 육개장과 파전, 어묵과 떡볶이에 청소년 협동조합

'유스쿱' 회원들이 만들어 판 '달고나'가 인기를 끌었다.


이날 우리 가게 수입은 2만원쯤 되었다. 주로 친정 엄마가 파셨다.

나는 거기에 얼마를 더 얹어 엄마의 일당으로 챙겨 드렸다.

그리고 물론 나도 좋은 물건들을 건졌다.

매년 봄과 가을에 열리는 마을 장터는 아이들 옷과 신발을 사는 주요 시장이다.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때부터 나는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물건들로 아이들을 키워왔다.

주변에서 물려주는 옷들과 벼룩시장에서 구하는 옷들로 세 아이 모두 큰 돈 안 들이고

잘 입히고 신겼다. 내 옷이나 내가 쓰는 물건들도 꼬박 꼬박 벼룩시장을 통해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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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오면 밖으로 뛰어 나가 노는 아이들을 키우다보면 따듯한 방한화가 넉넉히

있어야 하는데 이번 장터에서 이룸이 겨울 부츠를 2천원에 구입했다.

몇 번 신지 않았다는데 밑창도 짱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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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멋부리기 좋아하는 큰 딸이 좋아하는 신발도 3천원에 샀다.

이런 신발, 새걸로 사려면 몇 만원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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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장터에서 2천원 주고 산 가방이 슬슬 질리던 참에 아들 학교 벼룩시장에서

맘에 쏙 드는 가방을 찾았다. 수납공간이 넉넉하고 가족 품질이 아주 좋은

초록색 가방을 역시 2천원에 샀는데 너무 너무 좋다.

일류 명품보다 사용한 사람이 손길이 적당히 베어 있는 이런 물건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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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하고는 너무 좋아 소리를 질렀던 물건이다.

젊고 세련된 애기 엄마가 인도 여행에서 직접 사 왔다는 캐시미어 머플러를

3천원에 팔고 있어서 얼른 집어 왔다.

큼직하고 넉넉한 사이즈에 말도 못하게 보드랍고 따스하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컬러다. 어서 날이 추워져서 멋들어지게 이 머플러를 두르고 나갈 날만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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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이 친구들 사이에서 대 유행인 후드 잠바도 2천원에 구했다.

윤정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른다.


마을 장터 벼룩시장에 나오는 물건들은 모두 동네 아이들이나 주민들이 사용했던

것들이다. 낡은 것들도 더러 있지만 자기 아이들 입혔던 옷 들 중에 쓸만한

것들만 추려서 내는 것이라 부지런하기만 하면 좋은 물건들을 얻을 수 있다.

아이들 겨울 잠바 같이 사려면 큰 돈 나가야 하는 것들도 대개는 벼룩시장에서

구했다. 동네 형이나 언니들이 입고 물려준 것들도 물론 요긴하게 입힌다.


입히고 신기는 것들에만 큰 돈 안 들여도 세 아이 키우는데 정말 도움이 된다.

새옷, 비싼 옷같은 것엔 눈길 한번 준 적 없다. 내력이 있고 사연이 있고,

엄마들이 정성껏 손질해가며 입혔던 옷들을 내 아이들에게 입히는 것이 더 좋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작아지고 여전히 쓸만하면 잘 손질해서 다시 장터에 내거나

동네 동생들에게 물려준다.

자기보가 키가 훨씬 더 큰 친구가 입던 옷을 벼룩시장에서 사 입고 다녀도

큰 딸은 부끄러워 하지 않는다. 막내가 입던 옷을 막내 친구가 사서 입고 학교에

와도 그런 것이 놀림이 되지 않는 학교다.


세 아이 모두 남이 입던 옷, 쓰던 물건들을 입거나 사용하는것에 자연스럽다.

가끔 새옷을 원할때도 있지만 그럴때 한 두개쯤 기분 좋게 사 주면 된다.

큰 돈 들지 않는다.

인형처럼 이쁘게, 모델처럼 세련되게 입혀서 키우는 엄마들도 많고,

근사하게 차려입고 다니는 아이들도 많지만 조금 낡고 누군가 이미 입었던

옷들을 입고 명랑하고 학교에 다니는 세 아이 모두 너무 이쁘다.


내가 입는 옷들도 대부분 벼룩시장이나 중고품 가게에서 고른 것이다.

중고 가게에서 산 만원짜리 니트 치마에, 역시 중고 가게에서 산 2천원짜리

빨간 스웨터를 입고 벼룩시장에서 산 2천원짜리 가죽 가방을 메고 나가면

사방에서 멋있다고 칭찬한다. 내 스타일에, 내 차림새에 내가 만족하고

내가 좋아하면 어떤 것을 걸쳐도 멋있어 보이는 법이다.


마을 장터와 각종 벼룩시장은 세 아이 키우는 데 가장 든든한 내 노다지다.

게다가 이 노다지는 마를 일이 없다. 매년 열리고 매년 우리에게 쓰임이 있는

물건들을 꼭 만난다.


아이를 키우는데 적지 않은 돈이 들어간다.

그러나 알뜰하게, 큰 돈 들이지 않고 잘 키우는 방법도 있다.

마을 곳곳의 노다지를 잘 이용하는 것이다.

교회나 부녀회, 복지관, 학교, 다양한 곳에서 계절마다 다양한

장터가 펼쳐지고 상절 벼룩시장들도 많다. 눈을 반짝이며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노다지를 건져올려보자.


오늘 아침 기온이 영상 1도까지 내려갔다.

나는 밝은 청색의 케시미어 머플러를 쳐다보며 조금 더 추워지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2천원주고 산 검정 울 코트에 밝은 청색 머플러를 두르고 초록색 가죽 가방까지 매어주면

우와...

너무 멋질 것 같다.

이 맛에 노다지 캐러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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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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