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미음이 마음으로, 미움으로… 개성 만점 동시들

양선아 2017. 10. 30
조회수 1068 추천수 0
발랄한 감각 마음껏 펼치는
젊은 동시 작가 김준현·신민규
설화 소재로 삼은 안오일 작가
정연철 작가의 동시다운 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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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교시/신민규 시·윤정주 그림/문학동네·1만500원 
나는 법/김준현 시·차상미 그림/문학동네·1만500원 
빵점에도 다 이유가 있다/정연철 시·안은진 그림/한겨레아이들·9000원 
꼼짝 마, 소도둑!/안오일 시·신혜원 그림/한겨레아이들·9500원

개성 만점 동시집 4권이 동시에 출간됐다. 문학동네 동시집 시리즈로 김준현 시인의 <나는 법>과 신민규 시인의 가, 한겨레 동시나무 시리즈로 정연철 시인의 <빵점에도 다 이유가 있다>와 안오일 시인의 <꼼짝 마, 소도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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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현·신민규 시인은 동시 문단에서 드문 30대 시인들이다. 신세대라서 그런지 새로운 세대만의 발랄한 감각이 돋보인다. 김준현 시인의 시는 리듬감이 있으면서 말과 단어가 하나의 장면으로 형상화되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한글공부-미음’이라는 시 일부를 보자. “미음은 선이 하나 모자라서/ 마음이 되지 못하고/ 작고 네모난 방이 되었다 문도 없는 방이 되었다// 마음이 되지 못한 미음은/ 좁아터져서/ 엄마가 성적 때문에 폰을 못 쓰게 할 때/ 친구가 요즘 들어 나하고 놀아주지 않을 때/ 나 혼자 틀어박혀 있는 방이 되었다/ 미음은 가끔 미움이 되었다” 미음이 마음으로, 마음이 문으로, 그러다 미움으로까지 변하는 과정이 마치 웹툰처럼 그려진다.

신민규 시인은 아예 시에서 ‘숨은글씨찾기’도 한다. “여기숨어있는것이무얼까요/ 어린이여러분잘찾아보세요/ 빨리빨리눈이핑핑돌기전에/ 한번본거또보고얼른찾아요/ 다찾으면오징어구워줄게요/ 오징어먹다남기면마빡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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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과 이빨이라는 글씨를 찾아내고, 아기를 발견한 뒤 똥이라는 글자를 알게 되는 순간, 독자는 시인의 재기발랄함에 웃음이 팡 터진다. ‘활자인간’이라는 시에서 시인은 ‘옷’이라는 단어를 해체해 “ㅇ은 머리/ ㅗ는 몸/ ㅅ은 다리”로 규정한다. “옷은 사람이다/ 옷이 옷을 입는다/ 옷이 모자를 쓴다” 등으로 진화하더니 마침내는 ‘활’이 된다. 기존 시인들과는 다른 감각으로 시를 만들어 신선하다. 문자를 하나의 이미지로서 소화해 마음껏 논 뒤 시가 빚어지는 과정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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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짝 마, 소도둑!>은 설화를 소재로 만든 이색적인 시집이다.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내려오는 옛이야기를 시라는 형태로 만들었다. 안오일 시인은 담양의 375개 마을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마을의 유래와 역사, 지명과 지형지물, 설화, 세시풍속과 민속, 인물, 문화유적 등을 조사한 뒤, 그것 가운데 50여 편의 시를 만들었다. 권선징악적 메시지가 분명한데, 한 편의 시를 읽고 나면 마치 이야기 한 편을 들은 듯 가슴이 찡하고 먹먹하다. 옛이야기와 함께 시도 함께 즐기는 일거양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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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철 시인의 시집에는 소박하고 정답고, 동시다운 동시가 많이 수록됐다. “바람이 자꾸 노크해서” 창문을 여는 아이가 있고, “빵점에도 다 이유가 있다”고 말하며 배시시 웃는 아이가 있다. 할머니의 말과 행동을 세심하게 관찰하는 아이도 있다.

동시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읽는 시다. 아이는 아이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각각의 동시집이 갖는 개성을 맛본다면, 이 가을을 가을답게 만끽할 수 있지 않을까.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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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현재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쓰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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