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측두엽을 키우는 능동적인 읽기

김영훈 2017. 10. 16
조회수 2007 추천수 0
독서왕 K군의 숨겨진 비밀

baby-2598005_960_720.jpg » 독서. 사진 픽사베이.독서왕 K군은 하루에 최대 71권을 읽은 적이 있고 처음 본 두꺼운 책도 40~50분 만에 읽을 수 있습니다. K군은 책 속의 목소리를 상상하며 마음의 귀를 기울인다고 하는데, 한번 책을 읽으면 4~5시간은 기본입니다. 밥을 먹을 때도, 화장실에 갈 때도 놀이터에서도 책을 보는 K군이 책을 읽을 때 몰입도가 뛰어납니다. 

방송국의 요청으로 K군의 독서 몰입도를 알아보기 위하여 뇌파검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뇌파를 찍으면서 책을 읽고 몰입하기가 쉽지 않은데 K군은 아주 잘했습니다. K군은 책으로 둘러싸인 자신의 방에 들어서자마자 책을 읽기 시작하고, 빠른 속도로 독서를 해나갑니다. K군은 자신이 다른 아이들보다 빨리 책을 읽을 수 있는 이유는 책 속에 등장하는 등장인물의 목소리를 이용하여 책을 읽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방송제작진이 45분 만에 책을 읽어낸 K군에게 몇 가지 테스트를 진행 했는데 K군은 스토리 내용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K군은 주말에는 도서관에 가서 독서를 합니다. 오전 아홉시부터 책을 읽기 시작한 K군은 도서관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책을 읽습니다. K군은 마음이 슬플 때는 즐거운 책으로 기분이 풀고, 마음이 복잡할 때에는 슬픈 책으로 가라앉히고, 지루하고 재미없을 땐 소설책을 읽는다고 합니다. 도서관에서 집으로 돌아온 뒤에도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합니다. 여동생이 놀자고 보채도 책을 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식사를 할 때도 가족 간의 대화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책을 읽느라 밥도 제대로 못 먹는 K군입니다.

K군은 다섯살에 한글을 다 깨우치고 책을 읽기 시작해서 어휘구사력과 독서량이 다른 또래 친구들보다 우월합니다. 그러나 K군은 많은 독서량에도 불구하고 성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수업시간에도 K군은 몰래 독서를 하다가 선생님께 들키기도 합니다. 쉬는 시간에도 친구들과 어울리는 대신 독서를 합니다. 책을 읽을 땐 책이 본인을 끌어당기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K군에게 어떤 종류의 책을 좋아하냐고 물으니 현실에 일어날 법한 일, 소설류를 좋아한다고 하였습니다. 

책을 읽을 때 K군의 뇌파는 빠른 베타파가 나왔습니다. 게임에 수동적으로 빠져있을 때 빠른 베타파가 나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사고하고 판단하는 분석하는 식의 책 읽기가 있고, 몰입해서 빠지는 책 읽기가 있는데 K군의 경우에는 빠져 읽는 독서였습니다. K군의 지능검사 결과, 보통 또래와 같은 평균적인 수준이나 언어적 사고력, 추상적 사고력만 보면 130 정도 수준까지 오르는 매우 우수한 수준이었습니다. K군은 영재성이 있지만 빛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K군이 자신이 상상한 내용을 글로 풀어쓰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지만 아직 미숙하였습니다. 어렸을 때 시도 쓰고 일기를 썼지만 부모님은 적극적인 지도를 하지 않았습니다. 책을 읽는 것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고자 창작활동을 지원하지 않았는데 그것이 오히려 생각하고 분석하는 독서를 하지 못하게 한 것입니다. 

K군은 분명 영재성이 있습니다. K군이 간접적인 지식만이 아닌 직접적인 자연체험이나 과학체험으로 확장하고, 책 읽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토론을 하고 글을 써내려가며 현재 축적해 놓은 독서량들과 이야기들을 밖으로 꺼낼 수 있어야 합니다. 책 속의 주인공들과 교감하는 K군을 그대로 책 속에 가두어 놓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느끼고 생각한 바를 다른 사람들에게 표현할 수 있도록 지도가 필요합니다. 책을 읽고 독후 활동을 하거나, 다른 사람과 토의하거나, 내용과 관련된 영상을 시청하는 것으로 K군은 수동적 집중력에서 적극적 집중력으로 확장될 수 있으며, 객관적인 시각으로 분석하고 비판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읽기의 뇌

독서의뇌.jpg » 독서의 뇌. 이미지 김영훈.언어의 뇌중 가장 중요한 영역은 베르니케 영역(Werniche's area)과 브로카 영역(Broca's area)으로 각각 언어의 이해와 표현을 담당합니다. 베르니케 영역의 왼편에는 귀에서 들어오는 소리를 처리하는 청각피질이 있고 브로카영역의 위쪽에는 몸의 근육을 움직이게 하는 운동피질이 길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뒤통수에 있는 후두엽은 시각적 정보를 처리하는데, 눈을 통해 뇌로 들어가는 신경 신호가 일단 후두엽의 1차 시각피질로 들어간 다음 그 종류에 따라 별도의 처리 부위가 작동합니다. 눈으로 들어간 시각적 정보는 일상적인 사물일 수도 있고, 좋아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복잡한 글자일 수도 있는데 각각의 정보를 처리하는 시각피질의 위치가 다릅니다.

예컨대 아이가 “옛날 옛날에 철수라는 이름의 아이가 살았습니다.”라는 문장을 소리 내어 읽는다면, 먼저 책을 눈으로 읽고 있으므로 1차 시각피질이 활성화되고 청각피질에 저장된 단어 읽기 관련 정보와 베르니케 영역을 통해 읽은 문장을 이해하려 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좌측 하측두피질에 있는 방추상회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방추상회는 글로 쓴 언어를 인식할 뿐 아니라 사람들에게 단어(예를 들어 꽃)를 보여주거나, 단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단어가 아닌 문자열(예를 들어 퐃)을 보여줄 때 활성화됩니다. 대뇌 좌반구의 가장 안쪽에서 바깥쪽 순서로 집, 얼굴, 텍스트, 물건을 알아봅니다. 

아이의 두뇌에는 범주별로 시각정보를 처리하는 부위들의 순서가 모두 똑같아서 단어 텍스트를 알아보는 곳은 반드시 얼굴과 물건을 처리하는 곳 사이에 위치합니다. 단어가 만들어진 구조와 철자, 발음과 의미를 살피기 위해서는 각회라는 영역이 작동합니다. 각회는 두정엽의 한 부분으로, 후두엽과 측두엽이 만나는 지점에 있습니다. 여기서 시각단어인식시스템과 언어처리시스템 사이의 가교 역할이 이루어집니다. 게다가 각회는 말하기 경로인 헤쉴회(Hechl's gyrus)와도 가까이 있습니다. 이러한 위치 덕분으로 문자는 각회에서 해석되면서 소리로 전환됩니다. 이렇게 해서 어떤 단어가 마음속에 떠오르면, 그 단어 및 그 단어와 관련해서 저장된 모든 정보에 관한 일련의 뉴런이 활성화됩니다. 

따라서 독서를 하려면 단어를 상기하는 능력과 각회의 무의식적 읽기 능력을 모두 갖추어야 합니다. 각회에서 각종 언어 정보가 수집된 다음 궁형속(arcuate fasciculus)이라는 신경고속도로를 타고 각종 정보가 브로카영역으로 이동합니다. 표현언어를 담당하는 브로카영역에는 글자를 소리 내어 읽도록 해주는 음성 정보가 함께 저장되어 있는데, 브로카영역은 바로 위에 있는 운동피질에 명령을 내려서 목과 입 등을 움직여 말소리를 내도록 합니다. 아이가 소리내어 책을 읽으면 아이의 목소리는 다시 아이의 귓속으로 들어가서 청각피질로 전달되고 아이는 제대로 읽고 있는지 순간적으로 판단을 내리며 실시간으로 발성을 조정합니다. 이렇게 아이가 독서를 하려면 전두엽, 소뇌 그리고 측두엽이 두정엽이나 후두엽이 모두 동원됩니다. 그래서 아이에게는 낭독이 중요한 것입니다.

독서는 경험 의존적인 발달 

독서는 조물주가 유전적으로 프로그램한 발달은 아닙니다. 사실 인류가 문자를 보편적으로 활용하게 된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기원전 4,000년 경 이후부터 발달한 이집트의 신성문자와 수메르의 설형문자가 문자시스템의 시초이므로 불과 1만 년도 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일반 사람이 문자를 평소에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더욱 역사가 짧습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일반 백성에게 문자 문명이 개방된 것은 1446년부터이고 한글 사용이 보편화된 지는 수백 년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인간의 두뇌가 텍스트를 고속으로 읽을 수 있게 된 것은 뇌의 '재활용' 때문입니다. 

새로운 기능이 요구될 때 없던 것을 새로 만드는 것보다 원래 있던 것을 보완하거나 수정해서 재활용하는 것이 자연과 두뇌의 보편적 방식입니다. 인간은 시각 시스템 중에서 인식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했던 얼굴 인식 부위에서 불과 8mm 떨어진 부위에 단어 텍스트를 알아보는 부위를 초단시간에 덧붙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물건을 알아보는 대뇌 부위와 사람 얼굴을 알아보는 부위 사이에 텍스트를 알아보는 부위가 덧붙여진 것은 최초의 문자시스템이 그림에 가까운 상형문자였기 때문입니다. 알파벳 A는 뿔 달린 소를 그린 이집트 상형문자가 변형된 것이고 S는 본래 뱀의 형상을 모방해 그린 것입니다. 그러나 문자는 서서히 주변 사물과의 유사성이 상실되면서 추상화되었고 그로 인하여 이들 문자를 알아보고 복잡한 문자시스템을 이해 및 표현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훈련과 교육이 필요하게 됩니다. 특히 소리 내어 읽기와 다독이 중요합니다.

능숙하게 읽을 수 있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 사이의 격차는 아이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들어갈수록 커집니다. 키스 스타노비치(Keith Stanvich)에 따르면 읽기에 익숙하지 않은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교 학생의 경우 1년에 대략 10만 단어 정도를 읽고, 평범한 아이는 100만 단어를 읽지만, 잘 읽는 아이는 약 1,000~5000만 단어까지 읽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책 속에 약 5만 단어가 들어있다고 가정하면 읽기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는 1년에 책 2권, 평범한 아이는 20권, 잘 읽는 아이는 200권에서 1,000권을 읽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읽기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와 잘 읽는 아이의 지적 능력은 시간이 갈수록 차이가 납니다. 

아이의 뇌는 읽기 능력이 숙달될수록 문자를 해독하기 위해서 들여야 하는 에너지 소모가 줄어듭니다. 아이의 두뇌 속에 문자만을 인식하는 영역이 발달하기 때문입니다. 이 영역의 발달 여부에 따라 분당 최대 500단어까지 읽을 수 있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분당 20~30단어도 힘들게 읽는 아이도 있습니다. 아이가 유창하게 글을 읽을 수 있게 되면 아이에게는 사용할 수 있는 작업기억의 공간이 늘어납니다. 입력받아 즉시 이해할 수 있는 단어들이 늘어나 자동으로 음운 디코딩 작업을 하게 되어 유창성이 충분히 확보되면 늘어난 작업기억으로 생각하고 추론하고 감정이나 경험적 지식까지도 통합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수많은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작업기억의 여유를 가지고 책을 읽으면 창의적인 생각을 하고 응용을 하는 능동적 독서가 가능해집니다. 

읽기의 발달 

< 7세 >

- 이제부터 적합한 수준의 소설이나 비소설을 읽고 이해할 수 있다.
- 읽는 시늉만 내던 단계에서 실제 읽는 단계로 접어든다.
- 모르는 단어를 소리 내 읽기 위해 글자-소리 대응을 활용한다.
- 읽다가 클린 부분을 문맥이나 글자단서를 이용해 스스로 수정한다.
- 단순한 문장이 온전하며 말이 되는지 구별할 수 있다.
- 글에 대한 질문을 읽고 답할 수 있다.
- 이야기의 전개가 어떻게 될지 예측하고 근거를 댈 수 있다.

< 8세 >

- 어렵지 않게 읽는다.
- 규칙적인 철자로 된 다음절어와 의미 없는 단어를 해독한다.
- 글자-소리 대음에 기초해 미지의 단어를 소리내어 읽는다.
- 의미가 분명하지 않을 때 문장을 다시 읽는다.
- 특정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이야기책이 아닌 것도 읽는다.
- 도해, 도표, 그래프에서 정보를 추출한다.
- 어떻게 왜, 만일이 사용된 질문에 대한 답을 낼 수 있다.

< 9세 >

- 글자-소리 대응관계를 사용하며 단어를 해독하기 위해 구조적 분석을 시행한다.
- 더 긴 분량의 소설을 읽고 장으로 구분된 책을 혼자서 읽을 수 있다.
- 소설 이면에 담긴 주제나 메시지에 대해 논의한다.
- 비소설 속의 인과관계, 사실과 의견, 요지의 세부 정보를 구별한다.
- 알고 있는 어근, 접두사, 접미사를 이용해 단어의 뜻을 유추한다.

10~14세 >
- 학습을 위해 독서한다.
- 활자와 아이디어를 연관 짓는다.
- 듣기보다 읽기에 효율성을 보이기 시작한다.

< 15~17세 >
- 복합적 관점을 갖는 교재를 읽는다.

< 18세 이상 >
- 독서활동을 통해 지식을 시스템화한다.

영재들이 독서에 열중하는 이유
 
“저는 미치도록 공부하고 싶어요!”
“저는 세상이 어떻게 연결되고 돌아가는지 알고 싶었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속속들이 알고 싶었어요.”

특별한 문제가 없는 영재라면 입학할 때 커다란 기대와 호기심으로 학교생활을 시작합니다. 아이는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채워줄 곳으로 기대합니다. 자신이 가진 능력을 발휘해 보이고 싶은 강력한 욕구를 보이고, 친구들과 관계 형성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이때, 부모는 아이가 단호함과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적극적인 태도를 잃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런 흥미, 호기심, 진취성을 가진 아이들은 초등학교 1~2학년 때 좋은 성적을 보입니다. 그러나 아이가 독서에만 열중하면서 독서량은 학교성적과 괴리를 보입니다. 아이가 독서에 열중하는 이유는 세상을 이해하려 애쓰기 때문이고, 독서가 무한으로 통하는 문들을 열어줄 것을 금세 알아차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는 배우고 싶어 합니다. 아이가 읽기를 배우고 싶어 하면 그럴 수 있게 도와주세요. 아이는 선생님이 아니라 가이드가 필요한 것뿐입니다. 

아이는 세상의 베일을 벗기려는 진지한 열망을 품고서 글 읽기에 입문할 것입니다. 언어영역의 점수가 특히 높은 영재의 경우, 자신의 지식, 기억, 논리, 추상화 능력에 전적으로 의지합니다. 언어영역에서는 기억 속에 잘 보존된 지적 자원들을 더 쉽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언어 영재들은 수행영역에서는 평상시와는 다른 능력을 동원해야 하고, 이들에게는 몹시 힘들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영재는 처음 몇 해 동안 자신이 직접 발견하고 분석하고 이해하고 배운다는 사실에 매우 의욕적입니다. 관찰을 잘하고 주의력이 깊기 때문에 때로는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 정도로 끊임없이 질문합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학교 프로그램의 내용과 목적은 이들의 욕구를 적절히 맞추어주고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적응을 못 하고 학교성적도 나쁜 영재들이 많은 것입니다.

영재와 토론하기 

자기 생각을 잘 말하기 위해서는 ‘얼굴에서 보이는 생명력’, ‘눈 맞춤과 청중과의 공감도’, ‘균형 잡힌 자세와 권위’, ‘강조와 다양성’ 그리고 핵심을 드러내는 ‘집중력’ 등이 필요합니다. 이런 역량이 있어야 아이는 자신의 생각이나 이야기를 다른 사람에게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습니다. 영재들은 말을 할 때 처음부터 끝까지 중단이 없습니다. 대상에 대한 정확한 느낌을 가지려고 합니다. 애매해서는 안 됩니다. 흐릿한 것도 안 됩니다. 확실해야 합니다. 확실할 수 없다면 최소한 실제에 최대한 근접한 것이어야 합니다. 

영재와 토론하는 것은 마치 어떤 논거도 소용이 없는 끝장토론에 끌려 들어간 기분이 들게 합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에게는 피곤한 일이고 또 종종 이해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토론을 할 때 어떻게 모든 것을 다 검토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영재들은 실용적인 설명이나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에 만족하지 못합니다. 특히 죽음과 우주에 대해서 자각을 빨리하는데 매우 집요하면서도 실제적인 질문을 합니다. 많은 부모가 아이들의 질문을 받고 쩔쩔맵니다. 질문은 수적으로나 강도에서나 빈도에서 아주 집요합니다. 적절하고 명쾌하고 진지하게 대답해주면 아이는 안심할 것입니다. 모른다면 질문에 대한 답을 모른다고 간단히 말하면 됩니다. 오히려 함께 답을 찾아볼 기회가 됩니다. 다만 같은 질문에서 계속 맴돌고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는 불안을 야기하는 너무 많은 질문을 계속 품을 것입니다. 

영재는 일반적인 아이에 비해 이해, 해석, 질문의 수준이 매우 높습니다. 게다가 몹시 예민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에 온통 이 문제를 생각하고, 해결이 안 되면 어쩔 수 없이 무능함을 느낍니다. 영재라도 아주 어린 나이에 끊임없이 죽음을 생각하고 질문하면서 감정의 혼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부모가 먼저 아이가 느끼는 두려움, 의문, 끝없는 궁금증이 생기는 원인을 이해해서 아이를 안심시켜야 합니다. 불일치성에 대해 충분히 알고 이해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재는 쓰기를 힘들어합니다 

pencil-1486278_960_720.jpg » 쓰기. 연필. 사진 픽사베이.영재는 생각하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생각과 같은 속도로 쓰는 것을 힘들어합니다. 철자를 대충 쓰거나 단어를 잘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친구보다 과제를 빨리 끝냅니다. 교사는 받아쓰기든 시험이든 글짓기든 영재가 자신이 한 과제를 다시 확인하도록 격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은 검토 시간을 유리하게 활용하지 못합니다. 자신이 쓴 글을 다시 읽고 검토해도 부주의한 실수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상급학년으로 올라갈수록 필기는 꼭 필요할 뿐만 아니라 의무입니다. 영재는 대체로 필기하는 걸 힘들어합니다. 무엇을 적어야 할지 모를 때도 있습니다. 전부 받아 적든가 아무것도 적지 않습니다. 전부 받아 적은 이유는 정보를 분류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모두 다 똑같이 중요해 보이거나 무언가를 잊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스트레스입니다. 이러한 연상망과 과잉 활성화로 인해 영재는 짜임새 있는 작문을 쓰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결국, 마감 시간이 임박해서야 겨우 짜임새가 엉성하고 두서없고 뒤죽박죽에다, 때로는 이해하기 힘들고, 때로는 글씨를 알아보기 힘들 만큼 날림으로 해치운 글을 써냅니다. 아이가 노트에 아무것도 적지 않는다면, 그 이유는 적지 않아도 내용을 기억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시험을 준비하면서 교재도 없이 앉아 있기도 합니다. 영재는 구어 표현력의 발달과 대뇌운동의 발달에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납니다. 영재는 말솜씨가 유창하고 읽기도 거뜬히 배우는 데 반해, 정신운동의 발달은 그보다 뒤처집니다. 글쓰기 행위는 정신운동의 발육에 달린 문제이므로 말하고 읽는 행위와 나란히 발달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아이는 쓰기 행위를 제어하고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그러다 보니 의욕을 잃고 위축되며 머지않아 쓰기를 몹시 싫어하게 될 수 있습니다. 영재의 빠른 사고속도도 쓰기를 어렵게 합니다. 영재의 사고는 아주 빠르게 전개됩니다. 생각이 급속도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서로 이어지고 연결되는데, 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쭉 그래 왔습니다. 그러나 아이의 쓰기 행위는 그보다 더 서투르고 더 느려서 아이는 사고하는 속도만큼 빠르게 쓸 수 없습니다. 머릿속은 몇 문장을 넘어갔는데, 연필은 아직도 첫 문장도 마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아이는 뒤로 소급해 앞 단계로 돌아갈 수밖에 없고, 돌아가서 거기 머물러야 하지만 사고는 다시 잽싸게 출발해버립니다. 

이 순환의 고리가 계속되면 아이는 허덕이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사고의 추이를 놓칩니다. 결국은 쓰기를 중단하든지, 알아볼 수 없는 글씨로 쓰든지, 시간을 벌기 위해 소리 나는 대로 쓰든지 할 수밖에 없습니다. 영재 중에 쓰기 장애가 많은데 쓰기 장애는 대개, 이 아이가 입으로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만큼 글도 빠르고 유려하게 써주기를 기대하는 학교의 요구에서 비롯됩니다. 이런 ‘악착같은 기대’는 아이를 곤혹스럽게 하고 죄책감이 들게 하기 때문에 쓰기 장애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영재 중에 난독증도 있습니다 

난독증은 학습장애 중에 하나로 지능은 정상인데 글자를 읽는 데 특히 어려움을 보이는 증세입니다. 말도 제때 트이고, 읽어준 그림책 내용을 줄줄 외고 다니는 아이 중에도 난독증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난독증은 본격적으로 한글 공부를 시켜보면 알 수 있습니다. 난독증인 아이들은 “미끄럼틀”을 “럼끄틀미”라고 마음대로 읽고, 문장 하나, 행 하나를 통째로 빼먹거나 있는 글자를 빼먹거나 없는 글자를 추가하는 행동을 자주 합니다. 또한 처음 보는 단어는 읽는 것 자체를 어려워하기도 합니다. 그림책을 읽어주어도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글자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습니다. 취학 직전 만 6세 정도 되면, 평균적으로 글자에 강한 관심을 보이며 스스로 읽고 써보려는 행동을 많이 하는 편인데, 난독증이 있는 경우 스스로 읽고 쓰는 것을 너무 싫어합니다. 자꾸 혼자 읽어보라고 하면, 책을 아예 멀리해버립니다.

난독증이 있으면 쉽게 학습부진아로 오해받습니다. 하지만 난독증이 있는 아이 중에는 우뇌가 매우 발달한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때문에 미술, 음악, 체육, 과학, 연극 등에 뛰어난 기능을 보이기도 합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인슈타인, 토마스 에디슨, 피카소, 톰 크루즈, 데이비드 베컴 등도 난독증이 있었습니다. 우뇌가 발달한 아이들은 뭔가를 보면 시각의 뇌가 빠르게 작동해 그림으로 먼저 파악합니다. 하지만 글자는 시각의 뇌에서 좌측 측두엽으로 가서 청각적인 것 즉 언어적인 것으로 정보를 바꿔 전두엽으로 넘기는 작업을 해야 읽을 수 있는 것입니다. 우뇌가 너무 발달한 아이들은 어떤 자극을 받을 때, 좌뇌로 넘기는 것이 약하다 보니 전두엽으로 정보를 보내는 것에 문제가 생겨 글을 잘 읽지 못하는 것입니다. 

난독증의 유형은 크게 2가지입니다. 하나는 자극을 받아들이는 감각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입니다. 이 아이들은 감각이 깨지거나 울퉁불퉁한 거울 같습니다. 글자를 보았을 때 하나하나가 분해되어 보이거나 물속에서 글자를 읽는 것처럼 흔들려 보입니다. 글자가 출렁거리면서 도망 다닙니다. 그래서 P와 B는 아예 똑같은 글자로 보이기도 합니다.

또 하나는 글자를 보고 해석하는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경우입니다. 전두엽 기능이 낮은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차이를 구분하지 못해, 숨은그림찾기 같은 것도 매우 어려워합니다. 난독증의 치료방법도 유형에 따라 두 가지입니다. 감각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 왜곡된 감각을 교정하는 치료를 합니다. 전두엽 기능이 낮은 경우, 전두엽을 발달시키는 여러 가지 치료를 합니다. 요즘은 학령기 아이 중 15%가 난독증이 있습니다. 보통 난독증은 아이가 초등학교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야 발견이 됩니다. 하지만 시작되는 것은 5~6세로 봅니다. 아이가 난독증 조짐을 조금이라도 빨리 발견할 수 있다면, 학습장애로 인해 아이가 받는 상처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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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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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가끔 가야금 연주를 듣습니다. 특히 가야금 영재인 P양의 가야금 소리는 열정적이어서 음악에 집중하게 만듭니다. 이미 여러 방송을 통하여 유명해진 P양은 가야금 뿐만 아니라 판소리에도 재능을 보여 국악 신동으로 언론에서도 심심치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