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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잘 그리지 말라는 그림책 작가

양선아 2017. 0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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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P3A6027.JPG » 22일 열린 제3회 순천어린이문화포럼에서 한국의 권윤덕 작가와 일본의 고미타로 작가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순천기적의도서관 제공.

 

 

순천 어린이문화 포럼 참석한 고미 다로 대담 및 인터뷰 전문

 

 

지난 22일 전라남도 순천시 순천기적의도서관에서에서 제3회 순천 어린이 문화포럼이 열렸다. 이번 포럼은 어린이·도서관·그림책을 주제로 한일 그림책 작가와 도서관 관계자들이 교류를 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1부에서는 일본 그림책계의 대부 고미 다로(*일반적으로 고미 타로로 널리 알려짐)와 <만희네 집> <시리동동 거미동동>을 낸 국내 대표적인 그림책 작가 1세대인 권윤덕 작가가 대담을 진행했다. <한겨레>와 고미 다로와의 인터뷰는 대담 시간이 진행된 뒤 별도로 진행됐다. 고미 다로 인터뷰 기사와 별도로 대담 내용과 인터뷰 내용을 발췌해서 싣는다.
 
권윤덕: 바다 건너 저쪽에서 오신 고미 다로 선생님 만나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일본과 한국은 굉장히 가까운 나라인데요. 제가 그린 <시리동동 거미동동>과 고미 다로 선생님이 그린 <바다 건너 저쪽>에서 똑같은 장면이 나오는데 기억하세요? 제 책에는 여자 아이와 까마귀가 바다를 보고 있는 뒷 모습이 나오고요. 그 모습 그대로 바다 건너 저쪽에서도 여자 아이가 바다 저쪽을 보고 있었지요. 여자 아이는 아마 고미 다로 선생님이 생각하는 것을 생각하고 있었을 텐데요. 저 같은 경우 그 안에 슬픔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고미 다로 선생님에게는 슬픔이라는 걸 찾아볼 수 없는 것 같아요.
  
고미 다로: <바다 건너 저쪽>은 깊은 의미를 담고 그리지 않았어요. 그림으로 도입하는 방법이나 출발부터 달랐다고 생각합니다. 권윤덕 작가는 정신세계를 그리고자 했다면, 저는 책이라는 물성을 이용해서 밑에는 그대로고 위에만 변형시키는 방법이 없을까 하고 이 책을 출발했어요. 처음 밑에 있는 아이만 그려놓으면 위에는 다르게 그려서 재활용을 하고 싶었거든요. 여자 아이가 밑에 있고 위에 그림을 그리는 형태로 말이죠. 저는 배가 움직이는 장면만 다르게 그렸습니다. 수평선을 나타내기 위해서요. 이렇게 저는 이런 그림을 해보고 싶어 생각하고 그런 것을 표현하고 나면 “이거 너무 잘 됐네” “이거 잘 했다” 하고 저 자신을 칭찬하는 스타일이에요. 성공하지 않는 책은 중단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400여 권 정도 출판했는데요, 실패한 책은 4천권 정도 돼요. 저는 <시리동동 거미동동>처럼 계획적인 도입은 거의 없고 ‘어쩌다보니 성공했구나’ ‘해놓고 보니 좋네’ 하는 스타일입니다. 
 
권윤덕: 굉장히 저랑 달라요. 너무 부럽습니다.

고미 다로:  왜 부럽지요? (웃음) 

권윤덕: 저는 그림을 그릴 때 즐겁다라는 생각은 순간이거든요. 대부분은 힘들어요.
  
고미 다로:  그렇다면 그만두지 왜 계속 그리세요? (웃음) 그것은 기질입니다. 저는 궁리하고 고민하고 가치관을 담고 그런 복잡한 형식의 그림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희 아버지가 그러셨어요. 세상에는 두 가지 길이 있는데, 너는 편한 길로 가라고요. “열심히 해야 해” “잘 돼야 돼” 저희 아빠는 그런 말을 안 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노력을 하면 성공한다는 과학적 증명도 없는데 열심히 하라고 하는 거예요. 일본어로 ‘즐겁다’라는 형용사와 ‘편안하다’는 뜻의 글자는 같습니다. 즐거우면 (마음이) 편안해야 해요. 즐긴다는 것은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아야 합니다. 아이들이 하고 싶은 것을 그대로 놔두는 게 아이들이 즐겁게 살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권윤덕: 즐거움의 종류가 다를 것 같아요. 저는 조금 힘들고 그렇지만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 표현되거나 그림책을 완성하면서 완성의 기쁨이 있거든요. 작가님과 제가 느끼는 즐거움은 조금 다른 것 같아요.
  
고미 다로: 그런 건 저도 마찬가지예요. (웃음)

권윤덕: 차이가 있다면 어렸을 때 아버지의 태도가? (웃음)
  
고미 다로: 그것을 영향이라고 말하기보다 다 커서 생각해보니 ‘우리 아버지가 그렇게 말씀하셨구나’ 그렇게 생각하는 거예요.

 

20170922_144728.jpg » 지난 22일 전남 순천시 ‘순천 기적의 도서관’ 옥상에 그려진 벽화에 그림책의 대가 고미 다로가 기대앉아 있다. 제3회 순천 어린이 문화포럼에 참석한 그는 한국의 권윤덕 작가와 대담을 진행했다. 양선아 기자
  
권윤덕: 저는 모범생이 되려고 노력했고 열심히 공부하고 그랬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못 놓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대담을 준비하면서 어떤 글을 보니 고미 다로 선생님은 여름방학이 되면 일기를 쓰는데 이야기 쓰는 것이 너무 재밌어서 하루에 여름방학 끝날 때까지의 일기를 다 써버렸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여름방학 마지막 날 몰아서 썼거든요. 어떻게 그럴 수 있지요?
  
고미 다로: 저는 규칙을 위반하는 일을 좋아했습니다. 매일 매일 규칙을 지켜 일기를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일기 쓰는 것이 재밌어서 마음대로 지어서 일기를 썼어요. 그리고 방학이 시작되면 어느 날 일기에 “할아버지가 수박을 사오셨다. 맛있게 먹었다”라고 쓰잖아요? 그러면 그날 할아버지께 진짜로 전화를 했어요. 일기에 그렇게 썼으니까 수박 사서 오셔야 한다고요. (웃음) 스스로 생각하는 것, 궁리하는 것처럼 중요한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내가 무엇을 할까’ ‘어떻게 읽을까’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것만 생각해요. 보통 책을 쓰는 사람은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마음으로 쓸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저는 나 자신을 중심에 두고 작품을 씁니다. 
  
권윤덕: 1973년에 첫 책을 냈으니 40년 이상 그림책을 내셨는데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어린이와 함께 있었을 텐데 일본 사회에서 그때 어린이와 지금의 어린이는 변화됐을텐데 어떻게 바뀌었는지 이야기해주세요.
  
고미 다로: 어린이를 위해서 그림책을 그린 적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누구를 위해서라는 생각이 틀리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냥 그림과 글과 페이지가 묶여진 그림책이라는 형태를 너무 좋아해요. 그래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림을 그려보고 여러 가지 형태로 나오는 것이 즐거웠을 뿐이다.
  
권윤덕: 처음 시작하셨을 때부터 그런 생각이셨어요? 
  
고미 다로: 처음부터 지금까지 그런 생각이예요. 저는 원래 책상 만들고 그릇 만들고 의자 만들었어요. 그런데 그런 일을 하다 보니 상대방이 어떻게 사용한다든지 이런 것을 고민하면서 해야 하기 때문에 나랑 맞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 일은) 중심이 타인에게 있었거든요. 누군가를 위해서 누군가를 전제로 해서 만든다는 것은 정말 재미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디자인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맞추는 게 너무 힘든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그림책의 경우는 나를 중심으로 해서 만들어냈더니 즐거워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그림책이 나랑 맞구나 생각했습니다. 책을 냈는데 계속 다시 찍고, 상도 주고 그래서 ‘아, 이 일이 나와 맞는구나’라고 생각했지요. 
  
권윤덕: 이미 어린이가 갖고 있는 놀이성, 즐거움을 선생님께서 갖고 있으니까 그것을 구별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고미 다로: ‘어린이를 감히 알고 있다’라고 말 못하지만 나는 내 자신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표현한 것 같아요. 
  
권윤덕: 고미 다로 선생님은 자기다움이나 나 강조하시지요? 작품 전체를 흐르는 화두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남이 소중할 수 있는데 나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이나 계기가 있었나요?
  
고미 다로: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닌 것 같고 그냥 나는 태생이 그런 것 같아요. 
  
권윤덕: 제가 어떤 글을 읽었는데, 초등학교 때 길을 가다가 그림자를 보고 ‘아, 나는 혼자구나’라고 인식하고 자기를 봤다는 그런 이야기 들었던 것 같은데요?
 
고미 다로: 초등학교 1학년 때 일이에요. 여름에 집에 돌아오는 길에 길에서 미끄러졌어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넘어져서 일어났는데 주위에 아무도 없었어요. 밭 한가운데 있었는데 무릎도 아프고 하늘도 있고 그 순간에 ‘아 나 여기 혼자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고 생각해요. 나 혼자구나. 나 혼자여서 무서웠지만, 동시에 해방감을 느꼈어요. 여기 내가 있고 아무것도 없는 것, 어쩔 수 없는 환경 말이죠. 여러분도 그렇다고 생각해요. 그것을 의식하느냐 의식을 하지 못하느냐는 개인차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계기로 나는 내가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생각하느냐를 중시하게 됐어요. 우리가 성장을 하면 학교를 졸업하고 더 큰 학교로 들어가야 하는 사회적 존재이지요? 그런데 저는 그런 사회적 존재로서의 나 말고, 개인적 나로서 어떻게 살아갈까 그런 것이 항상 마음속에 있었습니다. ‘나로서의 나의 존재’ ‘내가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나는 어떤 생각을 할까’와 같은 생각이요. 
  
권윤덕: 그런 선생님의 생각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그것이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고미 다로: 고마운 일이지요. 

 

0P3A6038.JPG » 지난 22일 전라남도 순천시 순천기적의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어린이문화포럼 전경. 순천기적의도서관 제공.

 

<청중과의 질의응답 시간>   


질문: 어떻게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나요?
  
고미 다로:  (그런 생각을 하면) 절대 안그려져요. 못 그려요. 그림은 잘 그리면 안 됩니다. 실례입니다. 누구한테 참 잘 그렸네 칭찬을 받고 싶으니까 계속 방황하고 잘 그리고 싶은 거죠. 잘 그린 그림보다 좋은 그림이라는 말을 더 좋아합니다. 뭔가 나의 내면을 담은 그림 말이지요. 
  
권윤덕: 잘 그리려고 안하고 싶은데 잘 안돼요.
  
고미 다로: 그렇게 못하는게 이상한데요?
  
질문: 주변 어른들 중에 우아하게 늙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똑똑하게 사는 법>에는 우아하게 사는 법은 없는데요. 우아하게 늙는 법에 대해 찾아보니 걸음을 천천히 걸어라, 식사를 천천히 하라,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는다 등의 설명이 있더라고요. 저는 공감이 가지 않았어요. 선생님이 생각하는 우아하게 늙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고미 다로: 그냥 노력하지 말고 그대로 늙으면 돼요. 애쓰면 보기 싫어요. 우아하게 늙고 싶다, 예쁘게 늙고 싶다면 애초에 태어나지 않으면 됩니다. 하얀 종이는 하얀 종이 그대로 받아들여야죠. 저는 이런 모습으로 태어나서 이렇게 늙어버려서 어쩔 수 없어요.
  
질문: 선생님은 자신이 즐거운 것을 찾아 하고 자기 자신에 대해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분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할 것 같은데요. 내가 나에게 했던 질문 중 기억에 남는 것을 알려주세요.
  
고미 다로: 자문자답이죠? 질문 하는 분은 자문자답하는 스타일인가요? (질문자가 네라고 대답함) 저는 자문자답 안하는 스타일이예요. 그거 계속 하면 병에 걸려요. 저는 자문자답보다는 저에게 상담을 많이 해요. 자기 자신에게. 나에게 있어서 가장 소중한 친구는 내 자신이예요.  “어떻게 할래?”라고 질문을 하긴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 힘든데 너 어떻게 할래?” “좀 더 자야지~”“그럼 곤란하지 않을까?”하고 대답을 해요. 저는 저와 이런 관계가 계속 되고 있습니다. 어떤 캐릭터가 생기면 그 캐릭터한테 물으면서 일을 만들어가고 있어요. <금붕어가 달아나네> 라는 책이 있지요? 그 금붕어를 그려놓고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들을 흥분시켜볼까?” “열기를 넣어 볼까?” 그런 생각하다가 한 발짝 나아가는거예요.  그래서 그리기 힘든 상태가 되면 “그만 해도 되지 않니?” 그렇게 물어요.
  
질문: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하고 알게 됐던 질문은 무엇인가요?
  
고미 다로: 저는 항상 제 자신에게 놀라고 있습니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말해요. 또 산만해요. 대담 같은 것은 내 직업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처음 만난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요.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저는 이런 생각을 해요. ‘저 분은 노란 색이네’ ‘토크쇼에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다니 나 정말 멋진 사람이네’ 스스로 감동합니다. 여러분은 그런 일 많지 않나요? 저는 제 책 읽는 것 너무 좋아해요. 내 취향이랑 똑같은 책이기 때문에 읽으면 기분이 너무 좋아져요. 조금 전에도 제 책 읽고 “너무 재밌다”라고 생각했어요. ‘이 사람 이상하지 않아’ 그런 생각도 합니다. 나중엔 ‘이건 좀 틀리는 것 같아’  객관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런 식으로 항상 저와 놀고 있습니다. 너무 멋져서 ‘이 사람에게 편지를 한번 써볼까’ 그런 생각도 한적 있어요. (다들 웃음)
 
질문: 본인을 정말 사랑하는 것은 알겠는데요. 그럼 작가분께서 좋아하는 다른 작가가 있나요?

 

20170922_092803.jpg » 재치있고 장난도 많은 할아버지 작가 고미 다로. 양선아 기자.
  
고미 다로: 존경한다는 말을 별로 안좋아하고 좋아한다 사랑한다는 그런 말 좋아합니다. 저는 고흐를 좋아해요. 만약에 고흐랑 같은 시대에 태어났다면 말을 걸어보고 싶어요. 나한테 좀 상담을 했더라면 안죽었을텐데 하는 생각도 해요. 제가 좋은 친구가 되어 줬을텐데 하는 그런 아쉬움이 있어요. 모짜르트도 그렇게 생각해요. 바하는 별로 안좋아해요. 베토벤은 중간 정도이고요. 역사속 존재하는 사람도 나의 친구입니다. 세계 명작, 명곡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런 말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그림, 세계 음악 이라고 말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명화, 명작이라는 말은 뛰어나다는 의미인데, 그런 말을 붙이는 걸 그만뒀으면 좋겠어요. 좋은 그림, 좋은 음악이라는 것은 내가 정해요. 나한테 명작이면 명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명한 그림을 보러 미술관에 많이 가지요? 저는 미술관에 가는 이유는 나를 감동시키는 또다른 나를 만나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요. 유명한 헤밍웨이의 작품을 읽고 누군가 감동했다면, 그것은 명작이기때문에가 아니라 그 속에서 나랑 맞는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랑 맞는 사람은 무엇일까, 작품은 무엇일까를 찾을 권리가 있습니다. 그런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은 너무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서 벗어나면 정말 재밌고 자유로운 생활이 되지 않을까요?
  
질문: 본인에 대해서 만족하고 본인 이야기를 펼치는 작가님은 인간으로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본인 스스로 마음에 안들면 어떻게 해결하시는가요? 본인에게 만족하는 사람은 어떻게 극복하는지 궁금합니다. 
  
고미 다로: 모든 게 행복한데 저한테는 강연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열심히 견디고 있습니다. 자기가 마음에 안드는 것을 고치는 것조차도 저는 즐거움이라고 생각해요. 자기 마음에 들때까지 노력을 하면 됩니다. 어느 정도 힘들게 노력을 했는데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액자에 넣어버립니다. 더이상 고치지 않아도 되니까요. 사회에서 어떤 사람이랑 부딪히는 일이 많잖아요? 그럼 저는 남의 탓으로 해버려요. 내가 나쁜 게 아니라 저 사람이 나빠 하고요. (웃음) 그렇게 하지 않으면 건강에 해롭습니다.
 
질문: 고미 다로는 어렸을 때 무엇을 하고 놀았는지 궁금합니다. 엉뚱한 일로 가족이나 주변을 놀라게 했다던가 하는 일은 없었는지도요. 아버지의 멋진 명언을 더 알려주세요. 어린 시절을 더 나눠주세요.
  
고미 다로: 야단을 많이 맞았어요. 학교 선생님한테도, 부모님한테도. 그럴 때 저는 ‘너랑 나랑 안맞구나’ 그렇게 생각했어요. 산만한 편이어서 학교 선생님한테 야단을 많이 맞았습니다. 그럴 때도 ‘내가 너를 용서해주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내가 너를 용서해서 기분 좋다면 내가 너를 용서하마 그런 기분으로 살았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어린이인척 하고 싶어하지 않았어요. 특별하게 어린이 시절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저는 구멍파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예쁜 구멍을 팔 수 있어요. 그러면 엄마는 “뭐하니?”라고 묻습니다. “저 구멍파고 있는데요.” “왜 파고 있니?” “그냥 파고 있어요.” 그랬어요.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게 아트예요”라고 말할걸 하는 후회가 있습니다. 구멍을 파고 있으면 왜 파냐고 묻고 야단을 많이 맞았지요. 제 느낌이나 기분을 잘 전달 못해서 매번 야단을 맞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 집안 분위기는 남의 일에 상관하지 않는데요. 아까 제가 판 구멍이에, 엄마는 아무 말도 않고 쓰레기를 버렸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화를 냈더니 “미안해”라고 말을 하더군요. 벌써 낮 12시예요. 배고프니까 우리 밥 먹는 게 어때요?

 

20170922_144640.jpg » 재밌는 포즈를 취한 고미 다로의 모습. 양선아 기자.
 

<한겨레 양선아 기자와의 인터뷰 전문>
 
양선아: 오늘 청중은 선생님이 어떻게 하면 그렇게 자신에게 만족할 수 있는지 놀라워하고 감탄해했다. 또 어떻게 하면 그렇게 자신을 사랑하고 그림도 잘 그릴 수 있냐는 질문도 있었다. 그런 질문들을 받으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고미 다로: 다 훌륭해지고 싶어하는 것 같다. 어쩌면은 정부에서 ‘국가에서 이렇게 되면 좋겠다’라는 것을 바라는 것을 국민들이 그대로 수용한 것 같다. 국가에서 바라는 인재랑 개인은 분리돼야하는데 그것을 섞으면 나중에 되돌릴수 없는 상황이 올 것이다. 국민이라는 개념은 아주 어려운 개념이다. 국민과 개인은 다르다. 나는 일본에서 태어났다. 당신은 한국은 태어났다. 누군가는 북한에서 태어났다. 자신이 골라서 태어난 것 아니지 않는가? 내가 나라를 골라서 태어난 것도 아닌데 그 나라의 국민으로 살아가는 게 신기하고 힘든 일인 것 같다. 세계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많다. 국가와 국가가 싸우는 것이지, 국민과 국민이 싸우는 것은 아니다. 국가라는 개념은 그래서 무서운 것이다.
 
양선아: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한반도의 긴장은 최고조로 오르고 과거사 문제 등으로 한·일 관계도 여전히 냉랭하다. 이런 여건 속에서도 그림책을 매개로 한·일 그림책 작가가 문화적 교류를 하니 뜻깊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고미 다로: 일본이랑 한국이 문화적 교류를 하는 것이 아니다. 고미타로 개인과 한국의 그림책 작가, 도서관 관계자 등 각 개인이 교류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나는 존 레논의 ‘이매진’이라는 곡을 좋아한다. 그 노래 가사 중에 “국경이 없다”라는 가사가 들어있어서 좋아한다. 나는 세계 28여개 나라의 에이전시를 통해서 책을 출판한다. 출판사를 알고 독자를 만나는 게 즐겁다. 그것은 개인 대 개인의 관계이지 어떤 나라와 나라의 관계가 아니지 않은가. 진짜 인터내셔널이라는 것은 개인 대 개인의 관계라는 생각이 든다. 
 
양선아: 당신은 국가, 국민, 사회라는 단어보다 나, 개인이라는 단어를 훨씬 자주 사용하고 좋아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맥락에서 한일 문화적 교류라고 표현하는 것도 싫어할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국가나 사회도 어느정도 개인의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왜 그렇게 싫어하는가.
 
고미 다로: 나는 책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독자와 만나는 것을 좋아하고 즐기는데 항상 그것을 방해하는 것은 국가다. 예를 들어서 내가 북한에 놀러가고 북한 아이들에게 내 책을 보여주면 북한 사람들은 좋아할 것이다. 그것을 못하게 하는 것은 정부다. 정부가 해주지 않으니까 못하는 것 아닌가.
  
양선아: 나이가 들어 성인이 됐는데도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는 사람들도 많다. 또 내 아이가 자신을 사랑하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즐겁게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하는 부모들도 많다. 그런 부모들에게 어떻게 하라고 조언하고 싶은가?
 
고미 다로: 성인이 됐는데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모르겠다는 사람은 그냥 포기해야 한다. 이미 늦었다. (웃음) 그래서 더 중요한 것이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다. 아이들은 그렇게 살면 안되니까. 아이를 키운다는 것 자체가 틀렸다. 애들은 그냥 큰다. 애들은 커가는 것을 보호해주는 것이 어른이다. 어른은 지켜주는 것 뿐이다. 키운다라고 말해버리면 식물을 키우는 것 과 같은 것이 되어버린다. 애들은 절대 내가 키운대로 되지 않는다.

 

양선아: 부모가 어떤 존재로 키운다고 해서 그런 존재로 크지 않는다는 말에 공감한다. 한국 부모들은 아이를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어하고, 또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가기를 바란다. 또 리더십이 있는 아이로 크길 바라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 자신이 아이에게 어떻게 해야하는지 고민을 많이 한다. 일본 사람들은 어떤까?
 
고미 다로: 일본 사람들도 열심히 키우고 있다. 그래서 안된다. 부모들이 좋은 책을 골라 읽으라고 주는 것 자체가 키우는 것이다.
 
양선아: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한다고 보나?
 
고미 다로: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쭉 기다리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많은 부모들은 기다리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키우려고 한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으면 자기가 커야 한다.

 

양선아: 쭉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가? 예를 들어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기다린다면, 그것이 도서관 아닌가? 여러 책들을 놓아놓고 기다리는 곳이 도서관인데…
 
고미 다로: 맞다. 도서관이 그런 장소다. 도서관에 아이랑 자주 오고 아이가 스스로 자기와 맞는 책을 보기를 기다리면 된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독서 운동을 하고 있는데, 나를 의미를 잘 모르겠다. 어른들이 해야하는 일의 최소, 최고의 일은 아이들이 찾아왔을 때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이다. 도서관이라는 장소는 좋지만, 문제는 어른들이 좋은 책이라고 추천해준다는 것이다. 그것은 어른이 아이에게 주는 사상이다. 애들이 어떤 책을 골라서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느낄지는 아이들이 알아서 해야하는데 어른들은 그런 것을 용납하지도 않고 기다려주지도 않는다. 백지 상태인 아이들에게 어른이 무언가를 주입하는 것은 엄청난 각오가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양선아: 도서관에서 작성하는 좋은 책 리스트는 좋은 책을 선별하는 것이지 그것을 강요하지 않는다고 보는데요.
 

고미 다로: 어린이도서관에서는 어쩔 수 없이 좋은 책, 안좋은 책 분류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안좋은 책, 나쁜 책을 많이 봐야지 좋은 책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게 하고 싶은 사람은 게임, 티비도 못하게 한다. 독서 외에는 못하게 한다. 아이들의 선택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이 어른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어른들은 좋은 책을 읽은 아이가 좋은 아이로 큰다라고 생각하는데 절대 그런 것이 아니다. 좋은 것이라고 어른이 판단한 것이다.
 정부가 “이런 건 좋은 거예요”라고 판단한다. 그것을 국민이 무조건 따른다. 그 작은 버전이 부모가 좋은 거라고 말한다. 애들이 또 무조건 따른다. 이런 것이 저는 안좋은 사슬이라고 본다.
 

똑똑하게 사는 법35.jpg » <똑똑하게 사는 법>의 한 페이지. 한림출판사 제공.


양선아: 국가가 부모가 강요하는 생각을 무조건 따르다보면 내 생각이 아닌데도 내 생각처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건가?
 
고미 다로: 어린이 교육이라는 것은 제법 중요하다. 정부로서는 정부의 이데올로기나 사상을 주입하는 방법이고, 종교성이 강한 국가는 종교적 색채를 강화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사실 몇십 년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고 아무 보장도 없다. 부모들이 아이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 것 아닌가. 자녀를 키운다는 표현은 틀린 것이다. 아이들은 그냥 큰다. 아이들이 커갈 때 옆에서 지켜봐주고 도와주는 사람이 어른이다. ‘아이를 어떻게 키웠으면 좋겠다’ 하고 키우는 것이 아니라 ‘이 아이가 어떻게 클까’ 보면서 기다리는 게 부모의 즐거움이라고 생각한다. 자기 책임이라는 단어가 있다.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해서 부모가 대신해서 아파줄 수는 없다. 다만 배를 쓰다듬어주고 약을 주는 것 정도 부모가 해줄 수 있다. 부모가 아이 대신 책임을 지려고 해서는 안된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일에 대해서는 아이가 책임을 질 수 있다. 그래서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양선아: 주제를 조금 바꿔서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자기 자신을 잘 표현하는 것은 4차 산업 혁명을 겪게 될 아이들에게 더 중요한 것 같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에는 로봇과는 다른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들이 중요해질 것이다. 미래 시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고미 다로: 저는 로봇이랑 싸울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로봇을 노예로 만들면 되죠. 로봇한테는 공원도 정리하라고 하고, 인간은 놀면 좋을 것 같아요. 로봇은 전원을 빼버리면 되지 않나요?
 

20170922_125833.jpg » 고미 다로를 좋아하는 독자들이 사인을 해달라고 사인을 해주고 있다. 양선아 기자

 


양선아: 다시 주제를 바꿔서 고미 다로가 생각하는 자기 자신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고미 다로: 활자로 나왔을 때 실제보다 훨씬 멋진 사람? (웃음) 영어로 인디비주얼의 어원이 무엇인지 아는가? 더이상 나눌 수 없다라는 것에서 출발했다. 현대 시대는 나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사람이 너무 많다. 국가성 국민성 사회성 다 빼고 남은 게 인디비주얼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면서 살면 좋겠다. 명함에 있는 직함이 빠지면 내가 누군지 모르게 되는 사람이 너무 많은 시대가 우리 시대다.
 
양선아: 나는 어떻게 살아야하는가, 나란 어떤 사람인가라는 것을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은 필요한 일인 것 같다. 그런데 나라는 것을 생각할 때 결국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나를 인식하지 않나? 다른 사람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는 부분이 신기하다.
  
고미 다로: 다른 사람을 전혀 의식하지 않다거나 교류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어렸을 때 자아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남이라던가 친구라던가 사회가 말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떤 상황에 처했다 내가 어떻게 생각했다를 먼저 알아야 그 다음에 친구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을 때 친구는 이렇게 하는구나 알 수 있다는거다.
  
양선아: 평소 그림을 그리지 않는 시간, 이야기를 쓰지 않은 시간은 뭐하나
 
고미 다로: 인터뷰를 한다. (웃음)
 
양선아: 여행도 많이 하고 책도 많이 보는 것을 알고 있다. 첼로도 배운다고 들었던 것 같다.
 
고미 다로: 이것 저것 많이 한다. 좀 산만한 편이다. 사실 나는 전업 시스템인 지금 사회가 이상하다고 본다. 몇 백 년 전, 몇 천 년 전 사람들은 한 사람이 이런 일 저런 일 많은 일을 하지 않았나. 책도 정리하고, 요리도 하고, 물건도 만들고, 데이트도 하고…. 그런 게 인간이다. 나는 부지런하다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지금의 산업 자본주의 사라는 것은 불과 생긴지 200년, 300년 밖에 안됐고, 그 전에는 한 사람이 많은 일을 했는데 우리는 이것을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한 우물을 파라” “공부를 열심히 해랴” “좋은 대학에 가야한다” 이런 말처럼 바보같은 말이 없다고 생각한다.


양선아: 이런 생각을 지니신 분은 자녀를 어떻게 키웠는지 궁금하다. 자녀는 몇 명인가.

그림자 비행기 본문 펼침면_고14.jpg » <그림자 비행기>의 한 페이지. 한솔수북 제공.

 
고미 다로: 딸 둘, 아들 한 명이 있고, 손자 둘, 손자가 네 명이다.

 

양선아: 자녀 분들에게 본인이 말하는 것처럼 대했나?
 
고미 다로: 나는 밥만 줬다. 우리 아이들은 다 알아서 컸다. 재밌는 이야기가 있다. 딸들이 중학생이었을 때 갑자기 내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아빠, 아빠는 저한테 원하는 게 없어요? 어떻게 됐으면 좋겠다라는 것이 없어요?”
 그래서 나는 첫째에게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둘째는 재즈 보컬을 해보면 어떠냐고 했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그것은 못하겠다고 하더라. 그리고 그 이후로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딸들은 각자의 선택을 선택해서 잘 살고 있다. 자기 방식으로

악어도깜짝치과의사도깜짝_본문(고해상).jpg » <악어도 깜짝, 치과의사도 깜짝>의 한 페이지. 비룡소 제공.

 
양선아: 딸과의 관계는 좋나?
 
고미 다로: 나를 걱정하고 있는 것 같다. 뭔지 모르겠지만. “괜찮아요?” 전화해서 물어본다. 전화는 많이 온다.
  
양선아: 손자·손녀들은 할아버지 책을 좋아하나?
 
고미 다로: 둘 정도는 좋아하는 것 같은데 나머지는 잘 모르겠다.
 
양선아: 책에 나오는 캐릭터나 인물들에 대한 영감은 어떻게 받는가?
 
고미 다로: 작업실에서도 전화를 하면서 다른 일을 하면서 종이에 막 그린다. 이 캐릭터 재밌네 하면서. 병아리가 나오는 그림책이 있는데 그것도 그렇게 해서 탄생했다. 아무 뜻 없이 그리다가 그 병아리를 움직여줘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해서 막 움직여줬다. 캐릭터가 재밌어야 좋은 책이 나온다.
 
양선아 기자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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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현재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쓰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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