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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 오전, 친정 아빠가 전화를 주셨다. 그날은 친정 부모님을 모시고

점심을 하기로 한 날이라 안그래도 잠시 후에 나갈 참 이었다.

" 작가 딸, 아빠가 부탁이 있는데.. 이현주 목사님이라고 아나? 그 분이 쓰신 시 중에 말야,

'우리가 서로 만나 무얼 버릴까'라는 시가 있는데 인터넷에서 전문을 찾아서

한 부 적어와라.  "


라디오에서 이현주 목사님의 그 시에 장사익씨가 곡을 붙이고 노래를 하는 것을

듣고는 참 좋아서 시 전문을 알고 싶으시다는 것이었다.

오래 글을 써 오셨던 아빠와는 자주 책 이야기를 나누곤 하는데 '시'를

찾아봐달라는 부탁은 내게도 신선해서 퍽 궁금해졌다.

검색을 해보니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전문을 천천히 읽는데... 아아...

가슴이 저릿해졌다.


우리가 서로 만나 무얼 버릴까...

                                                               이 현 주


바다 그리워, 깊은 바다 그리워

남한강은 남으로 흐르고

북한강은 북에서 흐르다가

흐르다가 두물머리 너른 들에서

남한강은 남을 버리고

북한강은 북을 버리고ㅗ

아아, 두물머리 너른 들에서

한강 되어 흐르는데

아름다운 사람아,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는 서로 만나 무얼 버릴까

설레는 두물머리 깊은 들에서

우리는 서로 만나 무얼 버릴까

바다 그리워, 푸른 바다 그리워

우리는 서로 만나 무얼 버릴까


 사랑을 생각할때 그 사랑을 통해서 무얼 이룰지를 늘 먼저 생각해왔었다.

두 사람이 만나 무얼 이룰까, 무얼 쌓을까를 고민해왔지

서로 만나 무얼 버릴까... 를 생각했던 적이 있었던가.

왜 사랑은 늘 만나서 무언가를 이루려고만 해 왔을까.

나를 버리지 않는 사랑

내 것을 고집하는 사랑때문에 내가 늘 힘들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갑자기 머리를 치는 듯한 깨달음에 몸이 떨려왔던 것이다.


북한강이 북을 고집하고 남한강이 남을 붙들고 있었다면

그 둘은 끝내 커다랗고 깊은 한강으로 한데 흐르지 못했으리라.

그저 풍경이 아름다와 자주 찾는 두물머리에서 시인은

내 것을 버리고 더 깊어지고 넓어지는 사랑을 보았던 것이다.

버리고나서야 더 커지고 넓어지는 그 이치를 보았던 것이다.


나는 이 시를 읽고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2박 3일간 한국평화교육훈련원에서

주최하는 '회복적 정의 써클 진행자 전문가 과정'에 들어가 있었다.

그동안 배우고 싶었던 많은 것들이 있었으나 아이셋을 남편 혼자 감당하는것이

어려워서, 아이들이 나와 떨어져 있는 것을 너무 싫어해서 욕심을 낼 수 없었다.

이번에는 남편이 하루 휴가를 내어 아이들을 맡아 주었고, 아이들도 기꺼이

내 배움을 응원해주어 결혼하고 처음으로  2박 3일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집을 떠날 수 있었던 것이다.


'회복적 정의'는 갈등을 평화롭게 해결하는 새로운 페러다임이다.

잘못이 일어났을때 가해자를 처벌하는데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피해를 회복하는 일에 가해자와 공동체가 함께 나서는 과정을 통해

피해자 뿐만 아니라 그 잘못으로 상처를 입은 모두를 회복하는 것에

촛점을 둔다.  써클은 가해자와 피해자, 그들이 속해있는 공동체원들이 둥그렇게 둘러앉아

일어난 일을 나누고, 그 일이 각자에게 끼친 영향력과 감정들을 돌아보며

서로의 지혜를 모아 잘못을 회복해가는 과정을 다루는 방식이고 이런 써클을

진행하는 전문가를 교육하는 일정에 내가 참가했던 것이다.

이론적 교육도 받았지만 이 연수의 특징은 참가자들이 실제로 다양한 써클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나이와 성별, 사는 곳과 하는 일, 살아온 과정과 지금 마딱뜨리고 있는 삶의 문제

모든 것들이 다 다른 사람들 이십명이 2박 3일을 함께 지내며 수없이 같이 모여 앉아

서로를 나누었는데 그 써클안에서 정말 다양한 갈등과 감정과 감동들이 일어나고

풀어지는 것을 경험하는 일은 그 자체로 내게 큰 치유였다.

회복적 정의를 통해 무엇보다도 자신의 내면이 회복되는 경험들을 우리는 나누었던

것이다.


그 2박 3일 내내 나는 이현주님의 시를 되뇌었고, 남편 생각을 했다.

아이들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주양육자로서, 아이들을 위해 수없는

노력을 기울이는 엄마로서 늘 내 기대와 요구에 잘 반응하지 않는 남편에 대한

원망이 컸었는데 어쩌면 나는 더 노력하고 더 열정을 기울이는 사람이라는

내 모습으로 남편한테 더 노력할것을, 더 애써줄것을 강요해 왔던것이

그것조차 남편에게는 폭력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물론 남편에서 아빠가 되는 일은 큰 변화고 당연히 그 변화에 따른 역할을 변화를

요구받게 된다. 나 역시 아내에서 엄마로 부모로 달라지는 내 정체성에 부단히

부응하기 위해 결혼 생활 내내 애써왔다.

그러나 그 변화에서 한사람의 주도, 한 사람의 기준, 한 사람의 목소리가 앞서게

되면 다른 사람은 늘 고달플 수 밖에 없었으리라.


추운 겨울이 되면 새벽같이 출근하면서도 아이들 방에 들어가

걷어차버린 이불을 다시 여며주고 나가는 남편이다.

지방 출장에서 돌아올땐 늘 아이들과 내가 좋아하는 맛난 것들을 잊지않고

사들고 오는 사람..

처음으로 사서 애써 수리했던 집을 2년만에 세 주고 더 외진 곳으로  이사가자고

했던 내 말을, 자기 집 두고 왜 다시 세 살러 가냐며 노여워하셨던 어머님을

거스르면서까지  따라주었던 남편이다.

여러가지가 편리했던 그 아파트에서 다시 시골의 낡은 단독주택으로

가자는 내 말에 남편은 원하지 않았으나 끝내 울면서 사정하는 마누라 소원을

들어주고 아파트를 떠나 지금 집으로 들어왔던 사람..

그때마다 남편은 직장이 더 멀어지는 것을 감수해야 했었다.

어쩌면 그 낱낱이 남편은 결혼 생활 내내 자기를 버려왔던 것이다.

자기 생각, 자기 주장을 내려놓고 아내가 원하는 대로, 아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대로 따라주었던 것이 얼마나 큰 사랑이었는지 나는 오래도록

잊고 살았다.

늘 내 선택이 옳다는 생각만 앞섰을 뿐..


세상과 뚝 떨어진 양평의 그 깊은 산속에서 나는 내내 남편을 생각했고

남편에게 받은 큰 사랑을 생각했다.

많이 울었고,  진심으로 고맙고 미안했고, 남편이 그리웠다.

나처럼 많은 일에 열정이 넘치는 사람은 자신의 열정이 다른 사람에게는

짐이나 상처가 될 수 도 있다는 것을 잘 생각하지 못한다.

늘 애쓰고 있다고 생각하므로  그만큼 애쓰지 않아보이는 상대를

탓하기 쉬운 것이다. 내 모습을 돌아보니 딱 그렇다.

남편은 남편대로 내내 애써왔다. 변화해 왔고 노력해 왔고 무엇보다

늘 자기를 버려왔었다. 그저 내 방식과 달랐을 뿐 이다.

나는 내것을 꽉 쥐고 놓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나날이 더 많은 것을

움켜쥐려고 애써왔었다. 이제서야 내 모습이 보인다.

내가 남편에게 준 상처들도 보인다.

안 울 수 가 없었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남편과 둘이 있게 되었을때 나는 말했다.

"여보.. 두물머리에 가고 싶어.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서 한강으로

흐르는 모습을 당신하고 같이 보고 싶어. 아이들은 두고

우리 둘만 가서...."

"... 그래"

남편은 늘 그렇듯이 짧게 대답했다. 그걸로 충분했다.

왜 갑자기 그곳에 가고 싶은지 남편은 묻지 않았다.

아내가 가고 싶어하므로 가면 된다. 남편은 늘 그랬다.

요 며칠 사이 아내의 마음에 일어나고 휘몰아쳤던 감정들을 나 역시

얘기하지 않았다.  말로는 다 못할 마음.. 그 마음을 내가 본 것 만으로도

나는 충분했다.


도종환님의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이라는 시의 마지막 대목은 이렇다.


-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깎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 보다는

물오리 떼 쉬어가는 저녁 강물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


내가 내 욕심을 조금만 버린다면 우리는 크고 넓은 강으로

함께 흘러갈 수 있을 것이다.

저녁 강물처럼 이 강에 깃든 생명 품어가며 갈대를 하늘로

키워가는 동안 우리가 이르는 곳이 큰 바다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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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끝없이 버리는 일이고, 내 앞의 사람은 한없이 새로

발견해가며 사는 것이다.

우리 서로 만나 부단히 자기를 버려가며 상대를 더 깊게 품어가며

사는 것이다. 놓았을 때 알아지는 것들, 비우고 나서야 채워지는 것들을

기 가을 두 편의 시를 통해 다시 배우고 있다.


그러니

사랑하는 사람아 아름다운 사람아

우리는 서로 만나 무얼 버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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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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