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다엘

왜 낳은 사람이 꼭 키워야 하지?

해외입양 종결 주장에 반대한다.

제1175호
 

 

4년 전에 만든 다엘과 나의 석고 주먹. 입양 인연은 이보다 더 단단하다. 정은주
 
 

얼마 전 다엘은 입양에 대한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내가 낳았으면 거지가 되더라도 같이 살면서 키웠을 거야.”

내가 물었다. “왜 낳은 사람이 꼭 키워야 할까?” “예를 들어볼게. 아이한테 놀이동산 가자고 약속해놓고, 애가 준비 다하고 기다리니까 못 간다고 하면 얼마나 속상하겠어? 입양 보내는 것도 똑같이 아이를 실망시키는 일이야. 낳았으면 당연히 키웠어야지.” 다엘로선 자연스러운 생각이다. 내가 답했다. “엄마의 할머니도 입양된 분이라고 말했지? 예전부터 입양은 늘 있었고 앞으로도 없어지지 않을 거야. 여러 이유로 다른 이에게 아기를 키우도록 하는 것은 어디서나 있었던 자연스러운 일이거든.”

비슷한 상황에서도 양육을 택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신과 아이 모두에게) 더 나은 삶을 위해 입양 보내는 이가 있다. 입양은 삶의 다양한 선택 중 하나일 뿐이다.

 

최근 한국으로 강제 추방된 해외입양인의 비극적 자살이 알려졌다. 이처럼 미국으로 입양될 때 시민권을 얻지 못해 추방되는 사태가 일어나자, 한·미 양국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해외입양을 종결하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삶의 자리를 뺏긴 입양인들의 비참한 상황을 보면 하루속히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 그러나 해외입양 종결이라는 극단적 수단에 나는 반대한다.

 

입양은 응급 상황에서 이뤄지는 대책이다. 시설에 맡겨진 아이들의 시간은 멈추지 않고 빠르게 흐른다. 아이들이 나이 들수록 입양 기회는 희박해지고, 입양되더라도 애착 형성이 힘들어진다. 해외입양 종결을 촉구하는 이들은 원가정보호, 대안 공동보육시설 확충 등의 대책을 말하지만, 시설에 넘쳐나는 아이들의 ‘현재’에 대한 얘기는 없다. 비유하자면, 방화범으로 인해 계속 불이 나고 있는데 화재 진압을 그만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방화범을 잡는 데 집중한다는 이유로!

 

내 핏줄을 키우는 것만이 최선이라는 생각은 바로 입양 편견의 자양분이다. 혈연중심주의에 매몰되면 누구 핏줄인지 모르는 아이는 ‘없는’ 존재로 만들어야 하고, 비밀입양을 권하거나 해외입양으로 떠넘기게 된다. 한국이 경제대국인데도 왜 해외로 입양을 보내는지 진정 알고 싶다면, 국내 입양가족이나 미혼모들이 일상에서 겪는 싸늘한 시선과 차별을 알아보기 바란다. 한국 사회의 왜곡된 정서를 체감할 때, 당장 해외입양을 종결하라는 것이 얼마나 지나친 주장인지 이해할 것이다.

 

다엘이 아이다운 생각을 말하는 것은 나름의 상처를 돌아보고 성찰하는 첫 출발점이다. 그러나 여기서 더 나아가 우리 사회의 편견이 얼마나 완고한지, 의식 혁명이 왜 중요한지 알아야 한다. 사회 전반적으로 이런 고민과 변화가 있을 때, 해외입양보다 국내입양이 늘고 양육을 원하는 미혼부모에게 전폭적 지원을 할 수 있다.


정은주 ‘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 웰다잉 강사

 

(* 이 글은 한겨레21 제 1175호(2017. 8. 21)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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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주
딸이 뇌종양으로 숨진 후 다시 비혼이 되었다. 이후 아들을 입양하여 달콤쌉싸름한 육아 중이다. 공교육 교사를 그만두고 지금은 시민단체 '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의 상담원이자 웰다잉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일산지역의 입양가족 모임에서 우리 사회의 입양편견을 없애기 위한 공부를 하고 있으며 초등 대안학교에 다니는 아들과 함께 대안교육 현장의 진한 경험을 쌓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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