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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면서도 배울 수 있는 게 코딩입니다

베이비트리 2017. 09. 19
조회수 721 추천수 0
[한겨레 함께하는 교육] 
스웨덴 코딩교육 전문가 카린 뉘고츠

지난 11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카린 뉘고츠가 스웨덴 어린이 코딩교육 수업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사진 왼쪽) 김지윤 기자 카린은 지난해 10월 스웨덴 교육방송 우에르(UR)에서 <프로그라메라 메라>를 기획·진행했다. 아이들이 코딩 단어 카드를 활용해 로봇에게 부여할 동작 순서를 배치하고 있다. 그에 따라 ’댄싱 로봇’이 춤을 추고 있는 모습. 카린 뉘고츠 제공
지난 11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카린 뉘고츠가 스웨덴 어린이 코딩교육 수업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사진 왼쪽) 김지윤 기자. 카린은 지난해 10월 스웨덴 교육방송 우에르(UR)에서 <프로그라메라 메라>를 기획·진행했다. 아이들이 코딩 단어 카드를 활용해 로봇에게 부여할 동작 순서를 배치하고 있다. 그에 따라 ’댄싱 로봇’이 춤을 추고 있는 모습. 카린 뉘고츠 제공

“로봇이 두 팔을 위아래로 세 번 올렸다 내렸다 반복하고, 5초 뒤 제자리 뛰기 한 번 하고, 고개를 좌우로 다섯 번 연속 움직였으면 좋겠어!”

아이들이 이렇게 자기 생각을 말하자 로봇이 여기에 맞춰 몸을 움직이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로봇 역할을 한 사람은 다름 아닌 교사였다. 이는 교실이나 가정에서 컴퓨터 없이 쉽게 진행해볼 수 있는 ‘춤추기 코딩’이다. 아이들에게 점착식 메모지를 5~6장 나눠준 뒤 댄싱 로봇이 수행해야 할 다양한 춤 동작을 그림으로 그려보게 하고, 실제 누군가가 여기에 맞춰 춤을 춰보는 식이다. 이때 교사나 부모 등이 ‘댄싱 로봇’으로 분해 흥미를 끌면 좋다.

스웨덴 코딩교육 전도사로 통하는
초등교사 출신 카린 한국 방문해
교육연구원 등서 수업사례 나눠
코딩 “컴퓨터 있어야 가능하다” 오해
춤 동작 만들며 알고리즘 깨닫기 등
언플러그드 활동으로 쉽게 접근

교사가 로봇 역할 하며 코딩 개념 가르쳐

이는 지난해 10월 스웨덴 교육방송 우에르(UR)에서 방영한 <프로그라메라 메라>(더 많이 프로그래밍합시다)라는 프로그램 속 한 장면이다. 이 프로그램을 기획·진행한 이는 카린 뉘고츠. 초등교사 출신인 그는 현재 스웨덴에서 어린이 코딩 교육의 전도사로 불리며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2013년부터 스웨덴 교육부를 도와 코딩 수업에 대한 자문을 맡고 있고, 대학교수 4명과 팀을 이뤄 무크(MOOC) 등을 통해 교사 대상 온라인 코딩 강의도 이끌고 있다. 무크는 ‘온라인 공개 수업’(Massive Open Online Course)의 줄임말로 주로 대학에서 진행하는 수준의 강의를 무료로 올려둔 창구다. 하버드·스탠퍼드대학 강의뿐 아니라 각 분야 전문가의 수업을 온라인으로 접속해 무료로 들을 수 있다.

’프로그라메라 메라’는 학부모와 교사, 학생 시청자의 반응이 좋아 오는 11월 ‘시즌2’ 방영을 앞두고 있다. 카린이 운영하는 누리집(www.karinnygards.se)을 방문하면 그동안 나온 방송도 만나볼 수 있다.

어린이 코딩 교육의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해온 카린이 최근 펴낸 자신의 책 <인터넷, 알고는 사용하니?> 출간을 기념하고 ‘경기도중등정보교과교육연구회 코딩·언플러그드 수업사례’ 기조발제 등을 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내년부터 우리나라 초·중·고교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이 의무화된다는 소식을 듣고 큰 관심이 생겨 방문한 것이다. 지난 11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카린을 만나 스웨덴 코딩 수업 사례와 소프트웨어 교육의 지향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고가 장비 없어도 가능한 수업입니다”

코딩(coding)이란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를 기계에 입력하는 것을 말한다. 카린은 “한마디로 컴퓨터 프로그램이 어떤 역할과 기능을 하게 할 것인지 기계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말하는 게 코딩”이라고 했다. 코딩을 통해 프로그램을 만들기 때문에 ‘프로그래밍’과 비슷한 개념으로 쓰이기도 한다.

아이티(IT) 강국인 스웨덴이지만, 카린이 일찍이 ‘초등학교 시절부터 코딩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을 때 시큰둥한 반응도 꽤 있었다. 카린은 “‘코딩은 아이티 전문가의 영역이다. 아이들이 컴퓨터 언어를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느냐’는 등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특히 컴퓨터나 태블릿피시 등 전자기기 혹은 관련 교구를 꼭 갖춰야만 한다는 오해까지 겹쳐, 어린이 코딩 교육 저변을 확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초등 시절에는 전자기기나 값비싼 교구, 교재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컴퓨터 없이 컴퓨팅하는 것을 ‘언플러그드’(unplugged) 활동이라고 하는데 이를 통해서도 코딩을 접할 수 있어요. 연필이나 종이 등 간단한 문구나 보드게임 등을 이용해서도 코딩에 필요한 사고력을 충분히 키울 수 있죠.”

카린은 코딩 교육이 이렇게 컴퓨터 없이 가능한 이유를 두고 “명령어를 입력하고 그에 따른 행동을 출력하는 논리적 인과관계가 코딩의 핵심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메모지나 칠판을 활용해 ‘앞으로 다섯 걸음 걷기, 오른팔 들기, 왼쪽으로 돌아 세 걸음 돌아오기’ 등 즉석에서 입력값을 만들어 서로의 움직임을 관찰하게 하는 활동 등은 아이들한테 반응이 좋다. 어떤 동작이 코딩 과정에서 잘못 반영됐는지 살펴보거나 특정 동작을 3회 반복하게 하고 싶다는 등의 고민을 하는 과정에서 관찰력, 논리력도 키울 수 있다.

몸동작을 활용하는 코딩 수업은 자폐 등 장애를 가진 아이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카린은 “왼쪽과 오른쪽 등 방향 개념을 가르칠 때 효과가 좋았다”며 “나는 ‘신호등 로봇’이 됐고, 아이가 자신이 코딩한 대로 버튼을 누르면 거기에 따라 움직였다. 왼쪽 버튼만 5회 연속으로 누르는 바람에 벽에 부딪히는 액션을 보였더니, 그때 비로소 웃으며 ‘오른쪽 세 번!’이라고 외치더라”고 했다.

코딩은 인터넷 세상을 이해하는 첫걸음

스웨덴에서는 어려서부터 자연과 인공에 대한 개념을 배운다. 예를 들어 화산 폭발과 파도의 움직임 등이 자연 현상이라면 아스팔트 도로는 ‘사람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알려준다. 카린은 “생활에서 자연과 인공의 개념을 구별하는 연습을 통해 가상과 현실에 대한 구분도 확실히 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라며 “자연은 우리가 존재하기 전부터 지구에 있었던 것이기에 보호해야 하고, 도로나 컴퓨터 등은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낸 것인 만큼 주체적인 자세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교육한다”고 했다. 이는 태어나면서부터 각종 전자기기와 함께 생활하는 아이들이, 이를 수동적으로 소비하기보단 능동적인 창조자가 될 수 있도록 인식의 토대를 마련해준다는 의미다. “중국인과 대화하기 위해 중국어를 공부하듯 컴퓨터와 이야기하기 위해 코딩을 공부하는 거죠. ‘내가 만든 프로그램’을 통해 어떤 결과를 끌어낼 수 있는지 생각해보고, 정보의 주인이 되는 경험을 해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코딩은 ‘반복과 시도’의 교육이다. 컴퓨터는 인간의 언어를 모르기 때문에 정확한 명령어를 입력해야만 원하는 결과를 내놓는데, 그 과정에서 명령어를 반복해 수정하고 다시 시도해야 할 일이 많다. 사지선다 등 객관식 문제풀이에 익숙한 아이들은 ‘한 번 틀리면 끝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코딩은 명령어를 반복해 확인한 뒤 아이들에게 다시금 도전하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한 개 틀리면 95점, 70점 이하는 학업성취도 미달 등으로 줄 세우기 하는 주입식 교육과는 결이 다른 것이다.

스마트폰 꺼내 프로그램 원리 파악도

우리나라의 경우 정보 교과 중심으로 코딩 수업을 진행하는데, 사회 등 인문 과목에서도 융합 교육을 진행할 수 있다. 카린은 “스웨덴에서는 7학년부터 사회와 코딩 수업을 연계해 진행한다”며 “세계 각국의 수도와 나라별 주요 산업 등을 배울 때, 여행하고 싶은 나라를 적어보게 한다. 목록이 나오면 여행 코스로 순서도를 만들어보게 하거나, ‘다시 방문하고 싶은 국가’에는 ‘루프’(loop)를 적용해 코딩에서의 반복 개념을 알려주기도 한다”고 했다. 루프는 코딩 등 프로그래밍에서 어떤 조건이 만족·성립될 때까지 ‘반복 실행’하는 명령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코딩 학습에 유용하다. 스마트폰을 꺼내 페이스북은 어떤 알고리즘을 활용했는지, 이런 서비스를 왜 사용하고 싶게끔 하는지, 왜 무료인지 등을 하나하나 적어보게 하는 것이다. 이런 활동을 통해 자신이 사용하는 플랫폼이 작동하는 방식과 파급력, ‘착하게’ 활용하는 법 등을 토론하면서 미디어 교육도 겸하게 된다. “컴퓨터는 앞으로 우리 삶에 더 큰 영향을 끼칠 겁니다. 컴퓨터가 작동하는 방식, 그 안에서 심장박동처럼 움직이는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만 하는 시대죠. 코딩을 통해 입력한 명령어대로 출력되는 결과물을 보면서 아이들은 무엇이 옳은지, 어떤 오류를 수정해야 하는지 등 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도덕관념’을 배우게 됩니다.”

김지윤 <함께하는 교육> 기자 kimjy1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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