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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난 엄마들 “사립유치원, 아이들 볼모로 장사하나…국공립 확대돼야”

양선아 2017. 09. 18
조회수 2728 추천수 0

정치하는엄마들.jpg » 18일 서울 청와대 앞 분수대 앞에서 비영리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정부-한유총 졸속합의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치하는엄마들 제공.

 

“대통령님, 우리도 떼쓰면 되는 겁니까? 한유총 원장들이 전국에서 수십 명, 수백 명이 모여 집회를 합니다. 수만 명의 아이들의 유아교육권을 손에 쥐고 ‘국공립 유치원도 늘리지 마라’ ‘ 사립 유치원도 국공립만큼 지원 많이 주라’ ‘우리 회계 감사 강화 받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오늘은 이 사태를 가지고 누구보다도 이 문제의 당사자들인 엄마와 아이의 목소리를 하려고 모였습니다.”

 

“누구보다도 아이들을 사랑하고 위한다는 사립유치원 원장님들은, 왜 이 (국공립 확대) 공약 이행에 그렇게 기를 쓰고 반대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듣기로는 당신들의 사유재산권이 침해받지 않을 권리 때문이라고 합니다. 나라로부터 돈을 받고 감독은 안 받겠다는 건 대체 무슨 도둑놈 심보입니까? 그렇다면 유치원 사업 말고, 다른 돈 되는 사업을 하십시오. 아이들은 당신들의 비즈니스 대상이 아닙니다.”

 

사립 유치원이 집단휴업 철회를 두고 오락가락한 끝에 결국 휴업을 하지 않기로 한 18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 앞에는 사립 유치원 원장들의 무책임한 행태에 ‘뿔난 엄마’ 10여 명이 모여들었다. 아이를 부둥켜안고 가을 뙤약볕 속에서도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청와대 앞까지 나온 이들은 바로 비영리단체 `정치하는엄마들' 소속 회원이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 당사자들이 관련 정책 입안 과정에 참여하고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생각해 만들어졌으며, 장하나 전 국회의원이 주도해서 시작됐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온 엄마 10여 명은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집단 휴업 예고 사태를 지켜보면서 우리나라 보육과 유아교육의 공공성이 얼마나 훼손됐는지에 참담해하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국공립 유치원 확대 공약을 조속히 이행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4살, 3살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김신애씨는 기자회견에서 “사립유치원 원장들은 명분 없는 휴업으로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엄청난 혼란을 야기했다. 휴업을 예고하며 아이들과 학부모를 위하는 척 포장했지만, 학부모의 마음을 이용하여 본인만의 이익을 생각하는 장사 행위를 했다. 더 이상 교육기관이라고 볼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씨는 유치원 정원이 턱없이 부족해 온 가족이 동원돼 여기저기 추첨하러 다녀야 하고, 연년생 두 아이를 사립 유치원에 보낼 경우 한 달에 100만 원까지 돈이 들어가야 하는 상황을 언급하며 국공립 유치원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사립 유치원이 누리과정지원금과 교사인건비 등 국민이 낸 세금으로 운영지원을 받으면서 정부의 회계 감사를 안 받겠다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따져 물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치하는엄마들은 ‘독박 육아’ 때문에 현장을 찾지 못한 회원들과 전화로 연결해 발언을 듣는 새로운 방식의 기자회견을 열어 시선을 끌었다. 5살, 3살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이고은 정치하는엄마들 대표는 이날 스마트폰을 통해 사립유치원과 국회의원, 정부를 강하게 질책하는 발언을 하며 문 대통령의 국공립 확대 공약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했다. 

 

이 대표는 자기 배 불리기에만 급급하고 진정으로 유아교육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이기심, 엄마들이 모래알처럼 흩어져 아무 힘이 없는 존재라는 이유로 수수방관한 채 오히려 사립유치원 이익집단에 기생하는 정치인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져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 초래됐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한유총이 표밭이라 생각하는 정치인들, 겉으로는 나라 위해 일하는 척하면서 지역구 돌아가면 사립유치원 원장들 뒤에서 표 계산만 하고 있는 배지들 정신 차리라”며 “대한민국 엄마들 표가 한유총보다 훨씬 더 많다. 엄마들은 그림자가 아니다. 엄마들도 이렇게 모이고 뭉쳐서 목소리를 낸다”고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 대표는 “여론이 잠잠해진 사이에 정부와 원장들이 밀실에서 협상해서는 절대 안된다”며 “엄마들이 두 눈 뜨고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유아교육·보육 정상화를 위해 3대 요구안을 내놨다. 국공립 확대, 사립 공공성 강화, 당사자 참여 보장이 그것이다. 이 단체는 특히 사립유치원의 재무회계규칙 개정을 통해 사립유치원의 회계 감사를 강화하고, 국공립유치원처럼 회계시스템·인사시스템·입학시스템을 구축해서 전산 상으로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또 기자회견이 끝난 뒤 ‘화난 눈’ ‘지켜보는 엄마 눈’ 가면을 쓰고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공공 운수노조 보육교사협의회 등 관계자들도 참석해 연대 발언을 진행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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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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