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심심해? 심심한 걸 즐겨봐!

양선아 2017. 09. 15
조회수 249 추천수 0
심심한 게 뭔지 생각하는 아이
별 이유 없이 구덩이 파는 아이
아이들의 심심함을 다룬 두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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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 심심해 - 요시타케 신스케 글·그림, 고향옥 옮김/주니어김영사·1만2000원
구덩이 - 다나카와 슌타로 글, 와다 마코토 그림, 김숙 옮김/북뱅크·1만2000원

일본의 유명 작가 두 명의 책이 동시 출간됐다. 한 권은 요시타케 신스케의 <심심해 심심해>이고, 또 다른 책은 다니카와 슌타로의 <구덩이>다.

요시타케 신스케는 최근 몇 년 새 일본에서 그림책만 내면 베스트셀러에 등극하는 그림책계의 새 아이콘이다. 일러스트레이터 출신인 요시타케는 <이게 정말 사과일까?>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고, 올해는 <벗지 말걸 그랬어>로 볼로냐 라가치상도 받았다.

그의 이번 책은 심심함이 주제다. 텔레비전도, 장난감도 다 지겨워진 한 아이가 너무 심심해한다. 소파 위에서 이리저리 뒹굴고, 바닥에 벌러덩 드러누워 본다. 심심한 아이는 급기야 ‘심심하다는 게 뭐지?’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아이는 심심하지 않은 상태, 재밌는 것을 찾아 나선다. 평소와 다르게 옷도 입어보고, 자리를 바꿔 앉아도 본다. 그렇게 아이의 ‘생각 놀이’는 계속 이어진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없는 놀이공원도 상상해보고, 심심하다는 말은 누가 먼저 만들어냈는지도 궁금해한다. 그러다 아이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심심하고 재미없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니까 재밌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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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타케 신스케가 40대 신진 작가라면, <구덩이>를 쓴 다니카와 슌타로는 아흔이 다 된 일본의 대표적인 국민 시인이다. <우주소년 아톰>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애니메이션 주제가를 작사한 그는 시를 쓰면서 섬세한 감수성과 담백한 언어로 그림책 작업도 해왔다. 이번에 한국에서 출간된 책은 1976년에 나온 그의 대표작으로 40년이 넘도록 일본에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구덩이>의 주인공 히로도 심심하다. 히로는 아무 할 일이 없어 갑자기 구덩이를 파기 시작한다. 엄마도, 여동생, 친구도 모두 묻는다. “뭐 해?” “뭐 할 거야?” 아이는 자기가 왜 그 구덩이를 파는지 이유를 모른다. 그냥 구덩이를 판다. 더 깊게, 더 깊게. 구덩이를 깊게 판 아이는 ‘자신만의 구덩이’에 앉아 하늘을 본다. 그 구덩이에서 본 하늘은 그 어느 때보다도 아름답다. 구덩이에서 한참 앉아 있던 아이는 구덩이에서 나와 자기가 판 구덩이를 본다. ‘이건 내 구덩이야’ 아이는 중얼거리며 구덩이를 흙으로 다시 메운다. 요즘 아이들은 잠시도 심심한 상태를 견디지 못한다. 조금이라도 심심함을 느끼면 스마트폰을 찾아 게임을 하거나 동영상을 보며 심심한 상태를 해소하려고만 한다. 그런데 그렇게 남이 제공하는 재미를 소비하기만 하는 재미가 ‘진짜 재미’일까.

40살 넘게 나이 차이가 나지만 두 작가 모두 심심함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한다. 아이와 두 책을 읽으며 심심한 것이 꼭 나쁜 것인지, 진짜 놀이란 무엇인지, ‘나만의 구덩이’는 무엇이 있는지 이야기를 나눠보면 어떨까. 특히 ‘아이에게 재밌고 유익한 시간을 제공해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에게 권한다. 7살 이상.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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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현재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쓰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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