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즘

조회수 729 추천수 0 2017.08.30 01:4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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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가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인가
실제 풍경인가

살다보면, 소설이나 드라마나 영화같은
그런 어떤 한 장면 속에
들어와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요.
그게
상상도 못할 끔찍한 장면이든
꿈처럼 달콤하고 행복한 장면이든

평범한 사람들도 그런 순간들을
반복해서 겪으며 살아가는 게 삶인데.

요즘 가장 자주 생각나는 말이 있어요.
작년 박근혜 사건이 터진 뒤
썰전에서 유시민 작가가,
"우리가
아침드라마를 보고 막장이라 막 욕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다 리얼리즘이었어."

그래요.
소설이나 영화 속 이야기들은
다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범주에서 쓰여진 것들이니까.
그런데
진짜 현실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늘 우리의 삶을 덮치는 것 같아요.

살면서 겪는 일들에
항상 복선이 있는 건 아니라는
어떤 작가의 말이
서늘하리만치 피부에 와 닿았던 8월이었습니다.

그런데
조금 정신차리고
주변을 돌아보니
다들 크게 다르지 않게
묵묵히 겪고 견디며
그렇게 살고 있더라구요.

다이나믹했던 8월 중에도
선물같은 시간이 있었는데
고등학교 때 단짝 친구를 도쿄 한 복판에서
극적으로 만난 일.
그야말로 '리얼리즘'이었죠.

영화의 한 장면처럼
도쿄의 북카페에서 마주보고 앉은 우리 둘.
성직자의 길을 걷고 있는 그 친구에게
그동안 힘들었던 마음을 털어놓았더니
친구가 그러더군요.
"영희야, 다 괜찮아.
 그런데 잘 견뎌야 돼.
 사는 건 이겨내거나 극복하는 게 아니라
 잘 견디는 거야.
 자식을 눈 앞에서 잃고도
 전재산을 하루 아침에 날리고도
 모두에게 죽일놈이란 오해를 받으면서도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든 견디면서 오늘 하루 또 살아간단다.
 그냥 보면 멀쩡하게 잘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다들 그렇게 살고 있어.
 그게 인생이야."

이렇게 8월이 가고
9월이 오면 또 좀 나을까
하는 마음으로 아이들 개학준비를 합니다.

아무 일 없었던 듯
평범함을 연기하며 베이비트리 글을 쓰기가 어려워
이렇게 잠깐
생존신고하고 다시 시작해 볼까 하구요.
그동안 보고싶었어요 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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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희
배낭여행 중에 일본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 현재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도쿄 근교의 작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서둘러 완성하는 삶보다 천천히, 제대로 즐기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육아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무료로 밥을 먹는 ‘어린이식당 운동’활동가로 일하며, 계간 <창비어린이>에 일본통신원으로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육아>가 있다.
이메일 : lindgren70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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