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김영훈 2017. 07. 19
조회수 2664 추천수 0

나는 가끔 가야금 연주를 듣습니다. 특히 가야금 영재인 P양의 가야금 소리는 열정적이어서 음악에 집중하게 만듭니다. 이미 여러 방송을 통하여 유명해진 P양은 가야금 뿐만 아니라 판소리에도 재능을 보여 국악 신동으로 언론에서도 심심치 않게 근황을 알 수가 있습니다. P양에게는 4살 터울의 언니가 있습니다. 사실 P양이 가야금을 시작한 것도 언니가 가야금을 배우게 되면서 만들어진 인연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자매의 엄마는 재능을 보인 P양만을 지원해 주고 싶어하고 언니에게는 가야금을 그만 둘 것을 권유하기까지 하였습니다. 하지만 언니는 가야금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계속 가야금 연주를 하고 싶어 하고 이로 인해 엄마와 갈등을 빚고 있었습니다. 14세 언니는 항상 어린 동생과 비교 당하면서도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의 주장을 당당하게 펼쳤습니다. 음악에 대한 집념과 자존심이 강했습니다. 매일 가야금 연습으로 아침을 시작하고, 가야금 입문 3년 만에 여러 대회에서 대상, 최우수상 등을 수상했을 정도로 실력도 뛰어났습니다. 그렇지만 P양은 언니보다 더 많은 수상경력과 공연기록을 가진 것은 물론 국악계에서 가야금 천재로 불리고 있습니다. 


엄마는 둘째에 비해 두각이 나타나지 않은 언니가 다른 걸 하기 바랍니다. 엄마는 평소에 동생 P양에게는 항상 활짝 웃지만 동생과 비교해서인지 언니의 실력을 탐탁치않아 합니다. 잘하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언니를 믿지 못하고 차별하니 언니의 상처도 커갑니다. 나중에 이 자매는 방송국의 도움으로 가야금 명인 황병기 선생님을 찾아가서 조언을 듣습니다. 예술가로서 황병기 선생님은 자매의 연주에 대한 평을 하면서 언니의 가야금 소리가 더 낫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습니다.


“손가락만 잘 돌아간다고 예술가가 되는게 아니야. 난 지금도 연습해”


음악은 재능뿐 아니라 연습이 중요하고, 음악을 잘하는 것도 좋지만 음악을 좋아해야 오래갈 수 있다는 뜻을 피력한 것입니다.

 

3층의 뇌

3층의뇌.jpg » 3층의 뇌. 이미지 김영훈.

아이의 뇌는 대뇌피질, 변연계, 뇌줄기라는 3층의 케이크로 되어 있습니다. 1층은 뇌의 가장 안쪽에 있는 본능의 뇌로 수면(각성), 체온, 호흡, 식욕, 성욕 등 생명과 관련된 기능을 하는 곳입니다. 2층은 뇌의 중간층으로 감정의 뇌로 감정, 기억, 의욕과 관련된 기능을 하는 변연계가 있습니다. 변연계는 감정을 다루는 편도체,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바꿔주는 해마, 의욕을 일으키는 측좌핵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뇌의 가장 겉면에 해당하는 3층은 이성의 뇌라고 하는데, 이곳에서는 이성, 지성 뿐 아니라 갈등, 행복 등 고등 감정을 조절합니다. 


아이의 뇌는 안쪽 즉 하위층부터 발달하고 하위층의 발달이나 요구가 안정적으로 이루어져야 그 위층의 발달도 무난하게 이루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담당하는 기능이야 3층의 이성의 뇌가 가장 고차원적이고 인간다운 뇌이지만, 가장 아래에 해당되고 생리적 욕구를 담당하는 뇌줄기의 기능이 안정화되고, 정서를 담당하는 2층 변연계의 기능이 잘 이뤄져야, 이성과 판단력 등을 담당하는 3층 대뇌피질의 기능이 활성화됩니다. 


아이에게 동기를 부여하려면 본능의 뇌의 기능인 생리적인 욕구와 안전에 대한 욕구가 충족되어야 하며, 이렇게 본능의 뇌가 충족이 되면 비로소 감정의 뇌가 열립니다. 감정의 뇌에서 중요한 것은 긍정성과 자기조절력입니다. 아이에게 긍정성과 자기조절력이 생겨 감정의 뇌가 충족되면 그 때가 되어서야 집중력과 기억력의 뇌인 이성의 뇌가 열립니다. P양의 언니도 자신이나 주위 사람이 아이의 성공을 믿어주고 아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아야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동기를 얻고. 그리고 꾸준히 연습하여 성공할 수 있는 것입니다.

 

본능의 뇌


가장 원시적인 수준인 뇌줄기는 단순한 생명을 유지하는 기능을 합니다. 호흡중추, 심장박동중추, 체온조절중추, 수면중추 등이 포함됩니다. 이는 의지의 지배를 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끊임없이 기능을 수행합니다. 그리고 뇌의 깊숙이 있어 가장 잘 보호받고 있습니다. 생명보존이 최우선인 것입니다. 위협적인 환경에서는 생명을 지키기 위하여 총력을 기울입니다. 


따라서 본능의 뇌를 만족시키려면 생리적인 욕구와 안전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합니다. 아이가 공부를 하다가 화장실에 가고 싶다거나, 방이 덥다거나, 배가 고프다거나, 목이 마르다고 방을 나오는 것은 생리적인 욕구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집에 오자마자, 샌드위치라도 하나 먹어서 허기를 없애야, 피아노 연습이나 숙제 등을 하나의 도전 과제로 인식하고 움직일 수 있습니다. 


영재들의 경우 에너지 레벨이 높아서 더 자주 간식을 찾기도 합니다. 아이는 신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자신이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끼면, 안전을 확보하고 방어할 수 있는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우선이 됩니다. 자신이 공격당할 수 있고, 위험에 노출돼 있으며, 혼자라고 느낄 때, 수학문제에 집중한다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입니다. 


또한 그림책을 잘 읽어주는 낯선 동화구연가보다 서투르기는 하지만 사랑하는 엄마가 읽어주는 그림책이 아이의 머리에 쏙쏙 들어가는 것도 안전의 욕구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빈번히 두려움을 느낍니다. 특히 영재아이들은 감수성이 예민해서 쉽게 내적 혹은 외적 위험을 대한 지각하기 때문에 다양하고 강력한 두려움을 나타내기도 합니다. P양 언니의 경우 엄마나 집이 홈이 되어야 하는데 자신의 역량을 믿어주지 않고 자신이 사랑하는 가야금을 못하게 하였기 때문에 안전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아 갈등을 겪었던 것입니다.

 

감정의 뇌


2층은 감정의 뇌라 불리는데 변연계가 있는 층으로 감정을 다루는 편도체,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바꿔주는 해마, 의욕을 일으키는 측좌핵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진화론적으로 변연계는 오래된 구조로서 포유류부터 존재합니다. 변연계는 먹는 즐거움, 경쟁에서 싸워 이기는 것, 사랑 등을 통하여 쾌감을 줍니다. 반대로 그것들을 방해를 받으면 분노, 우울, 공포 등 불쾌감이 나타납니다. 


변연계는 적군과 아군을 구분하여 긍정적인 정보는 이성의 뇌로 대부분 보내지만 부정적인 정보는 이성의 뇌를 거의 보내지 않습니다. 문지기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엄마가 아군이 아니라 적군으로 생각한다면 엄마의 말을 가능하면 듣지 말아야할 감언이설에 불과할 것입니다. 


따라서 아이가 엄마를 아군으로 생각하도록 아이와 긍정적인 관계를 가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아이가 흥분해있거나 감정에 휘둘리면 이성의 뇌가 기능을 하지 못합니다. 아이가 흥분해 있을 때는 잔소리를 하기보다는 스킨십이나 유모어를 통하여 아이의 감정을 가라앉혀야 이성의 뇌가 열립니다. 3세부터는 자기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자기조절력을 키워줄 필요가 있습니다. 


유아원에서 하는 1-3-10법칙이 대표적입니다. 아이 흥분해있거나 격앙되어 있을 때 ‘잠깐’이라고 말해 관심을 돌리고 ‘3번의 복식호흡’을 시켜 감정을 누그러뜨리고, 숫자를 셀 줄 아는 아이는 ‘10까지 세기‘를 하면서 정서의 뇌를 안정화시키고 이성의 뇌를 활성화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서의 뇌를 만족시키려면 긍정성과 감정조절이 중요합니다.

 

이성의 뇌


가장 위층은 이성의 뇌라고 불리는데 뇌의 가장 상층부에 위치하는 대뇌피질로 이성, 지성 뿐 아니라 문제해결력, 실행력, 창의력을 담당하고 갈등, 행복 등 고등 감정을 조절합니다. 그중 가장 최근에 발달한 구조는 전두엽입니다. 인간은 어떤 동물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전두엽이 아주 잘 발달하여 ‘생각하는 동물’, ‘사회적 동물’이 되었습니다. 


이성의 뇌는 본능의 뇌와 정서의 뇌가 만족스러울 때 비로소 활발하게 기능을 합니다. 이성의 뇌인 대뇌피질은 위치에 따라 전두엽, 측두엽, 두정엽, 후두엽으로 나뉩니다. 후두엽은 주로 시각을 인지하는 곳이고, 측두엽은 청각 및 언어적 자극을 모으고 처리하는 곳입니다. 두정엽은 측두엽과 함께 눈, 코, 입, 귀 등에서 오는 여러 자극을 모으는 역할을 하는데, 특히 공간지각과 관련이 있으며 수학과 과학을 담당하는 뇌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모아진 자극을 전두엽에서 받아, 분석하고 판단하며 문제해결을 합니다. 이렇게 내려진 명령은 뇌의 전두엽과 두정엽의 경계 부분에 있는 운동신경영역으로 전달되어 아이가 행동을 합니다.


사고력과 창의력을 담당하는 뇌, 전두엽


대뇌피질에서 가장 넓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전두엽은 뇌의 맨 앞부분에 있으며 사고와 판단, 기억과 집중력, 실행과 창의력 같은 고차원적 기능을 담당합니다. 전두엽은 영유아기부터 사춘기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발달하며 20세 무렵이 되면 성장세가 안정기에 접어들지만 25세까지 지속됩니다. 그러므로 부모는 25세까지 아이에게 관심과 지도를 하여야 합니다. 


전두엽에서 가장 넓은 부위는 전전두엽인데, 이곳은 몸 안팎의 감각계에서 오는 정보를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계획하기, 주의집중력, 의사 결정, 문제해결력, 실행력, 창의력 등 고차원적인 기능은 모두 여기에서 이루어집니다. 요즈음 문제가 되는 ADHD는 전전두엽에 문제가 있는 경우입니다. 


전전두엽은 익숙한 과제보다 새롭고 도전적인 과제를 더 좋아합니다. 따라서 우뇌와 전두엽의 발달을 촉진하려면 평소 아이의 호기심을 유발하는 상호작용과 놀이가 필요합니다. 전두엽은 생후 8개월 무렵 활동이 크게 증가하는데, 이 때 정서발달이 같이 진행되면서 발달합니다. 따라서 정서를 발달시키는 스킨십과 감정적 교류는 아이의 전두엽을 발달시키는 데 기초가 됩니다. 12개월 전후로 양육자와의 애착이 특히 중요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청각, 언어, 통찰력을 담당하는 뇌, 측두엽


측두엽은 소리를 듣고, 언어를 이해하고 해석하며, 다양한 청각자극과 오감자극을 통합합니다. 그 외에도 직관력, 통찰력, 신비한 영적 체험 등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생후 3~4개월 아이는 청각 발달과 연관된 측두엽에서 시냅스 증가와 수초화가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생후 12개월까지 지속됩니다. 출생 후 12개월 동안의 청각 발달은 언어 발달의 기반이 되는 시기이므로 이 무렵에는 아이의 청각 자극에 특히 신경 써야 합니다. 


실제로 어린 시절 언어 중추에 손상을 받을 경우, 뇌의 반대쪽 부위가 언어 기능을 대신해주는 뇌 신경회로의 재조직화가 일어납니다. 이는 인간의 뇌는 고정된 하드웨어가 아니라, 환경 변화에 따라서 신경회로의 연결을 스스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서 성인기에 언어중추에 손상을 입게 되면, 언어를 영구적으로 잃어버립니다. 


이 사실은 아이의 뇌가 훨씬 강한 가소성을 가지고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36개월이 되기 전까지 아이와 적극적이고 활발한 의사소통과 그림책 읽어주기를 통하여 모국어에 5,000시간 노출시켜야 합니다.


공간감각과 수학적 추상력의 뇌, 두정엽


두정엽은 몸의 감각을 감지하고, 공간에 대해 이해하며 수학적 추상력을 담당합니다. 두정엽의 앞부분은 체감각피질 영역인데, 이곳은 피부의 촉각과 통각, 압력, 온도, 몸의 위치 등에 대한 정보를 받아들입니다. 피부감각을 잘 느끼지 못하거나, 자신이 공간에서 위치감각이 부족하다면 두정엽의 발달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또 두정엽은 수나 공간을 파악하며 수학적 추상력을 담당합니다. 두정엽을 발달시키려면 구체물을 이용한 수세기, 레고와 같은 블록놀이를 통한 공간감각이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두정엽은 남아가 여아에 비해 더 발달되어 있습니다.


시각과 도형, 공간기억력의 뇌, 후두엽


뇌의 뒷부분에 위치한 후두엽은 주로 시각 처리를 하며 공간기억력을 담당합니다. 후두엽은 생후 3~4개월 무렵부터 생후 12개월까지 특히 활발하게 발달합니다. 따라서 후두엽을 발달시키려면 아이에게 적절한 시각 자극을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소 후두엽의 기능을 활성화 하려면 정보를 심상을 이용하여 기억하는 것이 효과적인데, 아이와 놀이를 할 때 말과 함께 그림이나 간단한 그래프를 이용하면 효과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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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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