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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마음 그대로, 울쑥불쑥… 한번 들으면 ‘팍’, 흥얼흥얼

양선아 2017. 07. 11
조회수 2227 추천수 0
512 (1).jpg » 시와 작곡, 노래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싱어송라이터 백창우씨가 어린이노래모임 굴렁쇠아이들과 함께 7년 만에 새로운 동요 앨범을 선보였다. 사진은 공연에서 백씨가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부르는 모습이다. 장성하 사진작가 제공.

살아있는 시로 동요 만드는 백창우씨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신중현의 곡 ‘미인’ 가락을 인용) 세 번 보니까 조금씩 천천히 내가 좋아져” 
 송선미 시인의 ‘맘대로 거울’이라는 동시에 신중현 ‘미인’ 가락을 절묘하게 조합한 이 노래는 듣자마자 귀에 꽂힌다. 한 번 듣고 두 번 들어도 질리지 않는 그야말로 ‘백창우표’ 노래다. 이 곡은 최근 백씨와 어린이노래모임인 ‘굴렁쇠아이들’이 함께 작업한 동시노래상자 1집의 첫 곡이다.

교과서 동요는 뻔하디뻔하다
아이들이 시시해하고 그게 싫었다
 
시냇물은 늘 졸졸 흘러야 하고
개구리는 누가 뭐래도 개굴개굴 울고
 
노랫말도 가락도 가창도
밝고 착해야 하고 꾸며 부르고…
 
어린이노래모임인 ‘굴렁쇠아이들’과
정답 버리고 함께 작업해 앨범 냈다
 
시와 작곡, 노래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싱어송라이터, 김광석의 ‘부치지 않은 편지’의 작곡가로도 유명한 백창우씨가 7년 만에 새로운 동요 앨범을 선보였다. 동시노래상자 1집 ‘내 머리에 뿔이 돋은 날’과 2집 ‘초록 토끼를 만났어’에는 굴렁쇠아이들이 부른 시노래 16곡이 각각 수록됐다.

2010년 그가 이오덕, 임길택, 권정생과 같은 고인이 된 아동 문학의 대가들의 시를 노래로 만들어 앨범을 냈다면, 이번에는 현대 동시 작가의 시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을 살아가는 아이들의 삶과 목소리, 마음, 생각, 빛깔을 담고 싶어서다. 송선미, 정유경, 김륭, 곽해룡, 이안, 김개미 등 현재 동시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의 시에 가락을 붙이고 굴렁쇠아이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또 불러본 뒤 녹음을 했다.
 
김광석 노래 작곡가로도 유명
“뻔하고 상투적인 동요들이 너무 많습니다. 작년에 졸졸 흘렀던 시냇물이 올해도 또 졸졸 흘러요. 개구리는 누가 뭐래도 개굴개굴 울어요. 똑같은 노랫말에 정형화된 가락이 붙어요. 동요는 밝고 착하고 건전해야 한다는 생각에 절대 단조를 안 써요. 창법은 어떤가요. 자연스럽게 부르지 않고 막 꾸며서 불러요. 노랫말, 작곡, 가창 모두 정답이 정해 있어요. 누가 이런 노래를 좋아하고 계속 부르고 싶을까요?”

그는 해방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교과서 동요와 창작 동요가 다채롭지 못해 아이들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자신들의 삶과 마음을 담아내지 못한 동요는 아이들에게 시시하기만 할 뿐이다. 동요는 아이들에게서 점점 멀어졌다. 서태지 시대 이후부터는 어린이도 대중음악을 적극적으로 듣는 시대가 됐다. 대중음악계에서도 걸그룹이 등장하면서 자꾸만 타깃 연령층을 낮추기 시작했다. 그런 흐름이 이어져 이제는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아이들이 대중가요나 아이돌그룹 노래를 꿰고 있다.

“가요 좋은 것 들을 수 있죠. 그렇지만 가요는 아이를 위해 만들어진 노래는 아니잖아요. 자기들 노래도 있으면서 가요도 들어야 하는 것 아녜요? 가요와는 다른 형태의 노래, 그렇지만 상투적이고 뻔한 동요는 아닌 그런 노래를 만들고 싶었어요. 정답을 다 버리자고 생각했지요. 살아 있는 시를 찾아다녔어요. ‘맨날 맨날 착하기 힘들어요’라든가 ‘오늘도 나는 천사가 못 되지’라는 곡들이 그런 노력들의 최신판인 것이죠.”

‘착하다 착하다 자꾸 그러지 마세요/ 위 아래 오른쪽 왼쪽 꽉 막힐 때도 있는걸요/ 좋은 마음이 빠져나올 틈 없을 때도 많다구요/ 맨날 맨날 착하기는 힘들어요’

안진영 시인의 ‘고백’이라는 작품에 약간 구슬프면서 서정적인 가락을 붙인 이 노래는 항상 착한 아이이기만을 강요당해 너무 피곤한 아이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내가 방을 치우면 당연한 거지/ 동생은 맨날 어리지/ 어지르지 알랑거리지 그래도 천사 같다지/ 그러려니 하다가 화가 치밀지/ 울쑥 그래봐야 나만 불쑥 화내봐야 나만/ 못난이지 못난 언니지/ 오늘도 나는 천사는 못 되지/ 혼자 방이나 치우지 설거지나 하지/ 엄마 없을 땐 알랑이는 동생이나 쥐어박지’

장영복 시인의 ‘천사는 못 되지’라는 시에 단순하면서 나지막하게 읖조리는 듯한 가락을 붙인 이 노래를 듣다 보면 시니컬하고 부모에게 불만 많은 한 소녀의 모습이 그려진다.

전자악기 안 쓰고 기타·풍금 등으로
시 안에 노래 만나 삶의 빛깔 담았다
 
40여년 써온 그의 꿈 노트엔
어린이 음악 아지트 공원이 있다
 
맘대로 들어가고 만지고 
누구나 버튼 누르면 노래 흐르는 곳

세 번 이상 들어봐야 맛 제대로
“동요의 모든 부분이 좋을 필요는 없어요. 내 아이가 딱 꽂히는 딱 한 줄만 있어도 돼요. 제가 ‘어린 왕자’를 좋아할 때 모든 장면을 좋아하지 않아도 ‘사막이 아름다운 건 거기 우물이 숨어 있기 때문이야’라는 구절 때문인 것처럼요.”

그는 모든 시는 노래를 품고 있다고 말한다. 모든 시는 이 세상에 하나뿐이다. 그 시 안에 있는 노래를 만나겠다는 뜻으로 그는 작곡을 한다. 노래를 연주할 때 그는 전자음악을 쓰지 않는다. 일정하고 고른 컴퓨터 음악은 오래 들으면 질리기 때문이다. 대신 투박하지만 손맛이 느껴지는 음악을 지향한다. 악기는 기타나 풍금, 피아노처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악기를 선택한다. 바이올린, 첼로, 클라리넷 등도 쓰지만 오케스트라처럼 쓰지는 않는다. 노래 역시 아이의 목소리를 중심에 둔다. 합창단 방식은 지양한다. 이렇게 만들기 때문에 그가 만든 노래는 각각 고유의 빛깔이 있다. 아이는 물론이고 어른들도 그의 노래를 사랑한다.
 512_굴렁쇠.jpg » 백창우와 어린이노래모임 굴렁쇠아이들은 아이들의 생활과 마음, 생각을 잘 담아낸 동시에 가락을 붙여 노래를 부른다. 장성하 사진작가 제공. 그는 노래의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적어도 세 번 이상은 노래를 들어보라고 권한다. 많이 들으면 안 보이던 것까지 보인다. 음반과 음반이 어떻게 다른지, 곡과 곡이 어떻게 다른지 알게 된다.

“노래를 자연적으로 좋아하는 아이와 좋아할 수 있는데도 기회가 없어서 노래를 좋아하지 못하는 아이가 있어요. 문화의 모든 영역이 그래요. 겪어보지 않고 반복하지 않으면 알 수 없어요.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기회,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지속적으로 아이에게 주어져야 해요. 자유스럽게. 딱 한 번 들려주거나 부모가 악기 연습을 강요하는 방식이면 안 되는 거죠.”

머리만 강조하고 가슴은 무시

그는 음악을 좋아하고 즐기는 아이는 따뜻한 마음을 지닌 아이, 꿈을 가진 아이로 자랄 수 있다고 말한다. 지금의 교육은 머리만 강조하고 가슴은 무시하고 있다. 그런 아이들의 정서는 메말라가고 더 나아가 잔인해지기도 한다. 과연 그런 교육으로 부모들이 바라는 착하고 배려심 많고 행복한 아이로 자랄 수 있을까.

“내 아이가 무엇 때문에 기뻐하는지, 또 슬퍼하는지 지켜봐주는 것이 부모와 선생님, 또 그 아이를 사랑하는 어른이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좋은 문화 밥상, 좋은 노래 밥상을 부모와 선생님이 먼저 나서 차려줘야 하는 것이고요. 아이가 점수 잘 받는지, 학원 잘 가는지 확인하는 것이 아니고요.”
백창우_새앨범.JPG » 새앨범 표지들.
노래를 사랑하는 아이가 꿈을 가진 사람이 된다고 말한 그는 20대 이후부터 꿈 노트를 계속 써왔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뭐냐고 물었더니, 60살을 코앞에 둔 작곡가는 눈을 반짝이며 아이처럼 얘기한다. 그의 꿈 하나를 살짝 공개하면 어린이 음악의 아지트인 동요 공원을 만드는 것이다. ‘들어가지 마세요’라고 쓰인 풀밭이 아니라 ‘들어가도 됩니다’라는 팻말이 있는 공원, ‘악기 만지지 마시오’가 아니라 ‘악기 만져도 됩니다’라고 쓰인 공원, 길을 걷다 보면 풍금이나 피아노를 만날 수 있고, 버튼을 누르면 좋은 노래가 나오는 곳, 유리벽으로 된 ‘누드 음악 스튜디오’가 있어서 누구나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만날 수 있는 공원, 아이와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원을 자기 마음대로 상상하며 꿈 노트에 적는단다. 동요 공원 외에도 더 많은 꿈들이 그의 꿈 노트엔 적혀 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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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현재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쓰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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