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잘 먹는 아이, 안 먹는 아이

최민형 2017. 07. 07
조회수 1729 추천수 0
child-1566470_960_720.jpg » 식생활, 사진 픽사베이.한방소아과에 진찰을 받으러 오는 아이들의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식생활이다. 다른 이유로 온 아이들의 부모님에게도 식생활에 대해 물어보면 한두 개쯤은 고민을 가지고 있다. 가장 많은 고민은 역시 잘 안 먹는 아이들이고, 반대로 너무 잘 먹어서 고민인 아이도 있다. 편식은 거의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걱정하는 부분인 듯하다.

그런데 많은 부모님들과 아이의 식생활에 대해서 이야기할수록 생기는 의문이 한 가지 있다. 아이가 잘 먹는 기준은 어떻게 정하는 것일까? 모든 아이들에게 반드시 이만큼은 먹어야 한다는 정해진 기준이 있을까?

식생활 기준은 육아 서적이 기준?  

식생활의 기준은 육아 서적을 기본으로 참고하게 된다. 수유량을 얼만큼 하고, 이유식을 언제 시작하고, 유아식과 밥은 언제 진행해야 하는지, 육아 서적을 보면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 아이의 식생활이 육아 서적과 똑같이 진행하지는 않는다. 여기서 고민이 생긴다. 육아 서적과 다른 우리 아이 식생활, 혹시 문제가 있는 것일까?

잘 먹는 친구네 집 아이…우리 아이는 문제가?

식생활이 걱정인 아이들의 부모님은 잘 먹는 친구네 집 아이가 자꾸 눈에 들어온다. 저 집 아이는 이렇게 잘 먹는데, 안 먹는 우리 아이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잘 먹어야 키도 잘 크고 면역력도 튼튼해질 텐데, 이렇게 안 먹어서 괜찮은 걸까?

이렇게 아이가 잘 안 먹어서 고민이 되는 부모님들에게 항상 해드리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 아이의 식생활은 우리 아이가 기준입니다.


아이들의 식생활 발달은 아이들마다 모두 다르게 나타난다. 아이들마다 키와 체중이 늘어나는 성장의 패턴이 다르기 때문에 식사 요구량이 달라진다. 소화력의 발달이 느려서 식사량이 적은 아이들도 있다. 유독 비위가 예민하거나 씹고 삼키는 기능의 발달이 느려서 잘 안 먹기도 한다.

그렇다고 반드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식사량이 적더라도 아이가 배가 고프지는 않다. 다시 말해서 아이에게 필요한 만큼은 먹는다는 의미다. 아이에게 문제가 있거나 엄마가 뭔가 잘못해서 아이가 잘 안 먹는 것이 아니라, 단지 지금 아이에게 필요한 양이 적어서 적게 먹는 것뿐이다. 구체적인 사례들을 살펴보자. 

[사례1] 분유 수유양이 적은 4개월 아기

분유 수유양이 또래 개월 수에 비해 적은 아기들이 있다. 한 번에 먹는 양이 얼마 안 되고 총 수유양도 충분하지 않아, 수유 시간만 되면 조금이라도 더 먹이려는 엄마와 젖병을 거부하는 아기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진다.

결과는 보통 아기가 이긴다. 안 먹으려는 아기를 억지로 먹일 수는 없다. 엄마의 입장에서는 걱정이 되지만, 아기의 입장에서는 사실 배가 고프지는 않다. 지금 아기의 성장 속도와 소화력의 정도에 따라 뱃고래의 크기가 정해지고, 아기는 필요한 만큼 충분히 섭취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양이 적은 아기들도, 체구가 커지고 소화력이 발달하면 차츰 양이 늘고 잘 먹게 된다. 그 때까지는 우리 아기의 눈높이에 맞춰서 천천히 여유 있게 식생활을 진행해야 한다. 

[사례2] 돌이 지났는데 이유식을 먹는 아이

돌이 지나 유아식을 진행하는 아이들 중, 음식을 씹고 삼키기 힘든 경우가 있다. 이런 아이들은 음식을 오랫동안 우물거리거나, 입에 물고 있거나, 씹다가 뱉어 버리기도 한다.

이러한 아이들에게는 후기 이유식으로 잠시 돌아가서 먹여보라고 권유해드린다. 이유식이 아니라도 아이가 씹고 삼키기 편하도록, 밥을 질게 만들거나 덮밥 형태도 도움이 된다. 많은 경우 이러한 해결책만으로도 아이의 식생활이 좋아진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식생활의 진행이 조금 느리지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에게는 지금 아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줘야 한다. 

[사례3] 먹는 걸 좋아해서 식사양이 많은 아이 

정반대의 케이스다. 얼마 전에 너무 잘 먹어서 고민이라는 돌이 막 지난 아이가 있었다. 먹는 걸 워낙 좋아하고 또래보다 훨씬 잘 먹어서, 이렇게 먹어도 되나 엄마는 걱정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진찰 결과 아이에게 문제가 있지는 않았다. 먹는 양이 많은 만큼 키와 체중이 함께 잘 늘고 있었다. 성장 패턴이 빠르고 소화력이 잘 발달하고 있어 필요한 식사양이 많은 아이였다. 잘 먹는 아이들은 추가 영양 섭취가 탄수화물로 치우치기 쉬운데, 이 부분만 주의해서 식생활을 관리하라고 말씀드렸다. 빠른 아이는 빠른 아이대로, 아이의 흐름에 맞춰 가야 한다.

이렇게 아이들의 식생활 발달은 빠른 아이도 있고 느린 아이도 있다. 어떤 아이의 식생활도 육아 서적에 나와 있는 그대로 진행하지는 않는다. 만약, 소아과 또는 한의원에서 진찰 후 아이의 건강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걱정은 조금 줄이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천천히 식생활을 진행해보자. 

우리 아이 식생활의 기준은 우리 아이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어떤 경로로 진행하든, 결국 마지막 도착 지점은 같다. 부모님의 역할은 우리 아이의 눈높이와 발걸음에 맞춰 아이와 함께 걸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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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형
우리 아이를 위한 건강한 생각을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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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한의사 / 한방소아과 전문의 최민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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