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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보통합, 정부 단계별 구체안 `깜깜'…관련단체 목소리 제각각

양선아 2017. 06. 28
조회수 1166 추천수 0


512_어린이집.jpg »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하나로 통합하는 ‘유보통합’이 새 정부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한 어린이집의 모습.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유치원-어린이집 통합 논의 어디까지

 

유치원(교육부 관할)과 어린이집(보건복지부 관할)을 하나로 통합하는 ‘유보통합’이 전 정부에 이어 새 정부에서도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유보통합을 위해 교육부로 관할 부처를 일원화해 빠른 속도로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유보통합 과정에 대한 구체안을 놓고 사회적 공론화를 다시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아예 통합 자체를 반대하는 주장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국공립-민간-원장-교사-부모-전문가

입장 따라 이해관계 얽히고 설켜 

 

지난해까지 마무리한다던 전 정부 

추진안 공개 안해 혼란 부추겨

 

결재카드·정보고시 사이트 통합 외

교사 자격과 양성체계 등 안갯속

 

부처 일원화 입장 3가지로 엇갈리고

유보통합 자체 반대하는 주장 고개 들고

새 정부 ‘사회서비스공단’ 긍정 평가도

 

유보통합 자체에만 목맬 게 아니라 

교육의 질·종사자 처우 등 논의 주장도


이런 다양한 주장 속에서도 유치원, 어린이집, 보육교사, 전문가, 부모 등 다양한 그룹에서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박근혜 전 정부가 추진해왔던 유보통합 단계별 구체안에 대한 투명한 공개다. 박근혜 전 정부는 국무총리실 산하에 유보통합추진위원회를 두고 지난해 말까지 통합을 마무리한다는 밑그림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원화됐던 결제 카드와 정보공시 사이트를 하나로 통합하는 사업 정도를 마무리한 상태다. 가장 민감한 교사 자격과 양성체계 통합, 관리부처 통합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공개된 것이 없다.


■ 어떤 과정 거쳐 어떻게 


‘유보통합’의 논의가 이처럼 복잡한 것은 국공립 유치원과 어린이집, 사립 유치원과 민간 어린이집, 가정 어린이집, 교육부와 복지부, 원장과 교사, 부모, 관련 학과 교수들 등 다양한 관계자들이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이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모든 0~5살 아이들에게 국가가 양질의 교육과 보호를 제공해야 한다는 데에는 모든 이들이 동의한다. 궁극적으로 그것이 유보통합의 목적이고, 그런 의미에서 대체적으로 유보통합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다. 문제는 현재 유치원과 어린이집, 국공립과 민간 등 시설별 유형이 다양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떻게 이들을 통합하느냐다. 


국공립유치원연합회와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 민간어린이집연합회, 생태유아학회 등의 단체들은 통합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부처를 교육부로 일원화해 통합하기를 바란다. 위성순 전국사립유치원연합회 회장은 “부처를 통합해야 재정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교육의 질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각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 수석부회장은 “30여년 동안 보육교사의 처우 개선 등을 주장해왔지만 해결되지 않아 더는 믿음이 안 간다”며 “교육부로 일원화해 국가가 의지를 갖고 추진하면 교사 자격 문제 등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보육교사협의회와 한국여성단체연합, 일부 사회복지학과 교수들은 부처 통합을 우선하자는 입장은 안일한 주장이라고 평가한다. 김호연 보육교사협의회 회장은 “과거에 탁아소에서 어린이집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도 교사들의 처우가 같아지는 데 8년 이상 걸렸다”며 “부처 통합한다고 보육교사 처우가 유치원 교사와 당장 같아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아동 대 교사 비율과 같은 당장 급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며, 유보통합 논의에서 이런 문제가 언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차옥경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국장도 장기적으로 유보통합에 대해 찬성하지만 통합 과정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가 요양보호사와 보육교사들을 포함한 사회서비스공단을 설립해 공공 인프라를 확충하고 보육교사의 고용 안정성을 높여 보육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방안을 제시했는데 긍정적으로 본다”며 “궁극적으로 이런 작업들이 유보통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예 유보통합 자체를 반대하는 견해도 있다. 4천여 곳의 유치원 원장들이 회원으로 있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유보통합 자체를 반대한다. 김득수 한국유치원총연합회 회장은 “보육교사의 자격과 유치원 교사의 자격은 격차가 크며, 어린이집 인가 조건과 유치원 인가 조건은 차이가 크다”며 “이원화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보통합표.JPG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새 정부 국정기획자문위 나서길”


유보통합에 대한 백가쟁명식 해법이 쏟아지는 이유는 이전 정부가 추진해왔던 유보통합 단계별 구체안에 대해 다들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다수 사람들은 이전 정부가 어떤 안을 짰고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호연 공공운수노조 보육교사협의회 의장은 “현장에서는 박근혜 전 정부의 유보통합 단계별 추진안이 구체적으로 뭔지 잘 모르고 있다”며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유보통합 찬반 논쟁은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다시 되돌리는 것”이라며 “정부가 보육의 공공성과 교육의 공공성을 위해서 국공립을 확충하면서 시장을 견제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사회서비스공단 역시 일자리 창출의 관점이 아니라 공공 인프라 확충의 방안으로서 논의돼야 보육교사들이 믿고 지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등 51개의 관련 단체가 모인 유아교육보육혁신연대를 이끌고 있는 임재택 상임대표 역시 이전 정부의 구체안 공개를 촉구하고 있다. 임 상임대표는 “지난 20년여 동안 유보통합 논의를 해왔고, 박근혜 전 정부에서 추진해 이미 유보통합은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며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새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박근혜 전 정부가 연구한 자료를 받아서 어느 정도 준비가 됐는지, 돈은 얼마나 드는지, 효과는 얼마나 좋은지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진석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이전 정부가 어디까지 연구를 했는지와 과정 전반에 대해 공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일각에서는 보육교사, 유치원 교사와 같은 당사자들이 배제돼 단계별 추진안이 짜졌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며 “어떻게 그 안이 나왔고 누가 관여를 했다는 것을 밝히는 것이 논의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교수는 유보통합 자체가 절대적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통합 과정에서 서비스나 교육의 질, 아동 이익 최우선의 원칙, 종사자의 처우 등이 같이 논의돼야 유보통합이 의미가 있다고 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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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현재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쓰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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