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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하는엄마들 “독박 육아는 이제 그만”

양선아 2017. 06. 21
조회수 4407 추천수 0
21일 국회 앞서 첫 기자회견 열어 
‘칼퇴근법’‘보육추경’ 통과 촉구 

512_1.jpg » '정치하는엄마들' 회원들이 아이와 남편, 친정 부모님들과 함께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칼퇴근법'과 '보육 추경'의 6월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30년 전과 비교해 전혀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아이는 부부가 함께 키워야 제대로 성장할 수 있잖아요. 30년 전의 나처럼 사위는 여전히 밤늦게 퇴근합니다. 딸 혼자 ‘독박 육아’를 하고 있습니다.  ‘칼퇴근법’ 통과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 나왔습니다.” 

3살 손녀를 부둥켜 안고 국회의사당 앞 시위에 나선 남궁태(65·서울 강서구 등촌동)씨는 힘주어 말했다.  

엄마들의 정치세력화를 도모하는 비영리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21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국회야, 일 안하고 뭐하니?”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국회 상임위 보이콧을 선언하며 6월 국회를 ‘빈 손 국회’로 몰아가고 있는 야3당을 비판하며, 하루빨리 국회를 정상화해서 ‘칼퇴근법’과 ‘보육 추경’을 통과시키라고 촉구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현행법상 12개월로 버젓이 존재하는 육아 휴직조차 쓰지 못하고 사는 것이 대한민국 엄마들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 대선 기간에 여야를 막론하고 ‘육아휴직 기간 대폭 연장·육아휴직 급여 대폭 인상’ 공약을 발표했지만 엄마들은 열광하지 않았다”며 “그림의 떡만 많아질 뿐 있는 육아휴직의 절반도 채 사용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의미없는 공약”이라고 지적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칼퇴근법’이 실현되면 아빠의 육아참여도 자연히 높아질 것”이라며 노동시간의 단축이 가장 현실적이고 시급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512_2.jpg » '정치하는엄마들' 회원들이 아이와 남편, 친정 부모님들과 함께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칼퇴근법'과 '보육 추경'의 6월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이들은 또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아동 가운데 국공립 시설을 이용하는 아동 비율은 13.6%에 불과한 현실을 지적했다. 이들은 “하루빨리 358억원 규모의 보육 추경안이 통과돼 국공립 어린이집이 늘어나고 보육교사의 처우도 좋아지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처음 공개적으로 사회적 발언을 해본다는 엄마, 손자·손녀를 키우는 할머니·할아버지, 아빠 등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왜 이 자리에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발언자로 나선 엄마 회원 권미경씨(34)는 “우리 사회는 모든 양육에 대한 책임을 엄마 한 사람에게 부과하고 있다”면서 “독박육아를 벗어나지 않고서는 아이, 가정, 나라도 행복해질 수 없다”고 말했다. 조은아(45)씨는 “82년생 김지영 사는 사회가 72년생 제가 살았던 사회와 다르지 않다”며 “우리 후배들과 자녀들은 부모 모두 주양육자로서, 부모 개인으로서 삶을 충만하게 살면서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인간적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정치의 영역에 육아 당사자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할 공간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데 목소리를 높였다. 엄마된 지 160일이 됐다는 성지은씨(31)는 “육아는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힘든 일 같다”며 “엄마들이 한 목소리를 낸다면 엄마들이 살기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512_(3).jpg » '정치하는엄마들' 회원들이 아이와 남편, 친정 부모님들과 함께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칼퇴근법'과 '보육 추경'의 6월 국회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아빠 회원 마크 앤크리프씨(Mark Ancliff, 36)는 “정치라는 공간에 가족이나 육아에 대한 경험과 목소리가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며 “사회적 양육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친정엄마 회원인 심공순씨(62)는 “36년 전 아이를 키우며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는데 제 딸과 손녀는 이런 삶을 끝내야 한다고 생각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 11일 창립선언을 한 비영리단체로, 직접적인 정치 참여를 통해 모든 엄마가 차별받지 않는 성평등 사회·모든 아이가 사람답게 사는 복지 사회·모든 생명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비폭력 사회·미래 세대의 권리를 옹호하는 생태 사회를 만들기 위한 행동들을 이어갈 계획이다. 



글·영상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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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썼으며 현재는 한겨레 사회정책팀에서 교육부 출입을 하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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