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형제에게 양보를 가르치자

김영훈 2017. 0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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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imming-933217_960_720.jpg » 사진 픽사베이.

 

첫째의 마음


부모는 둘째가 태어나면 첫째가 이 상황을 잘 받아줄 거라 믿는다. 둘째를 얻은 기쁨에 첫째가 아직 어리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는 것이다. 아기인 둘째는 수유를 하고 씻겨주고 안아주면 되지만 첫째는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사랑과 관심을 끊임없이 원하는 건 아이들의 본성이다


첫째의 성격은 새로 태어난 동생을 상대하면서 형성된다. 누구라도 그렇겠지만 특히 첫째는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을 맞닥트릴 때마다 쉽게 슬퍼진다. 엄마가 아기의 기저귀를 가는 동안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첫째의 모습을 상상해 보자


엄마는 첫째에게 곧 갈게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첫째는 너무나 슬프며 이 느낌을 엄마가 알아주길 바란다. 이것은 첫째에게 대단한 슬픔이다. ’자신을 사랑해 주지 않는 데대한 슬픔이다. 물론 첫째도 엄마가 약속을 지킬 것이고 동생이 잠이 들면 자기 차례가 올 것임을 안다. 그 시간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간혹 첫째들 중에는 관심을 끌기 위해 소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 경우에 대부분의 엄마들은 꾸짖지 않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그냥 넘어가는 것이 좋다. 첫째 스스로 잘못을 뉘우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첫째에게는 꾸중보다 칭찬이 효과적이다. 반면에 눈치가 있는 첫째들은 빨래를 정리하고 아기를 침대에 눕히는 일을 도와주며, 엄마를 기다리는 동안 그림책을 읽는다


그에 따르는 보상은 그 동안의 모든 불안을 없애주고도 남기 때문이다. 엄마는 그를 무릎에 앉혀놓고 과자를 주며 도와줘서 고맙다라고 말한다. 그 결과 많은 첫째들이 사랑을 성취하게 되며 인정과 칭찬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첫째는 미래를 중시하며 인내를 갖고 기다린다. 이것은 어린 시절 엄마를 기다리며 획득한 태도이다.

 

둘째의 고자질


물론 첫째로서 양보하고 배려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첫째의 욕구나 감정이 무시된 채 양보와 참음을 강요받게 되면 오히려 동생에 대한 미움과 분노가 커질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개입은 부모의 권위를 사용하는 것으로 이를 반복하다 보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부모의 권위가 형제 서로에 대한 관계로 내면화되기 쉽다


그러다 보면 결국 동생은 첫째의 권위를 넘보게 되어 첫째에게 대드는 경향이 커지고, 첫째는 부모가 동생을 편애한다고 인식하여 형제간 다툼이 더욱 잦아지고 형제관계뿐만 아니라 부모 자녀관계도 나빠지게 된다. 둘째는 부모가 자신에게 먼저 관심을 가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형이 자기에게 못되게 굴면 고자질을 하게 된다. 고자질도 습관이 될 수 있다. 이 때 부모가 고자질을 한 아이의 의도대로 움직이면 안 된다


오빠에 관해 그런 식으로 얘기하는 건 좋지 않아. 넌 네 얘기만 하면 어떨까?”


아이가 이런 말을 들으면 고자질이 별로 효과가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아이들에게 자기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면 고자질을 하지 않을 것이다. 단 예외로 둘 것은 위험한 일을 할 때는 꼭 알려야 한다. 아이들 일은 아이들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누군가 위험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봤다면 최대한 빨리 부모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가족은 서로 보호해 줄 의무가 있으니까 이런 고자질은 필요하다.


따라서 아이들이 싸울 때 어느 한 쪽 편을 들기보다는 스스로 해결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 부모는 화가 나 감정이 격앙되겠지만 꾹 참고 아이들의 반응을 보자. 첫째가 잘못한 것이라면 둘째는 엄마에게 그 사실을 고자질할 것이다. 그 때는 첫째를 바로 혼내기 보다는 잠깐 두고 보는 것이 좋다. 물론 아이들이 잘 해결할 거라고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아이들에게 너희들이 충분히 잘 해결할 거라고 엄마는 믿는다.”라고 이야기 하라. 그러면 첫째도 둘째와 타협을 시도할 것이다


첫째가 자초지정을 설명하여 둘째가 이해하여 둘이서 해결한다면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서로 이야기하며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만으로도 형제간의 갈등을 줄일 수 있다. 부모가 누구의 편도 들어주지 않은 것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다.

 

착한 아이


아이들은 부모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려고 한다. 부모 중에는 자유의지 없이 부모의 생각대로만 움직이는 착한 아이를 원하는 권위적인 부모도 있다. 이들 부모가 원하는 것은 시키는 대로 입고 시키는 대로 하는 아이다. 이렇게 되면 자기 의지를 가지고 부모의 생각대로 움직이지 않는 아이는 나쁜 아이가 된다. 권위적인 부모에게 자기만의 생각이나 신념을 가진 아이는 거북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권위적인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부모의 말에 무조건으로 따르는 순종적인 아이, 다른 하나는 자기 생각대로 움직이는 소신 있는 아이다. 그들 사이에는 마찰이나 대립이 발생하기 쉬운데, 이 때 권위적인 부모는 순종적인 아이와 한 편이 되어 소신 있는 아이를 공격하고 소외시킬 수 있다. 권위적인 부모는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을 아이에게 강요한다


이때 사랑받는 착한 아이의 최우선 조건은 부모가 원하는 분야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아이만이 권위적인 부모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 그러면 아이에게 거는 기대도 커진다. 아이는 권위적인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여 나름의 성과를 거두기도 한다. 부모에게 사랑받고 싶은 절실한 바람 때문이다. 이 과정이 지속적으로 순조롭게 이어지면 사회적인 성공을 거두고 주위의 인정을 받는다


그러나 권위적인 부모가 아이의 성공을 위해 아이가 무슨 짓을 하든 눈감아주는 양육 방식을 택하면 문제가 생긴다. 그렇게 자라난 아이는 타인에 대한 배려심을 갖기가 어렵다. 대신 자신의 이익과 성과만 챙기려는 이기적인 인물이 되기 쉽다. 그 결과 피해를 보는 것은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이다. 배우자, 아이, 형제자매 등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아이들한테 항상 착한 행동을 요구하는 건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 아이 또한 화가 나면 화를 내고 짜증을 낼 권리가 있다는 것을 부모가 알아야 한다.


[형제들의 다툼이 있을 때의 양육지침]


첫째와 둘째가 양보의 문제로 다툼이 있을 때에는 다음을 고려하여야 한다.


첫째,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어라.


소라가 네 곰 인형을 빨아서 화났구나.”

유정이도 아기가 되고 싶구나. 아기가 엄마 아빠가 뭐든 다 해주니까.“

이렇게 아이의 마음에 공감해서 말해 준다면 아이는 부모가 자신의 감정을 알아줬으므로 마음에 상처가 남지 않는다. 아이의 마음에 대한 부모의 관심은 적대감이나 공격성을 줄이는데도 효과가 있다. 아이의 감정을 이름 붙여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자신의 감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되므로 편도체를 가라앉힐 수 있다.


둘째, 감정을 표현할 시간을 주어라.


아이는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을 느끼고 있다. 형을 싫어하는 감정뿐만 아니라 좋아하는 감정도 있다. 그래서 어떤 때는 형이 좋다가도 또 어떤 때는 형이 미워 죽을 지경이 되는 것이다. 감정은 표현되어야 가라앉는다. 아이에게 그런 감정을 표현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아이에게 화난 마음을 그림이나 찰흙, 베개로 표현해보라고 하라. 그리고 아이의 감정을 엄마가 대신 이야기해주는 것이다.

온통 까만색으로 칠해 놓은 걸 보니 너 단단히 화가 났구나.“


셋째, 형제 각자의 입장을 말로 표현해 주자.


지희는 색연필이 없어서 숙제를 못하고, 지연이는 지금 색칠하고 있어서 색연필을 못 주는 거로구나.”

짜증이 났겠구나. 형이 네가 공부할 때만큼은 조용히 해주었으면 좋겠지?”

아이의 입장에 알아주고 그렇게 행동한 이유를 표현해주는 것은 아이에게는 커다란 심리적 보상이 된다. 아이는 자신의 입장이나 생각을 알지 못할까봐 불안해하기 때문이다. 그런 불안이 해소가 되면 아이는 마음이 편안해져 자기 행동을 돌아보게 된다. 또한 자신이 행동의 잘못을 깨닫게 된다.


넷째, 부모의 입장을 이야기하자.


엄마도 같이 해보자구나. 그럼 우리 셋이 더 멋지게 만들 수 있을거야.”

내가 보기에는 숙제가 더 중요한 것 같은데.”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더라도 부모의 뜻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부모가 아이의 말을 대변해주어 마음이 풀렸을 때 부모의 생각이나 입장을 이야기해주면 아이들은 객관적으로 자신들을 돌아볼 수 있다. 아이들은 더불어 사는 법을 알 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도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다,


다섯째, 대안을 생각하게 하자.


오빠 때문에 네가 화났다는 건 알겠는데 저녁 먹은 다음에 하면 안될까?”

너희 둘이 이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일단 아이들이 느끼는 것이나 주장하는 것을 경청한다. 서로 반박할 시간을 주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평가하지 말자. 서로 타협할 수 있는 방법을 말해주거나 아이들이 그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둘이 해결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준다. 아이들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을 때 그것을 기뻐하고 칭찬한다.


여섯째, 물건은 나눠써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라.


오늘 엄마가 레고를 사왔단다. 너희들끼리 함께 가지고 놀 방법 좀 생각해 볼래?”

혼자 이 많은 조각을 맞추려면 하루 종일 걸려도 못 맞출 거야. 하지만 둘이 하면 반나절로도 충분한걸!”

실제로 아이들에게 물건을 나눠 써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 장난감도, 공간도, 시간도, 물건도 나누어야 한다. 그리고 나눌 때의 기쁨이 얼마나 큰지도 알려주어야 한다. 하지만 억지로 나누라고 하면 아이들은 오히려 더 집착하거나 불만이 생길 수 있다. 규칙이나 규범을 말해 주자. 따로 할 때보다 함께할 때의 좋은 점을 말해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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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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