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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직접 디자인한 정책 정치권에 제안할 것”

양선아 2017. 06. 12
조회수 4468 추천수 0


b.jpg » 정치하는엄마들 창립총회에서 참석자들이 밝게 웃으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치하는엄마들 제공.

 

11일 `정치하는엄마들' 창립식 열어

장하나 전 의원 등 참여해 정치 참여

 

“고1, 중1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을 보면서 저희 아이들도 곧 성인이 될 텐데 순간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아이를 키우면서 엄청나게 힘들었어요. 내가 없어지는 것 같아서. 관심은 있었지만 직접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엄마로서) 버거워하고 힘들어하는데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13살, 8살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둘째를 임신하면서 7년째 전업 주부로 살고 있지요. 대선 때 촛불 집회도 열심히 다녔고 적폐 청산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각 대선 후보들의 유인물을 유심히 살펴보니 엄마들에게 관한 정책이 미흡했어요. 무엇이 필요한지 정리해서 대선 후보들에게 보냈습니다. 저는 계속 내가 사는 삶의 현장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엄마들이 삶의 현장에서 자기 삶을 바꾸는 움직임이 없으면 그냥 흘러가겠더라고요. 내 삶을 바꾸는, 내 삶의 현장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서로 정보 교환하고 함께 만들어보고자 왔습니다.”
 
지난 11일 오후 2시 서울 동작구 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정치하는엄마들’의 창립총회에 참석한 여성들의 발언이다. ‘정치하는엄마들’은 대한민국에서 엄마로서 겪는 사회적 불합리와 구조적 모순을 개선하고자 자발적으로 모인 이들이 설립한 비영리단체다. 이 단체는 이날 창립총회를 열어 단체의 정관 내용을 논의하고 임원 선출을 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이라는 단체 설립의 씨앗은 장하나 환경운동연합 권력감시팀장(전 국회의원)이 제공했다. 장 팀장은 <한겨레> 토요판에 ‘장하나의 엄마정치’(http://goo.gl/B5R5yu)라는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장 팀장은 칼럼 내용을 토대로 에스엔에스(SNS)에서 ‘자신이 엄마라서 겪은 부조리’에 대해 얘기를 나눠보고 정치적인 해결책을 찾아보자며 지난 4월22일 집담회를 제안해 열었다. 이날 집담회에는 30여 명의 여성이 참석했다. 전업주부에서 경력 단절 여성, 워킹맘 등 다양한 여성들이 참석해 한국 사회에서 엄마로서 살기 얼마나 힘든지 이야기를 나눴다.

 

a.jpg » 장하나 전 의원이 정치하는엄마들 정관 초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치하는엄마들 제공.


 
이날 집담회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여성들은 아예 단체를 설립해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정책 제안 활동을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에스엔에스(SNS)와 온라인 카페 활용에 능한 이들은 텔레그램과 페이스북, 네이버 카페 등을 통해 의견 교환을 나누고 각자 역할을 분담해서 두 달 만에 단체 설립 및 창립총회까지 연 것이다. 이날 창립총회에는 멀리 울산, 군산, 대구 등지에서 올라온 각계각층 여성과 남성 50여 명이 참석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이날 창립총회에서 “엄마들의 직접적인 정치 참여를 통해 모든 엄마가 차별받지 않는 성 평등 사회·모든 아이가 사람답게 사는 복지 사회·모든 생명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비폭력 사회·미래 세대의 환경권을 옹호하는 생태 사회를 건설하고자 한다”며 단체 창립의 목적을 밝혔다.
 
창립 첫 활동으로는 엄마들에게 가장 시급한 현안인 보육과 노동 문제와 관련해 엄마들이 직접 디자인한 정책을 제시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이를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는 국민 정책 제안 프로젝트인 ‘광화문 1번가’에 제안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보육 분야에 대해 △정책 설계 및 집행 과정에 부모 참여 의무화 △아동가족 복지지출 예산 GDP 대비 3% 수준으로 증액 △보육 바우처 누수 없도록 보육기관 관리·감독 강화 △보육 기관 정보 공개 및 경영 투명화 △유·보 통합 5년 로드맵 제시 등을 요구했다.
 
노동 분야에 대해서는 △출산휴가·육아휴직 사용률 목표치 설정 및 임기 내 달성 △‘칼퇴근법’ 연내 통과 △대체인력 활용 제도의 민간 확대 △‘스마트 근로감독’ 전체 사업장 실시 △여성노동자의 노동권·모성권 보호 전문 기관 설치 등을 요구했다.
 
한편 ‘정치하는엄마들’은 정책을 제안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향후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 설치 등을 요구함으로써 양육 당사자인 엄마들이 정책 입안 및 법 제·개정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 ‘정치하는엄마들’에 참여하려면
 
‘정치하는엄마들’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political.mamas
‘정치하는엄마들’ 페이스북 그룹 https://www.facebook.com/groups/political.mamas
‘정치하는엄마들’ 네이버카페 http://cafe.naver.com/politicalmamas
 


 


 
*정치하는엄마들 창립총회에 참석한 엄마들의 말, 말, 말…
  

 
“종암동에서 왔습니다. 4살 아이 엄마이고 남편과 함께 왔습니다. 엄마 역할이 이렇게 힘든 걸 왜 사회는 가르쳐주지 않았을까. 세상의 절반이 여자라고 하는데 내 삶이 스스로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사실 저도 38살 되기까지 아무것도 몰랐으니까요. 우리의 딸들이 저희와 똑같은 생활을 하게 된다면 지금 출산율 낮은 것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아이 키우는 게 힘들다면 누가 결혼을 선택하고 아이를 선택하겠습니까. 페이스북을 통해 장하나님을 알게 되고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왔습니다. 엄마로 인한 스트레스가 아니라 세상에 대한 스트레스가 아니라 자기 자신으로서 설 수 있도록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시민단체 활동가입니다. 누군가의 인권과 건강권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임신 7개월째인데요. 임신을 하고 나니 저 자신의 건강권과 노동권, 인권을 위해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이번 모임에 참석하게 됐습니다. 뭔가 해야겠다 싶어 왔습니다.”
 
“이런 자리가 오랜만이라 손 떨립니다. 울산에서 왔습니다. (다들 박수) 왜 이렇게 돼야 하는지 의문을 갖고 살았지만 사회 분위기가 그렇다 보니까 거기에 적응하게 됐습니다. 원래 여자는 이렇게 살아야 하는 거구나 남편의 출세, 직장, 시댁을 위해서 우리가 뒷바라지를 해야 하는구나 하고 생각하며 살았었는데 나 아니어도 똑똑한 사람 많으니 바꿔주겠지 기다렸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바꿔주지 않아서 용기를 내서 참여하게 됐습니다.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성북구에서 왔습니다. 160일 된 아들 남편에게 맡기고 왔습니다. 100일의 기적이라는 얘기를 믿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100일의 적응을 한 것 같습니다. 제 안에서 이렇게 힘든 일들을 이 수많은 사람이 하고 살았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너무 당연하게 생활해왔던 것에 대해 분노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걸 중·고등학교 때 교육 한 번 안 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이것을 알았더라면 이것을 선택했을까 하는 생각이죠. 엄마가 된 지 1년 된 엄마들을 보면 잘 사세요. 저도 곧 직장을 나가면 남들 살아가듯이 살아갈 것 같아서 이 자리에 왔습니다. 저는 이런 마음이 엄마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여성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한번 카페에 가서 엄마들끼리 모였는데, 대학생들이 너무 따가운 시선으로 봐서 너무 당황하였습니다. 째려보더라고요. ‘맘충’이라는 시선인 것 같았어요. 같이 힘을 합쳐 여성들에 대한 인식과 엄마들에 대한 인식 개선에 힘쓰고 싶습니다.”  
  
“엄마된지 150일 됐습니다. 육아를 하면서 이렇게 육아가 힘들구나 하는 것을 처음 알게 됐습니다.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틀이 마련돼야 사람들의 인식이 바뀔 것이라고 생각해서 왔습니다.”
 
“37개월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경력단절 되기 싫어서 남편은 미국에 가라고 하고 저는 한국에 남아 있습니다. 제 커리어를 위해 기러기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를 혼자 키우다 보니까 우리나라가 개선돼야 할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뭔가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없을까 하다 참여하게 됐습니다.” 
 
“전북 군산에서 왔습니다. 아이와 관련한 제도, 정책에 관심 많습니다. 혼자 힘들어서 장하나 의원님 글 보고 가입해서 왔습니다. 5살 아이를 독박 육아를 하고 있습니다. 신랑은 주말에만 오는 주말 부부입니다. 너무 힘들고 3시간 이내에 도와줄 사람 없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오게 됐습니다.”
 
“8살 딸이랑 함께 왔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엄마들이 사회에서 취약한 존재임을 느끼게 됐습니다. 엄마로서 내가 겪는 문제가 내 딸이 겪을 일이라 생각하니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해 참여하게 됐습니다.”
 
“대구에서 왔습니다. 우리 아이를 어떻게 키울까 고민고민하다보니까 내가 잘 살아야지 하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온전하게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 페미니즘 공부도 하고 유럽이 어떻게 사는지 공부하게 됐습니다. 저 온전히 살아가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공부하다 보니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공부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과 부딪히고 안 맞았습니다. 그러던 중 ‘엄마정치’라는 글을 읽게 되었고 나의 고민과 비슷하다는 것에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직접 목소리를 내기 위해 이 자리에 왔습니다.”
 
“아이 낳은 지 50일 됐습니다. 엄마의 삶이 이런 줄 몰랐습니다. 왜 아무도 이런 삶이라는 말을 왜 해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입니다. 주체적으로 엄마들 스스로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엄마들 삶만 편안하자고 하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는 말만 아이 키우는데 마을 필요하다고 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집단 모성으로 못할 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7살, 3살 아들 둘을 키우고 있고 경력단절 안 하기 위해서 노력해왔습니다. (눈물 글썽) 경력단절 안 하고 일하고 있는 것은 남편 때문도 아니고 사회 때문도 아니고 저는 친정엄마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엄마가 네가 배웠으니까 내가 희생할 테니 일해라고 말씀하셔서 가능합니다. 시댁에서 요구하는 것들, 신랑의 보수적인 생각들 때문에 너무 힘듭니다. 남자의 기준은 자기 아빠라고 하더군요. 집안일이며 육아며 남편은 저랑 생각하는 너무 달라요. 저는 일단 손자·손녀 보시는 조부모들을 지원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임신 7개월 때 회사로부터 퇴사를 갑자기 당했습니다. 임신해서 (아이의 태교 때문에) 싸우고 싶지 않았습니다. 임신을 했으니 더 다니게 해달라고 양해 부탁했지만 치사했습니다. 사람으로 보지 않고 노동자로 보는 기업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일하는 여성은 통상적으로 외벌이 남자 상사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습니다. 남자 관리자가 많습니다. 그들이 아이 키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들에게 교육을 해야 합니다.”
 
“저는 남편이 저랑 같은 학교 나오고 평등하게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아이를 낳으니 달랐습니다. 회사에서 매일 밤 10시, 11시에 왔습니다. 남편과 서로 대화가 단절되고 저는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남편 일로 미국에 가게 됐습니다. 거기는 오전 9시 출근, 오후 4시 퇴근이더라고요. 그때부터 대화가 되더라고요. 남편도 그때부터 이런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지금은 남편이 늦어도 오후 8시, 9시에는 오려고 노력해요. 미국에서 그런 경험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은 제가 미쳐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남자들이 칼퇴했을 때 불이익이 없다는 보장을 받아야 합니다. 남자들이 칼퇴했을 때 갖는 불이익을 해소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 제안을 해야 합니다. ” 
 
“전업주부는 눈치가 너무 보입니다. 사회든, 시댁이든, 남편이든 집에 있으면 놀고 있다고 봅니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저도 당하면서도 당하는 게 당연해라고 생각하면서 살았습니다.  퇴근 시간이 오후 5시, 6시 정해져 있으면 퇴근 시간에 퇴근했으면 좋겠습니다. 학교에서는 밥상머리 교육을 하래요. 사진 찍어서 알림장에 올리래요. 아빠를 봐야 하죠. 회사에서는 일찍 마친 날은 회식해요. 경조사를 갑니다. 세미나를 가고 워크숍을 가요. 등산 모임도 많아요. 회식에도 규제가 필요합니다. 교육이 필요합니다. 남편은 토종 부산 사람으로 경남쪽 남자들과 시부모 어떤 분들인지 아시죠? 그렇다면, 이런 사회 분위기를 어떻게 바꿀까? 군대에 가면 빈 시간 틈틈이 있습니다. 그럴 때 사회전환 분위기 강좌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초등학교에 양성평등 교육을 하더라고요. 학교에서 아이가 ‘아빠가 여자는 여자는 남자는 남자는... 하면 안된다’고 하더라고요. 고등학교 때 도덕시간이든 가사시간이든 양성평등 교육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교과서에 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의식 전환이 됐을 때 제도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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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현재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쓰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이메일 : anmadang@hani.co.kr       트위터 : anmadang21       페이스북 : anmadang      
블로그 : http://plug.hani.co.kr/anma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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