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형제갈등을 그림책으로 해소하자

김영훈 2017. 06. 12
조회수 2558 추천수 0

figures-2310341_960_720.jpg » 사진 픽사베이.아이들은 부모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무척 좋아한다. 잠들기 전에 그 이야기를 듣는 것이 무슨 의식처럼 여겨질 정도이다. 보통은 엄마가 그림책을 읽어준다. 그런데 어쩌다 엄마와 아빠가 자신들의 과거사 이야기를 들려주면 아이들은 유난히 귀를 쫑긋 세우고 듣는다. 형제간의 갈등은 유아에서부터 초등학교 아이에게 중요한 문제가 된다. 이런 경우 형제에 관한 그림책들을 읽으며 형제간의 갈등을 나누고 그러한 갈등이 자신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대해 위안을 느끼고 해결책을 찾아가도록 도와줄 수 있다


사실 형제자매 간의 갈등은 발달 과정에서 아이들이 흔히 보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므로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다만 부모가 그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형제애가 깊어질 수도 있고 반대로 서로를 경쟁자로 여기며 으르렁댈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부모는 그동안 첫째를 야단치는 식으로 싸움을 멈추었던 개입 방식이 형제의 싸움을 더욱 부추길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첫째는 동생 때문에 아빠 엄마의 사랑을 충분히 독차지할 겨를도 없이 폐위된 왕이 되었는데, 그 속상한 마음을 부모가 섬세하게 헤아려 주지 못해 상처를 받는다. 그 상처가 동생을 무시하고 시샘하는 행동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부모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벌어질 경우에는 부모가 개입하지 않으면 이내 잦아들기 마련이다.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 전부인 시기에 동생과 그 사랑을 공유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혹자는 동생의 출현이 10년 동안 함께 산 남편이 어느 날 갑자기 애인을 데리고 와서 이혼을 요구할 때의 충격과도 같다고도 했다. 그래서 잘하던 대소변 가리기에 실패하고 갑자기 안 하던 어리광을 부리는 등 아기가 하는 짓을 따라하며 퇴행하는 모습을 보인다. 갖가지 요구가 늘고 틈만 나면 엄마 주위를 맴돌며 귀찮게 한다


동생을 돌보느라 여력이 없는 엄마는 첫째의 어리광을 받아 줄 여유가 없어 괜한 화와 짜증을 어린 첫째에게 쏟아 붓고는 돌아서서 후회하고 마음 아파하며 눈물 흘린다. 따라서 유아기 자녀들을 키울 때는 또 다른 방식으로 형제자매 간의 질투와 다툼을 조율해 주어야 한다. 첫째가 알아듣지 못한다 하더라도 지금 동생은 엄마가 보살펴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임을 말해 주고 동생을 돌보는 일에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서 그것을 잘 해냈을 때는 첫째만을 위한 특별한 보상을 해 주는 것이 좋다. 칭찬과 같은 언어 보상은 물론이고 둘째가 잠자는 동안에는 첫째가 원하는 방식으로 놀아 주기, 잠들기 전에 첫째만을 위한 그림책 읽어 주기, 주말에 아빠나 엄마와 첫째가 단둘이 바람 쐬러 가기 등을 하는 것이다


형제자매 간의 우애를 다룬 그림책을 보여 주며 동생에 대한 생각을 나누어 보는 것도 좋다. 그림책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오빠와 언니, 누나의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어떤 오빠, 어떤 언니, 어떤 형이 되어야 하는지를 차츰 알아 간다. 동생이 첫째에게 그림책을 읽어 주는 것도 해볼만한 놀이이다. 이는 집에서 소외당하는 기분을 느끼고 모든 게 동생 중심으로 흘러가는 것을 억울해 하는 첫째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 위한 활동이다. 잠깐이라도 동생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동생을 통해 위로받는 시간이 필요하다그리고 첫째니까 동생에게 뭐든 해 줘야 된다는 생각을 가진 동생에게는 반대로 첫째를 위해 동생인 내가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형제의 갈등을 다룬 대표그림책]


<피에르와 기욤>(마리-이자벨 칼리에 글, 에마 드 우트 그림, 봄봄출판사)


피에르와 기욤은 쌍둥이 형제이다. 그런데 피에르는 늘 기욤이 가진 것을 갖고 싶어 하고, 기욤은 늘 피에르가 가진 것을 갖고 싶어 했다. 그래서 마침내 엄마가 나섰다. 빨간색인 것은 모두 기욤에게 주고, 파란색인 것은 모두 피에르에게 주었다. 사실 둘은 참 많이 다르다. 밥 먹을 때나 그림을 그릴 때도 둘은 달랐다. 둘 사이에 말다툼이 나면 한 사람은 울고 또 한 사람은 화를 냈다. 기욤과 피에르는 똑같이 생겼지만 이 세상에 둘도 없는 특별한 존재였다.


<피터의 의자>(에즈라 잭 키츠 저, 시공주니어)


동생이 생기면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풀어낸 그림책. 피터는 시끄럽게 논다고 엄마에게 꾸지람을 듣는다. 그 이유는 동생 수지가 잠들어 있기 때문이었다. 심통난 피터를 부른 아빠는 동생 식탁 의자를 만든다며, 피터의 식탁 의자를 분홍색으로 색칠한다. 더욱 더 화가 난 피터는 자신의 의자를 발견하게 된다. 작은 의자에 자신이 더 이상 앉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피터는 이제 오빠의 자리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터널>(앤서니 브라운 저, 논장)


<터널>은 성격과 취미가 달라 늘 티격태격하는 남매의 갈등과 화해를 다루었다. 생각하는 것, 좋아하는 것, 뭐든지 다르기만한 여동생과 오빠. 둘은 사이좋게 지낼래야 지낼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난 것 같았다. 하지만 이상한 터널을 만나고부터는 남매는 화해를 하게된다. 극적인 구성, 불가사의한 분위기, 자연스럽고 화려한 그림이 매혹적인 판타지 그림책. 일상적인 관계에 담긴 깊은 사랑을 새삼 일깨운다. 늘상 다투기만 하는 아이들에게 전하고픈 책이다.


<헨젤과 그레텔>(그림형제 글, 앤서니 브라운 그림, 비룡소)


헨젤은 요즘 아이들과 같은 옷차림에 안경을 썼고, 그레텔은 빨간 코트를 입었다. 거실 텔레비전 속에는 비행기가 날아다닌다. 새엄마의 까만색 머리카락과 대비되는 빨간 립스틱이 유독 눈에 띈다. 안경을 쓰고 평범한 옷을 입은 마귀할멈도 옛이야기를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이야기 초반에는 오빠인 헨젤이 동생을 보살피고 위로하지만, 위기 상황에 빠진 후반에서는 그레텔이 기지를 발휘해 우리에 갇힌 오빠를 구해 낸다.

 

양육 가이드


첫째, 형제가 주인공인 그림책을 읽어주자.


그림책이 아이에게 주는 심리적 위로는 어른들이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책을 보면서 아이는 책 속 주인공의 모습을 자신의 상황을 대입시키며 마음의 위안을 받는다. 가끔씩 동생 탄생을 주제로 한 다양한 그림책을 첫째에게 읽어주자. 책을 읽어줄 때 굳이 지금의 우리 집 상황과 비교하며 부연 설명을 덧붙일 필요는 없다. 책을 찬찬히 읽어주는 것만으로 아이의 마음은 차분히 정돈될 것이다

.

둘째, 형제가 같이 읽자.


부모가 아이들을 위해서 개입하는 최선의 방법은 서로의 입장과 생각, 각자에게 바라는 바를 빈정대지 않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잘잘못을 가리거나 오빠로서, 동생으로서의 책임과 의무가 무엇인지 말로 가르치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아이들 각자 따로 읽고 다음에는 두 아이가 마주 보고 앉은 상태에서 읽기를 진행하며 각자의 입장을 들을 기회가 된다.


셋째, 형제 간의 다툼 및 갈등 문제를 해결하자.


요즘 아이들은 형제끼리 서로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돌보아야 하던 예전과는 다르다. 밭일하러 나간 엄마를 대신해 누나가 어린 동생을 업어 재우거나 장에 간 엄마를 기다리며 보채는 동생을 업고 달래는 오빠의 이야기는 없다. 그러다 보니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더 많이 차지하려는 것은 물론이고 장난감, 학용품, , 게임기처럼 물질적인 것도 똑같이 가지려 떼쓰거나 마음에 드는 것에는 더욱 욕심을 부린다. 책 읽기는 이들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다.


넷째, 형제가 서로 의지하면 두려움을 물리치게 하자.


형제 간의 갈등과 화해를 다룬 그림책 중에서 <헨젤과 그레텔>은 오빠와 동생이 위기의 상황에서 같은 편이 돼서 싸울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양보하고 희생하는 구도가 아니라 위기 상황에서 오빠와 동생이 서로 의지하며 두려움을 물리치고 기지를 발휘해 결국 행복을 찾게 되는 이야기를 통해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 줄 수 있다. 책을 읽어가면서 형제애를 느낄 수 있으며 서로에 의지하여 싸울 수 있는 용기를 주기도 한다,


다섯째, 각자의 입장을 이해하는 과정을 가져라.


첫째는 새로 태어난 동생 때문에 아빠 엄마의 관심과 사랑을 혼자 듬뿍 차지하는 시간이 부족하다. 그래서 자신이 첫째라는 것을 잊은 채 동생을 엄마의 사랑을 똑같이 차지하기 위해 싸워야 하는 상대로 생각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생은 형이 자신에게 양보할 줄 알고, 누구 앞에서나 당당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첫째도 아직까지 엄마의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아이라는 사실을 무시하기 쉽다. 그림책은 각자의 입장을 이해하는 통로가 된다.


여섯째, 마음 터놓기 활동을 하자.


그림책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알게 된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싸움을 멈추고 사이좋은 남매가 되기 위한 마음 터놓기 활동을 할 수 있다. 형이 하는 말 중에 듣기 싫은 말, 동생이 하는 말 중에 듣기 싫은 말을 솔직하게 이야기해 보는 것이다. 왜 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게 되었는지, 그런 말을 들을 때의 기분이 어떤지 얘기해보는 것이다.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형이 동생에게 바라는 것과 동생이 형에게 바라는 것을 얘기 해보자.

 

[형제관계에 대한 그림책]


.<난 하나도 안 졸려, 잠자기 싫어!>(로렌 차일드 저, 국민서관)

.<난 형이니까>(후쿠다 이와오 저, 아이세움)

.<내 동생>(주동임 시, 조은수 그림, 창비)

.<내 동생 싸게 팔았어요>(임정자 글, 김영수 그림, 아이세움)

.<내 동생과 할 수 있는 백만 가지 일>(스테파니 스투브 보딘 저, 한울림어린이)

.<내 동생은 괴물>(아녜스 드 레스트라드 글, 기욤 드코 그림, 미래아이)

.<내 동생은 못말려>(김종렬 글, 이상권 그림, 아이세옴)

.<내 동생은 앤트>(베치 바이어스 글, 마르크 시몽 그림, 보림)

.<달라질 거야>(앤서니 브라운 저, 아이세움)

.<동생은 괴로워>(크리스티네 퇴스틀링거 저, 풀빛)

.<동생의 비밀>(윌리엄 블레이크 저, 문학과 지성사)

.<병원에 입원한 내 동생>(쓰쓰이 요리코 저, 한림출판사)

.<순이와 어린 동생>(하야시 아키코 저, 한림출판사)

.<의좋은 형제>(김용택 글, 염혜원 그림, 비룡소)

.<오빠의 누명을 벗기고 말테야>(크리스티네 퇴스틀링거 저, 풀빛)

.<원숭이 오누이>(채인선 글, 배현주 그림, 한림출판사)

.<왜 동생만 예뻐해?>(R.W. 앨리 저, 비룡소)

.<장난감 형>(윌리엄 스타이그 저, 비룡소)

.<치프와 초코는 사이좋게 지내요>(도이카야 저, 소년한길)

.<형보다 커지고 싶어>(스티븐 켈로그 저, 비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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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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