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책에 알게 되었을 때 잠시 혹하기도 했다. ? 영어책 한 권만 외우면 영어를 잘하게 된다고??? 이런 비법이 있었다니!!! 하지만 바로 마음을 접었다. 20년 넘게 줄줄 외우던 계좌번호도 자꾸 까먹는 요즘인데 한 줄도 아니고 영어책 한 권을 무슨 수로 외운담? 어림 없다.

 

세상에 수포자가 있다면 나는 일찌감치 영어를 포기한 영포자다. 뭐 일찌감치 포기한 것이 영어만은 아니지만.

 

살면서 조금 불편했고 자존심 상하는 순간도 있었지만 영어 못해도 그럭저럭 살만했다. 태평양 언저리에 있는 리조트를 찾아 휴가를 즐기며 잘하지도 못하는 테니스를 칠 때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자 코치가 답답했던지 물어 보긴 했다. 영어 어디서 배웠냐? 몇 년 배웠냐? 대답을 듣고도 그는 믿지 못했다. 그렇게 배웠는데 왜 영어를 못해? 내 말이 그 말이다.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및 인도인들과 3년 넘게 프로젝트를 하면서 사무실에 영어가 난무했는데 그때 스스로 지은 내 별명이 있었으니 바로 헬렌’. 영어로는 듣지도 말하지도 읽지도 쓰지도 못하니 나는 헬렌 켈러라고. 어설프게 영어 하는 척 하느니 나 영어 못해!” 선언이 편했다. 물론 좀 창피하긴 했지만. 이 참에 영어 공부를 해 볼까 생각도 했었으나 그때 나를 사로잡은 문구가 있었으니 ‘40대 영어 공부하지 마라’.

 

베이비트리에서 <책 읽는 부모> 선정 도서로 이 책을 보내왔을 때 조금 의아했다. 뭐지? 영어공부를 하라는 건가? 영어 공부 안하고는 살 수 없는 건가? 살짝 거부감도 생겼다. 그래도 의무는 다 해야겠기에 책을 펴 들었는데, 프롤로그에서 반하고 말았다.


상황이 좋아질 거라고 말해주고 싶은데, 그렇지는 않을 거야. 대신 네가 더 나은 사람이 될 거야.”
상황은 더 좋아지지 않는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버틴다면, 너는 더 나은 인간이 될 것이다.’

 

앞에 언급한 외국인과의 프로젝트는 그간 나의 업무 중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 못하겠다고 이 프로젝트에서 빼달라고 할까 생각한적도 있으나 남아서 고생하는 동료들에게 미안하기도 했고, 중간에 포기하는 것을 내 자신이 용납하기가 어려웠다. 프로젝트는 나름 성공적으로 종료 되었는데, 프로젝트의 성공보다 끝까지 함께 했다는 기쁨이 더 컸다. 그 어려운걸 우리가 해냈지 말입니다.

 

이 책에는 저자가 어떻게 영어를 잘하게 되었는지, 아니 얼마나 열심히 영어 공부를 했는지 상세하게 나와있다. 군대에서는 영문으로 된 성경책을 구해서 읽고, 한국에 있으면서도 유학 갔다는 자신만의 상황을 설정해 두고 충실하게 영어 공부에 임했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저자가 영어 공부 방법만 언급했다면 어우~ 난 이렇게 못해하고 책을 덮었을 텐데, 1년에 100권 이상의 책을 읽는다는 저자는 다양한 책들을 언급하며 삶을 살아가는 자세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100권 중 두세 권의 충고를 실천한다니 그는 영어뿐 아니라 무엇이든 언제든 배울 자세가 되어 있다.

 

영어든 일어든 영화를 볼 때 자막 없이 볼 수 있었으면 싶기는 했다. 영상 특히 배우의 표정을 봐야 하는데 화면 하단 자막만 열심히 보려니 좀 답답하기는 했다. 40대 이후에는 영어 공부하지 말라는 말을 위안 삼아 살려고 했는데, 100세 시대에 50세이면 이제 반이고 앞으로 50년은 더 살아야 하는데 영어를 포함하여 외국어를 알아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을 포기하지 말라는 저자의 독려에 그럼 나도 한번?” 마음이 든다.

 

세상이 참 좋아졌다. 영어 공부하기에 정말 좋은 세상이다. 저자가 감사의 글을 남긴 한민근 선생님은 대형카세트를 어깨에 짊어지고 다니면서 영어 공부를 하셨다는데 미국 대통령의 연설 동영상을 교재 삼아 공부할 수 있는 세상이다.

 

QR코드 포함해서 다양한 영어 공부 방법을 제시한 이 책의 미덕은 마지막에 있었다. <‘아이의 영어 교육을 위해 굳이 비싼 조기 유학을 시킬 필요는 없겠네하고 느끼셨다면 이 책의 선물 중 가장 큰 걸 받으신 셈입니다. 제가 이 책을 통해 가장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그것이거든요. 아이에게 억지로 영어를 가르치지 마세요.> 베이비트리에서 이 책을 보내 준 이유이기도 했다.

 

어린이 집 시절부터 유치원3년 영어에 꾸준히 노출되었던 아이는 기대와 달리 영어를 못할 뿐 아니라 영어 싫어요살짝 거부감도 있다. 일단은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강요하지 않고 있는데, 마음 편히 그냥 두어도 될 듯 싶다. 일단 국어부터 탄탄하게!

 

 

 

강모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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