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나는 나답게 살고 싶을 뿐인데

양선아 2017. 05. 26
조회수 662 추천수 0
여성으로 자라난다는 건 뭘까 
소녀들을 위한 페미니즘 입문서

1495711034_00503591_20170525.JPG
나에 관한 연구 
안나 회글룬드 글·그림, 이유진 옮김/우리학교·1만3000원

스웨덴 작가 안나 회글룬드가 쓰고 그린 <나에 관한 연구>는 14살 소녀가 여성으로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자전적 소설이다. 아동에서 성인으로 건너가는 길목에 있는 청소년기를 겪어본 사람은 안다. 그 시기 머릿속에서 얼마나 많은 질문이 솟아오르고, 마음속 폭풍은 또 얼마나 거센지.

이 책의 주인공 로사도 일상에서 질문을 멈출 수 없다. 다른 친구들은 월경을 시작했는데, 아직 월경 시작 전인 로사는 자신의 몸에 대한 질문부터 시작한다. ‘저 작은 구멍에서 어떻게 아기가 나오는 거지?’ ‘파티마는 월경을 왜 부끄럽게 여기지? 나는 아직도 월경을 안 하는 내가 부끄러운데….’

몸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된 로사의 탐구의식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억압으로까지 사고가 확장된다. 로사는 몸에 딱 붙는 배꼽티를 입고 굽 높은 부츠를 신으면 심장이 쫄깃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그것도 잠시. 어느새 자신의 몸이 자신의 몸이 아닌 것처럼 불편하다. 이상한 아저씨들이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기 때문이다.

00503590_20170525.JPG
이뿐 아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감당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밤에 혼자 공원을 가고 싶어도 못 가고, 항상 조심해야 한다. 얼굴이 예쁘면 ‘백치 미녀’라고 하고, 넝마조각 같은 치마를 입고 외모에 신경쓰지 않으면 괴상망측한 아이 취급을 당한다. 불편하지만 풍성한 가슴을 위해 많은 여성이 ‘뽕브라’를 한다. 남자애들은 잘못을 저지르고도 실수라고 하면 대충 넘어가는데, 여자아이들이 잘못할 땐 죄다 약해 빠진 것과 연결시킨다.

자신보다 먼저 삶을 산 언니나 부모가 보여주는 어른의 삶도 이해 불가인 것은 마찬가지다. 언니는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남자 친구와의 관계에서 주체적이지 못하다. 엄마는 일과 가사에 지쳐 미치기 일보 직전인데, 아빠는 자기 팬티가 어디 있느냐고 엄마에게 묻는다.

이 작품은 세계 최대 규모의 어린이책 박람회인 볼로냐 도서전에서 지난해 라가치상 픽션 부문 ‘스페셜 멘션스’(SPECIAL MENTIONS)를 수상했다. 스웨덴의 주요 일간지는 이 작품에 대해 “시적이고, 아름답고, 철학적이다!”라고 환호했다.

사춘기 여자아이가 겪는 심리적 변화를 세밀화처럼 잘 그린데다 여성으로서의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통과의례처럼 거쳐야 하는 질문들을 잘 짚었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사춘기를 통과하는 아이의 마음을 알고 싶은 부모나 교사, 페미니즘에 대한 입문서를 찾는 이들에게 두루 도움이 되겠다. 12살 이상.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현재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쓰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이메일 : anmadang@hani.co.kr       트위터 : anmadang21       페이스북 : anmadang      
블로그 : http://plug.hani.co.kr/anmadang

최신글




  • [6월23일 어린이 새책] 코끼리의 기억 외[6월23일 어린이 새책] 코끼리의 기억 외

    베이비트리 | 2017. 06. 23

     코끼리의 기억 코끼리인 나와 아빠는 전쟁을 피해 나라 밖으로 탈출했지만, 아빠는 전쟁 무기를 만들고 나는 군사 학교에서 군인 교육을 받게 된다. 많은 사람을 죽게 만드는 전쟁을 막기 위해 폭탄을 아이들이 지은 그림과 시로 바꿔...

  • 거짓말은 싫은데 자꾸만 하게 되네거짓말은 싫은데 자꾸만 하게 되네

    베이비트리 | 2017. 06. 23

     투덜이 빈스의 어느 특별한 날 제니퍼 홀름 지음, 김경미 옮김/다산기획·1만2000원“윙키 아저씨, 아저씨가 깡통 스무개에 10센트라고 했잖아요!”열살인 빈스는 단단히 화가 났다. 땀을 뻘뻘 흘리며 동생 커밋과 몇 시간이나 쓰레기더미를...

  • 바다밭에 머무는 시간 “딱 너의 숨만큼만”바다밭에 머무는 시간 “딱 너의 숨만큼만”

    양선아 | 2017. 06. 23

    ‘물숨’ 고희영 감독이 쓰고 스페인 화가 알머슨이 그린 제주 바다 해녀 3대 이야기엄마는 해녀입니다 고희영 글, 에바 알머슨 그림, 안현모 옮김(영어번역본)/난다·1만3500원광활한 바다에서 자맥질을 하면서 전복과 해삼 같은 해산물...

  • [6월9일 어린이 새책] 루나와 나 외[6월9일 어린이 새책] 루나와 나 외

    베이비트리 | 2017. 06. 09

     루나와 나 1997년 10월 미국 여성 줄리아 버터플라이 힐은 캘리포니아 삼나무숲 나무 위에 올라 738일 동안 살면서 목재회사를 상대로 싸워 이들로부터 벌목을 중단하고 숲을 보호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제니 수 코스테키-쇼가 실화...

  • 우연히 만난 우리 가족 될 수 있을까우연히 만난 우리 가족 될 수 있을까

    베이비트리 | 2017. 06. 09

    난 네 엄마가 아니야!마리안느 뒤비크 글·그림, 임나무 옮김/고래뱃속·1만3500원작은 다람쥐 오토는 오래된 숲속 커다란 나무 위에 혼자 산다. 어느날 아침 오토는 집 앞에서 뾰족뾰족 가시가 돋친 초록색 알을 발견한다. “어, 이상하네! 어제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