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질투는 자매의 힘

김영훈 2017. 05. 22
조회수 2896 추천수 0

brothers-and-sisters-2242665_960_720.jpg » 사진 픽사베이.


자매의 질투


여자아이들이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덜 폭력적이다 보니 형제보다 수월한 것처럼 보이지만 자매 키우기 역시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형제처럼 폭력적으로 싸우거나 온 집 안을 휘저으며 노는 일은 적지만 시샘과 질투는 더 많다. 자매의 질투는 남자형제에서 보이는 경쟁의식이나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그 질투심은 자매가 성공의 기초를 쌓는 데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가끔 자매들은 엄마한테 누가 제일 예쁘냐고 묻는다. 엄마의 대답은 늘 한결같다. “너희들은 똑같이 예뻐.“ 그런데 이 말은 아이들에게 상처가 된다. 자매에게는 그 말이 별로 특별할 것 없는 존재들이라는 뜻으로 들린다. 예를 들어 그림을 그리는 언니의 모습을 본다면 둘째도 대개는 그림에 흥미를 보인다. 자매는 평소 형제나 남매에 비해 사이가 좋은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자매의 질투심은 부모의 차별에 의하여 부정적인 양상을 띤다. 차별을 당한다고 믿는 언니는, 왜 동생은 자기 내키는 대로 사는데도 인정받고 사랑받는데 자신은 왜 이토록 사랑받지 못하는 것에 대한 적대감이 있다. 그리고 자책한다. “내가 무슨 나쁜 짓이라도 한 걸까?” 엄마는 동생이 한 것이라면 아무 것도 아닌 일조차 엄청난 일인 양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면서 언니인 자신의 희생에 대해서는 말 한 마디 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언니는 결국 엄마가 예뻐하는 것은 동생뿐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런 상황에서 동생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을 어렵다. 자매에 대한 부모의 차별에는 애착의 차이가 자리하고 있다. 자매는 부모의 상황에 따라 보살핌을 받지 못한 아이가 있는가 하면, 부모의 보살핌을 충분하게 받은 아이가 있다. 애착 관계는 돌보고 보살핌 받는 가운데 형성된다. 실제로 자신을 낳아준 부모라도 직접적인 보살핌을 받을 기회가 없으면 애착관계는 형성되기 어렵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언니 VS 빼앗으려는 동생


언니는 동생을 보살펴주는 동시에 자신보다 못하다는 것을 확인하려는 심리가 있다. 반면에 동생은 언니를 닮고 싶어 하지만 언니보다 더 예뻐지려고 하거나 언니의 물건을 빼앗고 싶어 하기도 한다. 자매는 부모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 경쟁적으로 애교를 부리는 경향이 있는데 특히 동생이 언니보다 귀여움을 독차지할 경우 자매 사이가 나빠지기 쉽다. 언니는 마음의 상처를 받고 동생을 질투해 미워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 자매는 부모를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해 상대방의 약점을 고자질하기도 한다


엄마, 수빈이 좀 봐요. 벌써 발레 슈즈를 신었어요. 발레 수업은 오후에 있는데요.”


아이들은 보통 8~9개월부터 낯가림을 하고 12~18개월에는 분리불안을 보인다. 그 전에 누가 자기의 생명줄인지 알고 그 사람과 깊은 관계를 형성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것이 자신에게 유리하다. 그런데 이 시기에 부모가 충분히 반응을 하지 못하는 경우 아이는 결핍감을 느낀다. 부모가 아프거나, 우울하거나, 아니면 동생이 태어나거나 등의 이유 때문이다


아이는 양육자와 충분한 유대감을 형성하고 싶은데 잘 안 되니 더 매달리고 시샘이나 질투도 많아진다. 한창 부모를 찾고 깊게 사귈 시기에 동생이 태어나면서 어느 쪽도 충분한 만족을 얻지 못한다. 엄마에 대해 안심이 안 되다 보니 엄마의 사랑을 빼앗아가는 형제가 더 미워진다. 엄마가 자신을 확실하게 사랑한다는 느낌이 있으면 편안할 텐데 아이들 입장에서는 그런 느낌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stone-figure-10541_960_720.jpg » 사진 픽사베이.

 

[자매를 위한 양육가이드]


첫째, 둘의 입장을 이해하자.


엄마를 독차지하고 싶은 마음을 이해해 주면서, 큰 애에겐 네 마음도 이해한다. 동생이 얼마나 얄밉겠냐”, 둘째에게도 너 마음도 이해한다. 항상 언니에게 밀리니까 속상하지?”라고 양쪽을 다 맞춰주는 것이 좋다. 물론 이해만 해줄 뿐 어떤 행동을 할 필요는 없다.


둘째, 아이의 감정과 욕구를 읽어주되 스스로 해결하게 하라.


예를 들어 언니가 비눗방울 놀이를 하는데 동생이 자기가 하겠다고 빼앗으면 이렇게 말하자 윤진아, 언니가 거품 만드는 걸 보니까 너도 하고 싶은 거구나? 하지만 다른 사람이 하는 걸 빼앗으면 안 돼. 대신 언니한테 너도 하고 싶다고 말해 보렴.”하면서 스스로 하게 하라.


셋째, 각자의 장점을 칭찬하자.


질투가 많은 자매에게 한 아이만 칭찬하거나 야단치는 태도는 금물이다. 두 아이를 공평하게 대하고 자매가 함께 있을 때는 한 아이가 잘했더라도 두 아이 모두 똑같이 칭찬해야 한다. “언니는 그림을 잘 그리고, 동생은 노래를 잘 부르네.” 라는 식으로 아이의 장점에 주목하자.


넷째, 고자질과 험담은 못 들은 척하자.


둘 중 한 아이가 잘못해 야단쳐야 할 경우에는 서로 없는 자리에서 혼내는 편이 좋다. 부모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 위해 고자질을 한 경우에는 한쪽 아이 말만 믿고 다른 아이를 혼내는 등 즉각적인 반응은 금물이다. 고자질이나 험담을 하면 못들은 척 무시하는 게 상책이다.


다섯째, 가능하면 같은 물건을 2개 구입하자.


자매의 경우 언니의 옷이나 물건을 동생이 물려받는 경우가 흔하다. 여동생은 어릴 때는 언니 것을 물려받는 것에 기쁨을 느끼지만 어느 정도 크면 새것’, ‘예쁜 것의 개념이 생기면서 언니와 다투는 일이 많아진다. 고가의 물건이 아니라면 똑같은 물건을 2개 사서 나눠주자.


여섯째, 언니가 동생을 가르쳐라.


여자는 귀납적 교수법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언니가 형보다는 교사로서 더 효율적인 측면이 있었다. 또한 손아래 형제들의 경우 오빠나 형에게 배우기보다는 언니나 누나와 같이 여자 형제로부터 배우기를 원하는 경향이 있다. 연령차가 적으면 교수효과가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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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훈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및 소아신경과 전문의. ‘부자 아빠’가 대세이던 시절, 그는 “아이 발달에 대해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 말했다. 돈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하지 못하는 아빠 보다는 ‘친구 같은 아빠’가 성공하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아이의 인성은 물론 두뇌도 발달한다. 6살 이전의 아이 뇌는 부모의 양육방법에 따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고 그는 강조한다. ‘베이비트리’ 칼럼을 통해 미취학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는 제대로 된 양육법을 소개할 계획이다. <아이의 공부두뇌>, <아이의 공부의욕>, <아이가 똑똑한집 아빠부터 다르다> 등의 책을 펴냈다.
이메일 : pedkyh@catholic.ac.kr       트위터 : pedky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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