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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끝났다. 그리고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했다.

꼭 10년 만에 내가 뽑은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기쁨을 맛보는 날이다.

이번 선거가 특별했던 것은 나 뿐만 아닐것이다. 모든 국민에게 그랬을 것이다.

지난해  겨울부터 시작된 시민 촛불혁명에서부터 대통령 탄핵, 구속, 그리고 조기대선으로

이어지던 숨가쁜 날들동안 수십년의 세월을 한번에 살아내는 것 처럼 많은 일을

한번에 겪었다. 나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놀랍고 대단한 경험이었다.

 

정치 이야기가 일상의 가장 중요한 화제가 되고, 매일 새로운 소식들을 함께 나누고

아이들이 자기의 의견을 말하고, 듣고, 온 가족이 함께 광장으로 달려가 집회에

참석하고, 집 앞에 탄핵과 구속을 촉구하는 현수막을 걸고, 사전투표에 참석하기까지

모든 일들이 한 편의 어마어마한 대하 드라마와도 같았다. 어떤 드라마, 어떤 영화도

이처럼 놀라운 반전과 뜨거운 연대, 예측할 수 없는 전개를 주지 못할 것이다.

정말 엄청난 시간들이었다.

 

무엇보다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내게 이번 선거가 특별했던 것은

조기에 선거가 치루어지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아이들과 함께 했다는 것이다.

세 아이 모두 기존 정권의 치부를 낱낱이 보았고, 그 치부가 드러나는과정과

그 모든 과정 속에서 어른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대응하는지를 보았고

시민 한명 한명의 생각과 행동이 세상을 어떻게 바꾸어 가는지를 보았다.

두번다시 없을 소중한 배움의 날들이었다.

갑작스럽게 치루어진 이번 선거기간은 짧았던 만큼 뜨거웠고, 모든 과정이

국민들의 열렬한 관심속에서 치루어졌다. 나와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각자 나이와 관심사가 다른 세 아이는 어른인 나와는 다른 관점에서

이번 선거전을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열다섯살 큰 아이는 텔레비젼에서 중계하는 후보자 토론회를 열심히

시청했다. 지지하는 후보의 토론실력이 떨어진다고 아쉬워했고

지지율을 떨어지지만 토론만큼은 정말 잘 하는 다른 후보들을 인정하기도 했다.

 다섯 후보가 몇 번이나 맞붙은 tv 토론은 내게도 신선했다.

토론문화 자체가 성숙하지 않아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이런 토론이나마 가능해진

것 자체는 분명 큰 변화였다. 토론이 거듭될수록 후보자들간의 차이가 선명해지는 것도

흥미로왔다.

토론에서 나오는 주장이 이해되지 않을때는 서로 묻고 올바른 정보를 찾아보기도

했다.  효과적이고 전략적으로 주장을 펴고 반론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를

생각해보는 것도 소득이었다.

 

열살 둘째는 후보자들의 로고송을 흥얼거리며 다녔다.

제일 좋아하는 '트와이스'의 노래를 대표곡으로 선정한 후보자 유세차량을

만날때마다 즐거워했다. 어떤 노래가 잘 만들어졌는지, 어떤 노래가 시시한지

나름대로 평을 하기도 했다. 대중문화와 잘 맞아떨어지는 후보들의 이미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둘째를 보면서 새삼 깨닫곤 했다.

 

여덟살 막내는 대통령 후보 열다섯명의 이름과 기호를 가장 많이 외우는 아이였다.

6번이 누구인지, 15번이 누구인지 내게 말 해주곤 했다.

외출을 할때마다 후보자들 벽보를 제일 열심히 보는 아이도 막내였다.

친구 엄마들이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지, 학교 다녀와서 열심히 들려주곤 했다.

아이들을 마중하러 학교 운동장 벤취에 나와있는 친구 엄마들과 선거 이야기도

자주 하는 모양이었다.

 

이번에는 우리 부부도 처음으로 사전투표에 참가했다.

사선투표라는 제도도 신선했고, 미리 투표하고 선거일에 느긋하게 결과를

기다리자는 마음도 있었다.

산책을 좋아하는 개 '해태'를 데리고 산길을 넘어 아이들과 자주 들리는 주민자치센터에

마련된 투표장으로 가서 투표를 했다. 입구에서 인증샷을 찍는 일도 빠지지 않았다.

 

아이들 반 에서는 부모와 함께 투표장에 다녀와 인증샷을 반 게시판에 올리게 하는

숙제를 내 주어 아이들도 인증샷 찍는 일에 넘치는 의욕을 보여주었다.

자연스럽게 투표와 선거제도를 익히게 하고 중요성을 느끼게 하려는 숙제였을

것이다.

시민단체에서 하는 청소년 투표제도도 흥미로왔다.  투표는 어른들만의 축제가 아닌

국민 모두의 참여이자 축제라는 것을 매 순간 실감했던 선거였다.

 

출구조사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지역마다 어떤 차이가 있고, 세대마다 누구를

지지했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아이들과 나는 무척 많은 공부를 했고 새로운

많은 사실들을 배울 수 있었다.

무엇보다 정치는 정치인들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라는 것, 정치에 참여하고

관심을 가져야만 내 일상이 변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내 아이들은 나와는 비교할 수 없이 이른 나이에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계기는 씁쓸하지만 그 계기를 통해 얻은 배움은 비할 수 없이 값지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분석하고, 자기 의견을 내고, 그 의견을 이루기 위해

행동하는 것을 아이들은 지난 몇달간 어른들과 함께 배웠다.

올바른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분명 우리보다 더 나은 시민으로 살아갈 것이다. 그래야 한다.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했다. 마딱뜨린 숙제들이 너무나 많고 중하지만

제 목소리를 낼 줄 알게된 국민들과 , 자기 생각을 가지고 살아온 대통령이 만났으니

분명 우리에겐 더 좋은 날들이 올 것이다.

2차대전 당시 나치의 지배하에 신음하던 그리스 국민들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던

그리스 국민가수 '아그네스 발차'의 노래 중에 '우리에게 더 좋은 날이 오겠지'라는

곡을 아침부터 거듭해서 듣고 있다.

압제에 신음하던 국민들을 위로하던 그 노래가 부정과 적폐에 고통받던

우리 국민들에게도 위로와 격려가 될 듯 하다.

 

더 좋은 날이 올 것이다.

새 대통령과 함께 더 좋은 날들을 만들어갈 책임.. 기꺼이 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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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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