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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는 우리 사회의 상상력을 보여줘요

양선아 2017. 05. 09
조회수 812 추천수 0
00502914_20170502.JPG » 11m 높이의 이 놀이기구는 아이들이 오르고 내리며 전신 근육을 쓸 수 있도록 고안된 놀이기구다. 순천시 제공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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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라이프에디터석 삶과행복팀 기자 anmadang@hani.co.kr


<한겨레> 임신출산육아 웹진 베이비트리(babytree.hani.co.kr)를 맡고 있는 양선아입니다. 10살, 8살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 기자이지요.

얼마 전 저는 전남 순천시에서 만든 공공 놀이터 ‘기적의 놀이터 2호’를 기사로 소개했습니다. 이 놀이터에는 푹신푹신한 우레탄 포장 대신 깨끗한 모래가 있습니다. 언덕과 물, 나무 등 자연을 만나며 마음껏 뛰어놀 수도 있고요. 11m 높이의 ‘스페이스 네트’라는 현대적인 놀이기구는 물론 기존 그네와는 다른 바구니 그네도 즐길 수 있습니다. 또 놀이터를 이용할 아이들이 직접 설계부터 감리까지 참여했고, 시민이 놀이터 활동가로서 참여하고 있지요.

지방자치단체에서 놀이터 하나 만들었는데 호들갑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저는 아이들에게 좋은 공공 놀이터를 제공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노력이 모여 대한민국이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가 된다고 믿습니다. 놀이터가 왜 그렇게 중요하냐고요?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아이들은 행복하지 않습니다. 지난 1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유니세프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를 활용해 전국 초·중·고교생 7343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우리나라 학생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조사 대상인 22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20위(88점)였습니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꼴찌를 기록했지요.

심리학자 김태형은 <실컷 논 아이가 행복한 어른으로 자란다>에서 대한민국 아이들이 불행한 원인을 ‘놀이의 박탈’ 때문이라고 진단합니다. 인간은 어린 시절에 아무런 목적 없이 자유로움을 느끼며 신나게 놀 권리가 있습니다. 어릴 때 실컷 논 아이들은 좌절을 극복하는 힘을 키울 수 있고,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과 사회 적응력, 자존감 등 정신 건강의 기초도 쌓을 수 있지요.

그런데 고용 불안과 돈 걱정에 현재 삶이 너무 힘든 어른들은 자신의 불안을 아이들에게 그대로 투사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그저 공부, 공부를 외치며 아이가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는 “현재의 행복 없이는 미래의 행복도 없다”며 “어린 시절 실컷 논 아이는 미래에도 행복하겠지만 놀이를 박탈당했던 아이는 미래에도 행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합니다.

학원 가는 시간, 공부하는 시간만 줄이면 아이들이 실컷 놀 수 있을까요? 아이들이 마음껏 놀려면 놀 시간과 놀 친구 외에도 놀 공간이 필요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에는 아이들이 놀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아파트마다 놀이터가 있지만 미끄럼틀과 시소, 그네가 놀이터의 주인공처럼 공간을 떡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공놀이, 숨바꼭질, 술래잡기를 하기엔 너무나 비좁습니다. 게다가 놀이터는 얼마나 천편일률적이고 지루한가요. 알록달록한 색깔에 어디를 가나 비슷한 모양의 놀이터가 아이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올 리 없습니다.

눈을 바깥으로 돌려 다른 나라 놀이터를 둘러보면 다양하고 개성 넘치는 놀이터가 많습니다. 혼자만 타는 미끄럼틀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함께 탈 수 있는 미끄럼틀, 위험을 다룰 수 있고 도전할 수 있도록 불놀이나 톱질을 할 수 있는 놀이터, 산업 폐기물을 적절하게 활용한 놀이터, 자연의 지형을 잘 살린 놀이터까지 재미있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놀이터가 많더군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창의성과 도전 정신이라고 말합니다. 창의성이나 도전 정신은 학원에서 배울 수 없습니다. 오히려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자유롭고 즐겁게 놀면서 창의성도 도전 정신도 자연스럽게 키울 수 있습니다. 아이들의 놀 권리를 위해서도, 또 미래 시대를 살아갈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도 우리 사회가 아이들의 놀이와 놀이터 문화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더 재밌고 다채로운 공공 놀이터를 만들어 제공해야 합니다.

놀이터는 한 사회의 상상력과 사회적 역량, 아이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삶의 질을 측정할 수 있는 바로미터라고 말합니다. 대한민국의 놀이터,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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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현재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쓰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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