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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놀이터는 가라, 기적의 놀이터 2호 개장

양선아 2017. 05. 02
조회수 11719 추천수 0
순천시 '기적의 놀이터' 2호
‘작전을 시작하-지’ 놀이터 개장
놀이터1.jpg » 순천 '기적의 놀이터' 2호점인 ‘작전을 시작하-지’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새로운 놀이기구에 올라타고 있다. 사진 순천시 제공.

‘붕어빵 놀이터’를 거부하는 놀이터가 등장했다. 그네, 시소, 미끄럼틀 등만 있으면 놀이터라고 생각한 고정관념을 깨고, 아이들이 설계부터 감리까지 직접 참여해 공공 놀이터의 혁신을 이끈 ‘기적의 놀이터’가 2일 2호점의 문을 열었다. 순천시는 2일 전라남도 순천시 해룡면 신대지구에서 기적의 놀이터 2호의 준공식을 열고 시민들에게 놀이터를 개방했다. 
 
1년 전 문을 연 기적의 놀이터 1호 ‘엉뚱발뚱’(관련기사: 다칠까 조바심? '건강한 위험'에 부닥쳐보라, 놀이터의 전복)은 놀이 기구를 없애고 비탈길과 언덕 등 자연 지형을 살렸다. 반면 7천여 세대에 달하는 신축 아파트 밀집 지역에 조성된 2호 놀이터에는 도시적 감각을 살려 ‘스페이스 네트’라는 놀이기구를 들여온 점이 눈에 띈다. 에펠탑 모양의 그물망처럼 생겼는데, 아이들이 올라갔다 내려오면서 전신 근육을 쓸 수 있도록 고안됐다. 소형 네트는 5살부터 초등학교 2학년까지 사용할 수 있고, 11미터 높이의 대형 네트는 초등학교 2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 
크기변환_놀이터3.jpg » 순천 '기적의 놀이터' 2호점. 사진 순천시 제공. 
‘작전을 시작하-지’는 도심에서 자연을 만날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인공 언덕과 물길, 모래 등 자연 소재를 적극 활용했다는 점, 놀이터를 이용하는 어린이와 시민들이 설계부터 공사, 운영까지 모든 과정에 참여한다는 점에서도 남다르다. 
  
5000㎡에 달하는 이 놀이터에는 입구부터 기다란 나무다리가 설치돼 있다. 나무다리를 따라 걸으면 언덕 위로 이어지고, 그곳에는 그늘막이 설치된 모래 놀이장이 있다. 모래 놀이장 옆에는 도랑을 따라 아이들이 물장구를 치며 놀 수 있도록 물놀이장이 있다. 공원 한쪽에는 영유아를 태우고 놀 수 있는 바구니 그네와 커다란 은행나무 의자가 배치됐다. 놀이터 바닥은 우레탄 포장 대신 깨끗한 모래를 깔았다.
크기변환_놀이터4.jpg » 순천 '기적의 놀이터' 2호점. 사진 순천시 제공. 
보통의 놀이터를 만드는데 3개월 정도 걸린다면, 이 놀이터는 시민 간담회, 어린이들이 참여한 디자인 등의 과정을 거치느라 완성까지 1년 정도 걸렸다. 세계적 놀이터 디자이너 독일의 귄터 벨치히와 놀이 운동가이자 놀이터 디자이너인 편해문씨, 순천시 담당 공무원이 이 과정을 주도하면서 어린이들의 의견을 설계에 반영했다. 편씨는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이 붕어빵 같은 놀이터에서만 논다면 창의성과 도전 정신을 배울 수 없다”며 “지루하고 도전할 것이 없는 놀이터가 아니라 아이들이 ‘건강한 위험’을 만날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크기변환_놀이터5.jpg » 순천 '기적의 놀이터' 2호점. 사진 순천시 제공. 
놀이터 이름은 공모 과정을 거쳐 매안초등학교 6학년 홍주원(13)군이 제안한 이름으로 선정됐다. 놀이터 감리에 참여한 홍군은 “네트 정상까지 올라가려 했더니 어떤 친구들은 올라가지 말라고 소리지르고 어떤 친구는 올라가자고 하고 난리가 아니었다”며 “전쟁에서 대장이 ‘작전을 시작하지’라는 말을 쓰는데 이 놀이터에 딱 어울려 제안했다”고 말했다.
기적의 놀이터는 놀이시설뿐만 아니라 운영도 시민이 참여한다. 순천시는 어린이가 마음껏 뛰놀고 놀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안전지킴이 역할을 하는 공원 놀이터 활동가(park player)를 선발해 놀이문화, 응급처치 등을 교육해 배치한다. 
 
순천시는 2호 개장에 이어 2020년까지 기적의 놀이터 10곳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적의 놀이터를 전국적으로 확산시키는 운동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기적의 놀이터 3~4호 놀이터 부지도 선정했다. 조성 대상지는 서면 강청수변공원과 삼산동 업동호수공원 2곳이 확정돼 현재 기본설계가 진행 중이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기적의 놀이터 1호 1년, 그 성과는?  
 
판박이 놀이터가 아닌 새로운 재미와 도전을 느낄 수 있는 놀이터. 1년 전 전남 순천시가 놀이 운동가이자 놀이터 디자이너인 편해문씨와 손을 잡고 기획해 순천시 연향2지구 호반3공원에 문을 열었던 ‘기적의 놀이터 1호 엉뚱발뚱’이 개장 1주년을 맞았다. 공공 놀이터 혁신을 주도한 기적의 놀이터 1호는 지난 1년 동안 어떻게 운영됐을까?
 
엉뚱발뚱에는 지난 1년 동안 부모와 아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 놀이터에 상주하는 활동가들에 따르면 이 놀이터에는 평일엔 하루 평균 200여 명의 어린이가,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하루 평균 300~400여 명의 어린이가 다녀갔다. 아이들은 평균적으로 평일엔 2시간 정도, 주말에는 5시간 이상 놀았다. 대략 하루 평균 300여 명의 아이들이 하루 3시간 놀았다고 가정하면, 지난 1년 동안 이 놀이터에서 약 10만 명의 어린이가 30만 시간 동안 논 셈이다.
 
9살, 4살 두 아이를 키우는 조경진(37)씨는 엉뚱발뚱이 들어서기 전에는 놀이터가 지저분해서 아이를 놀이터에 보내지 않고 키즈카페에 데려갔다. 그러나 엉뚱발뚱이 들어선 뒤 놀이터 활동가가 상주하면서 조씨는 안심하고 아이를 놀이터에 보낼 수 있게 됐다. 조씨는 “9살 주언이는 형들과 물놀이와 모래 놀이하는 것을 매우 즐거워한다”며 “집 근처에 공공 놀이터가 생기니 부모도 아이도 행복해졌다”고 말했다. 
 
공공 놀이터는 아이들의 놀 시간·놀 공간 해결은 물론 육아 비용 절감에도 도움이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키즈 카페에 아이와 함께 가면 적어도 1시간에 1만원 정도의 돈을 써야 한다. 엉뚱발뚱에서 아이들이 연간 논 시간(30만 시간)을 키즈카페 이용료 기준으로 거칠게 계산하면 약 30억 원 정도의 가치다. 편 놀이터 디자이너는 “순천시에서 놀이터 비용으로 들인 돈은 약 5억원 이다. 이 돈을 투자해 10만명의 아이들이 1년 동안 30억 원의 가치만큼 놀았으니 얼마나 가치있는 일이냐”고 말했다.
 
‘붕어빵 놀이터’를 거부한 기적의 놀이터 정신은 다른 지자체나 유치원·초등학교 놀이터까지 확대될 조짐이 보인다. 순천시에 따르면, 대구·부산·광주 등 전국 지자체 놀이터 행정 관계자들과 건설 관계자, 교육청 관계자 등이 기적의 놀이터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다녀갔다. 지난 1년 동안 총 166차례 2천여 명이 다녀갔다.
 
편 놀이터 디자이너는 “과거에는 놀이터를 만들 때 지형이 고르지 못하면 놀이터 장소에서 아예 제외됐다. 이제는 지형을 잘 살리면 놀이터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놀이터에서 모래나 물을 활용해보고자 하는 사람들도 늘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기적의 놀이터 1호를 본 뒤 영감을 받아 어린이집 놀이터를 기존 놀이터와 다르게 만든 사례도 있다. 용인시 수지구 고기동에 자리잡은 산내들생태어린이집은 지난해 12월 어린이집을 신축하면서 기적의 놀이터 1호의 아이디어를 차용해 어린이집 놀이터를 만들었다. 약 330㎡에 달하는 이 어린이집 놀이터에는 모래 놀이터와 물놀이장, 펌프, 터널, 바위 등이 있다. 엉뚱발뚱에 본 흔들다리도 만들어 배치했고, 아이들이 숨바꼭질할 수 있는 장소도 만들었다.
크기변환_놀이터6.jpg » 산내들생태어린이집 놀이터. 사진 주혜영씨 제공.

크기변환_어린이집2.jpg » 산내들생태어린이집 놀이터. 사진 주혜영씨 제공.
주혜영 원장은 “유아 시기에 놀이의 중요성에 대해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기적의 놀이터에 가본 뒤 영감을 받아 기존 놀이터와는 다른 생태적인 감수성이 살아있는 놀이터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 어린이집은 주말에도 어린이집 놀이터를 지역 사회에 개방해 아이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이 이 놀이터를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주 원장은 “아이가 모래 놀이를 하고 모래를 잔뜩 묻혀 온다고 싫어하는 일부 부모들이 있는데, 아이들에게 진정한 놀이의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서는 생태적인 놀이터뿐만 아니라 부모들의 놀이에 대한 인식 개선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크기변환_어린이집3.jpg » 산내들생태어린이집 놀이터. 사진 주혜영씨 제공.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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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한겨레신문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현재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쓰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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