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마미님이 올려주신 영어 이야기를 읽고

소소한 일상이 주는 행복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외국에서 오래 지내다보니,

내 나라에서 살 때 어느 때가 가장 행복한 때였나..

문득문득 생각이 들곤 해요.


친구랑 수다떨며 학교에서 돌아오던 길..

유난히 햇살이 눈부셨던 기억..

교실 앞뒤로 앉은 친구들과 쉬는 시간 농담하며 까불까불했던 기억..

엄마가 저녁햇살이 가득 든 거실에서 빨래를 개시던 모습..

이럴 땐 꼭 혼잣말을 하셨지요.. 아이고..내가 지금까지 빤 빨래를 합치면 얼마나 될꼬..

트럭 몇 대분은 되겠제.. 아니지, 그것만 되겠나.

오늘 저녁은 그냥 된장이나 끓이까..감자 쫑쫑 썰어넣고..


저는 동생이랑 놀거나 할일없이 뒹굴거리면서 엄마의 그런 혼잣말을 듣는데,

그냥 이유없는 안정감? 평화?

뭐 그런 걸 느꼈던 것 같아요.

엄마는 푸념이나 신세한탄을 입버릇처럼 하시면서도

그날 식구들 먹일 저녁밥 메뉴를 동시에 생각하고 계셨으니까.


별것 아닌데,

정말 왜 그런게 이렇게 오랫동안 내 속에 남아

두고두고 떠오르는 거지??

그런 생각이 드는데,

산다는 게 그냥 그런건가 봅니다.

사소함 속에 깃든 평화, 따뜻함, 그런 것들이

알게모르게 삶의 든든한 기반이 되어주는가 봐요.


오늘 둘째 아이에게 물어봤어요.

"00는 어떨 때가 젤 행복해??"

음.. 아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일요일에 아이스크림 먹으러 갈 때!"

이러네요.


아이스크림은 음식취향이 미묘하게 다른 저희집 네 식구가

만장일치로 좋아하는 간식이자 디저트거든요.

주말이면, 아이스크림 맛집을 찾아다니곤 하는데

단골 아이스크림집에 가기도 하고, 새로운 아이스크림 맛집을 찾아가기도 하고

또 어쩌다 차 타고 가다 낯선 곳에서 아이스크림 가게를 만나면 얼른 세워

들어가보기도 하지요.

아이는 네 식구가 옹기종기 모여 각자 선택한 아이스크림을 맛보면서

품평을 하고 서로의 아이스크림을 맛보기도 하며 수다떠는,

그런 주말의 한때가 좋았나봐요.


제가 40대가 되어도 가끔 떠올리는 어린시절의 한때처럼,

둘째도 커서 어른이 되면 지금처럼 네 식구가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보내던 어느 주말의 한 때를 두고두고 떠올리며 미소짓게 될까요?


작은 행복, 작은 사치.

손에 닿지않는 크고 거창한 삶의 목표보다

지금 당장 해 볼 수 있는 작지만 행복한 사치를

아이들과 많이 누려보고 싶네요.

문득, 친정엄마 생각이 납니다.

언젠가 "엄마는 무슨 아이스크림이 젤 좋아요?" 하고 여쭸더니,

검지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리시면서

"요래요래 생긴 거, 그거 맛있더라." 하셨더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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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말씀하신 건, 아마 이런 아이스크림이었을 거예요.
주말마다 식구들끼리 룰루랄라 먹으러 다니면서
왜 그동안 친정엄마 생각은 못했을까.. 이제야 괜히 죄송해지네요.
아이들만 챙길 게 아니라
부모님과도 이런 작은 행복과 사치를 얼른 부지런히 누려야 겠다 싶어요.

다음에 친정 엄마 만날 때면, 꼭
"요래요래 생긴 아이스크림"
함께 먹으러 가기로 마음먹어 봅니다.
몸도 마음도 바쁜 5월이 또 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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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희
배낭여행 중에 일본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 현재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도쿄 근교의 작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서둘러 완성하는 삶보다 천천히, 제대로 즐기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육아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무료로 밥을 먹는 ‘어린이식당 운동’활동가로 일하며, 계간 <창비어린이>에 일본통신원으로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육아>가 있다.
이메일 : lindgren70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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