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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25일부터 4월30일까지는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 재외선거 기간이다.
해외에 거주 중인 한국민들은 국내의 선거일보다 2주 정도나 빠른
이 시기에 미리 투표를 하게 된다.

도쿄 근교에 살고 있는 나는,
주일한국대사관 투표소까지 가려면 최소한 1시간 이상의 시간이 걸리지만
이번 대통령 선거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가고 싶었다.
3월 말에 온라인으로 재외선거인 신청을 한 다음부터
이번주가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대사관 근처에서 직장을 다니는 한국인 지인과도 미리 연락해
같이 투표도 하고 오랜만에 점심도 먹자며
4월 마지막 주의 하루 일정을 완전히 비워두었다.

투표가 시작된 이번주 화요일, 대사관에 가기로 한 이 날엔
아침 일찍 일어나 설레는 마음으로 바쁘게 준비했는데
역시나!
이런 날 아무 일도 안 일어나면, 내가 엄마가 아니지..

큰아이가 열이 심해서 학교를 쉴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생긴 것이다.
중학생 쯤 되고나면, 아이가 아파서 결석을 해야하는 날은
정말이지 1년에 몇 번 있을까 말까 할 만큼 드문 일이다.
아이가 10대 중반쯤 되면, 체력도 있고 면역력도 자리잡혀
병원간 적이 언제였나 싶을만큼 아픈 일이 잘 없다.
그런데! 그 날이 새털같이 많은 1년 365일 중에 왜 하필 오늘이란 말인가.

다행히도 오전중에 열이 조금씩 내리고
하루 푹 쉬면 나을 것 같다는 아이 말에
그냥 집에서 누워 있으라 하고, 얼른 다녀올까 싶어
만나기로 한 지인에게 연락하니, 그도 마침 회사일에 급한 일이 생겨
다음날로 연기하면 어떻겠냐 한다.

이런 사정들로 결국 투표는 수요일에 다녀왔는데,
평일 점심시간이었음에도 대사관에 마련된 투표소에는
도쿄 시내 곳곳에서 모여든 한국인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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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소 밖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하는데

이 사진 앞에서 유학생들로 보이는 젊은 학생들이

서로 기념사진을 찍어주는 모습들이 참 귀여웠다.

신분증 확인을 거친 뒤, 투표용지를 받았는데 다른 때보다 후보가 많아

용지가 굉장히 길었다. 연세많으신 분들은 헷갈려 하시진 않으실까.


그러고 보니, 내 앞에 지팡이를 짚은 채 아주 천천히 한 걸음씩 걸으면서

투표를 하고 나오시는 할머니 한 분이 계셨다.

어쩐지 가슴이 뭉클해졌다.

저 분은 앞으로 대통령 선거에 몇 번 더 참여하시게 될까.

그럼 나는 앞으로 이런 선거에 얼마나 더 참여할 수 있을까.

내 일생 전체에서 이번 선거의 의미를 생각하니, 투표를 하는 이 순간이

더욱 의미있게 느껴졌다.


투표용지에 실수 없이 제대로 잘 찍었나

손가락을 짚어가며 확인을 열두번도 더 하고

봉투에 잘 넣어 투표함에 드디어 넣었다.

부디 한국까지 무사히 잘 도착해서 소중한 한 표 몫을 해 주길.


투표소를 지키던 대사관 직원분에게

"평일인데도 투표하러 오신 분들이 많네요." 했더니,

이번 선거에는 재외국민들도 관심과 참여가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다고 하셨다.

투표소가 사는 곳이나 직장, 학교와 가까우면 다행인데

아무래도 거리가 너무 멀면 마음이 있어도 가기가 참 쉽지 않다.

나만 해도 전철을 3번이나 갈아타고서야 투표소에 갈 수 있었으니.


그래도 무사히 투표를 마치고 와서 너무 다행스럽다.

아직 남은 대선 토론회를 다 못 본 채 치를 수 밖에 없어 아쉬움도 있지만,

그래도 꼭 해야 할 일을 미리 야무지게 해 둔 기분이 들어 뿌듯하다.

남은 2주 정도의 시간동안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또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걱정과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나머지 시간을 기다리고 싶다.


아직 어린 아이를 키우는 재외국민 엄마들은

선거에 참가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도

시간이나 여러 형편상 참가를 포기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나도 17년째 해외에 거주하면서 육아와 살림에 쫒기느라

아이가 아프거나 내가 아프거나 해서 선거를 놓친 때도 있었다.


투표소가 너무 도심 중심에 위치한 것,

재외선거에 대해 좀 더 홍보를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

선거공지 안내문 등을 좀 더 쉬운 한국말로 만들면 안될까 하는,

이런저런 아쉬움도 드는 제19대 대통령 선거이기도 했지만

투표소에서 만난 대사관 직원분들도 친절했고

투표하러 오신 분들도 다들 즐겁게 투표하고 기념사진을 찍는 분위기라

나도 먼 곳까지 가서 투표하고 온 보람이 있었다.


이제 남은 금토일, 주말 3일간은

아마 많은 재외국민 여러분이 투표에 참가하시지 않을까.

부디부디 많이 참여하시고

혹 이 글을 보시는 해외에 계신 베이비트리 독자분들께서도

아직 시간이 충분하니, 꼭 투표에 참가하셔서

'외국에서도 소중한 나의 한표', 아름답게 행사하시길 바랍니다!

베이비트리 찰칵찰칵 코너에

재외투표 인증사진 올려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풀어야 할 숙제가 너무 많아

선거가 무사히 끝난다 해도 걱정이 하나둘이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만큼은 민주주의의 축제처럼

이번 선거를 모두 함께 즐겨보았으면 한다.

주말에 아이들 손잡고 투표소로

민주주의 체험학습하러 가보자.


내 손으로 직접 뽑는 제19대 대통령 선거,

투표소로 우리 모두 고고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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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희
배낭여행 중에 일본인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 국제결혼, 현재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도쿄 근교의 작은 주택에서 살고 있다. 서둘러 완성하는 삶보다 천천히, 제대로 즐기는 아날로그적인 삶과 육아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무료로 밥을 먹는 ‘어린이식당 운동’활동가로 일하며, 계간 <창비어린이>에 일본통신원으로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아날로그로 꽃피운 슬로육아>가 있다.
이메일 : lindgren70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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