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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정치 집담회 후기(2) 
 

장 팀장의 얘기가 끝난 뒤 참석자들은 각자 자기소개와 함께 자신이 엄마가 된 뒤 알게 된 이 사회의 모순들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눈물 없이는 듣지 못할 경력 단절 여성의 이야기, 초보 엄마가 된 뒤 알게 된 육아의 고통, 대선 과정에서 한 후보의 사립유치원 관련 어이없는 발언에 대한 분노, 상업적인 육아 정보에 휘둘렸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 등 다양했다. 한 명 한 명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참석자들은 때로는 눈물을 흘리고, 때로는 응원의 박수를 보내며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집담회로 계획한 시간은 3시간이었는데, 한 사람씩 돌아가며 얘기를 하니 시간이 부족할 정도였다.
 
자, 좀 길지만 그들의 발언을 살펴보자. 그들의 절절한 외침을 꾹꾹 눌러 기록해두고 싶다. 남녀평등 세상이 왔다고 떠들어대는 시대지만, 지금 현실에서 대다수 여성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여전히 세상은 모르고 있다. 대한민국 여성이 겪는 현실은 과연 어떤가.


 
1. “이렇게 힘든지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나?” 
 
“저는 아이를 낳고 키우며 ‘애를 왜 가졌나’ 하고 후회가 됩니다. 누가 저한테 육아가 이렇게 힘든 건지 알려줬다면 임신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마음이에요. 다니던 회사는 여성들이 많은 직장이었지만 미혼 여성들이 많았고, 임신·출산·육아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어요. 저 역시도 이해는 부족했지요. 임신을 했는데 하혈이 너무 심해 퇴사했습니다. 막상 애를 낳아보니 후폭풍이 대단했고 노동 강도도 엄청나더라고요.”
 
“독박 육아 때문에 10년 다닌 회사를 퇴사했습니다. 아기를 낳고 나서 세상이 정말 엄마들한테 얼마나 친절하지 않은지 깨달았습니다. 퇴사 뒤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친정어머니, 시어머니 모두 다 다른 지역에 있어서 육아지원 받을 수 없고 급한 상황에서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었습니다. 나의 이런 고통을 만드는 요인들을 생각해보면 거대한 시스템 속에서 내 고통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누구도 공적으로 이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더군요. 제가 느낀 경험, 사람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책도 썼는데 공감하는 여성들이 많았지만 해답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책을 쓰면서도 결국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엄마들이 모이는 연대 공간이 필요한데 방법을 찾을 수 없었지요. 장하나 의원 칼럼을 보면서 너무 반가워서 이 자리에 왔어요.” 
 
“아이를 낳고 집에서 아이만 키우면서 계속 도태되는 느낌입니다. 배우고 싶고, 자극도 받고 싶어 나왔어요. 저는 운이 좋다고 생각하는 건 마을 공동체를 중심으로 공동육아를 하고 있습니다. 엄마들이 모여 품앗이를 하지만 결국에는 엄마들이 짊어져야 하는 짐이 너무 많아요. 아빠뿐 아니라 마을도 아이를 함께 키우고 좀 더 나아가 정책적인 뒷받침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첫째 아이를 낳고 사람하고 말하고 싶어서 애를 업고 동네를 돌아다녔어요. 제가 공감 능력이 떨어지는 편인데, 아이가 말하는 언어나 몸짓을 이해하는 게 어려웠어요. ‘왜 울지’ 하는 생각이 들었죠. 나는 왜 이렇게 아이에 대해서 모르고 모성애도 없고 이기적일까 자책을 많이 했습니다. 저도 조산원에서 애 낳고 천 기저귀 쓰고 수유하는 지도 오래했어요. 하드웨어는 충실하게 했는데 소프트웨어는 아니었지요. 그렇게 어두운 터널을 조금씩 벗어났어요. ‘독박’ 이었지만 장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아이를 키우면서 교육 문제와 주거 문제가 현실적으로 피부로 와닿습니다. 집주인이 하라는 데로 끌려다녀야 하나, 아이가 지방에 있는 대안학교 가고 싶다고 하면 많은 돈을 들여서 가야 하나 고민이 많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계속 수동적일 것 같아서 일단 뭔가 이야기를 듣고 싶어 나왔어요.”  
 
2. 가족이냐 일이냐 선택 강요받는 여성들

 
“ 얼마 전 보건정책연구원에서 고학력 여성이 저출산의 원인이라고 나왔다죠? 저는 박사가 된 뒤 남편 일 때문에 미국에 있다가 3년을 완전히 경력단절을 한 상태로 아이만 집에서 키웠습니다. 3년 동안 경력단절하고 일자리를 찾아보니 모든 일자리 요건이 ‘최근 3년 이내’ 경력을 요구하더라고요. 그래서 지원할 수 없었습니다. 엄마 정치라고 하면 보통 정치적인 장을 생각하는데 또 하나는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모성 정책은 굉장히 제한적이고 편협해서 출산율을 높이는 쪽으로만 되어있습니다. 관료들이 써내는 정책에 엄마들이 개입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회생활을 대기업에서 시작했습니다. 저랑 동기였던 오빠가 처음으로 남자인데 육아휴직을 써서 회사에서 ‘또라이’ 취급을 받았어요. 그것을 보고 놀랐고 신랑과 결혼해 신랑이 외국에 가야해서 회사를 그만두고 갔습니다. 아이도 없는데 결혼하면서 퇴사하게 된 거죠. 주변 동기들은 부러워했는데 저는 죄책감을 가졌습니다. 전 첫 사회생활 시작할 때 회사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고 여자 후배들한테 본보기가 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제가 가장 혐오하는, 결혼하면서 퇴사한 사람이 된 것이죠. 신랑이 공부를 하러 갔던 거고 저도 공부를 같이했어요. 석사를 끝내고 다시 취업을 하려고 알아보니까 저는 이미 아이가 한 명 있는 경단녀가 되어버렸더군요. 컨설팅 회사 관계자는 제 이력서를 보더니 한숨을 쉬었어요. 어디 선뜻 추천하기 어렵다고요. 그래서 이번에 일하면 절대 그만두지 말아야지 했고, 운이 좋아서 외국계 회사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외국계 회사는 정말 달랐어요. 부사장 면담 있어도 학교 면담 있다고 하면 가보라고 하고 한국 기업과 달랐지요. ‘절대 그만두지 말아야지’ 하며 일했습니다. 신랑이 일 때문에 울산으로 가게 됐습니다. 주말 부부로 지냈는데 애가 둘이 되니까 너무 힘들었습니다. 다행히 회사에선 1년 정도 배려해줘서 집에서 일하고 일주일에 한 두 번 출근해도 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외국계 회사다 보니 구조조정은 가차없더군요. 핵심 업무에서 멀어지다 보니깐 제가 구조조정 1순위가 됐어요. ‘아무리 좋은 조직이어도 나를 지켜줄 수 없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전문자격증 외에는 답이 없겠구나 싶었지요. 열심히 공부했고 신랑이 많이 희생했어요. 그래서 결과가 좋아서 다시 자격증을 따 지금 수습중입니다. 수습을 받을 때가 되니깐 큰아이가 초등학교 입학을 했습니다. 제가 나이도 있고 밑에 파릇파릇한 대학생들이 자격증을 따니까 수습 자리도 구하기 힘들 것 같아 바로 일을 시작했어요. 아등바등 버텨서 살아남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큰아이가 저를 붙잡고 말하더라고요. ‘다른 엄마들은 1시에 데리러 오는데 우리 엄마는 왜 안 오냐’고 요. 제가 돌봄 교실도 떨어진 ‘똥손’이어서 학원 뺑뺑이를 돌리고 있는데요. 저는 사교육이 없으면 하루하루 돌아갈 수 없는 시스템이에요. 돈을 주고 저는 가족을 사고 돈을 주고 제 커리어를 사고 있지요.”  
 
  
“대학원 졸업하고 연구조교 활동하다가 임신하게 됐어요. 초반에 입덧이 심해서 주위에 알려주고 도움을 받았는데, 그때 그 시기가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시기였습니다. 배려받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분들아 나를 배제했더라고요. 부끄럽고 민망해서 제가 일을 스스로 그만뒀습니다. 남편이 인터넷 쇼핑몰을 하고 있는데 남편이 자꾸 여성 고객들이 자꾸 하소연을 한다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고객 상담 전화를 받게 됐는데, 누구보다도 그분들의 처지를 알아 제가 고객 상담 전화를 맡게 됐습니다. 저는 이 일을 하면서 ‘제가 쓸모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느낌을 받게 됐어요.”

 
“박사과정 중에 임신하게 됐습니다. 여성 과학자들 비중이 적은데 적게 되는 계기는 결혼과 출산이에요. 대부분 석사 시작하면서 박사 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꾸나 석사 때 결혼을 하고 아이 낳으면 대부분 여자가 그만둡니다. 모든 경력은 3년 내 평가인데 육아휴직을 하면 모든 게 날아갑니다. 책임직 연구원 중에 여성 분이 없고요. 모든 출산이나 육아가 여성한테만 쏟아지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생각해요. 조금이라도 말하기 시작하면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해서 참가했어요.”  
 
3. 기업의 마케팅에 속고, 사교육 때문에 힘들고  

 
“정치 문제에 큰 관심이 없다가 전업 주부가 돼서 엄마가 되니까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행동하는 사람, 엄마로서 목소리를 내고 싶던 차에 장하나님 칼럼 보고 참여했어요. 첫째 아이를 키울 때는 뭣도 모르고 분유를 먹였는데 둘째 아이는 모유 먹이니까 잘 크더라고요. 분유 회사 마케팅에 제가 속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육아용품 살 것이 많은데 기업과 자본의 마케팅에 넘어가는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 화가 났습니다. 이런 것을 누가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았고, 학습 없이 엄마가 되고서 소비했던 것 같아요. 저도 사교육을 많이 받고 자랐는데 그게 제 인생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은 것 같아요. 제가 미술을 전공했는데 예술가가 되는 길은 사교육을 통해 되는 것이 아닌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제 아이들 교육에는 그런 걸 받게 하지 않고 싶은데 사회적인 분위기가 제가 자랄 때와 변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친구들 만나서 수다 떨어도 해소가 안 돼요. 잠깐은 스트레스 풀려도 계속 남아 있어요. 나도 뭔가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스스로 해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나왔습니다.
 저도 첫째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하겠다고 하니 회사 여자 동료들이 ‘너 육아휴직 가려고 하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분들은 3개월 출산휴가만 쓴 사람들이었어요. 그 앞에서 저도 모르게 6개월만 쓰겠다고 하고 이야기를 해버렸어요. 독박육아에 출퇴근 시간이 2시간씩 걸렸습니다. 오전 9시까지 출근해야 하는데, 회사가 영업직이 많아 보통 오전 8시 전에 다 출근을 하는 거예요. 할 수 없이 시어머니께 아이를 맡기고 일을 나갔습니다. 그런데 시어머니께서 ‘네가 벌이가 남편보다 적기도 하고 여자이기도 하니 네가 그만둬야 하지 않겠냐’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저는 제가 한 인간으로 태어나서 엄마로서 열심히 살고 싶지만 저도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그런 성취감을 맛보고 싶은 한 사람이었는데 그걸 다 접어야 했어요. 그렇게 하다가 아이 셋을 낳았는데, 첫 아이가 낳고 커서 둘째 아이 거의 만삭이 되었을 때, 상사한테 연락이 왔어요. 도와 줄 수 있겠냐고요. 그런데 나는 만삭이라 돌아갈 수 없었습니다.”
  
4. 72년생도, 82년생도 똑같은 엄마의 삶
 
“72년생이며, 아이 2명 낳았어요. 제가 다녔던 회사는 외국계 회사라 성차별을 느낀 적이 없고, 아이를 낳고 근무하는 여자들이 절반 가까이 됐어요. 그럼에도, 아이를 낳으면 키워야 하는데, 정말 운이 좋게도 시어머니가 전적으로 봐주셨습니다. 그런데 저희 팀은 아이티 업계라 밤 11시, 12시까지 야근을 많이 해서, 시어머니가 주중에서 키워주시고 주말 부부로 살았습니다. 그러다 직장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시작했어요. 오후 6시에 퇴근해서 아이를 키웠지요. 저는 72년생이고 우리 세대는 불합리한 부분이 많았지만 그렇게 살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 채로 살았습니다. 최근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읽으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10년 후에도 똑같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딸이 고1, 고2라 제 마음은 너무 급합니다. 내가 겪었던 상황을 똑같이 겪어야 하고 또 더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취업이 안 되기 때문이죠”

 

5. 왜 엄마들의 목소리는 전달이 안 되나  
 
“저는 일간지 기자인데 육아휴직중입니다. 휴직 전에 교육 쪽을 맡았는데, 이번 대선 기간 동안에 안철수 후보가 사립유치원 원장들 앞에서 하는 말 때문에 화가 났습니다. 민간 이익집단들은 힘을 합쳐서 자기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나는 엄마로서 무엇을 하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대통령이 바뀐다고 해서 제 일상이 바뀐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유치원 운영위원으로 시작해서 운영위원장도 되었습니다. 저는 이런 모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제 문제를 제가 바꾸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는 거죠. 독일 출장 갔을 때 가장 신선한 충격이 세입자협회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세입자들이 힘을 모아서 의견을 내는 창구가 있고 임대료를 올릴 때마다 지방정부, 세입자, 임대료협회 세 단위가 회의를 하는 걸 보고 충격받았습니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로 가려면 멀었구나 하고 느꼈지요. 그래서 저는 부모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엄마 정치하는 것도 좋은데 남자들이, 아빠들이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엄마 정치가 활발해지면 아빠 정치가 일부 쿼터로 참여해서 변화했으면 합니다.”
 
“30년 전 저희 엄마가 일하는 모습과 제가 일하는 모습이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하소연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뭔가 변화가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가 엄마와 정치를 바라보는 시선은 이중적입니다. 엄마라는 단어에 멋진 여성이자 맘충인 것이 있고요. 정치도 멋있지만 그래 봤자 꼰대들의 모임이라는 시선도 있지요. 엄마정치이지만 사람으로서, 여성으로서, 사회이슈를 다루는 정치로서 봤으면 합니다. 제가 스웨덴에 출장을 많이 가는데 육아휴직을 쓰지 않으면 남자들에 눈치를 주는 문화가 있습니다. 물론 그들도 독박 육아를 하면서 우울해하는 것도 있습니다.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있는 것도 제대로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를 현실화하는데 목소리를 내고 싶습니다.”


발언들을 들으며 나 역시 훌쩍이고 말았다. 또 가슴 속에서 서러운 감정과 함께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 여성이 열심히 공부해서 직장에 취직한들 무슨 소용인가.(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것도 힘들지만) 임신했다는 이유로 눈치 봐야하고, 출산 휴가와 육아휴직도 제대로 쓰지 못한다. 여성과 남성 월급 격차가 큰 한국에서 ‘네가 엄마니까’ ‘네가 월급이 적으니까’ ‘남편이 외국으로 가야해서’ ‘남편이 지방으로 발령나서’라는 이유로 여성은 일을 그만둬야 할 상황에 몰린다. 당연하지 않은 것들을 세상은 당연한 것처럼 여성에게 많은 것들을 요구한다.

 

남성과 여성은 평등하다고 말들 하지만, 세상은 결코 똑같이 대우하지 않는다. 열심히 일해도 소용없고, 학사는 물론이고 석사·박사까지 따며 공부해도 소용없다. 저들의 생생한 목소리는 지금 한국 여성들이 얼마나 처절하게 살고 있는지를 들려준다. 분노, 우울, 답답함, 두려운 감정들에 휩싸인 채 그들은 왜 이런 문제가 내게 발생하는지, 어떻게 하면 세상이 바뀔 수 있는지 화두를 던지고 있다.
 
이날 모인 엄마들은 가칭 정치하는 엄마들 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하루 모여 하소연하고 마는 모임이 아니라, 뭔가 구체적으로 행동을 할 수 있는 모임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모였기 때문이다.
 
일단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만나는 모임을 열고, 앞으로 어떤 의제를 가지고 어떤 방향으로 갈지 논의하기로 했다. 장하나 팀장은 엄마들이 모일 수 있는 장을 깔았고, 일단 모인 엄마들 중심으로 함께 변화를 모색하고자 하는 의지를 확인했다. 함께하고 싶었지만 다양한 이유로 함께하지 못한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당장 구체적으로 뭔가를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일단 엄마들이 직접 자신의 목소리를 낸 장이 열린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집담회 자리는 계획했던 오후 2시라는 시간을 훌쩍 넘겨 오후 4시가 돼도 끝나지 않았다. 오후 3시까지 집에 가겠다고 한 나는 마음의 반은 집담회에, 마음의 반은 집에 있었다. 오후 3시가 되자 스마트폰은 계속 울려댔고, 남편도 “언제 오느냐?”라고 물었다. 오후 4시께 부랴부랴 자리에서 일어나 택시를 잡고 집으로 향했다.
 
하루종일 집담회에서 들은 이야기들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다들 정말 너무 힘들게 사는구나’ ‘도대체 세상은 왜 이렇게 안 변할까’ ‘베이비트리 운영자인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까’  등 많은 생각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다음날 텔레비전에서는 대통령 후보 토론회가 열렸다. 국방·외교·안보 분야가 항상 토론회 초반 주제로 주어지는데, 주제와 무관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설거지는 하늘이 정한 여성의 몫’이라는 발언을 하고 ‘돼지 흥분제를 이용한 성범죄 모의 가담’ 논란에 휩싸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 후보가 빨간 넥타이를 한 채 웃고 있었다. "당신이 거기에 설 자격이 있냐"고 가서 따지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났다. 그는 시종일관 사과했으면 되는 것 아니냐는 태도를 보였다. 그가 역겨웠고, 이것이 대한민국의 수준인가 싶어 너무 부끄러웠다.
 
주말 내내 장하나 팀장이 한 말이 머릿속에서 뱅뱅 돌았다.
 
“국회에 10여년 전부터 저출산·고령화 특위가 만들어져 있지만 변화가 없었습니다. 돈 아무리 줘도 출산율 안 오릅니다. 엄마들이 모여 하소연 하고 끝나선 안 됩니다. 단체 만들고 정치에 참여해야 정치인들이 이야기를 듣는다고요. 대선 후보들도 그래야 이런 자리에 와서 우리 얘기를 듣습니다. 페이스북에서 ‘좋아요’ 아무리 누르고 ‘응원해요’ 라고 댓글 단다고 이 세상이 달라지지 않아요. 행동이 중요합니다. 일단 만나고 이야기하고 행동으로 나서야합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 독박 육아 끝장낼 엄마 정치 (1) 

* 엄마와 인간 사이 강요받는 선택, 후보들은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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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선아 기자
열정적이고 긍정적으로 사는 것이 생활의 신조. 강철같은 몸과 마음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길을 춤추듯 즐겁게 걷고 싶다. 2001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사회부·경제부·편집부 기자를 거쳐 현재 라이프 부문 삶과행복팀에서 육아 관련 기사를 쓰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좌충우돌하고 있지만, 더 행복해졌고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저서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자존감은 나의 힘>과 공저 <나는 일하는 엄마다>가 있다.
이메일 : anmadang@hani.co.kr       트위터 : anmadang21      
블로그 : http://plug.hani.co.kr/anma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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