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교육

왜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우등생을 회장으로 뽑을까?

베이비트리 2017. 04. 21
조회수 928 추천수 0
한미화의 어린이책 스테디셀러

00503723_20170420.JPG
기호 3번 안석뽕
진형민 지음, 한지선 그림/창비(2013)

아침부터 사거리가 시끄럽다 했더니 선거 유세차량에서 노래가 찢어지게 나온다. 날마다 뉴스에서는 대통령 후보들의 지지율이 어떤지, 누가 무슨 잘못을 했네 하는 보도가 쏟아진다. 다행인 건 이번 선거에 젊은이들의 관심이 높다는 거다. 평소 정치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없는 30대 책방 아저씨가 불쑥 이런 말을 건넸다. “제가 원래 투표를 잘 안하는데요, 이번에는 해야겠어요.” 많은 대가를 치렀지만 살아 있는 공부가 된 것은 분명하다. 일련의 사건과 이번 선거 과정을 아이들과 함께 보는 어른들이라면 이 책을 같이 읽어보길 권한다.


<기호 3번 안석뽕>은 학생회장 선거를 둘러싼 이야기다. 석진이는 시장 사람들이 “떡집 석뽕이”라고 불러대는 걸 빼고는 지극히 평범한 아이다. 애초에 선거에는 관심도 없었다. 문제는 회장 선거를 준비한다며 잘난 척하는 반장이 꼴보기 싫어, 시장통 아이들 중 한명이 ‘우리도 선거 준비한다’고 허세를 부리면서 시작되었다. 그나마 성적이 중간인 석진이가 밀리다시피 회장 선거에 나가기로 한 것이다.

장난으로 시작했지만, 시장통 아이들의 생각은 곱씹을 만하다. 아이들의 슬로건은 “일등만 사람이냐, 꼴찌도 사람이다. 꼴찌까지 생각하는 기호 3번 안석진”이다. 반장의 슬로건은 “기호 1번 명품후보 고경태”다. 하지만 석진이는 반신반의한다. “학교란 공부 잘하는 애들 위주로 돌아가는 데 아닌가. 어쩌다가 무슨 일을 잠깐 맡는다 해도, 공부 못하는 게 재수 없이 설친다는 소리나 안 들으면 다행인 거다.”

석진이가 다른 생각을 하게 된 건, 시장 코앞에 들어선 대형마트 때문이다. 시장 슈퍼집 딸인 백보리를 따라, 대형마트에 바퀴벌레를 살포하러 간 석진이는 그제야 깨닫는다. 마트라는 괴물이 시장 가게들을 모두 잡아먹으려 하고 있다는 걸. 이 때문에 경찰서에 잡혀간 석진이는 마트 사장님 앞에서 그저 잘못했다고, 용서해달라고 비는 아버지를 보고 또 생각을 한다. “왜 아버지는 슈퍼 아줌마처럼 떵떵거리며 큰소리치지 않았을까?”


동화는 개성 강한 시장통 아이들과 사람들이 등장해 내내 흥미진진하다. 게다가 회장 선거를 소재로 삼았으나 이내 힘센 자와 약자의 이야기로 확대된다. 무엇보다 이 과정을 통해 석진이는 자기 말대로 생각이란 걸 하기 시작했다. 물론 동화 속에서도 현실에서도 석진이가 회장이 되는 그런 드라마틱한 일은 단번에 생기지 않는다. 인간의 역사에서 변화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니까. 그래도 석진이는 아버지랑은 좀 다르게 착한 사람이 될지 모른다는 기대를 품어본다. 석진이의 아버지는 부처님 가운데 토막 같다는 소리를 듣는 착한 사람이다. 하지만 착한 사람이라고 해도 자신의 권리는 자신이 지키지 않으면 아무도 지켜주지 않는다. 석진이는 회장 선거에 나가 이렇게 말한다. “저는 언제나 개자식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우리 학교를 위해 사자처럼 일하겠습니다.” 우리가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초등4~6학년.

한미화 출판 칼럼니스트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 메일
베이비트리
안녕하세요, 베이비트리 운영자입니다. 꾸벅~ 놀이·교육학자 + 소아과 전문의 + 한방소아과 한의사 + 한겨레 기자 + 유쾌발랄 블로거들이 똘똥 뭉친 베이비트리,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혼자서 꼭꼭 싸놓지 마세요. 괜찮은 육아정보도 좋고, 남편과의 갈등도 좋아요. 베이비트리 가족들에게 풀어놓으세요. ^^
이메일 : hanispecial@hani.co.kr       트위터 : ibabytree       페이스북 : babytree      
홈페이지 : http://babytree.hani.co.kr

최신글




  • 파트라슈와 함께 걸어온 길들파트라슈와 함께 걸어온 길들

    베이비트리 | 2017. 07. 21

    한미화의 어린이책 스테디셀러 플랜더스의 개위더 지음·하이럼 반즈 그림, 노은정 옮김/비룡소(2004)동시대를 살았다는 건 ‘말괄량이 삐삐’나 ‘플란더스의 개’의 주제가를 함께 흥얼거릴 수 있다는 게 아닐까. 그러기에 가수 이승환은 ‘플란다스의 개...

  • [7월21일 어린이 새책] 칠성이 외.[7월21일 어린이 새책] 칠성이 외.

    베이비트리 | 2017. 07. 21

     칠성이 황진미 작가의 새 책. 소싸움에 인생을 건 황 영감은 도축장에서 만난 어린 소를 데려다가 칠성이란 이름을 주고 싸움소로 키운다. 도축장에 끌려가 두려움에 짓눌려 있던 칠성이는 소싸움장에서 분노로 죽음의 두려움을 떼어내려...

  • 불 대신 꽃을 내뿜는 용이 나오는 옛날이야기불 대신 꽃을 내뿜는 용이 나오는 옛날이야기

    양선아 | 2017. 07. 21

    중앙아시아 옛이야기 그림책 시리즈각국 대표 작가와 한국 화가의 협업이색적인 문화를 가깝게 느낄 수 있어용감한 보스테리 아셀 아야포바 글·권아라 그림, 이미하일 옮김/비룡소·1만2000원나르와 눈사람 캅사르 투르디예바 글·정진호 그림, ...

  • 착하거나 나쁘거나 둘 다 내 안에 있어착하거나 나쁘거나 둘 다 내 안에 있어

    양선아 | 2017. 07. 07

     나쁜 생각은 나빠? 이시자카 케이 글·그림, 최진선 옮김/너머학교·1만2000원착하고 잘 웃고 말 잘 듣는 아이. 어른들이 기대하는 아이의 모습이다. <나쁜 생각은 나빠?>의 주인공 고양이 다마오도 평소엔 착한 아이의 모습이다. 그...

  • 텃밭에서 여름 채소들을 만나요텃밭에서 여름 채소들을 만나요

    베이비트리 | 2017. 07. 07

     여름 텃밭에는 무엇이 자랄까요?박미림 글, 문종인 그림/다섯수레·1만2000원텃밭은 아이들이 자연을 만나보기 좋은 장소다. 할머니를 따라 텃밭에 나가 갖가지 채소에 대해 알아보자.잎과 줄기를 먹을 수 있는 잎줄기채소의 대표적인 채소는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