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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고 싶을 때 쉴 자유’…헌법에 써 있다면서요?

베이비트리 2017. 04. 18
조회수 1205 추천수 0
[함께하는 교육] 학교 현장 헌법 교육

촛불 광장에서 분 ‘헌법읽기 바람’
<손바닥 헌법책> 등 학생들도 관심 보여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본부 교육 통해
‘학급헌법’ 만들기 시도한 학교들
‘행복추구권’ ‘평등권’ 등 개념 접하며
교실 속 헌법 직접 제정하는 경험
학교·사회 바라보는 시야 넓혀

지난 2월6일 세종 온빛초교 대강당에서 ‘아하! 헌법마당’ 교육을 마친 학생들이 헌법 1조 1항을 활용해 카드섹션을 펼치고 있다.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본부 제공
지난 2월6일 세종 온빛초교 대강당에서 ‘아하! 헌법마당’ 교육을 마친 학생들이 헌법 1조 1항을 활용해 카드섹션을 펼치고 있다.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본부 제공

세종 온빛초에는 ‘학급 헌법’ 있어요

“제1조 우리 학급은 담임선생님을 중심으로 모든 면에서 민주적 방식을 취한다.”

“제4조 우리 학급 모든 친구들은 성별과 부모의 사회적 신분으로 차별받지 아니한다.”

지난 11일 세종특별자치시 소재 온빛초등학교 대강당 벽면. 알록달록한 메모지에 아이들 손글씨로 쓴 이런 문구가 눈에 띄었다. 이 학교 학생들이 직접 쓴 ‘학급 헌법’ 내용이었다.

온빛초 학생들이 학급 헌법을 만들게 된 건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본부’(이하 국민운동)가 진행한 ‘아하! 헌법마당’(이하 헌법마당) 수업을 통해서다.

지난 2월6일 학교에는 ‘이끔이 선생님’(수업 보조교사)과 ‘지킴이 선생님’(학부모 보조교사) 등 50여명이 찾아왔다. 헌법마당은 약 40분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헌법의 가치를 이해하고, 실제 학급별 법을 만들어볼 수 있게 한 프로그램. 이는 지난해 3월 본부 쪽에서 만든 <손바닥 헌법책>에서 비롯됐다.

용돈 모아 ‘헌법책’ 구매한 초등생들

“헌법책이 500원이라고요? 삼각김밥보다 싸네요. 20부 주세요. 반 친구들이랑 같이 볼래요.”

지난해 11월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가한 한 초등학생이 용돈을 모아 <손바닥 헌법책>을 사갔다. 이는 우리나라 헌법 전문 및 유엔이 선포한 ‘세계인권선언’ 등을 실은 ‘60쪽 핸드북’으로, 국민운동이 제작해 500원에 배포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초판 제작 뒤 지금까지 15만부 이상 판매됐다. ‘집집마다 헌법책 한 권씩은 꼭 있다’는 독일식 교육 이야기를 접한 국민운동 김용택 상임대표가 ‘모든 국민이 단 한 번이라도 헌법을 읽어 보면 좋겠다’고 생각해 만든 것이다. 국민운동은 40년 가까이 교직에 몸담았던 그와 교사 출신이면서 어린이문화연대 대표인 이주영씨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광화문 촛불집회 기간 동안 ‘길거리 헌법강좌’를 10차례 진행했는데, 시민들 반응이 무척 좋았어요. 국민운동 쪽이 학교 안에서도 헌법 교육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한 계기입니다.” 김 상임대표의 설명이다.

김 대표는 “태어나 처음으로 ‘공동체 규칙’을 배우는 곳이 바로 학교인데 교실 현장에서부터 헌법을 접하는 게 민주시민교육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헌법 읽기’를 학교 특별수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짰다. 지난해 9~11월 서울 대도초와 장안중에 이어 올해는 온빛초 등이 수업에 참여했다.

지난해 10월26일 서울 대도초에서 진행한 ‘헌법아 놀자!’ 시간에 아이들이 ‘내가 좋아하는 헌법 조항’을 선택한 뒤 활동 수업을 하고 있다.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본부 제공
지난해 10월26일 서울 대도초에서 진행한 ‘헌법아 놀자!’ 시간에 아이들이 ‘내가 좋아하는 헌법 조항’을 선택한 뒤 활동 수업을 하고 있다.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본부 제공

온빛초 가명현 교장은 “세월호부터 국정교과서 논란, 탄핵 정국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 공적 시스템이 무너지는 과정을 지켜보며 ‘학교는 도대체 어떤 교육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했다”고 했다. 어른들도 한 번 읽어본 적 없는 헌법을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레 접하면 아이들이 ‘시민이 주인인 나라’의 개념도 쉽게 체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흙수저’, ‘금수저’ 등 자조 섞인 신조어가 생겨나는 불평등 사회입니다. 교육을 비롯해 공적 영역의 토대를 튼튼히 해야 하는 시점인 거죠.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을 읽어보며 ‘초등학생인 나의 권리와 의무’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교육 효과는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해 10월26일 서울 대도초에서 진행한 ‘헌법아 놀자!’ 시간에 아이들이 ‘내가 좋아하는 헌법 조항’을 선택한 뒤 활동 수업을 하고 있다.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본부 제공
지난해 10월26일 서울 대도초에서 진행한 ‘헌법아 놀자!’ 시간에 아이들이 ‘내가 좋아하는 헌법 조항’을 선택한 뒤 활동 수업을 하고 있다.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본부 제공

‘공부하고 쉴 자유’ 등 주제로 토론도 해

헌법 교육은 초등학생 수준에 맞게 40분에 걸쳐 진행한다. 먼저 이끔이 선생님이 나와 대한민국 헌법 주요 내용을 프레젠테이션으로 간략히 설명해준다. 그 뒤 아이들은 ‘종교의 자유’, ‘교육의 의무’, ‘근로의 권리’, ‘민주공화국’ 등 헌법 속 용어가 적힌 ‘헌법카드’를 받는다. 학부모인 지킴이 선생님들은 헌법 카드 뽑아보기, 다 함께 조항 읽어보기, 학급 헌법 만들기, 헌법 나무 만들기 등 다양한 활동을 돕는다.

아이들은 헌법 내용 가운데 ‘자유권’, ‘평등권’, ‘행복추구권’ 등 마음에 드는 조항이 적힌 카드를 선택해 모둠으로 이동한다. 다음은 토론시간. 예를 들어, 내가 ‘자유권’ 모둠이라면 ‘자유’라는 단어가 마음에 드는 이유와 ‘내가 생각하는 자유권’ 등을 친구에게 설명하고, 실제 교실에서는 이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인지 등을 토론하는 활동이 이어진다.

온빛초 학생들이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본부 제공
온빛초 학생들이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본부 제공

5학년 꿈반 정도영군은 “‘쉴 자유’, ‘공부할 자유’ 등을 친구들과 얘기하며 서로 생각이 다른 점을 찾아내는 게 즐거웠다”고 했다. “법이라면 ‘우측통행’, ‘재활용 분리수거 하는 법’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헌법에 자유와 평등, 행복 등의 단어가 적혀 있는 걸 보고 내가 모르는 법의 개념이 참 많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온빛초 장필덕 교사는 “‘행복추구권’ 등 카드를 뽑은 뒤 ‘학원을 많이 다니면 행복해질까?’ 등 질문을 던지는 아이들도 있었다. 교육현장에서도 다양한 방식을 통해 헌법 교육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학급 헌법’ 만들며 권리와 의무 배워

학생들은 교육 시간에 <손바닥 헌법책>을 활용한다. 작은 헌법책은 ‘인간의 존엄’, ‘평등의 의미’ 등을 토론할 때 중요한 자료다. ‘제3조 우리 학급 모든 친구들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 ‘제10조 우리 학급 친구들 중 누구라도 친구를 괴롭히면 학급 헌법이 정하는 벌을 받는다’ 등 온빛초 학생들이 만든 법 조항도 작은 헌법책에서 단초를 얻어 나온 것이다. 5학년 꿈반 황동균군은 “헌법 전문을 활용해 학급 헌법을 만들어보니 내가 마치 국회의원이 된 것 같았고 뿌듯했다”고 했다.

온빛초 학생들이 <손바닥 헌법책>과 헌법 카드 등을 활용해 ‘학급 헌법’을 만들었다.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본부 제공
온빛초 학생들이 <손바닥 헌법책>과 헌법 카드 등을 활용해 ‘학급 헌법’을 만들었다.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본부 제공

온빛초 헌법 교육에 이끔이 선생님으로 참여한 학부모 임정희씨는 “기성세대는 학교 교육과정에서 ‘헌법 조항’을 제대로 끝까지 읽어본 적이 없다. 사회 나가서도 마찬가지였다”며 “민주국가의 뿌리라 할 수 있는 헌법을 작은 책으로 쉽게 접하게 해주니, 아이들이 ‘우리나라에 이런 법도 있었어요?’라며 신기해하고 ‘국민 주권’의 개념도 빨리 이해한다”고 했다.

교육 활동을 지켜본 이소영 교사는 “헌법이라는 소재를 가져와 학급 규칙 세우는 데 연계한 점이 뜻깊었다”며 “40분 수업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아이들이 집중했다”고 했다.

쉽고 재미있는 헌법 교육을 통해 ‘법은 어렵고 무서운 것이다’, ‘법은 지키면 손해다’ 등 고정관념을 깨야 할 필요도 있다. 가명현 교장은 “어린 시절부터 ‘헌법이 나에게 주는 좋은 점’, ‘나의 기본권’ 등을 생각하며 공동체의 시민으로 성장해나가는 것과 아닌 경우의 차이는 클 것”이라고 했다.

“인간의 존엄성이 얼마나 귀한가요. 아이들이 초등 시절 헌법에 적힌 자유권, 평등권, 참정권, 청구권과 생존권(사회권), 행복추구권 등을 접해보면 학교와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가 더욱 넓어질 것입니다.”

국민운동 헌법 교육은 전국 초·중·고등학교뿐 아니라 교직원 연수 및 학부모 대상으로도 진행한다. 신청은 국민운동 휴대폰(010-3081-1300)이나 전자우편(kocorg411@gmail.com) 등을 통해 가능하다. 

오른손에 분필, 왼손에는 교육법 쥔 교사들

[함께하는 교육] <손바닥 교육법>도 인기

헌법이 교육 현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교사들 사이에서는 ‘교육법’에 대한 관심이 일고 있다. 지난해 6월 창립한 ‘실천교육교사모임’(koreateachers.org)은 최근 교육 관련 헌법 조항,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교육공무원법 전문을 수록한 <손바닥 교육법>을 펴냈다. ‘교사들의 전문적인 교육실천네트워크’를 지향하며 꾸려진 이 모임은 현재 유·초중고, 특수학교, 대안학교 교사와 대학교수 등 45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지난달 초 회원 대상 비매품으로 제작한 책자 2000부는 전국 각지 요청으로 순식간에 동났다. 계획에 없던 3쇄까지 찍으며 현재까지 1만여부가 현직 교사, 교육 관계자, 학부모들 ‘손바닥’에 전달됐다.

실천교육교사모임 정성식 회장(전북 이리동남초 교사)은 “탄핵 정국을 지나며 법 전반에 대한 교사들의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며 “교대와 사대 교육과정은 물론 현직교사 자격·직무연수 등에서도 교육법에 대한 강의가 이뤄지지 않는 게 이해가 안 가 ‘교육법 읽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초·중등교육법 제20조 4항에 보면 ‘교사는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라고 적혀 있지만, ‘법령에서 정하는 바’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있는 교사·학부모가 많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또한 “교육법이 더는 행정가의 전유물이어서는 안 된다”며 “교사가 교육법을 먼저 읽고, 교육정책 및 교육학의 능동적인 생산자이자 주체여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온·오프라인 활동을 통해 ‘교육법이 현장을 반영하지 못하는 사례’, ‘의미 있는 법인데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는 사례’ 등을 함께 찾아내며 교육법을 읽고 공부한다.

정 회장은 “헌법 읽기 운동만큼 교육법 읽기 운동이 퍼져나가 공교육의 사명을 분명히 하고 함께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했다.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게 좋은 뜻으로 쓰이고 있지만, 사실 법에 무지하게끔 하는 ‘옛말’이죠. 법은 재판장에 불려간 범법자들만 경험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 생활의 뿌리를 이루는 것이죠. 교육현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손바닥 교육법>은 모임 회원이 되면 무료로 받을 수 있고, 일반 구매는 ‘에듀니티 교육쇼핑몰’(mall.eduniety.net) 누리집에서 권당 1000원에 살 수 있다.


김지윤 <함께하는 교육> 기자 kimjy1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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