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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뭘 해도 못해”…‘열등감’이라는 이름의 덫

베이비트리 2017. 04. 18
조회수 1113 추천수 0
[함께하는 교육] 윤다옥 교사의 사춘기 성장통 보듬기

지난 3월 중1이 된 우리집 딸아이는 요즘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잘 적응하고 안착했다 싶어 안심하는 그 순간 다시 괴로워하며 징징댄다. “엄마, 선생님이 공부 잘하는 ○○보고, 뭘 또 잘했다고 칭찬하면서 ‘우리 ○○이~’라고 그러더라”, “나는 머리가 나쁜가 봐”, “특별히 잘하는 게 없어”, “나중에 뭐 해먹고 살지?”

사춘기는 왜 그렇게 힘든 걸까? 아동기 끝 무렵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자의식은 본격적으로 두드러진다. 자신과 타인을 구별하며 외부로 향했던 시선이 자신에게 맞춰지기 시작한다. 청소년기 자아중심적인 사고와 함께 혹독한 자기 검증도 같이 나타난다. 그래서 어떤 날은 근거 없이 자신만만해하다가도 어떤 날은 한없이 열등감에 휩싸여 있기도 한다. 거기다 모든 것이 학업 성취에 맞춰져 있는 생활에 직면하다 보니 대부분의 아이는 좌절과 열등감을 안게 될 수밖에 없다.

열등감은 자기를 남보다 못하거나 무가치하게 낮춰 평가하는 마음이다. 이 덫에 안 걸려본 사람은 없을 거다. 다행히도 열등감 자체는 병이 아니다. 더 가치 있는 사람, 더 괜찮은 사람이 되는 방향으로 노력하게 하는 동기로 작용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열등감으로 매사에 자신감을 잃게 되는 경우다.

특히 사춘기 아이들에겐 이 열등감이 통과의례다. 학업 성취 이외에는 관심과 인정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부터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답을 찾아내야 한다. 자신의 약점(단점)과 장점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면 훨씬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요즘 학교 아이들과 행복해지는 여러 연습을 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관점 바꾸기’다. 최근 자신에게 있었던 부정적 사건을 긍정적인 관점으로 보거나, 자신의 단점을 긍정적인 관점으로 다르게 보는 활동이다. 관점을 바꾼다고 이미 일어난 일을 없었던 일로 만들 수는 없다. 자신의 취약한 점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부정적인 감정에 계속 휩싸여 괴로워하고만 있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게 된다. 그건 그대로 두고도 다른 희망, 긍정적인 감정을 가질 수 있음을 배운다.

한 아이는 평소 자신이 엄청 예민해서 싫었는데 ‘섬세하고 관찰력 있다’고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한다. ‘쉽게 포기하는 태도’를 다른 관점으로 보면 ‘현실적인 태도일 수 있고, 시간 낭비도 덜 할 수 있다’는 식으로, ‘계속 참다가 결국엔 폭발하는 성격’에 대해서는 ‘그래도 참은 경우가 더 많다, 자기표현을 하는 것이다’ 등으로 바꿔보기도 했다. 이 활동을 하고 아이들이 한 얘기가 기억에 남는다. “안 좋은 점을 다른 관점으로 바꾼다고 장점이 되는 건 아니지만 긍정적인 면에서 보니 좋은 점도 있는 것 같아 새로웠다”, “주변 아이들이 나의 단점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게 놀라웠다”, “나는 항상 장점은 없고 단점만 많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 이렇게 볼 수도 있구나, 미처 생각지도 못했는데. 스트레스가 조금이나마 풀리고 마음이 조금 변해서 따뜻한 느낌이 든다.”


한성여중 상담교사·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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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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