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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이번에 입학한 신입생들 모두 스마트폰 다 있어요.. 이제 저만 없다구요"

아들은 이 말을 던지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 손으로 두 눈을 가리고 있는 것으로 봐서

서러움이 왈칵 솟은 모양이다.

아..

또 스마트 폰인가..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그 순간부터 아들은 스마트폰을 졸랐다.

막연하게 그 때 쯤이면 사줘도 되지않을까.. 생각했으나 스마트폰을 아이에게 주는 것을

최대한 늦춰달라는 학교의 방침도 있었고, 주위에서 접하는 부작용 사례들이 너무나

심각해서 우리 부부는 생각을 바꾸었다.

지금은 고등학생이 되는 시점으로 우선 늦추어 놓고 있다.

그런데 아들은 순간 순간 스마트 폰 때문에 울컥하거나, 버럭할 때가 있다.

그토록 원하는데 가질 수 없는 자신의 운명에 대한 서러움과 사주지 않는 부모에 대한 원망이

번갈아 등장하는 것이다.

그럭저럭 참고 있는데 신입생들이 죄다 스마트폰을 들고 학교에 왔으니 속이 어지간히

상한 모양이다.

나는 깊은 한숨을 쉬며 아들을 불렀다.

 

"속상했겠다. 입학과 동시에 스마트폰이라니... 그걸 사준 그 부모들에 대해선 나도

유감이 많은데... 하여간에 아빠 엄마가 너에게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는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어.

스마트폰의 가장 나쁜 점은 주변에 대한 관심을 모두 없애는 거야. 오직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게 해.

엄마가 할아버지 아프실 때 병원 다니느라 전철을 타면 사람들이 모두 스마트폰만 들여다

보고 있어. 자기 앞에 임산부가 있는지, 노인이 있는지 전혀 알아채지도 못하고..

쉼없이 검색하고, 영상을 보고, 카톡이며 메신저를 하고, 사람들은 끝없이

어딘가에 접속을 하고 있느라 자기가 있는 공간과 현실에 접촉하는 법을

잊어버려. 스마트폰이 사람을 그렇게 만들어.

 

20170301_213709.jpg

 

얼마전에 너희들하고 다 같이 병원에 갔다가 돌아올 때 니가 전철안에서 이룸이한테

동화책 읽어 줬잖아. 열다섯살 오빠가 여덟살 동생한테 지하철에서 동화책 읽어주는 모습,

엄마는 본 적 없거든. 핸드폰이 없기 때문에 아직 너희들은 서로 책도 읽어주고

서로한테 관심도 기울이고 잘 지내고 있는거야. 엄마 아빠는 이런 모습, 정말 고맙거든.."

 

"니가 스마트폰이 없기 때문에 아빠 엄마가 너한테 훨씬 관대하게 해 주는 것들도

많잖아. "

"그건 알아요, 마블이나 영화 DVD, 보고 싶은 책도 잘 사주시구요.."

"그래,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하는 스트레스를 이해하기 때문에 대신 다른 것에는

훨씬 관대한거야. 그래서 덕분에 우리는 아직 사이좋게 지내고 있잖아.

열다섯살 아들과 매일 부비부비하며 지내는 집, 많지 않아.

아무리 규칙을 잘 정해도 스마트폰이 생긴 다음에는 여러가지 갈등들이 생길 수

밖에 없어. 그만큼 강력한 자극이거든, 어른들도 쉽게 뿌리치지 못할정도로..

스마트폰이 근사하긴 하지만 그게 없어서 오히려 더 가깝고 친밀하게 지내면서

엄마, 아빠에게 특별한 사랑과 배려 받는 지금을 너무 빨리 바꾸려고 하지마.

우리 그동안 디지털 발자국이니, 디지털 장례식이니 하는 내용들 같이 공부해

왔잖아. 카톡이나 SNS에 한번 남긴 정보들은 쉽게 공유되고 여러가지 문제들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고 알고...

스마트폰이 가진 힘과 위험을 잘 알고, 잘 사용하는 법을 어른들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 그러니까 매일 여러가지 사건들이 일어나잖아.

아직 없을때 되도록 잘 배워두도 막상 생겼을때 잘 쓸 수 있기 위해서, 지금

그런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여겨줬으면 좋겠어."

"대신 아빠가 집에 있을때 너한테 자주 핸드폰 게임 하게 하잖아, 엄마는

싫어하지만..."

포켓몬고 서비스가 상용화 된 다음부터 아들은 아빠가 집에 있는 시간이면

아빠 스마트폰을 빌려 포켓몬고를 하고 싶어했고, 남편은 자주 허락해 주곤 했다.

"매일 매일 하고 싶어요, 포켓몬고.."

"매일 매일이라고 약속은 못 하겠지만 되도록 아빠가 집에 있을때는 하게 해 줄께"

아들은 얼굴이 조금 펴 졌다.

 

"할아버지 아플때 엄마가 병원에 다니느라고 매일 전철을 탔잖아. 전철을 기다리고

있으면 승강장에 있는 대형 스크린에서 끊임없이 광고며 영상들이 흘러나와.

전철안에도 전광판이 있지, 사람들은 다 스마트폰만 보지, 대도시에선 사방에서

번쩍거리는 디지털 영상들로부터 피할 수 가 없어. 이런 세상, 참 무섭더라.

잠시라도 내 생각속으로 빠져들 수 없게 하는거야.

게다가 요즘은 스마트폰안에 모든 기능들이 다 들어 있잖아.

연락처도, 요금 결재도 뭐든지 다 스마트폰으로 하잖아. 이렇게 수많은 기능들이

모여 있는게 엄마는 무서워. 이젠 이모들 전화번호도 외우지 못해. 이름으로

검색해서 그냥 눌러서 통화하니까..

조지 오웰이 쓴 '1984'란 책이 있어"

 

"알아요, 빅브라더 나오는 거.."

그래.. 빅 브라더가 모든 것을 다 감시하고, 다 결정하는 사회..

엄마가 특별 용돈 줄테니까 그 책 한번 읽어볼래?

엄마는 스마트폰으로 우리를 조종하는 자본이야말로 요즘시대의 빅브라더 같애.

스마트폰에서 추천하는 맛집에 가지, 사라는 것 사지, 가라는 곳 가지,

읽으라는 것 읽지.. 이젠 가짜뉴스도 있어서 어느것이 진짜인지 구별하는 것도

쉽지 않잖아. 가짜뉴스만 보도 듣고 믿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고..

이런 세상.. 정말 무섭지않니?

그래서 엄마, 아빠도 노력하고 있어. 엄마는 DMB도 안 보고 모바일 쇼핑도 안 하잖아.

물론 게임도 안 하고...

어른에게도 재미있어. 스마트론으로 드라마보고, 영화보고, 쇼핑하고, 게임하는거..

근데 안 하잖아. 최소한 엄마, 아빠도 노력하고 있어. 너희들에게 영향끼치지 않게

애쓰고 있다고..

너만 희생하고 참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어른인 우리도 애쓰고 참고 있는 것들 많아.

대신 우리는 같이 DVD로 영화보고, 산책하고, 책 읽잖아. 이렇게 지내는게 훨씬 좋은거야.

 

내가 어딜 가고, 무엇을 하고, 무엇을 사고, 먹는지 디지털로 다 흔적이 남는 세상..

다 추적할 수 있고, 다 알아낼 수 있는 세상, 지금 세상이 그래.

스마트폰이 생기는 순간부터 너는 그 세상에 속하게 되는 거야. 진정한 빅브라더를

손 안에 쥐는 거지.."

"그 책 읽어 볼께요. 대신 특별용돈 정말 주셔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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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대화를 끝낸 아들에게 스마트폰을 건네 주었다.

아들은 금새 포켓몬고에 빠져들었다.

 

며칠 후 나는 도서관에서 '1984'를 빌려왔고, 아들은  이틀만에 다 읽었다.

"어때?"

"정말 더러운 세상이예요."

"그런데 불가능할 것 같애?"

"가능할것도 같애요, 그런 세상.."

"요즘 시대의 빅브라더들이 더 무서워.

거대자본과 나쁜 권력과 결탁한 언론이야말로 무시무시한 빅브라더들이지.

빅브라더들은 너희같은 청소년들이 스마트폰에 더 많이 빠져들기를 바랄 걸?

시키는 대로 소비하고, 시키는 대로 생각하게 만들 수록 자본과 권력은 더

강해지니까....

내친김에 헉슬리가 쓴 '멋진 신세계'라는 책도 읽어볼래?

인간을 조작하는 사회에 대한 무시무시한 얘기들이 펼쳐지는데..."

"좋아요. 대신 그 책도 다 읽으면 틀별 용돈 주세요."

아들은 웃으며 내가 약속한 용돈을 받아 갔다.

이렇게 또 한번 스마트폰과의 투쟁이 지나갔다.

 

열 다섯살 아들에겐 스마트폰이 제일 간절하다.

그래서 부모의 스마트폰을 빌려쓰기 위해 늘 부모의 안색과 타이밍을 살핀다.

적절한 시간에 좋은 분위기에서 빌릴 수 있도록 애쓰는 것이다.

이런 간절함이 아직 부모에게 더 많은 것을 기대게 하고, 작은 배려에도 고마운 마음이 들게 한다.

나는 이런 것들이 참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TV, 게임, 스마트폰에 대한 주도권을 우리 집에선 여전히 부모가 가지고 있다.

시간이나 횟수에 대해 아이들과 의논을 하지만 부모로서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대한다.

관대하게 풀어줄 수 있는 범위도 부모가 결정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대상들은 되도록 오래 간절하게 하면서 잘 쓸 수 있도록 교육

시키는게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사 주고 나서 잘 쓰기를 기대하기 보다, 가지지 않을때

충분히 준비시켜서 손에 쥐어주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자기 명의로 신용카드를 만들 수 있게 되자마자 과도한 소비로 신용불량자가 되고 마는

젊은이들이 넘쳐난다. 편리하고 매력적인 도구일수록 잘 쓰는 법을 익히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세 아이들과 스마트폰을 놓고 투쟁을 한다.

더 많이 즐기고 싶은 아이들과, 되도록 적게 주고 싶은 어른 사이에 쉼없는 줄다리기가

이어지는것이다.

쥐어 주면 간단하다. 각자 자기 핸드폰 갖고 보고 싶은 것 보며 편안하게 지내는 집도

있다. 집에 있으면서도 서로 카톡으로 대화를 하는 가족들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되도록 오랜 시간 아이들과 몸으로 부대며 직접 얘기하고, 싸우고, 화해하고, 울고, 웃으며

지내고 싶다. 그러다보니 자주 부딛치게 된다. 그때마다 아이들과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고 더 좋은 방법을 찾느라 머리를 맞댄다. 그 시간만큼 우리는 서로를 알아가며

지내왔다.

이런 투쟁은 앞으로도 한참은 더 진행될 것이다.

 

아들이 다니는 대안학교는 1년이 지났다고  다음 학년으로 올라가지 않는다.

이 학생이 1년간의 과정에서 배움과 지식과 인간적 성숙이 충분히 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있다고 교사 전원이 판단했을때 진학하게 되는 것이다.

필규는 지금 중학2년 과정에 있다. 목표하는 과정은 고교 과정인데 필규의 목표는

내년에 진학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주 아주 열심히 학교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니까.. 제가 진학해서 고교과정에 올라가면 그게 2년 후가 아니라 내년이라도

스마트폰 사주시는 거죠/'

"진학?  음... 열일곱전에 고교과정 진학하게 되면.. 그건 니 노력이고 니 배움이 그만큼

성숙했다는 인정을 받은거니까 그때쯤엔 핸드폰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

"앗싸. 어떻게 해서든 올해 열심히 해서 내년엔 꼭 진학을 해야지. 그리고 핸드폰

갖는거다, 앗싸."

 

필규는 요즘 아주 아주 열심히 공부와 숙제를 하고 있다.

만약 정말 내년에 진학을 하면 약속대로 핸드폰을 사 줄 생각이다.

그게 스마트폰이 될지는 잘 모르지만 핸드폰을 얻기 위해 아들이 기다린 시간과 기울인

노력은 기꺼이 인정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정말 소중하고 간절한 것일수록 힘들게 얻게 하자고 생각한다.

그게 목표가 되어 필규가 올 한해 학교생활을 더욱 충실하게 한다면 그것도 좋은 일이다.

 

디지털 세상에서 내 아이들을 지키기위해서,. 꽤 힘들게 투쟁해왔고, 앞으로도

이어지겠지만 여전히 나는 세 아이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아이들은 서로를 좋아한다.

이만하면 가히 투쟁한 보람이 있다고 하겠다.

 

스마트폰.. 우린 아직 너에게 굴복하지 않았노라. 으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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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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